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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80화 (380/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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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락 된 것 같습니다.”

 되긴 뭐가...!

 “되긴 뭐가 되냐!”

 오골도스는 후배의 말에 당황해서 소리질렀다.

 원래라면 불리한 적이 지껄이는 말을 귀담아듣지는 않았지만, 지금 구울의 왕이 한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저 정도 되는 마법진은 오래 갈 수가 없었다.

 보아하니 다른 보조 장치 하나 없이 마법사의 마력만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 같은데...

 “마법진이 끝나기 전에 빠져나가야 해! 내가 맡을 테니까 빠져나가!”

 “......”

 이한은 순간 선배의 말에 당황했다.

 아무리 봐도 오골도스가 이 마법진을 맡는 순간 몇 초 만에 피골이 상접해져서 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것이다.

 “그...”

 “빨리!”

 “그게...”

 “나오라니까! 쓰러진다고!”

 오골도스가 이한을 끌어내고 자신이 대신 들어가려고 하자 이한도 다급해졌다.

 생각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에서 바로 튀어나왔다.

 “...이거 선배 같은 사람이 맡으면 바로 쓰러진단 말입니다!”

 “......”

 어색한 침묵.

 오골도스는 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이한은 매우 미안해졌다.

 “그게...”

 “...네 말이 맞다. 넌 나보다 나은 마법사다.”

 “아. 왜 그러십니까. 선배. 선배가 쌓은 연륜이 있으신데.”

 ‘1년 차이야 이자식아...’

 오골도스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마법학교의 1년은 다른 곳의 1년과 비교도 되지 않는 밀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저렇게 표현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이한이 할 말은 더더욱 아니었고.

 “됐다. 내가 미안하다. 도와주지도 못했는데 자꾸 방해만 하고...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거냐?”

 “예. 소모량보다 회복량이 빠릅니다.”

 “......”

 ...지랄하지 마라!

 “왕치고는 너무 품위가 없는 거 아닌가?”

 이한은 신성 마법에 갇힌 구울의 왕을 보고 경멸의 시선을 던졌다.

 같은 왕이라고 해도 서리거인의 왕은 품위가 있었는데, 구울의 왕은 무슨 시정잡배 같았다.

 “소환수들이 말하는 왕은... 강자에게 붙는 칭호 같은 거다.”

 오골도스의 말에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과연. 자칭 같은 겁니까.”

 가이난도도 스스로를 ‘푸른 용 탑의 마법사 카드 왕’이라고 칭할 때가 있었다.

 감히!

 이한은 무시하고 말했다.

 “선배. 부탁할 게 있습니다.”

 “그래! 말해라!”

 오골도스는 반색하며 외쳤다.

 그리고 자기가 너무 신나게 외쳤다는 걸 깨닫고 머쓱해졌다.

 “아, 아니. 말해라.”

 “저 물 좀 주십시오. 아까부터 목이 말라서...”

 “...그래!”

 생각해보니 이 후배는 저 지하감옥에서부터 사투를 벌이고 올라온 상황이었다.

 당장 피곤해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골도스는 지팡이를 들고 물을 불러내려고 했다.

 “물이여...

 그러나 공중에 손가락 몇 마디 크기로 생긴 물의 덩어리는 시큼한 악취를 뿜어냈다.

 그걸 본 오골도스는 뒤늦게 떠올렸다.

 ‘아차...! 언데드 차원이었지!’

 차원 자체에 암흑 원소와 음의 마력이 가득해, 다른 원소 마법을 쓸 때에도 영향을 줬다. 

 지금처럼 마실 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최악이었다.

 “선배?”

 “기... 기다려봐라.”

 오골도스는 흑마법 기말고사를 볼 때보다 더 필사적으로 집중했다.

 지금 이 물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내가 정화 가능한 독 종류가... 세균독은 처리 힘들지도 모르는데. 암흑 원소는 마법으로 치울 수 있을까? 아. 맞아. 정화의 손수건이 있었지.’

 “선배?”

 “잠깐만! 잠깐만!”

 “아니. 제가 그냥 불러왔습니다.”

 “?!”

 오골도스는 고개를 돌렸다.

 이한이 커다란 물 덩어리를 불러와서 마시고 있었다.

 “마시면 안 된다!!!”

 “예?”

 “물에 독이!!”

 오골도스는 태어나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렸다. 어찌나 빨리 달렸는지 가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질 정도였다.

 철푸덕!

 “...있단 말이다!”

 “독 없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안 보여도 있을...”

 “성분 분리 마법까지 써서 확인했습니다. 언데드 차원이잖습니까.”

 바닥에 엎드려 있던 오골도스는 허공에 뜬 물 덩어리를 툭 건드려봤다.

 순수한 물 원소로 구성된, 언데드 차원의 사기(邪氣)는 조금도 없는 물이었다.

 “좀 드시겠습니까?”

 “...난... 난 됐다.”

 “에이. 선배. 왜 그러십니까.”

 오골도스가 노골적으로 풀이 죽은 게 보이자 이한은 달래려고 애썼다.

 “너 마실 물도 없을 텐데...”

 “아니. 물 많습니다.”

 얼마든지 마력으로 물을 불러낼 수 있는 만큼 정말로 부족하지 않았다.

 “...정말 도움 안 되서 미안하다.”

 “아. 왜 그러십니까. 선배의 도움이 얼마나 컸는데요. 아까도 도와주셨잖습니까?”

 “...?”

 오골도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그, 언데드 숫자 줄이라고.”

 “......”

 오골도스는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이 와중에 후배가 자기 기분을 신경쓰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자괴감이었다.

 ‘이래선 안 된다.’

 오골도스는 마지막 한 줄기 남은 존엄이라도 지키기 위해 각오를 다졌다.

 할 수 있는 거라도 해보자!

 “일단 이 주변 길부터 찾아보겠다.”

 “조심하십시오. 선배.”

 격전이 끝난 궁전의 왕좌 주변은 셋밖에 남지 않았다.

 언데드 마법사부터 광전사들까지 전부 쓸려나간 상태였고, 구울의 왕만 신성 마법 안에 갇혀서 연신 이를 갈고 있었다.

 직접적인 위험은 없겠지만 이 궁전의 길은 미로와 같아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고 쉬고 있어라.”

 ‘정말 걱정되는군.’

 마법진을 유지하느라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이한은 매우 걱정이 됐다.

 “잠깐. 선배. 잠깐만요.”

 “왜?”

 “잠시만...”

 이한은 품속에서 색깔이 있는 돌멩이들을 꺼냈다.

 1학기 예지 마법 시간에 배운 돌 점(占)용 돌멩이였다.

 ‘조심하자.’

 어지간한 마법에는 자신감 있게 덤벼드는 이한이었지만 예지 마법은 조금 달랐다.

 교수가 이야기 할 때마다 온갖 겁을 줬는데 긴장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예지 마법으로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건... 위험하겠군. 더 쉽고 간단한 거라면...’

 고민하던 이한은 결심했다.

 “돌이여, 선배를 내보내도 되겠습니까?

 순간 부정의 이미지가 스치고 지나갔다.

 이한은 오골도스를 보며 말했다.

 “안 되겠는데요?”

 “그... 그러냐?”

 원래라면 화를 내며 고집을 피웠겠지만 오골도스는 이제 그럴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그보다는 다른 게 궁금했다.

 “예지 마법을... 벌써 써도 되는 거냐? 위험하지 않냐?”

 “조심해서 쓰면 괜찮을 겁니다. ...아마.”

 ‘미친 놈.’

 오골도스는 이한의 대답에 질려버렸다.

 진짜 마법의 천재는 저 정도는 되어야 하나 싶었다.

 자기 목숨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마법에 던져 넣는 광기!

 “선배?”

 “어, 어? 왜?!”

 “저 식사 준비할 건데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십니까?”

 “......”

*         *         *

 마법진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는 생각보다 넓었다. 이한은 홀 안을 돌아다니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러는 사이 오골도스는 이한이 갖고 다니던 배낭 안을 훑어보았다.

 놀랍게도 각종 비상식량들과 양념들, 심지어 찻잎과 커피가루, 설탕 같은 것까지 차곡차곡 포장되어서 들어있었다.

 “이, 이걸 들고 다닌 거냐?”

 “예? 어.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다 그렇지 않습니까?”

 “너 정도는... 아니지...”

 “그렇습니까? 신기하네요.”

 “......”

 오골도스는 얌전히 입을 다물고 식량들 중 가장 빨리 상할 것 같은 것들부터 찾아 꺼내서 따로 빼냈다. 그리고 멀쩡한 식량들은 이한의 몫으로 옮겼다.

 “커피 드십니까? 차?”

 “난 물로 충분하다.”

 “선배 혹시...”

 “뭐, 뭐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오골도스는 머뭇거렸다. 이한은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하나 더 끓인 다음 내밀었다.

 “안 마시면 저기 구울의 왕 줄 겁니다.”

 “...고맙다.”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러십니까.”

 커피를 홀짝이던 오골도스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미안하다. 너 같은 후배가 들어왔는데 흑마법에 진심이 아니라고 의심해서.”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한이 흑마법에 관심을 가졌던 건 경쟁 적은 안정적인 직장의 가능성 때문이었으니까.

 “누구나 그런 의심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사과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이한은 가식적으로 대답했다.

 그 대답에 오골도스는 다시 한 번 크게 감명받았다.

 저 정도 되는 그릇을 가진 후배가 또 어디 있겠는가.

 “...나중에 도움 필요하면 말해라. 내가 뭔 도움이 되겠냐만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주마.”

 “앗. 혹시 그럼 개학하고 에인로가드 들어갈 때 물자 좀 대신 갖고 들어와 주시겠습니까?”

 이한의 농담에 오골도스는 피식 웃었다.

 유머 센스는 이상한 후배였지만 이번 건 확실히 웃긴 농담이었다.

 ‘농담 아니었는데.’

 이한은 속으로 살짝 욕했다.

*         *         *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나서 오골도스는 홀 안을 더 수색하기 시작했다.

 갇혀 있긴 했지만 그들이 갇혀 있는 장소는 궁전의 중심이자 왕좌가 있는 곳.

 보물이 있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장소였다.

 물론 그걸 대놓고 주인 앞에서 하니 주인은 대노했다.

 네놈의...

 “아. 시끄럽다.”

 이한은 안 통하는 걸 알면서도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신성 마법이 가동되고 있는 마법진은 돌멩이를 그대로 태워버렸다. 그걸 본 이한은 문득 생각이 나서 냄비를 들었다.

 지금 뭔...

 “오오.”

 치이이익!

 냄비 안에 남은 쓰레기들을 구울의 왕한테 부어버린 이한은 감탄했다.

 놀랍게도 남은 쓰레기까지 깔끔하게 태워버린 것이다!

 “버두스... 고맙습니다.”

 불운하게 이름이 같아서 어감이 별로였지만, 언데드 마법사 버두스는 교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인이었다.

 자신을 희생해서 이런 마법진을 완성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한은 버두스가 빨리 회복해서 소환에 응해주길 바랐다.

 개■■■■■■■■■■-

 구울의 왕이 구울들만의 창의적인 욕을 늘어놓는 걸 무시하고 이한은 오골도스를 불렀다.

 “선배. 괜찮은 거 있습니까?”

 “잠시만...”

 달칵!

 갖고 다니던 흑마법 책까지 꺼내서 열심히 조사하던 오골도스는 무언가 벽을 열고 함성을 질렀다.

 “찾았다!!! 찾았다고, 후배!!!”

 “보물 말입니까!?”

 구울의 왕한테 쓰레기를 던지면서 놀고 있던 이한도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그래! 보물이야!!”

 “무... 무슨 보석이 달려있습니까?”

 이한은 설렘을 꾹 참고 물었다.

 그러자 오골도스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대답했다.

 “뼈인데?”

 “...예?”

 “뼈라고! 이건 꼭 네가 가졌으면 좋겠다. 너는 필요할 일이 많을 거야!”

 오골도스는 자색과 흑색이 섞인 뼈를 한아름 챙긴 채 신나서 돌아왔다.

 정확히 어떤 존재의 뼈인지는 모르겠지만, 색과 마력 패턴만 봐도 상당히 강한 존재였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뼈 원소 마법을 즐겨 사용하는 흑마법사에게 시약으로 사용하는 뼈는 매우 중요했다.

 시약으로 쓰는 뼛조각의 품질은 단순히 마법을 강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사용 가능한 마법의 한계 자체를 늘려줬으니까.

 “......”

 물론 그딴 지식은 이한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한은 시무룩해져서 다시 구울의 왕에게 쓰레기를 던졌다.

 ‘하긴. 이 사람도 흑마법사였지.’

 보석이 아니라 뼈를 보물로 생각하는 게 흑마법사들 아니겠는가.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그래. 정말 잘 됐다. 에인로가드로 돌아가면 자세히 확인해봐라.”

 씁쓸하게 웃으며 뼈를 챙기던 이한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서 외쳤다.

 “선배!!!”

 “어, 어?!”

 “저희 여기 계속 있으면 개학 때 늦는 거 아닙니까?!”

 “그... 그렇긴 한데, 지금 그게 중요하냐?”

 이한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묻자 오골도스는 당황했다.

 구울의 왕이 날뛸 때도 저런 표정은 안 짓던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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