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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95화 (395/687)

395화

앙라고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수치스러워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한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이 멍청한 놈들은 강의 빼먹어놓고 몬스터한테 잡혀있었냐!”

“강, 강의는 상관없잖아...”

왠지 워다나즈가 강의 빠진 것에 더 화를 내는 것 같아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당혹스러워했다.

달카닥!

순간 뒤에서 나무들이 부딪치며 일어나는 소리가 났다.

이한은 혀를 찼다.

부서진 목각인형들이 분열하더니 새로운 목각인형들이 나타난 것이다.

‘진짜 어떤 교수가 만들었냐?!’

부서져도 저렇게 숫자를 늘릴 수 있다니.

같은 마법사로서는 감탄할 수밖에 없는 기교였지만, 강의를 듣는 학생으로서는 치가 떨릴 끈질김이었다.

이한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뒤에 귀신나무가 있는 이상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귀신나무를 상대한다!’

콰직!

‘대단하다!’

앙라고는 거꾸로 매달린 채로 감탄했다.

인성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워다나즈의 검술은 부정할 수 없었다.

걸어 다니는 요새를 연상시키는 단단한 검술!

워다나즈가 익힌 벽암검은 초식의 숫자가 많지도 않고 그 변화가 복잡하거나 기묘하지도 않았다.

온갖 복잡하고 난해한 상승의 검술들과 비교해보면 벽암검은 얼핏 하급 검술 같았다.

그러나 역으로 말하자면 초식의 숫자가 많지도, 변화가 복잡하지도 않은 벽암검이 제국에서 명성을 떨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휘두르기였지만 한 번 펼쳐졌을 때 피할 수 없다면 그 공격만큼 위력적인 것도 없었다.

가장 단순한 공격이 가장 강력하다.

이 쉽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인내와 헌신으로 해낼 수 있어야 진정한 벽암검의 검사라고 할 수 있...

“뭐하냐?!!”

앙라고는 매달린 것도 잊어버리고 외쳤다.

감탄하고 있던 사이 이한이 웬 이상한 잡기술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목검의 길이가 늘어나더니 목각인형이 움찔해서 물러났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닿아도 아무런 데미지가 없는 거 보면...

저건 진짜 검이 아니라 환상으로 상대를 속인 잡기술이었다.

“말 걸지 마라. 집중 깨지잖나.”

“아, 아니... 왜 그런 기술을...”

지금 순수한 검술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이상한 잡기술을 같이 쓰자 좀 깼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갈무리된 아름다운 벽암검을 보고 싶었던 건데...

물론 앙라고의 기대는 이한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한은 최근에 배운 잡기술들을 아낌없이 퍼부어서 목각인형들을 쓰러뜨렸다.

갑자기 뜬금없이 나오는 잡기술에 목각인형들은 반응하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역시 잡기술이 최고다.’

물론 정말 뛰어난 검사 상대로 이런 뜬금없는 잡기술을 쓰는 건 먹히지도 않는 자살행위였지만...

애초에 이한은 정말 뛰어난 검사까지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정말 뛰어난 검사라면 피해야지 무슨!

“워다나즈! 조심해라!”

앙라고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이한은 이미 자리를 박차고 있었다.

방금까지 이한이 있었던 자리 밑에서 나뭇가지가 치솟았다. 귀신나무의 공격이었다.

“어, 어떻게?!”

“당연히 경계하고 있었지.”

이한은 탁탁 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

다행히 목각인형을 빠르게 끝낸 덕분에 협공당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공간 인지> 마법으로... 잠깐. 너희는 <공간 인지> 마법 안 썼나?”

“......”

“......”

<공간 인지> 마법은 서클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데다가 이한처럼 저렇게 낭비할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성공해도 지속시간이 10초를 넘기기 쉽지 않으리라.

‘순간 귀신나무를 응원할 뻔했다.’

쉭!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

이한은 이미 예상하고 있다는 듯이 옆으로 발을 굴러서 피했다. 귀신나무가 짜증스럽다는 듯이 울음소리를 냈다.

상대에게 기습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콱, 콱, 콱, 콱-!

채찍처럼 나뭇가지가 휘둘러지며 공격이 다시 터져 나왔다.

이한은 거리를 벌리면서 피했다. 능숙하게 몸을 날려서 구르자 귀신나무가 비웃는 소리를 냈다.

-■■■■...

마치 검을 든 전사가 덤비지는 못할망정 계속해서 거리를 벌리는 걸 비웃는 것 같았다.

그 비웃음에 이한은 살짝 당황했다.

‘저 자식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 귀신나무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타올라라.”

허공에 십 수 개의 불꽃들이 피어올랐다.

크기는 작지만 강력한 마력을 머금고 있는 지독한 불꽃들이었다.

목각인형들 상대할 때나 잉걸델 교수의 강의였으니 원거리 마법을 쓰지 않은 거였지, 귀신나무는 거기에 들어가지 않았다.

거리 벌리는 순간 바로 주문 시전해서 마법 갈길 생각이었는데 여유를 부리고 있다니.

오히려 귀신나무가 거리를 좁히면서 이한이 거리를 벌리지 못하게 했어야 했다.

-■■■■!

그걸 뒤늦게 깨달았는지 몬스터가 허둥지둥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뒤였다.

모습을 드러낸 귀신나무의 몸통을 향해 이한이 피어낸 불꽃들이 살벌한 궤적을 그리며 작렬했다.

*         *         *

철퍽!

이한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에게 물 덩어리를 끼얹었다.

귀신나무에게 옮겨 붙은 불이 혹시라도 학생들한테 튈까봐 걱정되어서였다.

“괜찮냐?”

“...물, 물은 굳이 끼얹을 필요 없었는데.”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학생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계속 거꾸로 매달린 채로 진자처럼 왔다갔다 흔들렸으니 보통 어지러운 게 아니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

위에서 잉걸델 교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교수님이 여기 왜 있어?!”

“워, 워다나즈. 설마 우리를... 팔아넘긴...?!”

“...미친놈들아. 너희들이 강의 장소에서 헛짓거리 하고 있었던 거다.”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기껏 구해줬더니...

“도, 도망쳐야 해!”

‘생각이 없진 않군.’

앙라고와 친구들이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강의를 빠졌을 때 교수와 대면하는 게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됐다. 가만히 있어라.”

“왜냐!? 설, 설마 우릴 팔아넘기려고...”

“...한 대 맞기 전에 입 다물고 있어라.”

이한이 보기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저렇게 피해망상에 빠진 건 해골 교장 때문이었다.

야밤에 함정에 빠뜨려서 이리 뛰고 저리 뛰게 만들었으니...

“교장 선생님 때문에 이게 무슨 오해인지.”

“교장 선생님? 아니, 교장 선생님하고는 상관없는데...”

“시끄럽다.”

앙라고는 ‘우리가 널 의심하는 건 네가 했던 짓 때문이지 해골 교장 때문이 아닌데’라고 하고 싶었지만 입이 막혀버렸다.

“다들 뭐하고 계십니까?”

내려온 잉걸델 교수가 상황을 보고 의아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한이 안타깝다는 듯이 대답했다.

“여기 앙라고와 친구들이 귀신나무한테 붙잡혀 있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강의도 참가하지 못하고 참...”

“???”

“...그, 그렇지!”

앙라고가 가장 눈치가 빨랐다. 뒤늦게 깨닫고 말을 맞췄다.

“귀신나무한테 붙잡혀 있었단 말입니까? 다들 여기는 무슨 일로?”

“숲에서 검술 연습하고 있었답니다.”

“저런...”

잉걸델 교수의 표정이 감동으로 물들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검술에 진심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오늘 끝나고 다들 남으십시오.”

“예?”

“지금 매우 분할 겁니다. 이해합니다. 귀신나무한테 지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이한을 빤히 쳐다봤지만, 이한은 무시하고 뭐 건질 거 없나 귀신나무를 훑어보았다.

“워다나즈...”

“열심히 해라.”

“우리 골렘 수리...”

“그것도 하고 이것도 하면 되지. 열심히 해라.”

이한은 앙라고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그러나 은혜를 모르는 앙라고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워다나즈는 잘했습니다. 나무 인형들을 잘 따돌렸군요.”

“감사합니다.”

“참. 워다나즈. 아까 너도밤나무 기사단 이야기 말입니다. 한 번 학교를 방문한다고 하던데...”

“예??”

이한은 깜짝 놀랐다.

기사들의 행동력은 언제나 이한을 놀라게 만들었다.

‘언제 한 번 식사라도 하자’라는 말을 하면 꼭 식사하러 방문하는 게 기사들!

“물론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힘들겠죠 역시?”

“...이번에는 다행히 교장 선생님도 허락하셨습니다.”

“예???”

“어중이떠중이면 모를까, 너도밤나무 기사단은 언제나 넉넉하게 기부를 하는 이들. 잘 된 것 같습니다.”

잉걸델 교수는 자신의 추리가 가능성 높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한의 얼굴이 오만상으로 찌푸려졌다.

*         *         *

“우리가, 이걸, 왜, 옮겨야...”

“너희 친구들을 탓해라.”

강의가 끝나고 앙라고와 친구들이 보충 수업을 받는 동안 이한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과 같이 목재를 옮겼다.

앙라고가 울며불며 ‘기껏 찾았는데 지금 안 가져가면 나중에 못 구할지도 모른다’하고 늘어진 것도 있었지만...

‘골렘이 수리가 된다면 쓸만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너무 가능성이 낮아보여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 인원이 모이자 이한도 슬슬 생각이 달라졌다.

저 정도 되는 골렘이 있다면 얼마나 일이 편하겠는가.

점점 에인로가드가 시키는 일들이 많아지는 지금, 저 골렘은 든든한 도우미가 되어 주리라.

“이한. 창고 이야기 들었다. 창고를 더 뒤져보는 건 어떻지?”

더르규가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내며 물었다.

골렘에 필요한 자재를 구하려면 학교 곳곳을 샅샅이 뒤져야 했다.

지금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창고는 얼핏 보면 쓰레기장이었지만 잘 찾아보면 괜찮은 걸 건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원래 쓰레기와 잡동사니는 한 끗 차이 아니던가.

이한은 감탄했다.

“더르규. 너 이 자식. 지금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속고 있을 때 이용해서 밤에 해야 할 잡일들을 빨리 치우자는 거냐? 천재적이군.”

“...아, 아니! 아닌데?!”

“좋은 생각이다. 흰 호랑이 탑 놈들! 가자! 자재를 더 구할 곳이 있다!”

이한은 목재를 내려놓는 흰 호랑이 탑 학생들에게 외쳤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분위기에 속아서 무심코 이한의 뒤를 쫓아왔다.

그 모습에 이한은 흐뭇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충성스러운 순박함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장점이었다.

‘주말 되기 전에 다 끝낼 수 있으면 좋겠군.’

그렇게만 되면 주말에는 느긋하게 밀린 공부를 할 수 있으리라.

와당탕쿠당탕탕!

창고로 몰려온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저번 주에 했던 것처럼 하나씩 짐짝들을 들어냈다.

“이 쓰레기들은 대체 얼마나 많길래 끝이 없냐?”

“어. 이거 현무암이지? 다듬으면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몬스터 똥이다.”

“......”

툭-

“?”

이한은 무언가 발에 치이는 걸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잔뜩 녹슨 청동색 문고리가 바닥문에 연결되어 있었다.

“잠깐 다들 이리 와봐라.”

“워, 워다나즈. 우리 안 놀고 있었어!”

“...혼내는 거 아니니까 빨리 와라.”

이한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조금 부드럽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거 본 적 있나?”

“...어?!?”

‘없군.’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반응에, 이한은 이 지하로 연결된 바닥문이 발견된 적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산더미 같은 잡동사니들이 치워지면서 발견된 게 분명했다.

“이, 이거... 워다나즈... 그거 아니냐?? 그거???”

“뭐지?”

이한은 흰 호랑이 탑 학생의 반응에 살짝 기대하며 물었다.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건가?

“선배들이 만든 밖으로 탈출 가능한 지하 통로...!”

“...에인로가드 2층에서 학교 성벽 밖까지 연결된 지하 통로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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