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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82화 (38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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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컥!

 구울의 왕이 가르쳐준 대로 기둥 뒤의 벽을 건드리자 기관장치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안에 숨겨져 있던 공간이 드러났다.

 그걸 보자 이한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설마 또 뼈는 아니겠지?’

 생각해보니 언데드들의 보물은 개념이 조금 다를 수 있었다.

 그래도 왕인데 보석 몇 개 정도는 좀...

 “후배!!!!”

 먼저 들어간 오골도스는 기쁨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한은 설레하며 물었다.

 “뭐가 있습니까?”

 “뼈다! 뼈야!!! 뼈라고!!!!”

 “......”

 이한은 오랜만에 정색했다.

*         *         *

 “넌 보물이 뭔지 모르냐?”

 너야말로 저 뼈가 어떤 물건인지 모른단 말이냐? 어디서 감히 뻔뻔하게...

 구울의 왕은 이한의 태도에 분노했다.

 기껏 숨겨놨던 보물을 알려줬더니 저런 뻔뻔한 태도라니.

 “저 뼈는 흑마법사한테나 보물이지 나한테는 보물이 아니다.”

 헛소리! 너는 분명 흑마법사...

 이한은 번개 원소를 불러내서 압축시키다가 다시 한 번 실패해서 구울의 왕에게 던졌다.

 그것도 모자라서 새벽별도 뽑아들었다.

 “이걸 봐라. 이래도 내가 흑마법사로 보이냐? 저번에 싸웠을 때를 떠올려보란 말이다.”

 ......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이한은 얼마든지 우길 수 있었다.

 그리고 구울의 왕 입장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저번에 이한이 싸웠던 걸 떠올려보면 전형적인 흑마법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서로 신뢰하길 원한다면! 제대로 된 걸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

 이한은 흔들리는 구울의 왕을 호되게 질책했다. 마치 과제를 제대로 못해온 학생을 질책하는 교수 같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오골도스는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뭐하는 거냐 대체...!’

 흑마법 강의 때 ‘다른 차원의 언데드 존재들을 상대할 때 유의해야 하는 점들’은 많이 배웠지만 그 중에서 저런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기다려봐라. 생각 중이니까.

 “지금 있는 보물을 숨기려는 게 아니고?”

 닥치고 있도록. 왕으로서 궁전의 보물들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을 것 같으냐?

 집중하는데 정신 사납게 구는 것에 짜증이 난 구울의 왕이 쏘아붙였다.

 ‘다 기억하고 있지 않나?’

 이한은 놀랐다.

 만약 이한이 왕이라면 보물 목록은 전부 다 외우고 있을 것 같은데...

 하나 떠올랐다.

 “역시!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네 명예를 걸고 맹세해라.

 원래라면 제대로 된 계약으로 얽매고 싶었지만 마법진으로 분리된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서로의 말밖에 없었다.

 더 이상 트집 잡지 않고 마법진을 열어주겠다고!

 구울의 왕은 자기 자신이 약속을 지킬 생각은 조금도 없으면서 상대방이 약속을 어길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자기 자신만 악독하고 비열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구울의 왕보다 더 비열한 존재는 바로 앞에 있었다.

 “물론. 맹세하지.”

 ...반대쪽에 숨겨진 창고가 하나 더 있다.

 ‘언데드들은 자기 주변에 창고를 만들어놓는 습관이라도 있나?’

 왕좌가 있는 공간에 비밀창고를 몇 개씩 다닥다닥 설치해놓다니.

 부하들을 얼마나 못 믿는지 아주 잘 느껴졌다.

 “...?”

 구울의 왕이 하라는 대로 숨겨진 창고의 모습을 드러낸 이한은 멈칫했다.

 이제까지 본 적 없던 거대한 문이 창고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독특한 문양이 음각된 금속 문은 무슨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기묘한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옆에 있던 오골도스가 신음소리를 냈다.

 “힘들겠는데.”

 경험 없는 사람들은 흔히들 던전이나 유적을 탐사한다고 하면 뛰어난 기술자(수상할 정도로 도둑 길드와 친하지만 절대 도둑은 아닌)가 솜씨 좋게 잠긴 문을 따고 장치를 해체하는 걸 떠올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탐사는 그렇게 수월하게 굴러가지 않았다.

 보통 잠긴 문이나 장치는 해제하는 사람의 실력보다 훨씬 튼튼했고 대부분은 돌아가거나 피해가야 했다.

 “이봐. 구울의 왕!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분명히 알려줬다. 네가 열지 못하는 것뿐. 원래 그 문은 내 힘이 깃들어야만 열리는 문이다.

 구울의 왕은 교활함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참으며 말했다.

 실제로 저 창고의 문은 영역에서 손꼽히는 언데드 조각사들과 대장장이들이 구울의 왕이 내린 명령을 받아 만든 문이었다.

 여덟 금속을 모아서 섞고, 열 세 종족의 피를 먹인 뒤, 여섯 차원의 불꽃으로 담금질한 문.

 왕국의 전성기 때 완성된 걸작이니만큼 마법사 몇 명이 애를 쓴다고 열릴 문이 아니었다.

 나를 내보내준다면 그 문을 열어주겠다.

 “그렇군. 알겠다. 열심히 열어보도록 하지.”

 더 이상 트집을 잡지 않고 열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나!

 “그건 보물을 손에 넣었을 때 이야기고.”

 이한은 무시했다.

 손에 넣었어도 안 지킬 생각이었는데, 넣지도 못한 이상 듣는 시늉도 할 생각이 없었다.

 뒤에서 구울의 왕이 욕설을 퍼부었지만 이한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선배. 잠깐 비켜보시죠.”

 이한은 오골도스를 비키게 한 다음 마법을 쏟아 부었다.

 콰콰콰콰쾅!

 수옥탄부터 시작해서 강화 마법을 중첩시킨 화살까지.

 나름 최대한의 화력을 퍼부었는데도 문은 흠집 하나 없었다.

 “이건 포기하고 그냥 기다리는 게 낫지 않겠냐?”

 “음. 어쩔 수 없... 잠시만요. 선배. 여기 옆에 좀 보십시오.”

 이한은 창고를 지키고 있는 문 옆의 거대한 암반을 가리켰다.

 방금 빗나간 수옥탄 하나가 거대한 암석에 조그마한 흔적을 하나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쪽으로 뚫어볼까요?”

 “...진심이냐?!”

 오골도스는 황당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나오는 구조였지만 옆의 암반을 뚫고 우회하려면 얼마나 빙 돌아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어차피 할 일도 없잖습니까.”

 “...그렇긴 한데...”

 문을 못 뚫으니 암반을 뚫어보려는 후배의 모습에 오골도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징벌방에 가면 정말 인기 좋겠군.’

 징벌방에 갇힌 다른 학생들이 본다면 군침을 삼키며 영입을 시도할 재능이었다.

*         *         *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십니까!”

 가르시아 교수가 포효하자 모르툼 교수는 그대로 쭈그러들었다.

 “위험한 곳에 그런 유적이 있으면 일단 학생들은 밖으로 보내야죠!”

 “그... 그건 좀 과보호잖나...”

 평소 화 안 내던 사람이 화내면 무섭다는 말은 가르시아 교수에게 딱 맞는 말이었다.

 모르툼 교수는 가르시아 교수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설설 기었다.

 “게다가 1학년 학생을 언데드 차원에 왜 데리고 들어간 겁니까!”

 “그게... 그... 서리거인의 왕도 상대했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네.”

 “......”

 여기에는 화를 내던 가르시아 교수도 순간 말문이 막혔다.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모르툼 교수가 재빨리 해골 교장에게 도움 요청을 날렸다.

 “고나달테스 님. 도와주십시오. 학생들을 꼭 싸고돈다고 좋을 건 없지 않습니까. 고난을 극복해야 훌륭한 마법사가...”

 평소에 학생들에게 억지로라도 위기를 주려는 게 해골 교장인 만큼 모르툼 교수는 해골 교장이 편을 들어줄 줄 알았다.

 학생들을 보호해봤자 의미 없다.

 위기에 던져야 마법 실력이 오른다.

 이게 평소의 해골 교장이 주장하던 지론 아니었던가.

 그러나 해골 교장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1학년 학생을 언데드 차원에 데리고 들어간 건 좀 심했군.

 “!??!”

 모르툼 교수는 배신감 가득한 눈빛으로 해골 교장을 쳐다보았다.

 가르시아 교수가 화를 내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제자들을 아끼는 성격이었으니까.

 하지만 해골 교장이 저러는 건 매우 가식적이었다.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너무한 건 1학년 학생을 데리고 들어간 자네지. 생각이 없나? 그러니까 흑마법 들으려는 학생이 점점 줄어드는 거야.

 해골 교장은 차갑게 모르툼 교수를 잘라냈다.

 안 그래도 제국의 황제에게 경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말리지는 못할망정 같이 사고를 친 모르툼 교수가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괜히 편을 들어줬다가 황제한테 같이 까이느니 모르툼 교수의 탓으로 돌리는 게 가장 좋았다.

 ‘두고 보자!’

 모르툼 교수는 존경하는 스승의 배신에 이를 갈았다.

 나중에 쓸만한 언데드들을 달라고 해도 절대 내놓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그게 다인가? 생각보다 정리를 깔끔하게 잘 해놨군.

 해골 교장은 둥둥 떠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사실 모르툼 교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이한과 오골도스가 궁전 안에서 실종되자 바로 남은 제자들을 밖으로 뺀 다음 혼자서 언데드들을 데리고 수색에 들어갔으니.

 그렇게 잘 찾아냈다면 다른 교수들한테 ‘훌륭하십니다’소리를 들었겠지만 불행히 현실은 달랐다.

 궁전이 워낙 강력한 마법들로 보호받고 있는 탓에 수색에 크게 시간이 소모되어버린 것이다.

 개학 날짜가 찾아오자 모르툼 교수는 눈물을 삼키며 해골 교장에게 연락을 보냈고, 해골 교장은 그걸 또 다른 교수들한테 전달했고...

 덕분에 이렇게 차원문 인근 마을에서 에인로가드의 교수들이 모임을 갖게 된 것이다.

 다른 모험가 놈들 있으면 치울 생각이었는데. 기사 놈들이 이런 일머리가 있다니. 혹시 자네가?

 “아닙니다.”

 그럼 칭찬은 하지 않겠네. 기사들을 불러오도록. 칭찬 좀 해줘야지.

 “......”

 차원문 안에 있는 심오한 유적의 방어를 뚫으려면 변수를 최소화시키는 게 좋았다.

 다른 차원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깝죽대며 돌아다니는 모험가 놈들이 있다면 전부 다 잡아 삼켜서 쫓아내려고 했는데, 기사들이 이미 했다니.

 해골 교장은 제법 감탄했다.

 기사들은 최대한 예의바른 자세로 해골 교장의 칭찬을 받아들였다.

 교수들이야 해골 교장과 농담을 따먹어도 되지만, 기사들은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제국의 악명 높은 대마법사 고나달테스 공한테 그런 짓을 했다가는 평생 개구리가 되어서 우리 안에 갇혀 보낼 수 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고나달테스 님!”

 그래. 앞으로도 그렇게 하게.

 “저... 그런데, 모험가들이 계속 풀어달라고 강하게 요청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계속 가둬놓도록. 시끄러운 모험가 놈들 풀어놔봤자 좋을 거 하나 없으니까.

 해골 교장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차원 유적을 뚫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데 성가신 모험가 놈들을 풀어주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풀어줬다가 또 몰래 들어오기라도 하면 얼마나 귀찮겠는가.

 가르시아 교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항의하지 않겠습니까?”

 하라고 하게. 뒤지고 싶으면.

 해골 교장은 더 이상 그런 하찮은 일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이 무시했다.

 제자 구하는 일이 중요하지 모험가 놈들 몇주일 더 갇혀 있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어차피 배부르게 있을 텐데...

 물론 갇혀 있는 반마법주의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아니! 대체 왜 못 풀어준다는 겁니까! 제국 기사가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제국법에 따라 나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소! 행정관을 불러주시오!

*         *         *

 하루.

 “얼마나 진행됐습니까?”

 규칙 절반 정도 찾아냈네.

 “다행입니다.”

 모르툼 교수는 안심하며 대답했다.

 나이를 먹어도 언제나 스승은 제자 앞에서 믿음직스러운 존재였다.

 이틀.

 “얼마나 진행됐습니까?”

 규칙에 좀 함정이 있더군.

 “저런...”

 “정말 안타깝네요.”

 ...?

 가르시아 교수가 옆에 앉아있자 해골 교장은 뭐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사흘.

 “얼마나 진행됐습니까?”

 방어 마법 벗겨내고 궁전이 무너지지 않도록 강화를 해놨는데... 잠깐. 자네들 왜 자꾸 늘어나지?

 마을에 늘어나는 교수들의 숫자에 해골 교장은 떨떠름해했다.

 이미 학기는 시작했는데 강의는 누가 한단 말인가?

 “전 하고서 잠시 들린 건데요.”

 가르시아 교수는 됐고... 다른 교수들은 그렇게 성실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꼭 진지하게 평가를 해야 하나? 강의 내팽개치고 온 교수들은 당장 돌아가게.

 해골 교장의 치사한 협박에 교수들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해골 교장은 볼라디 교수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배그렉 교수. 거꾸로 매달아서 쫓아내기 전에 빨리 돌아가도록.

 “??”

 왜 자네가 황당해하나? 황당해 할 사람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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