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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94화 (394/687)

394화

“????”

뜬금없는 친구의 질문에 두 흰 호랑이 탑 학생은 당황했지만 일단 대답을 내놓았다.

“좋은 반응은 안 나오겠지. 아마도.”

“아무리 잉걸델 교수님이 관대하신 분이어도 만나면 안 좋지 않을까 싶다. 이한.”

“음. 그렇군. 앙라고 패거리들이 지금 강의 빠지고 숲에서 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둘은 대체 그게 어떻게 말이 되는지 믿기 어려워했다.

“이한. 앙라고가 공부를 그리 좋아하진 않아도 검술 강의까지 빠지면서...”

“골렘 고치려고.”

“아. 그거라면 말이 된다. 이해가 가는군.”

더르규는 바로 납득했다.

앙라고와 친구들이 탑 내에서 계속 ‘골렘이 망가졌는데 어떻게 못 고치냐’하고 징징댔던 것이다.

오죽하면 지젤이 참다 못해 쌍검을 휘두를 정도였다.

“알아서 잘 피하라고 전해주면 되겠군. 괜히 분노한 교수님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어떻게?”

“어... 너희 서로 소통하는 수단 같은 거 없나? 비밀 표식이나...”

이한의 질문에 두 학생은 뭔 개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런 게 왜 있단 말인가?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이한? 푸른 용의 탑에는 그런 게 있나?”

“어. 그림자 순찰대 출신한테 배워서 하고 있는데. 숲 같은 곳 들어갈 때는 표식 남겨놓고 들어가.”

“......”

“......”

예상하지 못한 미친 소리에 둘은 압도되었다.

지젤은 속으로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앞으로 저렇게 표식을 남겨놓으라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         *

앙라고는 목검을 휘둘러서 길을 가로막는 수풀을 쳐냈다.

키이이이잇-

“또 칼날파리야?!”

“숙여!”

참새만한 크기의 벌레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들었다. 연속으로 진동하는 날개는 생각보다 날카로워서 잘못 맞으면 칼날보다 더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었다.

그러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예전과 달리 혹독한 훈련으로 감각이 날카롭게 다져진 상태였다.

1학기와 방학 때 수행한 의뢰는 물론이고...

“타올라라!”

불타는 목검이 스치고 지나가자 벌레가 그대로 추락했다.

“흥. 워다나즈 놈의 마법에 비하면 네깟 놈은 아무것도 아니지.”

“야. 꼭 그런 소리를 해야겠냐?”

“미, 미안. 나도 모르게.”

“...아니다. 내가 미안해.”

앙라고와 친구들은 서로를 뜨겁게 쳐다보았다.

사악한 대마법사를 상대하면서 생긴 끈끈한 우정은 사소한 말다툼으로 파괴될 수 없었다.

“지도만 보면 이쯤인데...”

“검은 거북이 탑 놈들이 속인 건 아니겠지? 그 놈들 양심없잖아.”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럴까. 워다나즈 놈도 그 놈들하고 거래하는데.”

“...워다나즈는 무서워서 못 속이더라도 우리한테는 수작질을 부릴 수 있지 않나?”

“......”

앙라고는 갑자기 들고 있는 숲 지도가 수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쿵!

“!”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숲 안쪽에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다.

“...뭐지?”

“주의해. 힘이여, 깃들어라!”

“소리여. 내 귀에 맴돌아라.”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강화 마법을 시전하며 경계를 올렸다.

다른 탑 학생들한테는 ‘쟤네들은 몸으로 싸울거면 기사단에 들어가지 왜 에인로가드에 들어왔냐?’라고 비아냥거림을 받았지만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뛰어난 분야는 있었다.

특히 육체에 대한 노련한 감각이 필수적인 강화 마법 같은 경우에는 다른 탑 학생들보다 진도가 빨랐다.

지금 시전한 마법은 <고나달테스의 기민한 발걸음> 같은 종합 강화 마법처럼 수준이 높진 않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효과는 쏠쏠했다.

...그리고 워다나즈가 시전해주는 저 마법은 부작용이 너무 힘들었다.

“안 보이는데...”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긴장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만약 이한이 봤다면 한탄했을 장면이었다.

이상한 소리가 났는데 적의 정체가 보이지 않으면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탐색을 하고 정보를 수집해야지 그냥 무작정 들어가다니.

그리고 그 안일함은 곧바로 대가를 치렀다.

휙!

땅 속에서 굵은 나뭇가지가 솟구치더니 그대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발목을 잡아서 거꾸로 들어버렸다.

“!!!!”

“귀신나무다!”

사악한 악령이 영체 형태가 아닌 나무와 결합한 형태로 움직이는 몬스터.

아까 들린 ‘쿵’ 소리는 나무가 깨어난 소리가 분명했다.

“타올라... 큭!”

주문을 외우려던 흰 호랑이 탑 학생의 손에서 지팡이가 떨어졌다.

본능적으로 마력을 느낀 몬스터가 힘을 줘서 제압한 것이다.

혼자 남은 앙라고는 갈등에 빠졌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앙라고는 갑자기 워다나즈 생각이 났다.

워다나즈가 있었다면 뭐라고 말했을까?

-혼자서 잡을 능력 없으면 지원이라도 불러와야지 뭐하고 있냐?

“친구들아! 기다리고 있으면 지원을...”

“앙라고! 빨리 구해줘!”

“뭐하고 있어! 덤벼들어!”

“...아, 아니. 지원을...”

“뭔 소리야! 두고 가겠다고!?”

“...젠장. 간다!!”

앙라고는 마음을 바꿔먹고 무기를 꼬나쥐었다.

하지만 마음 속 한구석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         *         *

“이한. 그럼 표식이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어?”

이한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더르규를 쳐다보았다.

더르규는 살짝 당황했다.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을 한 건가?’

“그... 이한 네 말이 맞다면 앙라고와 친구들이 숲에 먼저 들어간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빨리 연락을 보내서 나오게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교수님께서 화를 내실 수도 있고, 또 무엇보다 강의를 빠지고 찾는 건 옳지 않은 행동이잖나.”

더르규는 지금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이한 정도 마법사라면 종이 새를 보내거나, 혹은 전서구를 길들여서 보내면 될지도...

“나 그런 거 못 하는데?”

“못, 못 하나? 그러면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

“없는데.”

“...없나?”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르규는 말문이 막혀서 눈만 끔벅였다.

“더르규. 날 높게 평가해주는 건 고맙지만 내가 모든 마법에 능한 건 아니다. 표식도, 연락할 방법도 없는 지금 해야 할 건 다른 거지.”

“어떤...?”

“그 자식들이 발견되어도 모르는 일이라고 우기는 거다. 그런 점에서 난 푸른 용의 탑이라 유리하지만 너희 둘은 빨리 잘라내야 할 거야.”

“......”

더르규는 황당해서 입을 뻐끔거렸지만 지젤은 동의했다.

“맞는 말이야. 괜히 연대책임을 질 필요 없지.”

“더르규. 산 사람은 살아야지. 괜히 감점 받을 필요는 없잖아.”

“아, 아니...”

“다들 거기서 뭐하십니까?”

떠드는 사이 앞서간 잉걸델 교수가 셋을 불렀다. 이한과 지젤은 바로 즉답했다.

“지금 갑니다!”

“어서 올라오십시오. 참. 워다나즈. 너도밤나무 기사단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많이 놀랐습니다. 무슨 일을 했길래 그렇게 칭찬을?”

“...너도밤나무 기사단 기사분들이 친절하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런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잉걸델 교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퍽!

“악!”

“!”

앞서가던 학생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사람 크기의 목각인형이 무기를 들고 옆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교, 교수님! 이상한 놈이 있습니다!”

“아. 오늘 강의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겁니다.”

“...포, 포위됐다!!!”

다른 학생 한 명이 상황을 뒤늦게 깨닫고 비명을 질렀다.

잉걸델 교수가 그냥 하나 세워 놓은 게 아니라 숲 주변에 빼곡하게 배치해놨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힘으로 싸우지 말고 지형을 이용해서 영리하게 싸우세요. 숲에서 싸우는 건 탁 트인 공간에서 싸우는 것과 다릅니다.”

잉걸델 교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던졌다.

수풀과 나뭇가지가 꽉 들어차있고 비탈길과 돌멩이들이 언제든지 발을 묶을 수 있는 숲에서의 싸움은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다.

체력을 아끼고, 흥분을 가라앉힌 뒤 주변의 지형지물을 침착하게 파악하고, 탄력 있게 상황을 이용할 줄 아는 검사만이 숲에서 오래 싸울 수 있었...

“이쪽으로! 포위망을 뚫고 나가!”

“옆으로 뚫는다!”

“흩어져! 흩어져!!”

학생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삼삼오오 흩어져서 포위망부터 뚫고 달아나려는 모습에 잉걸델 교수는 오랜만에 당황했다.

“아, 아니. 다 같이 싸우면...”

다 같이 숲에서 싸우라고 준비해놨는데 다른 친구들을 놓고 빠져나가려고 하다니?

잉걸델 교수는 해골 교장한테 당한 학생들이 이런 상황에 이골이 났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규모를 알 수 없는 포위망에 빠졌을 때 가장 전략적인 선택은 다 같이 싸우다가 잡히는 게 아니라 흩어져서 최대한 많이 살아남는 것!

‘교수님. 죄송합니다.’

이한도 당연히 그 이치를 알고 있었기에 목각인형이 나타나자마자 가장 얕아 보이는 곳으로 포위망을 뚫고 있었다.

“공간이여, 인지되어라! 더르규. 이쪽으로! 모라디! 저쪽이 약할지도 모른다!”

“지금 개수작 부릴 때냐!”

지젤은 벌컥 화를 냈다. 이한이 되도 않는 헛수작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누구를 미끼로 쓰려고!

들켰으면 좀 머쓱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한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다른 흰 호랑이 탑 학생을 보며 외쳤다.

“내가 보니 저쪽이 약한 것 같다!”

“고맙다! 워다나즈... 컥!”

“가자!”

다른 학생을 먼저 보내서 포위망을 흔든 이한은 서둘러 달려 나갔다.

목각인형들이 달려들자 이한은 목검을 뽑아들고 주문을 외웠다.

“냉기여, 깃들어라!”

냉기 마법의 강점은 직격타를 먹이지 못하더라도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서리가 휘둘러지며 목각인형의 발을 멈췄다.

탁 트인 앞쪽 공간에 이한은 됐다 싶었다.

‘뚫었다!’

아직 목각인형들이 많이 남아있긴 했지만 거리가 먼데다가 흩어진 학생들이 많았다.

다른 학생들을 먼저 제압하면 제압했지 이한 일행을 쫓아오진 않을...

“제가 여러분들을 과소평가했습니다. 실전처럼 생각했어야 했는데.”

뒤에서 잉걸델 교수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한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보통 교수들이 진지하게 말해서 좋았던 적이 드물었던 것이다.

쫙!

스크롤 찢는 소리와 함께 강력한 마력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목각인형들의 숫자가 미친듯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예정과는 달라졌지만 숲 속에서의 추격전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다들 열심히 피해보십시오!”

‘젠장.’

이한은 앞으로 학생들이 교수의 커리큘럼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려고 하면 반드시 말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강철로 화(化)해라! 망토여!”

딱!

강철로 변한 망토가 목각인형의 공격을 막고 둔탁한 소리를 냈다.

목각인형 다섯이 동시에 튀어나오며 이한을 두들기려고 했다. 이한은 망토로 공격을 방어하며 발을 굴렀다. 알라르롱에게 배운 발걸음이 목숨을 구해주었다.

‘너무 많다!’

새삼 숫자가 어마어마한 무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면...

이한은 이를 악물며 멀리 있는 잉걸델 교수를 힐끗 쳐다보았다.

“워다나즈는 부여나 변환 마법 말고 다른 마법으로 싸우면 안 됩니다!”

“...쯧.”

어떻게 알았지?

몰래 다른 마법을 쓰려던 이한은 혀를 찼다.

지젤이 쌍검으로 목각인형의 다리를 틀어서 넘어뜨리고 외쳤다.

“우리도 흩어지자!”

아까보다 적이 몇 배로 많아진 상황에서 셋이 모여 다니는 건 사치였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었다. 지젤도 손을 들었다.

더르규는 당황해서 둘을 쳐다보았다.

왜 손을 드는...?

“...내가 이겼어! 내가 이겼어!!”

지젤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더르규는 지젤이 저렇게 좋아하는 건 처음 보았다.

“젠장.”

“...지, 지금 누가 먼저 빠져나갈 방향 고를지 정한...?”

“뭐야. 몰랐냐? 어쩔 수 없지. 더르규 너 먼저 골라라.”

이한은 두 번째 순서를 양보했다.

더르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이제 남은 시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서둘러 달려 나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한은 뒤에서 몰려오는 목각인형들을 보고 쇠구슬을 꺼냈다.

“움직여라!”

전투에 쓰려고 꺼낸 게 아니었다.

아까 생각했지만 미뤄뒀던 방법.

이한은 길이 없는 절벽 쪽으로 달려 나가 쇠구슬을 잡고 공중에 몸을 걸었다.

탁!

그러나 목각인형들은 생각보다 끈질겼다.

이한을 붙잡으려고 공중으로 같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어느 교수가 만든 소환수야!?’

이한은 속으로 욕하면서 지팡이를 휘둘렀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예상 못한 건 아니었던 것이다.

“물이여...”

주문과 함께 아래쪽에서 빠르게 물이 형태를 갖추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쇠구슬을 잡은 채 몸을 지탱하고 있고, 앞에서는 목각인형들이 뛰어내리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지만 주문은 흔들림 없이 완성되었다.

“...펼쳐져라!”

잉걸델 교수는 솔직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검술만 보고 싶었지만 저런 식으로 영리하게 탈출하는 학생을 어떻게 비난하겠는가.

철퍼덕!

물 위로 착지한 이한은 옆으로 구르며 빠르게 자세를 갖췄다.

목각인형들은 뒤에서 떨어지면서 박살났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혹시 부활할 지도 몰랐으니까.

‘빠르게 빠져나가서 아래로 내려간...’

“워다나즈!!”

“...너희 뭐하고 있냐??”

이한은 대롱대롱 거꾸로 매달린 앙라고와 친구들을 보고 진심으로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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