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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72화 (37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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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은 살짝 정색했다.

 “편하게 불러주시죠.”

 “편, 편하게 부르고 있는데요?”

 “......”

 “방금은 말이 헛나온 거야.”

 선배들은 뒤늦게 위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이한의 마력이 듣도 보도 못한 수준으로 많은 게 놀랍기는 했지만, 그들은 에인로가드에 먼저 들어온 선배 아닌가.

 선배로서의 위엄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많은 겁니까?”

 “아무리 1구역의 언데드들 중에 강한 놈들이 없다지만 마력만 보고서 도망치는 게 말이 되나? 교수님이 과장하신 거 아니야?”

*         *         *

 말이 됐다.

 저 반대쪽 통로에 나타난 구울 들개가 낑낑대며 도망치는 걸 목격한 선배들은 믿을 수 없는 걸 본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몇 번이지?”

 “여, 여섯 번.”

 “언데드 퇴치 물약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지 않아? 필요가 없겠는데?”

 원래 언데드 계 탐색은 고독하고 숨막히는 일이었다.

 마법사들은 암흑 시야 마법을 건 다음 숨소리도 조심해가며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어야 했다.

 시끄러운 소리나 거센 숨, 땀이나 체취 등은 언데드를 불렀고 언데드와 싸우다보면 또 그 소란을 듣고 언데드가 추가로 몰려왔다.

 이쯤 되면 채집이나 탐색은 의미가 없어지고 전투에만 집중하게 됐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처음부터 철저하게 적을 피해야 했다.

 언데드 퇴치 물약을 사용해 접근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지만, 아무래도 물약 소모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살아있는 인간 언데드 퇴치기!

 “이쪽으로. 후배.”

 “언데드 감지했다. 후배. 저쪽으로 빠르게 걸어가! 그래! 그렇지! 언데드 놈들이 도망간다!”

 “여기서 잠깐 서있어줘! 놈들이 못 오게!”

 서있는 이한을 본 디레트가 미안한 목소리로 사과했다.

 “미안. 후배. 너무 부려먹지?”

 “예? 아닙니다. 이 정도면 솔직히 쉬운 편이죠.”

 “...그, 그래.”

 “앗. 여기 그림자벌레입니다!”

 “지금 채집망 갖고 간다!”

 이한의 외침에 장비 꺼내서 들고 달려오는 후배들을 본 디레트는 속으로 생각했다.

 ‘...반년쯤 지나면 선후배들 위치 바뀌어 있는 거 아니겠지...’

*         *         *

 이한 일행이 들어간 지 이틀쯤 되자 마을에 있던 박드굴은 슬슬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상한데요?”

 원래 중첩 예정일에서 이틀이나 오차가 나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마을에 있던 다른 파티도 그걸 느끼고 있었는지 공터에서 웅성거리며 대화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기사들은 뭐라고 합디까?”

 “아직 안 열렸다고, 열리자마자 가장 먼저 알려주겠다고 몇 번이고...”

 “...그 개자식들이 설마?”

 박드굴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함을 느꼈다.

 제국에서 머리가 좀 돌아가는 사람들은 기사를 믿지 않았다.

 기사들은 자기들만의 탄탄한 내적 논리가 있어서 약속을 멋대로 어길 때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주변부터 확인해보세요. 사라진 파티 있는지, 없는지!”

 “알,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사한테 가서 계속 떠보고! 이상한 반응한다 싶으면 거세게 밀어붙여요. 기사 놈들도 찔리는 게 있으면 강하게 나오지 못할 테니!”

 사람을 풀어서 이곳저곳을 쑤시자 금세 단서가 나왔다.

 며칠 전에 온 마법사 일행이 한동안 안 보인다는 것과, 기사들 중 한둘이 좀 시선을 피했다는 것까지.

 답이 확실해지자 박드굴은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분노했다.

 “감히 이 기사 놈들이?!”

 “죄... 죄송합니다!”

 “쉬고 있는 놈들이나 다 부르도록 해요. 지금이라도 출발할 테니까!”

 박드굴은 언젠가 이 빚을 갚아주겠다고 다짐하며 이를 갈았다.

 목적이 더 중요해서 넘어가지만 이 기사들은 정말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기사님! 차원이 열렸다는 게 진짜입니까?”

 “이게 뭡니까! 왜 숨기고 계신 겁니까!”

 공터에 모여 있던 다른 모험가 파티들이 몰려와 먼저 따지고 있었다.

 소문을 뒤늦게 들은 이들은 매우 격분해 외쳤다.

 “대답해보십시오!”

 “오해인 것 같군.”

 “예!?”

 “차원은 오늘 한 시간 전에 열렸다.”

 “......”

 “...그게 무슨...! 말 들었습니다! 이틀 전에 숲에서 검은 게 스멀거리며 퍼졌다면서요! 그거 입구 열린 거 아닙니까!”

 “헛소문이다.”

 “원래 이런 이상현상이 일어날 때는 헛소문도 같이 퍼지는 법이지.”

 ‘진짜 더럽게 뻔뻔한 새끼들!’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들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기사들의 철벽에 모험가들은 감탄했다.

 괜히 아무나 기사를 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면 왜 한 시간 전에 열린 걸 지금 말해주시는 겁니까?”

 “열리자마자 바로 들어가게 공표했다면 서로 다투면서 얼마나 피해가 났겠나. 지금 상황을 보도록.”

 “이럴 때일수록 질서정연한 입장이 필요한 법이다.”

 “......”

 모험가들은 더 이상 따져봤자 자기들만 손해란 걸 깨달았다.

 ‘개새끼.’

 ‘저주받아라.’

 그들은 씩씩대며 얌전히 차원의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박드굴도 파티를 데리고 그 뒤를 쫓았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칼부림을 벌이고 싶었지만 소란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

 “반드시 버섯을 찾아내서 확보하겠습니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연히 그래야겠죠. 다른 파티들을 제대로 탐찰하세요. 버섯 위치를 찾아낸 놈들이 있으면...”

 조용하게 말해도 피비린내가 풍기는 듯한 상관의 말에, 부하는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찾았다! 찾았어!”

 “빨리 캐내!”

 “저도 도울까요?”

 “아냐. 넌 가만히 서있어도 돼.”

 “괜히 힘 빼지 마. 마력 소모될라.”

 가이난도와 라파드엘은 투덜거리며 땅에 있는 버섯을 뽑아 바구니에 담았다.

 ‘나도 가만히 서있는 거 잘하는데!’

 이한과 달리 다른 1학년 학생들은 봐주고 그런 거 없었다. 온 만큼 일을 해야 했다.

 “역시 남들보다 먼저 온 게 컸어. 1구역에 있는 건 다 쓸어버린 것 같은데.”

 “그렇지? 지금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은 것 같은데.”

 선배들은 머리를 맞대고 각자 그린 지도를 비교해보았다.

 꼬불꼬불 복잡한 동굴이었지만 마법사들이 이틀 동안 돌아다닌 덕분에 제법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있었다.

 “여기 확인 다 했고.”

 “이쪽도 다 끝났지. 벽에 붙어 있던 암영석들도 다 캐냈고.”

 “이제 슬슬 2구역 쪽으로 가야할지도 모르겠는데.”

 가이난도가 애절한 눈빛을 보내자 선배들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너희들은 내보내주고 들어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다른 때와 달리 시간 많이 벌어서 넉넉하니까 충분해.”

*         *         *

 “이틀이나 늦게 열어주셨습니까?”

 “후후.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시간도 많이 벌었겠다, 지도도 완성했겠다 밖에 나온 학생들은 기사에게 설명을 듣고 놀랐다.

 이틀이나 벌어줄 줄이야.

 “어쩐지 다른 사람들이 안 보인다 싶었는데...”

 듣고 있던 이한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잠깐. 그러면 늦게 들어간 사람들은 1구역에서 챙길 게 없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근데 뭐 어쩌겠어.”

 “억울하면 일찍 왔어야지.”

 “2구역에 들어가던가.”

 흑마법사들의 뻔뻔한 반응에, 이한은 왜 흑마법사들이 제국에서 욕을 먹는지 아주 조금 알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전혀 미안해 할 것 없어. 후배.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한 거니까. 쉬고 재료 정리 좀 한 다음에 들어가자.”

 “2구역에 들어가기 전에 좀 쉴 수 있다니 잘 됐네.”

 선배들은 기쁜 듯이 말했다.

 물론 경비를 아껴야 하는 만큼 쉰다고 해봤자 여관에서 나오는 거친 음식들 좀 먹고 누워 있는 게 전부였지만, 음침한 언데드 차원 안에서 신경 날카롭게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편안했다. 

 “저, 상인들한테 부탁해서 먹을 걸 더 받아오면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여관에서 나오는 것만 드시면 기운이 부족할 것 같은데... 상인들도 지금 산환버섯이 모자라서 곤란할 테니 조금만 바꿔줘도 환영할 겁니다.”

 “...후배, 그냥 학년 올려서 우리 학년으로 와주면 안 되냐??”

 듣기만 해도 귀가 번쩍 트이는 솔깃한 의견을 내놓는 후배의 모습에, 학생들은 울컥 감동했다.

*         *         *

 “안 그래도 죽이려고 했는데 잘 됐군. 죽여라!”

 “감, 감히?!”

 박드굴의 부하들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상대방은 깜짝 놀랐다.

 기껏해야 소문 듣고 구경하러 온 샌님인 줄 알고 시비를 걸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러운 기습이라니.

 “죽여버려!”

 “이 자식들이 우리가 가져갈 걸 먼저 챙겼다! 부수고 뺏어버려!”

 텅 빈 1구역에 뒤늦게 들어온 파티들은 졸지에 내분에 휩싸였다.

 처음에는 운이 나쁜 거겠지, 곧 쓸만한 게 나오겠지 하며 돌아다니던 파티들도 신경이 날카로워지더니 다른 파티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저 자식들이 먼저 챙겨서 나온 거 아니야?

 -먼저 움직이던 게 수상했는데 설마...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공기.

 이 상황을 가장 먼저 터뜨린 건 바로 박드굴이었다.

 안 그래도 재료를 모아야 하는데 이런 불필요한 경쟁자들을 굳이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죽이려고 했는데 시비까지 걸자 잘 됐다 싶은 박드굴의 부하들은 도검을 휘둘러 다른 모험가 파티에게 덤벼들었다.

 “막아!! 습격이다!!”

 “고개 숙여! 방패 들어! 화살 날아온다!”

 “저 자식들이 물약을 쓰지 못하게 해!”

 “스크롤! 스크롤은?!”

 고함이 이리저리 튀어나왔고 그걸 멀리서 들은 다른 파티들도 거기에 흔들려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접근하면 죽여 버린다! 다가오지 마!”

 “아까 싸우던 놈들, 너희들 아냐? 가까이 오지 마라! 의심 받기 싫으면!”

 서로 붙으면 가차 없이 무기를 휘두를 일촉즉발의 분위기.

 박드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전부 다 치워버려요.”

 “괜,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꼴을 보니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다 처리하는 게 낫겠군요. 좀 피곤하더라도 감수하고 처리해요. 2구역은 그 다음이죠.”

*         *         *

 재충전을 끝낸 학생들은 다시 진입했다.

 이번에는 인원이 절반가량 줄어있었다. 목표가 2구역이었기 때문이었다.

 “너도 들어가는 순간 달라지는 걸 느낄 거야.”

 “콜록. 2구역의 언데드들은 마력에 겁을 먹어도 덤벼들 거다. 그 정도로 흉포한 놈들이거든.”

 “물론 잘 피하면 만날 일 없으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고.”

 “그보다 후배. 짐 내가 들어줄까?”

 선배들은 이한이 짐이라도 들고 가다 지칠까봐 걱정했다.

 이한이 지치면 마력도 줄어들 거고 그럼 1구역의 언데드 퇴치기도 같이 약해질 텐데...

 “잠깐.”

 모르툼 교수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싸움이 일어났군.”

 “여기 안에서 말입니까?”

 “열린지 얼마나 됐다고?”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또 그렇게 잦은 일은 아니었다.

 학생들은 벌써부터 싸우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콜록. 원래는 끼어들지 않지만 이번 건 좀...”

 모르툼 교수가 원안 마법으로 본 싸움은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싸울 준비를 해야 합니까?”

 “아니다. 콜록. 실력이 꽤 제법인데 굳이 싸워봤자 좋을 게 없겠지.”

 “언데드들을 대신 몰아 보내면 안 됩니까? 상대도 사람인데 계속 언데드들이 몰려오면 지치지 않겠습니까.”

 이한의 질문에 모르툼 교수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하려다가 멈칫했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군. 위험하지도 않고 말이지.”

 “여기 언데드 퇴치기도 있으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야. 멍청아. 후배 듣고 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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