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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13화 (413/687)

413화

그러는 사이 밀레이 교수 곁에 있던 소환 마법사들은 엄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자꾸 축제에 참석한 소환 마법사들의 체면을 망치면 저 구덩이가 아직 비어 있다는 걸 알려주겠네.”

“정, 정말인데...!”

“제발 한 번만 골렘을 조종하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이상한 소리를 한 게 아니라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

분노가 벼락처럼 쏟아지기 전에 이한이 입을 열었다.

“그냥 보여드리겠습니다.”

“...응?”

“아까 조종한 거 맞습니다.”

“정말인가?”

근처에 있던 마법사들은 당황했다.

“방금 종이 새도 꽤나 힘들었을 텐데...”

“괜찮습니다.”

“밀레이 님. 말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법사들은 괜히 뛰어난 인재가 호승심에 부상이라도 입을까봐 걱정했다.

그러나 밀레이 교수는 괜찮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걱정은 감사합니다만... 스스로 해보겠다는 걸 말리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닌 법. 잠깐만 지켜봐주십시오. 위험하면 그 때 바로 멈춰도 되니 말입니다.”

‘...스승님 지금 엄청 신나신 것 같은데. 내가 맞게 본 거냐?’

‘내가 봐도 지금 기대하고 계신 거 맞는 거 같다.’

선배들은 기대감을 숨기고 모르는 척 하는 밀레이 교수의 모습에 황당해했다.

지금 외부인 상대로 그냥 설명해도 될 일을 은근슬쩍 자랑하시려고 설마 모르는 척을...?!

*         *         *

골렘 소환 마법사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골렘에는 타고난 박력이 있었다.

고작 1학년 학생이 골렘을 타고난 듯이 능숙하게 조종하는 모습은 자리에 있던 소환 마법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봤나? 다리를 움직였어!

-우오오오오오오옷! 봤나? 팔을 움직였어!

-크아아아아아아앗! 봤나? 고개를 돌렸어!

“크윽. 나도 골렘 종족이었으면 저렇게 칭찬 받았을 텐데.”

“......”

가이난도가 미친 소리를 하는 동안 골렘 소환 마법사들은 홀린 듯이 구경했다.

아까 이한의 마법을 칭찬한, 밀레이 교수 곁의 마법사들은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물었다.

“대체 어떻게 저런 식으로 조종을?”

다른 마법사들은 아닌 척하며 귀에 신경을 집중했다.

대체 어떻게?

“그냥 마력으로 조종했습니다.”

“그냥 마력으로? 그러면 소모가 너무 심할 텐데 괜찮습니까?”

“예.”

“......”

“......”

자리에 있던 마법사들이 경악과 전율에 떨고 있는 동안, 같이 놀라고 있던 골렘 소환 마법사들이 멈칫했다.

어?

“...잠깐. 흑마법사 놈들아. 너희가 아까 했던 말과 다르잖나?”

“무슨 소리냐?”

“비법이 있다고...”

“우리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 너희가 오해한 거지.”

“......”

골렘 소환 마법사들은 흑마법사들을 죽일듯이 노려봤다.

그러나 흑마법사들이 한 말에 딱히 틀린 부분은 없었다. 결국 골렘 소환 마법사들은 눈에 힘을 풀고 받아들였다.

“좋다. 인정하지.”

“의외로 순순히 인정하는군?”

“그야 저 학생은 소환 마법사잖나. 따지고 보면 소환 마법사가 해낸 건데 굳이 고집을 피우며 부정할 이유가 없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흑마법사지! 흑마법을 배우고 있는데!”

골렘 소환 마법사들과 흑마법사들은 ‘워다나즈는 어느 학파 마법사인가?’로 십 분 넘게 치열하게 다퉜다.

골렘 소환을 마친 이한은 그 대화를 보고 질색했다.

‘절대 엮이지 말아야겠군.’

대체 왜 저런 쓸데없는 대화를?

“좋다. 서로 양보하도록 하지.”

“그래. 둘 다 어느 정도 지분이 있다고 인정하자고.”

화해까지 하는 모습에 이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체 왜 저런 경쟁을...”

“아.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

마법사 한 명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어느 학파 마법사냐에 따라 학회나 모임에 초대할 수 있는지가 정해지지 않습니까? 그거 때문에 저러시는 거죠.”

“...???”

마법이란 무한한 학문은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 하더라도 혼자서 탐구하기는 아득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게 바로 같은 학파를 전공하고 있는 제국의 다른 마법사들이었다.

학회나 모임 등 자신과는 다른 시각을 가진 마법사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의견은 벽에 부딪친 마법사들을 일깨워주곤 했다.

이런 학회나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뛰어난 마법사를 초대하는 일이죠.”

“그렇... 잠깐. 그러면 둘이 서로 저렇게 양보를 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둘 다 초대 받으시는 거죠?”

“......”

이한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1학년 학생을 초대하는 건 좀... 건방져 보이지 않겠습니까?”

“하하. 실력이 중요한 거죠. 다른 곳도 아니고 에인로가드의, 게다가 방금 같은 마법을 보여준 마법사를 초대하지 않는다면 어느 학파든 비웃음을 살 겁니다.”

마법사는 이한의 속도 모르고 박박 긁어댔다. 이한은 고통을 참고 인내했다.

“고생했습니다.”

‘저런 가증스러운.’

밀레이 교수의 말에 이한은 울컥했다.

자기가 시켜놓고!

덕분에 이한은 오늘 참가한 골렘 전문 소환 마법사와 흑마법사 모두에게 계속 초대를 받게 생겼다.

‘참자. 상대는 교수다.’

이한은 천천히 물러서려고 했다.

일단 오늘 해야 할 일은 모두 다 한 셈이었다.

축제에서 소환 마법도 보여줬고, 보여줄 필요 없는 골렘도 보여줬으니...

이쯤이면 만점을 넘어섰다고 봐도 좋았다.

바로 그 때 뒤에서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

모르툼 교수였다.

“앗. 모르툼 님!”

흑마법사들은 모르툼 교수의 얼굴을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그 악명 높은 대마법사 고나달테스의 제자이자, 제국 고대 흑마법의 진전을 이은 위대한 흑마법사!

“콜록. 혹시 워다나즈가 언데드를 보여줬나?”

“안 보여줬습니다만?”

“저런.”

모르툼 교수는 아쉬워했다.

물론 이한 앞에서야 ‘가만히 있어도 네 실력은 드러날 것이다’라고 예언했지만, 모르툼 교수는 흑마법사였지 예지 마법사가 아니었다.

정말로 이한이 흑마법사로서 능력을 보여줄지 안 보여줄지는 모르툼 교수로서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냥 넘어갔나?’

모르툼 교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한을 찾았다.

그리고 이한을 발견한 다음 외쳤다.

“콜록. 워다나즈 군. 언데드 좀 소환해보게!”

“...!”

“!!!”

*         *         *

이한은 한 차례 스켈레톤 전사 소환 쇼를 보여줘야 했다.

흑마법사들이 ‘새 대마법사가 이제야 나오는 겁니까’하며 눈물바다를 보여주고 난 뒤에야 모르툼 교수는 사과했다.

“콜록. 미안하네. 이미 골렘으로 보여준 줄은 몰랐군.”

“......”

“하지만 골렘은 소환 마법의 영역과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언데드는 순수한 흑마법. 해서 나쁠 건 없었을 거야.”

“......”

“...혹시 화났나?”

“제가요? 아닙니다.”

“콜록. 다행이군. 축제가 끝나도 흑마법사들은 몇 주일 정도 더 인근 마을에 머물 텐데 한 번 방문해보는 건 어떤가? 흑마법에 도움이 될 텐데.”

“외출 금지잖습니까.”

“...콜록. 콜록.”

모르툼 교수는 이상한 압박감을 느끼고 콜록였다.

마치 분노한 가르시아 교수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볼 때 느꼈던 압박감이 몰려왔다.

“그. 그랬지. 내가 그만 착각을.”

“워다나즈. 저기 정령 소환 하고 있는데 같이 가볼래? 너 정령 소환 할 수 있었지?”

지나가던 다른 친구들이 이한을 발견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축제에 참가한 마법사들이 귀를 쫑긋거렸다.

모르툼 교수는 재빨리 끼어들어서 만류했다.

“아니, 그건 아니지! 정령까지 소환하진 못하네. 자네들이 아주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군!”

“어? 그래요? 워다나즈 예전에 번ㄱ...”

“자! 빨리 가서 구경이나 하도록! 정령 소환이 이제 시작되는군!”

학생들의 입을 밀봉하고 나서야 모르툼 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잔뜩 토라진 제자의 표정도 아주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저. 모르툼 님.”

“왜 그러나?”

“정말 정령 소환 못합니까? 한 번 시켜보면 안 됩니까?”

“...콜록. 저리 가게.”

*         *         *

힘든 한 주가 끝나고 주말이 가까워져오면 학생들의 얼굴에는 미소와 기대감이 서렸다.

춥고 배고픈 학교생활이지만 그래도 주말에는 비교적 즐거운 일들만 남아있는 것이다.

오늘 강의만 마무리 지으면 주말이다!

‘이것만 끝나면 이제 주말이다.’

‘당번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과제도 쌓여 있긴 하지만.’

‘식량을 구하러 가긴 해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학생들은 멈칫했다.

어라?

“...?”

“워다나즈, 왜 이쪽으로 와?”

지금 그들이 들으러 가는 강의는 <기초 춤과 사교 심화>.

1학기 때도 봐서 알겠지만 워다나즈는 이 강의를 듣지 않았다.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워다나즈에게는 이 강의가 너무 쉬워서겠지’라고 추측했다.

“2학기 때부터 들으려고.”

“왜? 관심없다면서.”

가이난도가 별 생각없이 물었다. 그러자 이한이 정색하며 되물었다.

“너 다른 강의 과제는 다 했냐?”

“...내, 내가 뭐 잘못했어??!”

해골 교장의 사악한 부정행위 때문에 강제로 강의를 듣게 된 이한이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차라리 소환 마법 축제가 더 나았겠군.’

소환 마법 축제는 보이는 마법사마다 전부 다 이한을 붙잡고 마법 보여 달라고 괴롭히긴 했지만 그래도 A+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는 충실함이 있었다.

그에 비해 춤과 사교 강의는...

“요네르. 교수님 어떤 분이셔?”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고 있던 요네르는 이한의 질문에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대답했다.

“제국 사교계에서 되게 유명하신 분. 크린발 그린벨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난 제국 신문에서 사교란은 잘 안 읽어서...”

“사실 나도 안 읽어서 1학기 때 처음 들어봤어.”

이한도 요네르도 제국 신문에서 경제란은 샅샅이 반복해서 읽어도 사교란은 대충 넘기는 사람들이었다.

수도에 어느 클럽이 새로 열렸느니 어느 사교 모임이 새로 생겼느니 어느 사교가가 화려한 춤으로 유행을 불렀느니 이딴 기사들은 1줄 이상 읽으면 꾸벅꾸벅 조는 것이다.

“내가 궁금한 건 성격인데... 어쨌든 마법사, 그것도 에인로가드 출신 마법사가 아닌 거잖아?”

“응.”

“그러면 성격은 괜찮겠네?”

“...으응?”

요네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논리가 이상했다.

“그... 그런가? 아닌 거 같은데?”

“아. 성격이 이상하신가?”

“아, 아니... 성격은 좋으셔.”

“그럼 맞잖아?”

“???”

요네르는 묘하게 논리적인 이한의 주장에 반박하지 못하고 때를 놓쳐버렸다.

“자! 다들 들어옵시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옵시다! 발걸음은 가볍게! 표정은 품위 있게! 아무리 피곤한 일이 있어도 춤을 출 때만큼은 시름을 잊어야겠죠!”

무도회장처럼 차려놓은 강의실 한복판에, 화려한 연미복 차림인 거미 수인 춤꾼이 한 명 기다리고 있었다.

강의를 맡은 크린발 그린벨 교수였다.

짝짝짝!

크린발 교수는 연신 박수를 치며 학생들을 환영했다.

“가이난도 학생! 왜 그렇게 우울한 얼굴이에요! 자! 저번에 배웠던 대로 스텝을 밟으면서 걸어 들어오세요!”

“흑흑. 자꾸 마법사 카드에서 지니까 화가 나요.”

“마법사 카드를 져도 춤은 당신을 위로해줄 겁니다! 자! 하나, 둘! 하나, 둘!”

호쾌하고 친절한 교수의 모습에 안심하던 이한은 문득 생각이 나서 요네르에게 물었다.

“혹시 이 교수님 성적 잘 주시나?”

“응? 잘 주시는 편이지?”

“......”

이한은 갑자기 1학기 때 성적 좀 편하게 받겠다고 남들이 안 듣는 볼라디 교수의 강의실로 찾아갔던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

“...후. 편법을 쓰지 말았어야 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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