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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79화 (379/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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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거 아닌 쓰레기군.’

 후속 공격이 날아오지 않자 구울의 왕은 가면을 쓴 마법사에게 관심을 껐다.

 오골도스나 이한은 지금 구울의 왕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이 자리에는 먼저 처리해야 할 놈들이 훨씬 많았다.

 어디 얼마나 가치가 있나 보자.

 달려들던 광전사의 공격을 피하고, 구울의 왕은 몸을 검은 안개처럼 부풀렸다.

 그리고 그 안개는 광전사를 휘감았다.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끔찍한 식사가 펼쳐졌다.

 ‘생각보다 제법 많이 회복했군.’

 광전사가 잡혀먹는 동안 언데드 마법사는 침착하게 생각했다.

 구울의 왕에게 칼을 뽑은 것을 후회하진 않았다.

 상대가 약해졌을 때 밟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이 언데드 계의 법칙이었으니까.

 그러나 구울의 왕은 그 짧은 시간에 잘도 회복한 상태였다.

 궁전 주변의 하수인들을 잡아먹고 깔린 마력을 흡수해 꽤 많은 힘들을 회복했으리라.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과 별개로 언데드 마법사의 주문은 유려하게 이어졌다. 독 안개가 연속으로 터져나가며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독을 흩뿌린다고 달라질 줄 아느냐?

 구울의 왕은 코웃음을 치며 광전사 하나를 더 붙잡아 삼켜버렸다.

 구울로 시작해 수많은 전투와 승리로 지금의 존재까지 이른 구울의 왕은 그 업적에 걸맞는 여러 권능을 갖고 있었다.

 스스로의 육신을 풀어서 움직일 수 있는 안개화의 권능, 상대의 존재를 그대로 빨아들일 수 있는 흡수의 권능, 계약한 언데드들을 소환할 수 있는 소환의 권능...

 회복되지 않은 탓에 상당수의 권능들을 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힘만으로도 구울의 왕은 살벌한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콰직!

 또 한 마리의 광전사가 녹아내렸다. 빙빙 회피하며 거리를 벌리던 구울의 왕이 빈틈을 노리고 달려들어 송곳니를 박아넣은 것이다.

 그 대단했던 광전사도 구울의 왕과 직접적으로 대면하자 마치 허수아비처럼 농락당했다.

 그러나 언데드 마법사는 여전히 침착했다.

 상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어도 상관없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마법사는 처음부터 구울의 왕이 그들보다 더 강력한 전투력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었다.

 마법사가 무서운 이유는 전투력의 강약과 상관없이 상황의 빈틈을 찌르는 비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

 언데드 마법사는 구울의 왕 밑에서 복종할 때부터 구울의 왕을 찌를 수 있는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거 괜찮은 거 맞습니까?”

 이한은 홀 안을 돌아다니며 광전사들을 잡아뜯는 구울의 왕을 보고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곤란하게도 저번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진 상태였던 것이다.

 ‘후퇴하는 게 낫지 않나?’

 -걱정 마라. 난 왕의 밑에서 신하로 복종할 때부터 왕을 찌를 방법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충성한다고 말이나 하지 말던가...’

 아까 물어봤을 때는 충성한다고 해놓고 처음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하니 어이가 없었다.

 언데드 차원의 상식은 이한에게 너무 난해했다.

 “그 방법이 뭡니까?”

 -보면 알게 될 거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다오.

 말과 함께 언데드 마법사는 광전사 하나를 붙잡아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마법에 필요한 마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저, 혹시 마력 필요하시면 흡수 좀 하시겠습니까?”

 -광전사 놈들을 흡수하는 게 낫지 않나? 저 놈들이...

 별생각 없이 뼈다귀 손을 내밀어 이한을 붙잡은 언데드 마법사는 깜짝 놀랐다.

 방금까지 마법을 쓰느라 바닥이 난 마력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어떻습니까?”

 -훌륭하다! 내가 신호하면 다시 달려와서 마력을 채워라! 이거라면 훨씬 더 빠르게 완성할 수 있을 거다!

 ‘괜히 말해줬나?’

*         *         *

 구울의 왕은 광전사들을 절반 넘게 쓰러뜨리고 기분 좋게 함성을 내질렀다.

 그러자 구석에 서있는 언데드 마법사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흠!

 원래 구울의 왕 성격이었다면 광전사들을 먼저 다 쓸어버리고 마법사를 처리했을 것이다.

 지하감옥의 죄수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놈들이 이 광전사들이었으니까.

 그리고 언데드 마법사는 구울의 왕에게 별다른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강력한 독 원소 마법사였지만 구울의 왕과는 상성이 좋지 않았고, 타고난 원소 저항력과 강력한 이동 권능들만으로도 구울의 왕은 언데드 마법사를 무효화시킬 수 있었다.

 오히려 구울의 왕 입장에서는 옆에서 낮은 수준의 원소 마법으로 깔짝대는 놈이 더 성가셨다.

 마법의 수준은 낮아도 그 움직임이 예측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데다가 화력도 이상할 정도로 강력했으니.

 원래라면 저런 능력도 부족한 주제에 건방지게 기어오른 놈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놔 공포를 주며 처리했을 테지만...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구울의 왕 본인은 몰랐지만, 최근에 겪은 패배가 거만한 성격을 바꾼 것이다.

 생각이 바뀌었다.

 -!

 언데드 마법사는 깜짝 놀랐다.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았는데 구울의 왕이 마법사를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막아라!

 남아 있는 광전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앞을 가로막았다. 구울의 왕은 가볍게 몸을 검은 안개로 바꿔가며 광전사들을 통과하려고 했다.

 “냉기여, 안개처럼!

 허공에 새파란 얼음 안개가 확 퍼져나갔다.

 구울의 왕 정도 되면 마법이 만들어지는 구조만 봐도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었다.

 방금 시전된 건 <하급 냉기 안개>.

 하품이 나오는 수준의 낮은 서클 마법이었다. 구울의 왕은 무시하고 돌파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오싹한 냉기가 안개에서 흘러나왔다.

 !

 구울의 왕은 급히 몸을 틀어서 안개를 피했다. 그 사이 언데드 마법사가 다시 독구름을 날리며 거리를 벌렸다.

 -가짜 왕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군!

 “계획이 틀어진 겁니까!?”

 이한도 같이 거리를 벌리면서 외쳤다. 언데드 마법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원래 성격이라면 자존심 때문에 날 먼저 공격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것 자체가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왜 저런... 겪은 패배 때문에 성격이 달라진 건가?

 “......”

 이한은 과거의 자신을 욕했다.

 아무리 은화가 좋아도 그렇지 동굴에 덥썩덥썩 들어가니까 이런 꼴이 되는 것 아닌가!

 언제까지 도망칠 생각이지? 응? 왕좌를 차지하겠다고 덤벼들었으면 뭐라도 휘둘러봐야 하지 않겠느냐! 계속 그렇게 도망치다가는...

 구울의 왕은 몸을 부풀려 독구름을 날려버리고 다시 언데드 마법사를 쫓으려다가 멈칫했다.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것이다.

 ...잠깐.

 구울의 왕은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르는 사이 기묘한 문양의 마법진이 홀의 바닥을 빼곡하게 채워나가고 있었다.

 이 자식이...

 안개 속에서 번쩍이는 왕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가소롭게 굴던 언데드 마법사가 사실은 대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일이 꼬였군. 저렇게 눈치가 좋지 않았는데. 미리 사과하지.

 “...아닙니다.”

 원래라면 언데드 마법사한테 ‘너 때문에 나까지 같이 죽게 생겼잖아!’라고 화내야 했지만, 이한은 그러지 않았다.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으니까!

 이러고도 무사히 죽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아주 갈아버려주마.

 -언데드여,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라!

 완성되지 못했지만 언데드 마법사는 어쩔 수 없이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놀랍게도 마법진에서는 신성한 힘이 솟구쳤다. 교단에서 사용하는 신성 마법 계열이었다.

 -신성한 심판이 너를 얽매고 추방하리라!

 이한도 놀랐고 구울의 왕도 놀랐다.

 물론 왕보다 약한 존재가 왕을 찌르려면 비상한 방법이 필요하긴 했지만, 설마 같은 언데드인 마법사가 신성 마법을 들고 올 줄이야.

 방금까지만 해도 언데드들끼리 어두운 충돌이 일어났던 장소에 신성한 광휘가 맴돌기 시작했다.

 ‘언데드가 어떻게!?’

 이한은 놀랐다.

 아무리 마법진의 힘을 빌렸다지만 언데드가 신성 마법을 구현해 내다니.

 보통 집념이 아니었다.

 빛의 홍수와 함께 구울의 왕이 타는 듯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다른 광전사들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나뒹굴었다.

 언데드 마법사도 피해를 입었는지 무릎을 꿇고 비틀거렸다. 미리 건 마법 방어막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박살났을 것이다.

 감... 히!

 -!

 언데드 마법사가 경악의 시선을 던졌다. 구울의 왕이 그대로 달려 나와 언데드 마법사를 벽에 처박았다.

 -움직일 수 없을 텐ㄷ...

 네놈의 얄팍한 수작 따위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구울의 왕은 자신의 형체에 깃든 갑옷을 드러나게 하며 말했다.

 영웅들의 살점을 꿰매 만든 이 갑옷 덕분에 신성 마법의 홍수 속에서도 버티고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이다.

 -가짜 왕. 많이 현명해지셨습니다. 이 정도는 아니셨는데...

 닥쳐라. 이 잔머리 굴리는 쥐새끼야.

 구울의 왕은 빠르게 언데드 마법사를 처리하고 홀에 깔린 마법을 풀 생각으로 힘을 모았다.

 그 순간 이한이 새벽별을 휘둘렀다. 검은 칼날이 구울의 왕을 가르자 왕은 마력이 흡수되는 느낌에 사납게 울부짖었다.

 무...!

 감히 타격을 입혔다는 분노보다는 혼란이 더 먼저 찾아왔다. 구울의 왕은 상대의 정체를 알 수 없어 곤혹스러워했다.

 설마...

 설마??

 “마법 완성 언제 됩니까!”

 -무리... 다...

 언데드 마법사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힘이 없었다.

 구울의 왕이 날린 일격만으로 중상을 입은 것이다.

 -대신... 완성...

 “그게 말이 됩니까!?”

 -계약... 소환...

 언데드 마법사는 손가락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원래 새파랗게 어린 다른 차원의 마법사와 소환 계약을 맺는 건 절대 하지 않을 일이었지만, 지금 같은 긴급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해했습니다!”

 -내 진명은... 버두스다. 지금 소환해라...

 이한은 이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순간 집중력을 잃을 뻔했다.

 뭔 이름이!

 파아아앗-

 주문이 외워지고 계약이 맺어지자 언데드 마법사에게 강력한 마력이 불어넣어졌다.

 그 마력으로 한숨 돌린 언데드 마법사는 마지막으로 마력을 짜내서 마법진을 완성시켰다.

 네놈!

 정신을 차린 구울의 왕은 이제까지 터뜨렸던 분노 중 가장 지독한 분노를 터뜨리며 달려들었다.

 드디어 이한의 정체를 깨달은 것이다.

 어찌나 주제가 넘는지 건방지다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운 좋게 퇴치한 주제에 자신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차라리 잘 됐다. 여기서...

 언데드 마법사가 앞을 가로막자 구울의 왕은 존재를 소모해가며 일격에 쓰러뜨렸다.

 역소환되면서 언데드 마법사는 구울의 왕을 마지막 발악으로 중독시켰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 분노한 건 처음 보는군!’

 언데드 마법사가 준비한 신성 마법이 왕의 심기를 제대로 긁은 게 분명했다.

 그 사실에 만족스러워하며, 언데드 마법사는 쓰러졌다.

*         *         *

 죽...

 구울의 왕은 존재의 소모나 중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한부터 죽이려고 했다.

 그만큼 원한이 골수에 사무쳤던 것이다.

 콰아아아아아-

 그러나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신성 마법의 힘이 구울의 왕을 덮쳤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압박감에 구울의 왕이 무릎을 꿇었다.

 오골도스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해... 해치웠나?”

 “선배. 그딴 소리는 제발 좀...”

 해치우긴 무슨.

 구울의 왕이 무릎을 꿇은 채 이한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이긴 줄 아느냐? 이 마법진이 무슨 전능의 검이라도 되는 줄 아느냔 말이다. 이 마법진은 기껏해야 날 묶어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 안에 있으면 나는 약해지겠지. 하지만 그뿐이다. 네놈이 언제까지 이 마법진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벌써 숨이 가빠질 텐데.

 “...아.”

 이한은 구울의 왕이 하는 말을 긴장해서 듣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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