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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09화 (409/687)

409화

‘잠깐. 저 물약은...’

고개를 젓던 번개걸음 교수는 위화감을 느꼈다.

물약의 향을 맡아보니 로열민트가 들어간 것 같은데, 저게 들어가는 조합법은 꽤 옛날 방식이었다.

옛날에야 로열민트를 넣은 물약이 퀴네에 퇴치용으로 쓰였지만 요즘은 퀴네에를 훈련시킬 때 저런 향에도 버티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안 통할 텐데?

‘그보다 어디서 저런 물약을 알아낸 거야?’

“우아아아아아악!”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생 한 명이 공중으로 붕 올라갔다.

경주로 안에 사람이 들어오자 신이 난 퀴네에가 달려들어서 거대한 코로 휘감은 것이다.

몬스터야 장난치자고 하는 짓이었지만 학생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보이지 않는 힘에 묶여서 위아래로 흔들리던 학생이 고함을 질렀다.

“워다나즈! 워다나즈! 퇴치 물약이 효과가 없잖아!”

“듀크마, 멍청아! 퇴치 물약은 만능이 아니야!”

흰 호랑이 탑 학생, 바트렉이 밖에서 소리쳤다.

연금술에 뛰어난 가문 출신인 만큼 바트렉은 흰 호랑이 탑 내에서 연금술이 필요한 일마다 불려가곤 했다.

“퇴치 물약은 어디까지나 적이 널 꺼림칙하게 느끼게 하고 피하게 만드는 정도야! 너무 대놓고 들어가면 그걸 참고 달려들 수도 있어!”

“그걸, 진작, 우억, 말해주지, 그랬...”

“다른 물약을 던져!”

“지금 던져봤자 의미 없지 않나?”

퀴네에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갖고 온 검은 진액 물약은 저렇게 붙잡힌 상황에서는 별 의미가 없었다.

신난 몬스터는 흰 호랑이 탑 학생을 들고 붕붕 돌린 다음 침 범벅을 만들고 나서야 내려놨다.

“으... 으어...”

“다들 조심해야겠다.”

방금까지 미리 준비한 물약으로 자신감 넘치던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바트렉은 한숨을 쉬며 이한과 요네르에게 말을 걸었다.

“다들 참 연금술을 우습게 본단 말이지. 물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법을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한데. 기껏 둘이 만들어줬는데 제대로 쓰지도 못하다니.”

“...그렇지.”

“안, 안타깝네.”

바트렉은 이한과 요네르의 얼굴에 서린 미묘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둘은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효과가 너무 없지 않아? 분명히 냄새만 맡아도 퀴네에가 물러난다고 들었는데?

-내가 만들면서 실수한 거 아니야?

-나도 옆에서 확인했는데 실수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이제 와서 실수를 찾는 건 의미 없고... 지금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군.

-뭘 해야 하는데?

-모르는 척 우기자.

-...?!

그러나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그 뒤로 들어간 학생들은 맨 처음 들어간 사람과 달리 훨씬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검은 진액 물약을 뿌려서 달려오는 퀴네에의 위치를 파악하고, 경주로 위를 질주하고 경사 아래로 피하고...

그러다보니 퀴네에도 쫓아오다가 어리둥절해하며 실수를 저질렀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효과가 있는 거 같아! 확실히 효과가 있는 거 같다고! 방금 퀴네에가 실수했지??”

“퇴치 물약은 저렇게 쓰는 거구나!”

“워다나즈가 잘 만들긴 하지.”

“???”

바트렉의 칭찬에 채점하고 있던 번개걸음 교수는 황당해했다.

저건 퇴치 물약하고는 상관이 없는데?

‘워다나즈 저 녀석은 안 먹히는 가짜를 팔아도...!’

“...워다나즈. 들어가라.”

이한은 조심스럽게 경주로 안에 들어갔다.

퇴치 물약은 안 먹힌다는 걸 깨달은 만큼 이한도 당연히 긴장하고 있었다.

‘소리로 파악하고 가까이 다가오면 검은 진액 물약을 뿌린다.’

퀴네에는 온순하지만 장난을 좋아했다. 방향 전환은 조금 느려도 한 번 속도가 붙으면 직선거리에서는 피하기 힘들었다.

즉 속도를 붙지 않게 만드는 게 피할 때 유리하다는 것.

그렇다면...

‘최대한 겁을 준다.’

직접적으로 공격하면 안 됐다.

괜히 순한 몬스터를 열받게 했다가는 그대로 받혀서 날아가는 수가 생겼다.

어디까지나 멈칫할 정도로 위험을 느끼게 만드는 것.

화르르륵-

이한이 화염을 불러내자 번개걸음 교수가 피식 웃었다.

저 워다나즈가 실수를 하는 걸 보니 녀석도 사람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퀴네에는 화염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워다나즈.’

화염을 불러낸 이한은 퀴네에가 접근하는 방향에 정신을 집중했다.

-다가오지 마라.

강렬한 사념(思念).

이한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집중과 사념에 따라 이한의 마력이 자연스럽게 압박감으로 변해 발산되고 있었다.

제국의 검객들은 기세나 위압감이라고 말하는, 해골 교장이 입학하던 학생들한테 보여줬던 바로 그것.

당연히 해골 교장의 노련하고 숙련된 압박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랐지만 고작 1학년 학생이 저런 걸 뿜어낸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말이 되나!?’

번개걸음 교수는 놀라서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릴 뻔했다.

저건 단순히 머리가 좋거나 마법 이론에 빠삭하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력 자체를 본능에 가까운 감각으로 별개 성질로 변환시켜야 하는데, 이건 마법사보다는 실전 경험을 많이 겪는 용병이 더 유리한 능력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워다나즈가...

‘아. 생각해보니 워다나즈는 그럴 만할지도.’

놀라워하던 번개걸음 교수는 생각을 되짚어보자 빠르게 납득할 수 있었다.

물론 말이 안 될 정도로 빠른 속도긴 했지만, 워다나즈가 지금 듣고 있고 하는 일들도 말이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슬금슬금-

위압감을 느낀 퀴네에가 물러서기 시작했다.

몬스터라고 모두가 다 마력에 민감한 건 아니었다.

어떤 놈은 정령처럼 드러내지 않은 마력도 감지해서 경계심을 보인다면 어떤 놈은 마력을 감지하지도 못했다.

퀴네에는 굳이 분류하자면 후자에 속한 둔한 녀석.

하지만 이런 퀴네에도 노골적으로 발산하는 위압감은 느낄 수 있었다.

“물... 물러선다!”

“봤지? 워다나즈는 물약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니까 저런 효과가 나오는 거다. 저게 제대로 쓴 물약이지.”

바트렉이 으스대며 친구들에게 말하는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번개걸음 교수는 혀를 쯧쯧 차며 종이에 5점 만점에 6점을 기록했다.

이한 워다나즈(6/5)

다음에는 더 터프한 녀석으로 데려올 것(보안 주의할 것. 워다나즈는 절대 모르게)

*         *         *

해골 교장의 강의는 언제나 긴장감과 신선함으로 가득했다.

강의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학생들은 그 흔한 잡담 한 번 없이 얼굴을 굳히고 지팡이를 붙잡고 있었다.

당장 강의실 문이 열리고 언데드들이 쳐들어와도 대응할 수 있도록.

반갑다. 무쇠대가리들아.

“안녕하십니까. 교장 선생님.”

학생들이 입을 모아서 대답했다.

둥둥 떠서 날아오는 해골은 무신경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오늘 강의를 시작하지. 복창해라. 나는 외부에서 온 손님을 습격해서 주머니를 털지 않겠습니다.

“...???”

“?????”

뭐하는 거지? 내가 너무 부드럽고 친절하게 강의를 해주고 있나?

“어... 나는 외부에서 온 손님을 습격해서...”

“주머니를 털지 않겠습니다?”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외쳤다. 해골 교장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다시.

“나는 외부에서 온 손님을 습격해서 주머니를 털지 않겠습니다!”

“나는...”

좋아. 이제 지팡이로 깃펜을 움직여서 그걸 쓴다. 마법 훈련도 되고 교훈도 되다니 참 좋지?

낮은 목소리로 욕설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깃펜은 그냥 손으로 쓰면 되지 그걸 굳이 마력 소모해가며 지팡이로 움직여야 한다니.

물론 이한은 별다른 감정 없이 지팡이를 들었다. 이미 1학기 때부터 너무 혹사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장 선생님. 이런 걸 왜 써야 해요?”

가이난도는 투덜거리며 물었다.

그 모습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존경심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저 황자 놈이 무례하고 생각없고 기사들을 진흙탕 속에서 뒹구는 땀냄새 나는 무식쟁이로 무시하긴 하지만 가끔 저런 모습은 존경할 만했다.

겁이 없다!

왜 써야 하냐니? 마음에 새기려고 쓰는 거지.

“외부에서 온 손님을 습격해서 주머니를 털면 안 된다는 건 그냥 상식이잖아요.”

그래.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너희 선배들이 그러기 전까지는.

“......”

“......”

학생들 사이에서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말 한 마디로 분위기를 휘어잡은 해골 교장은 천천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너무 화내지 마라. 너희 후배들은 절대 기숙사 결계를 부수지 않겠다는 글을 쓰게 될 거다.

“저런.”

이한은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미안해하진 않았다.

후배들이 일찍 들어오지 않은 게 이한의 잘못은 아니었으니까.

자. 다시 쓴다. 다 썼으면 그 다음은 이거다. <정말 어쩔 수 없이 손님을 습격해서 주머니를 털었다면, 들키지 않게 잘 위장하겠습니다.>

“......”

흰 호랑이 탑 학생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건 솔직히 워다나즈만 써도 되는 거 아닙니까?”

“아니 저런 뻔뻔한 새끼들이?”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악의적인 중상모략에 격분했다.

“너희가 맨날 모여서 워다나즈 습격하던 건 까먹었냐?”

“이 습격 애호가 놈들이! 저 자식들은 2학년 되면 습격 클럽에 들어갈 놈들이야!”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순순히 물러서진 않았다.

“우리가 습격한 것보다 워다나즈가 우리 습격한 게 더 많지.”

“우리가 습격 클럽에 들어가면 워다나즈 저 놈은 강도 클럽에 들어갈 걸?”

‘흰 호랑이 탑이 원래 저렇게 말을 잘 했었나?’

해골 교장은 신기해했다.

흰 호랑이 탑은 원래 전통적으로 말보다 주먹이 더 빠른 놈들이었는데, 워다나즈 때문인지 이상하게 언변 솜씨가 좋아진 놈들이 여럿 보였다.

다들 추한 싸움 그만해라. 그리고 저건 워다나즈는 오히려 쓸 필요 없는 글이지.

“예?? 어째섭니까?”

흰 호랑이 탑 학생은 서운함과 억울함을 담아 물었다.

역시 워다나즈가 아끼는 애제자라서 그런 건가?

워다나즈는 남을 습격해서 털면 알아서 위장 잘 하는 놈이다. 굳이 강조할 이유가 없지.

“......”

“......”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순간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이한은 정색하며 대답했다.

“악의적인 중상모략이십니다.”

*         *         *

강의가 끝나고, 해골 교장은 이한을 잠시 불렀다.

습격할 거냐?

“...아닙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계획은 있냐?

“없습니다.”

들어오는 손님들을 보고서도 절대로 탐욕을 내지 않을 것 같냐?

“제가 에인로가드 학생인데, 학교에 찾아오는 손님을 공격할 리가 없잖습니까.”

이한의 항변은 해골 교장의 귓가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이상하군... 1학년들은 지금 상당히 물자가 부족할 텐데. 왜 그렇게 태연하지?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것도 방법이잖습니까. 손님을 습격할 바에는 그게 낫죠.”

사실은 아니었다.

이번 주말이 되는대로 이한은 바로 밖으로 빠져나가 물자를 꽉꽉 채워 돌아올 생각이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여유가 있었던 것!

그 소리를 내가 1학기 때 말했을 때는 무시했잖느냐?

해골 교장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친구들을 버리고 혼자 잘 먹고 잘 살라고 했을 때는 ‘친구들이 저고 제가 곧 친구들입니다 우정은 제 전부입니다’하고 토 나오는 소리를 했던 놈이...

“...그렇게까지 대답하진 않았는데요.”

대충 비슷하지. 어쨌든 알겠다. 주머니 털린 마법사가 나오는지는 나중에 보면 알겠고... 뼈는 좀 만져봤느냐?

“뼈 말입니까?”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모르툼 교수의 강의를 떠올렸다.

아마 언데드 조종과 뼈 폭발 마법이 교장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뼈 폭발 마법이라면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말이다.

“그거 말고... 더 있습니까?”

......

해골 교장은 이한을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궁전에서 갖고 온 귀한 뼈들. 설마 잊고 있었던 것 아니겠지?

“아.”

이한은 그제야 구울의 왕에게서 갈취한 뼈들을 떠올렸다.

“너무 바빴습니다.”

뭘 바쁘다고 유난을... 학생들은 다 바쁘다.

“하하.”

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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