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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71화 (37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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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랍게도 있었다.

 “제 가문이 너도밤나무 기사단 소속이긴 한데...”

 “이런 인연이! 마침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기사들한테 초대를 받았었는데!”

 “초대를 받으셨다고요?”

 기사들은 이한의 말에 상당히 놀라워했다.

 어지간해서는 기사 가문들의 모임에 마법사를 초대할 일이 없는 것이다.

 정말 큰 신세를 지지 않았다면...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기사들은 정말로 훌륭한 기사들이었습니다. 제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어찌나 고집을 부리던지...”

 “저희 기사단이 그렇긴 합니다.”

 이한의 칭찬을 들은 기사가 풀어진 얼굴로 말했다.

 물론 이한은 속으로 그 기사를 욕했다.

 그렇긴 뭘 그렇단 말인가!

 “그렇게 기사단하고 친한 마법사 님이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알았다면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초대하셨을 텐데.”

 기사 한 명과 친해지면 그 주변에 있던 다른 기사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기사들 입장에서는 자기 동료는 물론이고 너도밤나무 기사단하고도 큰 친분이 있어 보이는 이한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느 정도 적당히 대화가 오고 가자 이한은 선배들에게 슬쩍 물었다.

 “그런데 뭘 부탁하려고 하신 겁니까?”

 “아. 마을에서 수상한 놈들은 좀 강하게 대해서라도 쫓아내달라고...”

 ‘과연.’

 약간 무리한 부탁처럼 들려도 기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기사들이 마을로 몰려오는 여행자들을 쫓아내지 않는 건 그럴 능력이나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으니까.

 쫓겨난 여행자들이 이곳저곳에 안 좋은 소문이라도 퍼뜨리고 난동을 피운다면 괜히 귀찮아지니, 허가를 받고 온 이들이라면 일단 통과시켜주는 것이다.

 그런 만큼 마음만 먹으면 핑계를 잡아서 쫓아내기도 쉬웠다.

 선배들이 다른 여행자들을 다 쫓아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수상한 사람들만 쫓아내달라고 한 거니 이 정도면...

 “...그리고 우리가 들어가는 동안 다른 여행자들 못 들어오게 좀 막아주면 안 되냐고 했지.”

 “...그건 빼고 다시 물어보죠?”

 이한은 이 양심 없는 선배들의 모습에 경악했다.

*         *         *

 놀랍게도 기사들은 양심 없는 부탁까지도 들어줬다.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은인이신데 그 정도는 해드려야죠.”

 “기사의 명예가 뭐겠습니까?”

 ‘이건 명예가 아니라 부패 같은데...’

 이한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혜택 보는 입장이라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설마 저 부탁까지 들어줄 줄이야.

 “마법사 님들 입장에서는 수상쩍은 여행자들이 있다면 신경이 쓰이실 수밖에 없으시겠죠.”

 “마을 밖으로 내보내고, 들어가는 순서를 조정해드리겠습니다.”

 기사들은 이한 일행을 마을 가운데 공터까지 배웅해줬다. 손을 흔들며 조심히 들어가라고 외치는 기사들을 본 선배들은 말했다.

 “혹시 워다나즈 가문이 저 기사들 매수한 건 아니지?”

 “매수했어도 저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아닙니다. 그냥 아는 사이일 뿐입니다.”

 “그게 아는 사이라고...!?”

 “아, 아는 사이가 이 정도로 강력했나?”

 이한의 말 같지도 않은 변명에 선배들은 혼란에 빠졌다.

 저게 아는 사이라면 이제까지 그들이 해왔던 건 대체?

 “어쨌든, 정말 잘했어. 후배. 덕분에 쾌적하게 들어갈 수 있겠는데.”

 “다른 1학년처럼 마을에서 좀 놀지 그래? 원래 우리가 해야 할 일인데 네가 다 하니까 미안한...”

 -감히 흑마법 저주 덱을 사용해!? 날 무시하는 거냐!?

 -내가 무슨 카드 쓰든 그쪽이 뭔 상관인데! 져놓고 변명하지 마!

 “...저렇게 놀지는 말고.”

 “빨리 가서 말려!”

 디레트의 외침에 선배들은 후다닥 달려 나갔다.

*         *         *

 여행을 즐기는 호사가처럼 차려입은 박드굴은 <지저귀는 참새> 여관 1층에 앉아 있었다.

 다른 마법사들이나 여행자들이 그런 것처럼 박드굴도 여관을 통째로 빌린 상태였다.

 그게 활동하기 편하기도 했을 뿐더러...

 ...반마법주의자들은 제국에서 보통 환영받는 손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박드굴은 앉아서 당황스러워했다.

 “추방당했다니요?”

 “예...”

 “다시 말해보도록 하세요.”

 “그러니까 그게.”

 부하도 상당히 당황스러웠는지 다시 침착하게 설명했다.

 일단 두 파티가 기사들한테 수상쩍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추방당하고, 다른 파티 하나는 뭔 마법사 카드 게임을 하다가 시비가 크게 붙어서 쫓겨났다고.

 박드굴의 입이 크게 열렸다.

 기껏 파티들을 고용하고, 이 파티들이 차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내고, 이제 기다렸다가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네 파티 중 세 파티가 쫓겨나다니.

 너무 황당해서 믿겨지지가 않았다.

 박드굴은 뺨을 긁적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들킨 건 아니겠지요?”

 “그, 그건 절대 아닙니다.”

 부하는 황급히 부정했다.

 겉으로는 어슬렁거리는 주머니 두둑한 한량처럼 보여도, 그 모습 안에는 언제든지 부하를 죽일 수 있는 냉혈한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들켰다면 우리를 건드리지 않고 다른 파티 놈들만 쫓아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괜히 경계심만 올릴 텐데요!”

 “하긴...”

 박드굴은 부하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반마법주의자인 그들의 신분이 들켰다면 바로 여관을 포위하고 있지 굳이 다른 수족들을 쫓아내서 경계심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

 정말로 우연의 일치가 분명했다.

 “기사 놈들의 상관이라도 오거나, 혹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 트집을 잡나 보군요. 이거 참...”

 박드굴은 입을 다물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지금 박드굴의 패거리가 가장 최우선적으로 열중하고 있는 일은 산환버섯을 최대한 모으는 일이었다.

 대계(大計)를 위해서는 이 희귀한 버섯이 산더미처럼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모험가며 용병 놈들을 데리고 왔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손발이 줄어들다니.

 “어쩔 수 없겠네요. 일단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들한테 연락을 보내세요.”

 “뭐라고 보내시겠습니까?”

 “쫓겨난 자들한테서 금화를 회수하라고요.”

 “박드굴 님. 고용한 놈들의 성격을 봤을 때 이런 상황에서는 순순히 내놓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보통 이런 의뢰를 맡는 건 좀 수상쩍고 거친 이들인 만큼, 자기들 실수로 의뢰에 실패해도 순순히 계약금을 내놓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말로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되겠죠. 죽이고 뺏으라고 하세요.”

 “죄, 죄송합니다.”

 “파티 하나로 들어갈 수밖에... 그보다 기사 놈들이 트집을 잡는다면 이해라도 가지, 마법사 카드 게임을 하다가 쫓겨난 그 놈은 대체 뭐하는 새끼랍니까? 특별히 고통스럽게 죽이라고 해요.”

 “상대가 흑마법 저주 덱을 사용해서 이겼다고 화가 났나 봅니다.”

 “...저런... 재수가 없어도 정말 더럽게 없지. 이런 외진 마을에서 그런 추잡한 놈을 만나다니.”

 “예. 정말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됐어요. 그럼 그냥 편하게 죽이라고 하세요.”

 박드굴은 했던 말을 취소했다.

 그런 상대를 만났다면 난동을 피우는 것도 조금 이해해줄 수 있었다.

 “더 이상 일이 꼬인다면 용서해줄 수 없다는 것, 알고 있겠죠? 이제 어떤 착오도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명... 명심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기사들을 제대로 구워삶아 놨습니다. 다른 자들보다 최소 하루 먼저 저희에게 알려줄 겁니다!”

*         *         *

 “쉿. 다들 조용히 나오십시오. 차원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한 시간 안에 열릴 겁니다.”

 기사들이 한밤중에 여관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고 들어와서 속삭이자 모르툼 교수는 당황스러워했다.

 그리고는 흑마법 학파 학생들을 보며 물었다.

 “콜록... 돈을 얼마나 준 거냐? 설마 공금을 다 쓴 건 아니지?”

 “아닙니다. 교수님.”

 “여기 후배가 설득한 겁니다.”

 모르툼 교수는 이한을 괴물 보듯이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알려준다니 잘 됐군. 콜록. 들어가도록 하자.”

 마법사들이 밖으로 나오자 기사들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 사실을 최대한 숨겨보겠습니다. 잘만 하면 이틀 이상 벌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됩니까 정말?”

 참고 참으려던 이한이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질문을 해버렸다.

 이래도 되나 정말??

 “명예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이야.”

 “잘 다녀오십시오.”

 “......”

 이한은 기사의 명예란 뭘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새벽도 되지 않은 때라 학생들은 하품을 하며 오솔길을 걸어갔다.

 “!”

 이한의 표정이 가장 먼저 굳어졌다. 모르툼 교수는 그걸 보고 감탄한 듯이 말했다.

 “벌써 마력을 감지한 거냐? 나도 아직 하지 못했는데?”

 “아. 가이난도가 자기 몫의 간식을 다 먹어서...”

 “......”

 모르툼 교수는 괜히 머쓱해졌다.

 그리고 일행은 다시 걸었다.

 “!!”

 “...혹시 마력을 감지한 게 맞...”

 “예.”

 “콜록, 훌륭하다!”

 모르툼 교수는 이한을 칭찬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정말로 마력을 감지한 게 맞았다.

 “음의 마력이 몰려오고 있는데, 이게 그 중첩입니까?”

 “그렇다. 고인 마력이 주변의 환경 영향을 받아서 폭발적으로 이상현상을 일으키는 거지.”

 모르툼 교수는 앞을 가리켰다.

 이미 어두웠지만 마법사들은 그 어둠 위에 한층 더 짙은 어둠이 자리잡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온다.”

 “후배들은 뒤쪽에 있어. 괜히 앞에 있다가 다치지 말고.”

 쾅!

 마법사만이 느낄 수 있는 강력한 마력의 파동이 터져나갔다.

 어찌나 강력했는지 주변에 있던 선배들은 휘청거리거나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디레트는 간신히 균형을 잡고 뒤에 있는 1학년들을 쳐다보았다.

 “다들 괜찮... 괜찮군.”

 “이한만 괜찮은 거거든요...!”

 라파드엘을 깔고 넘어진 가이난도는 투덜거리며 일어섰다.

 이한 빼고 나머지는 다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열렸다. 다들 들어가자!”

 “예!”

 “금화를 위하여! 풍족한 흑마법 연구를 위하여!”

 남들 앞에서 외치기 부끄러운 구호를 외치고 선배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물었다.

 “방금 무슨 마법...”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한도 친구들을 데리고 후다닥 들어갔다.

*         *         *

 “제기랄. 동굴이군.”

 “운도 없지.”

 “좋게 생각해. 오히려 버섯은 동굴에서 더 자주 나와.”

 차원의 문을 통과한 흑마법 학파 학생들은 투덜거렸다.

 원래 다른 차원의 지형은 마법사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운이 따라줘야 했다.

 가장 좋은 건 탁 트이고 이동하기 좋은 그런 지형이었는데...

 어둡고 좁고 길이 복잡한 동굴 같은 지형은 별로 좋지 않았다.

 “콜록. 다들 배운 걸 명심해라. 마법은 최대한 조심해서 쓰고. 흑마법은 더더욱 조심해서 써라. 싸움은 가능한 피하고...”

 말과 함께 모르툼 교수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암흑 시야 마법이 자리에 있는 전원에게 걸렸다.

 “...천천히 움직여라. 소리 크게 내지 말고. 몸 덥히지 말고.”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이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콜록. 뭐냐?”

 “제 마력은 괜찮은 겁니까? 마력이 많아서...”

 이한의 말에 옆에 있던 선배 한 명이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마력이 많으면 좀 더 꼬이긴 하는데 괜찮아. 약 발라줄게.”

 “콜록. 쟤는 그걸로 안 된다.”

 “......”

 “......”

 “그리고 상관없다. 너 정도 마력이면 1구역 언데드들은 도망칠 테지.”

 선배들은 경악했다.

 물론 마력이 조금 많은 수준을 넘어서 압도적일 정도로 많으면 위압감을 준다는 건 배워서 알고 있었지만...

 ...그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선배님?”

 “왜, 왜 부르지 후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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