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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55화 (355/687)

355화

“그래. 다른 추종자들은 마탑 안에 있으라고 해.”

“아니 그런 거 없...”

이한까지 헛소리를 하자 친구들은 더 당황했다.

“펭에린 님. 빨리 황자님을 찾으러 갑시다! 만약 황자님께서 실종되신다면 친분이 있는 제국 대귀족 가문들이 매우 걱정하실 겁니다.”

“알, 알겠어! 기다려!”

알시클은 뒤뚱거리며 서둘러 걸어나갔다.

알시클 본인도 제국 명문가 출신인 만큼, 제국 대귀족 가문들과 친분이 있을 정도의 황족이라면 얼마나 명성 있는 황족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황족이 알시클의 마탑 주변에서 실종이라도 된다면 얼마나 곤란하겠는가.

절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요네르는 머리칼에 붙은 눈들을 털어내며 이한에게 속삭였다.

“가이난도한테 친분이 있는 대귀족 가문들이 있어?”

“음. 굳이 따지자면 워다나즈 가문하고 메이킨 가문 정도?”

“......”

야!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교묘하게 말장난을 쳐서 마법사를 속이는 친구의 모습에 요네르는 어이가 없었다.

*         *         *

“그래서 가이난도가 어쩌다가 조난된 거지? 잠깐. 그보다 너희들은 왜 여기 있는 거고?”

“...우린 워다나즈 네가 납치된 줄 알았는데...”

닐리아는 우물쭈물하며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지금 와서 보니 납치된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설명을 들은 이한은 해명에 나섰다.

“납치된 게 아니다.”

“그렇다.”

옆에서 볼라디 교수도 동의하자 이한은 순간 멈칫했다.

‘잠깐. 나 납치된 거였나?’

가끔 교수 밑에 제자로 오래 있다 보면 스톡홀름 신드롬에 걸리곤 했다.

그러다보면 이제 납치되어서 끌려가는데도 ‘하하 교수님이 내 도움이 필요하신가봐 별 일 아니니까 다들 걱정하지 마’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다.

“...아닌가? 납치된 건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다른 교수들과 큰 차이는 없긴 하지.”

유미디후스가 살짝 반성하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유미디후스에게도 변명거리는 있었다.

“에인로가드의 교수들이 악독한 건 알았지만 방학 때 학생을 쫓아다니면서 괴롭히고 있는 줄은 몰랐거든. 알았다면 널 쉬게 내버려뒀을 거다.”

“예. 방학 때는 휴식을 취하게 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유미디후스의 말에 볼라디 교수가 동의하자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교수님?”

“왜 그러지?”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한은 나오려던 고함을 삼켰다.

아마 볼라디 교수는 자신이 하는 가르침은 다른 교수들이 쫓아다니면서 하는 가르침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아마 휴식 같은 가르침이라고 생각하거나...

물론 말도 안 되는 착각이었다. 둘은 똑같았다.

“이쪽! 이쪽에서부터 사라져있었어!”

닐리아의 외침을 들은 유미디후스가 지팡이를 휘둘러 마차를 멈췄다.

마차를 끌고 온 물 정령들이 발걸음을 멈추자 알시클이 바로 뛰쳐나갔다.

팟!

허공에서 떨어지는 눈들이 갑자기 시간을 되감기라도 한 것처럼 위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팡이를 휘둘러 눈보라를 치워낸 알시클은 바로 허공에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허공에 얼음으로 된 발판이 생기며 알시클의 몸이 위로 솟구쳤다.

마법사들은 눈보라를 맞아가며 산골짜기 아래를 뒤질 필요가 없었다.

하물며 알시클처럼 경지에 오른 마법사라면 더더욱.

“얼음이여, 사라져라! 눈이여, 모습을 감춰라!”

알시클은 설산 골짜기 아래에 깔린 얼음과 눈들을 치워버렸다.

그렇게 희었던 산이 순식간에 암회색으로 변해버렸다.

‘대단하다!’

같은 마법사로서 이한은 알시클의 실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되는 범위의 얼음과 눈을 한 번에 치워버리다니.

“정령이여, 산 자를 찾아다오! 이쪽 맞아?”

“네!”

“큰일이야! 큰일! 황자님께서 다치시기라도 하면 제국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 마탑 앞마당에 방문한 손님도 제대로 못 돌보는 얼간이라고 생각할 거 아니야!”

“진정해라. 알시클. 가이난도 황자는 마법사라서 자기 한 몸 지킬 능력은 있어.”

유미디후스가 알시클을 달랬지만 알시클은 듣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빙빙 흔들었다.

그러는 사이 이한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에서 사라졌다고?”

“응. 뒤를 돌아보니까 사라져있었어.”

닐리아와 친구들은 빠른 추적을 위해 말을 타고 쫓아왔었다.

만약 번개걸음 교수가 봤었다면 ‘모두 1학기 때 제대로 배웠구나’하고 흐뭇해했을 뛰어난 승마술이었다.

그러나 후위에 있던 가이난도는 마탑에 도착하기 직전에 돌아보니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대체 왜 사라진 거지?”

“몬스터가 나타났거나 악령에 홀린 거 아닙니까?”

“몬스터나 악령이 나타났으면 너희들도 눈치를 챘을 텐데... 혹시 쓰러진 사람이라도 발견한 거 아닌가?”

이한의 말에 친구들은 모두 다 동시에 대답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워다나즈 님. 말이 됩니까?”

“차라리 바닥에 떨어진 마법사 카드를 발견했다고 하는 게...”

“......”

냉정하기 짝이 없는 친구들의 반응에 이한은 가이난도가 살짝 불쌍해졌다.

“안 되겠다. 분신이여, 나를 도와라!”

알시클은 마력 때문에 아껴뒀던 마법들을 꺼냈다.

얼음 분신이 형태를 갖추더니 알시클과 꼭 닮은 모습으로 변했다.

보통 분신 마법들 중에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마법사와 똑같은 분신 마법은 그 수준이 매우 높고 어려웠다.

안 그래도 난이도 있는 얼음 원소로 그런 분신을 완성시키는 모습에 이한은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대단하군...”

“저 마법이 마음에 드나?”

“예?”

이한은 볼라디 교수의 질문에 깜짝 놀랐다.

교수가 옆에 있는데 실수로 방심을 하다니.

“아닙...”

말리기도 전에 볼라디 교수는 알시클에게 다가가 말했다.

“방금 마법을 가르쳐라.”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걸 왜 가르쳐 줘야 해?!!”

물론 알시클은 펄쩍 뛰었다.

바빠 죽겠는데 갑자기 와서 한다는 소리가 비장의 분신 마법을 가르치라는 소리라니.

어느 마법사가 동의하겠는가.

“배우고 싶어하잖나.”

“배우고 싶어한다고 다 가르쳐줘야 하냐!?”

“난 다 가르쳐줬는데?”

유미디후스가 옆에서 말하자 알시클은 움찔했다.

하긴 유미디후스는 정말 배우러 온 사람들에게 숨기지 않고 다 가르쳐줬었던 것이다.

“이, 이 마법은 어려워서 아직 배울 때가 아니야. 기초를 더 다져야...”

말하던 알시클은 이한이 오늘 보여줬던 마법들을 떠올렸다.

딱히 더 다져야 할 것 같은 기초는 없었다.

“...기초 말고 중급 마법들을 좀 더 많이 익혀놔야...”

“아까 난제가 필요하다고 했을 텐데.”

“그게 이걸 말하는 거겠냐!”

분명 아까 유미디후스와 볼라디 배그렉만 있을 때 대화를 나누긴 했다.

-생각보다 조금 배우는 속도가 빠르구나.

-조금이요??

-정어리나 먹어라. 이렇게 빨리 익히면 의욕이 약해질지도 모르는데, 조금 난이도 있는 과제를 주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 원하는 목표가 있을 때 마법사는 강해지기 마련이지.

기초는 분명 중요하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마법사에게 기초만 연습시키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자칫하다간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무릇 마법사에게는 원대한 목표가 필요했다.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가시밭길도 건널 수 있는 강렬한 목표!

...그래서 어떤 냉기 원소 마법을 목표로 삼아줘야 하나 고민하긴 했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이건 정말 아끼는 마법이었는데...

“전 괜찮습니다. 펭에린 님. 펭에린 님이 보기에 제가 탐탁지 않으신 거겠죠.”

이한은 말리는 척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죄책감이 솟구친 알시클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외쳐버렸다.

“알겠어! 다음 목표는 이걸로 하면 될 거 아니야! 볼라디 배그렉. 너 이 자식!”

“왜 화를 내는 거지?”

“닥쳐!”

둘이 계속 싸우는 와중에 닐리아가 외쳤다.

“다들 싸우는 건 좋은데 저기 연기 나고 있거든요!!”

“?!”

닐리아의 말대로, 골짜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         *         *

“감, 감사합니다. 황자 전하.”

“존귀할 의무를 갖고 태어난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

가이난도는 아직 존귀가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자기가 쓰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발목이 부러진 귀족은 감동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황자 전하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그보다 황자 전하께서 이런 것까지 하실 줄 알다니 놀랐습니다.”

“...에인로가드 학생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거든.”

“겸손하시기까지!”

“겸손 아닌데.”

가이난도는 귀족의 부러진 발목에 부목을 대주고 동굴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이한처럼 치유 마법을 하지는 못하지만,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부목 대는 법 정도는 익힐 수밖에 없었다.

가이난도가 주섬주섬 가방에서 쿠키를 꺼내자 귀족은 괜찮다며 사양했다.

“전 괜찮...”

아작아작-

“응?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이난도가 기절해있던 귀족을 발견한 건 천운에 가까운 일이었다.

말에서 낙마해 골짜기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가서 기절한데다가 눈보라까지 내리고 있었다.

만약 귀족이 떨어뜨린 마법사 카드가 아니었다면 가이난도가 눈도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황자 전하. 눈보라를 피해 동굴로 이동한 건...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만... 그... 동료분들이 정말로 찾아오실까요?”

“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가이난도는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두드렸다.

“다 말하고 왔어. 분명 다른 사람들을 불러서 도와주러 오고 있을 거야.”

물론 가이난도의 ‘잠깐만’의 외침은 눈보라가 거센데다가 말발굽소리까지 겹쳐 전혀 들리지 않았다.

“가이난도!!!”

“봐봐.”

가이난도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도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 다행...”

딱!

“악!!”

“넌 왜 말을 안 하고 사라져서 친구들을 걱정시키는 거냐?”

도착하자마자 황자 전하의 친구들이 황자 전하를 때리고 구박하는 모습에 귀족은 깜짝 놀라서 눈을 깜박였다.

‘친... 친구가 아닌가?’

“말, 말 했는데! 말 했어! 저 자식들이 거짓말하는 거야!”

“혹시 그 상황에서 그냥 말한 다음에 확인도 안 하고 방향을 바꿔버린 건 아니지?”

“......”

말문이 막힌 가이난도는 우물쭈물댔다.

이한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래도 안 다쳐서 다행이다.”

“정, 정말 사람을 구하신 거였습니까?”

“쉿. 랫포드. 가이난도 듣겠다.”

친구들은 매우 놀라워했다.

설마 정말로 사람을 구하려다 조난된 거였다니.

가이난도는 친구들의 사악한 마음도 모르고 물었다.

“내가 남긴 표식 보고 따라온 거지?”

“무슨 표식을 남겼는데?”

“바닥에 화살표 그리면서 왔잖아.”

이한은 눈보라 오는데 바닥에 화살표 그리면서 온 이 친구를 어떻게 혼내야할까 한숨을 내쉬었다.

“황자 전하! 다치신 곳은...!”

이한 다음으로 착지한 알시클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리고는 가이난도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뵙는데 누구신지...?”

“가이난도입니다.”

“어... 스무 살도 안 되신 것 같은데...?”

알시클은 이한을 보며 당황스러워했다.

분명 한 30, 40살은 먹었을 황자라고 생각했는데...?

“저희 친구입니다. 감사합니다. 펭에린 님.”

“으, 으응? 그, 그래. 그렇긴 한데... 그게... 어...”

알시클은 자기가 속았다는 걸 느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속았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는 사이 쓰러져 있던 귀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시클 펭에린 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힉!”

알시클은 딸꾹질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이한은 알시클이 저렇게 놀라자 신기해했다.

‘뭐지? 상대가 암살자라도 되나?’

“누굽니까?”

“아... 이런. 큰일났군.”

놀라운 건 유미디후스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는 점이었다.

“복장을 보니 검사관이구나.”

“검사관이요?”

“알시클한테 마법 연구 투자해준 투자자들이 보낸 검사관. 성과를 확인하려고 온 거지.”

“......”

이한은 진심으로 알시클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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