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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74화 (374/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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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에는 규칙이 없는 만큼, 다른 때에는 훨씬 약한 몬스터가 나올 법한 곳에서 강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2구역에서 맹독 포식자라니.

 단순히 저 놈의 등장으로 끝나는 게 아닌 2구역 전체가 살벌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목소리 낮추고 조용히 빠져나가자. 아직 이쪽을 눈치채진 못한 것 같아.”

 “아. 원래 저런 놈이 나오는 게 아니었나보군요.”

 “...당연하지!”

 디레트는 순간 목소리를 높일 뻔했다.

 저런 놈이 심심찮게 나오는 구역이었다면 후배를 어떻게 데리고 왔겠는가.

 그랬다면 학생들도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

 맹독 포식자는 우물대다가 고개를 돌리더니 뼈 무덤에 무언가를 퉤 뱉어냈다.

 그리고는 다른 물컹물컹한 덩어리를 잡아서 다시 입에 넣고 우물대기 시작했다.

 “...?”

 디레트는 당황스러워했다.

 지금 저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선배. 제가 알기로 포식자는 다른 존재를 먹고 삼켜서 자신의 덩치를 키우고 강화시키는 놈입니다. 그런 놈이 삼키지 않고 저렇게 뱉는 데에는 자기보다 강한 놈에게 바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 그런...”

 그 말에 놀라워하던 디레트는 문득 궁금함을 느꼈다.

 아니 이 후배는 그걸 어떻게 알았...?

 “넌 그걸 어떻게 아는 건데?”

 “교수님에게 배웠습니다.”

 “1학년 때 그런 걸 배워?”

 “아뇨. 추가 강의 때.”

 “......”

 디레트는 이 와중에 갑자기 슬퍼지는 걸 참기 위해 꾹 참아야했다.

 “으응.”

 “왜 고개를 돌리시는...?”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후배 네 말이 사실이라면...”

 맹독 포식자가 자기보다 더 강한 존재에게 바치려고 먹이를 되새김질하고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오싹한 일이었다.

 이 구역에 더 위험한 몬스터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니까.

 “빠르게 돌아가서 보고하자.”

 “예.”

 이한과 디레트는 조용히 자세를 낮추고 돌아섰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목에는 그새 새로운 언데드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나찰아귀 무리들이었다.

 디레트는 눈썹을 찡그렸다.

 “어쩔 수 없네.”

 “예. 싸울 준비를...”

 “뭐!? 아냐! 돌아가자는 거야!”

 “아, 그렇습니까.”

 이한은 머쓱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내렸다.

 하도 습관이 되어서 자동으로 싸울 준비부터 했던 것이다.

*         *         *

 “선배! 돌아오셨군요!”

 “너희들도 만났어?”

 모르툼 교수의 지팡이 표식에 돌아온 디레트는 후배들이 먼저 와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뭘 말입니까?”

 “포식자. 우리 쪽에는 맹독 포식자가 나왔는데. 나찰아귀도...”

 “맹독 포식자요?! 정말 큰일이었겠네요.”

 후배의 반응은 강한 몬스터의 등장에 겁을 먹은 사람이 보여줄 반응이 아니었다.

 어딘가 정신이 팔린 사람이 보여줄 반응이었다.

 이한은 놀라워하며 속삭였다.

 “맹독 포식자를 안 두려워하시는 거 보면 다들 전투에 자신 있으신...”

 “그럴 리가 있겠냐! 다들 무슨 일인데? 뭔데 다들 술에 취한 것처럼 들떠 있는 건데?”

 “선배. 교수님께서 유적을 발견하셨어요!”

 “!!!”

 디레트는 깜짝 놀랐다.

 유적이라니.

 멀쩡한 바깥에서 유적을 찾는 것도 힘들고 드문 일이었는데, 다른 차원에서 유적을 발견하는 건 정말로 희귀한 일이었다.

 평생 차원에서 유적 한 번 발견하지 못하는 마법사가 많을 정도였으니 그 희소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진... 진... 진짜?”

 “네!!!”

 “...선배. 아까는 오시면서 위험하다고 하셨잖...”

 이한은 당황했다.

 디레트의 눈빛이 갑자기 이상한 빛으로 번뜩이고 있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비교하자면 약간 볼라디 교수나 버두스 교수 같은 눈빛이었다.

 “그런데 원래 다른 차원은 위험해.”

 “......”

 이한은 속으로 한탄했다.

 멀쩡하던 디레트 선배마저 이상해지다니.

 ‘에인로가드의 터가 안 좋은가? 순수한 사람마저 타락시키나?’

 “선배. 아까 분명 도착하면 빨리 빠져나갈 준비 하자고...”

 디레트는 오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나찰아귀에 포식자까지 나온 이상 여기를 돌아다녀서 이득 될 게 없지. 1구역에서 챙길 만큼 챙겼으니까, 2구역은 내버려두고 나가도 괜찮아. 충분히 이득이야.

 -하지만 다른 선배들은 원하던 걸 못 찾았는데 불만스러워하지 않을까요?

 -내가 때려서라도 말 듣게 할 테니까 걱정할 것 없어. 후배.

 그런데 이렇게 돌변하다니.

 “그건 유적 없을 때고. 유적은 위험을 감수할 만하지.”

 디레트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도 홀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후배. 생각해봐. 유적 안에 어떤 유물이 있을지.”

 “확실히 흑마법 유물이라면 흥미가 가긴 하지만...”

 “아. 흑마법 유물은 안 돼.”

 학생들은 단호하게 반응했다.

 “흑마법 유물은 비싸지도 않고 팔기도 힘들어서 교수님이 연구용으로 쓰실 거야. 다른 마법 유물이어야 해. 그래야 팔기 좋지.”

 “......”

 “곧 교수님이 돌아오셔서 어떤 유적인지 말해주실...”

 마침 멀리서 모르툼 교수가 해골 조랑말을 타고 달려왔다. 교수는 잠깐 갔다 왔는데도 연신 기침을 쿨럭였다.

 “어떻습니까 교수님!?”

 “어때요?!”

 “콜록. 다들... 기뻐해도 좋다. 제대로 된 유적이다.”

 “세, 세상에...!”

 “살다보니 이런 행운이!”

 “2학기 복학할 필요 있나? 교장 얼굴에 자퇴서 던져도 되나!?”

 “같이 던지자!”

 행복해하는 제자들의 모습에 모르툼 교수는 씩 웃었다.

 유적에 대해 크게 기대감이 없는 이한도 선배들이 저러니 살짝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선배들 사이에 같이 껴서 해골 교장 얼굴에 자퇴서를 던진다니.

 생각만 해도 행복한...

 “후배. 방금 나온 말들 중에 뭐가 좋았던 거야?”

 디레트는 이한의 달라진 반응에 의아해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걱정스러워했는데 왜 갑자기?

 “자퇴서 던지신다는 게 좀 멋지셔서 감탄했습니다. 교수님도 참 너그러우시네요.”

 “아.”

 디레트는 무슨 소린지 이해했다.

 “쟤네들은 아끼는 제자가 아니라서 자퇴하든 말든 크게 신경 안 쓰시는 거고, 아끼는 제자들은 자퇴 못 하게 하셔.”

 “...그, 그렇군요.”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문득 궁금해졌다.

 ‘...나도 설마 아끼는 제자에 들어가나? 아직 아니겠지?’

*         *         *

 같은 유적이라 하더라도 그 급에 차이가 있기 마련.

 마법사들이 좋아하는 유적은 ‘멀쩡한’ 유적이었다.

 어떤 형태의 유적이든 간에 외부의 침입이나 약탈, 풍화가 없는 유적들에는 건질 게 많은 법.

 그에 비해 반쯤 부서지고 페허가 된 유적은 대부분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런 유적들은 마법사들의 입에서 한숨을 절로 나오게 만드는 유적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모르툼 교수가 발견한 차원의 유적은 놀라웠다.

 놀랍게도 궁전 형태의 유적이 통째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복잡한 양식으로 세워진 궁전은 차원 속에 고요하게 서있었다.

 “콜록. 지금부터는 어떤 마법이든 써도 좋다. 위험하다 싶으면 무조건 쓰도록.”

 모르툼 교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이 차원의 존재들을 자극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지만, 이 주변의 위험을 생각해봤을 때 그 정도는 각오해둬야 했다.

 “마력이여, 그 힘을 잃어라. 벽이여. 넓어져라... 들어가자.”

 모르툼 교수는 학생들이 쓰는 마법의 잔향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대마법을 치고 앞장섰다.

 그러자 학생들도 각자 탐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와라, 멍멍이!

 “울카스, 나를 보호해라.

 “독의 안개여, 감싸라.”

 “저주여, 적의를 감지해라...

 언데드를 소환하는 사람들부터 저주 마법이나 독 마법을 준비하는 사람들까지.

 디레트는 아예 소형 쇠뇌까지 꺼내들었다.

 “독 원소 마법 때문에 은근히 궁합이 좋... 잠깐 후배.”

 “예?”

 독 마법 준비하느라 잠시 이한을 못 봤던 디레트는 경악했다.

 녹주옥 용액으로 몸뚱이를 갖춘 표범 몬스터부터 시작해서 열 구가 넘는 스켈레톤 전사들까지.

 언제 저렇게까지 늘린 건지 믿기지가 않았다.

 “이걸로 괜찮겠어?”

 “아. 물론 아닙니다.”

 “그래. 너무 많다 싶으면 숫자를 줄이는 것도...”

 “언데드들의 무기에 강화 마법을 걸어줘야 합니다. 움직임이 느려서 강화 마법이 필수적이거든요.”

 “...그 말이 아니었어. 후배.”

 언데드를 부리는 흑마법사들의 전투 스타일은 다양했지만, 기본적으로 언데드를 앞으로 보내서 적을 끌어들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는 사이 후위의 흑마법사는 여러 방식으로 적에게 타격을 주거나 혼란을 주거나 하는 것이다.

 쿵-!

 -■■■, ■■■, ■■■...

 “나왔다. 파수꾼이군.”

 “다들 조심하도록.”

 궁전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양쪽 벽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크기 만한 골렘들의 습격.

 놀랄 법한데도 학생들은 소환한 언데드를 방패삼아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마법을 준비했다.

 3학년 학생은 이한을 보며 말했다.

 “봐봐. 적이 나와도 절대 당황하지 않고 뒤에서 침착하게...”

 많은 마법사들이 전투 상황에 빠지면 그 긴장감에 마법을 실패하곤 했지만 흑마법사는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소환한 언데드가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 마법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었다.

 애초에 전투 마법사 훈련을 혹독하게 받아서 이런 상황에서도 빠르게 마법 시전이 가능한 사람!

 퍽!

 이한은 물 구슬을 사납게 돌려가면서 골렘을 넘어뜨리고 몸통을 두들겨팼다. 연신 타격을 받은 골렘이 무너지더니 핵을 드러냈다.

 “조언 감사합니다. 선배.”

 “...그, 그래. 내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지?”

 디레트는 속으로 3학년 후배를 참 양심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         *         *

 -■■■.

 -■■■■■!

 소환된 스켈레톤 대전사 하나가 골렘과 힘으로 맞붙더니 그대로 찍어 눌렀다.

 모르툼 교수가 지팡이를 살짝 흔들자 놈의 몸에 암흑 원소가 깃들고 그 힘이 더욱 증폭되었다.

 교수의 도움에 감사하며 제자들은 바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옆에 있던 골렘의 몸에 부식(腐蝕) 저주가 걸리더니 그대로 균형이 무너져 내렸다.

 “뼈여, 쏘아져라. 뼈여, 폭발해라!

 다른 흑마법사 학생 한 명은 골렘의 단단한 몸뚱이에 기어코 뼈를 박아넣더니 그대로 폭발시켰다.

 시끄러운 소리에 모르툼 교수가 훈계를 했다.

 “콜록. 공격도 좋지만 시끄러운 마법은 자제하도록.”

 “죄송합니다.”

 뼈 원소 마법과 독 원소 마법, 그리고 저주 마법이 서로 연계되고 터져 나오자 매우 위력적이었다.

 게다가 마법사들이 미리 불러놓은 언데드 소환수들은 한 치의 빈틈도 없게 만들었다.

 퍽퍽퍽퍽-

 “......”

 “......”

 그리고 이한은 혼자 우측을 맡아서 덤비는 골렘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남들이 도와줄 필요도 없었다.

 이한의 스켈레톤들은 뼈 화살을 쏘아대서 다가오는 골렘에게 동상과 중독을 입혔다.

 동작은 느려도 상관없었다. 열 구가 넘는 스켈레톤 전사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위력이 있었다.

 “뼈여. 쏘아져라!

 이한은 다른 마법사들처럼 뼈 원소 마법을 사용했다.

 ‘확실히 마법의 위력이...’

 언데드 차원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같은 뼈 원소 마법인데도 위력이 훨씬 살벌했다.

 “빨, 빨리 쓰러뜨려. 후배 다 잡아가잖아.”

 “알고 있어. 재촉하지 마!”

 이한은 그냥 하는 것이었지만 선배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압박감에 소곤거리면서 필사적으로 잡던 선배들은 간신히 이한보다 먼저 끝낼 수 있었다.

 이한이 끝내고 시선을 돌리자 선배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시치미를 뗐다.

 “다 잡았고?”

 “예.”

 “우리는 다 잡은지 좀 됐는데... 뭐, 그래도 대단한 거야.”

 “그렇습니까? 대단하십니다!”

 이한이 순수하게 감탄해주자 선배들은 살짝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선배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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