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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16화 (416/687)

416화

“여기는 무슨 일로?”

“아. 의뢰 때문입니다. 참.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이봐. 다들. 이 분은 대마법사 님이셔. 저번에 내가 말했던. 기억나나?”

“......”

“......”

구본과 비지덱이 뒤에 있는 모험가들에게 이한을 소개하자, 이한과 앙라고 모두 굳어버렸다.

“대마법사는 아닙니다...”

“앗. 아닙니까?”

“아닌... 가?”

모험가들이야 마법사를 만날 일이 없다지만 앙라고까지 갸웃거리자 이한은 한 대 때릴까 고민했다.

“누굴 말하는 거지? 구본, 네가 말했던 마법사라면... 헉!”

모험가 중 한 명이 기억났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구본은 그제야 기억났냐는 표정으로 동료를 쳐다보았다.

“그, 파티에 같이 참가해서 보초도 마법으로 서주고, 불도 마법으로 피워주고, 물도 마법으로 불러내주고, 요리도 마법으로 해주고, 동굴도 마법으로 공략해줬다는 그 소리를 말하는 거였냐!?”

“구본 놈이 날 얕잡아보고 헛소리하는 줄 알았는데...”

“......”

모험가들이 웅성거리자 구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신세를 크게 진 대마법사, 아니, 대마법사에 한없이 가까운 마법사 앞에서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내가 왜 헛소리를 하나!! 날 무시하는 거냐!?”

“아, 아니. 미안하다.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렸다고.”

“내가 마법사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구본 네가 한 소리가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안단 말이다.”

“크윽...! 이 멍청한 놈들이 누구 앞에서...! 그, 최근에 구울의 왕을 토벌한 마법사에 대해서 들어봤을 거 아니냐! 그게 이 분이시라고!”

“구울의 왕을?!”

모험가들은 한층 더 경악했다.

제국을 돌아다니는 일이 많은 모험가들은 그만큼 소문을 들을 일이 많았다.

최근에 그랑덴 시에 돌아왔을 때 구울의 왕 관련된 이야기를 몇 번 주점에서 들었는데 그게?

“아니, 그런 마법사 님이 대체 왜 구본 너하고...?”

“구본 네 실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네가 대마법사를 모실 정도의 모험가는 아니잖아?”

“......”

구본이 부들부들 떨자 이한은 소란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끼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         *

“아. 에인로가드 출신이셨군요. 그래서 그런...”

모험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물론 에인로가드에 다닌다고 모든 학생들이 이한 같은 마법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모험가들이 그런 것까지 알지는 못했다.

그냥 대단한 마법학교에 다니니까 대단한 마법사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학생이라 아직 부족함이 많습니다. 그리고 토벌 건은 좀 부풀려진 것도 많고요.”

“아하. 그럼 구본이 말한 것도 좀 허풍이 많이 섞인 겁니까?”

“그건 사실입니다.”

“......”

“...???”

모험가들은 혼란스러웠지만 일단 받아들였다.

“그보다 무슨 의뢰 때문에 오셨습니까?”

구본과 모험가들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최근에 제안 받은 의뢰 때문이었다.

-필로네 마을 인근의 검은 바윗돌 숲에서 특이한 현상이 자꾸 발생한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마력 흐름의 변화가 생긴 모양인데, 숲을 확인하고 면밀하게 조사해주십시오.

엄청나게 위험한 의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의뢰도 아니었다.

자연에 흩어져 있는 마력은 흐르고 모이면서 여러 변화를 일으키는데, 가끔 노련한 모험가도 깜짝 놀랄 만한 이변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다.

‘저번의 언데드 계가 연결된 것도 그런 현상이었지.’

상황을 보고 조사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빠져나와서 보고할 수 있을 정도의 전투력이 필수적인 일.

구본과 모험가들은 그 정도 능력이 있었기에 자격을 인정받아 의뢰를 수행할 수 있었다.

‘오.’

이한은 모험가들이 받은 의뢰를 듣고 살짝 존경하는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설명만 들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꽤 경력이 있는 노련한 모험가만 할 수 있는 의뢰라는 게 느껴졌다.

‘보수도 좋겠군. 나도 저런 의뢰를 받았어야 했는데.’

방학 때 받았던 의뢰는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가 컸다.

구울의 왕이 나올 줄 알았다면 그쪽 주변을 돌면서 채집을 하진 않았을 터.

이한도 그냥 조사하고 금화 받는 의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좀 문제가 생겨서... 지금 물러서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검은 바윗돌 숲을 조사하던 도중, 모험가들은 숲의 지형이 자꾸 바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모인 마력이 환상을 만들어내서 침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지형이 바뀌는 정도였지만, 환상이 더 심해지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

모험가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 마법사 님한테 도움을 부탁드리면 안 되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멍청한 소리 하지 마. 마법사 님이 이런 하찮은 의뢰에 관심이 있겠냐. 푼돈에 불과하실 텐데.”

‘아닌데.’

이한은 정색할 뻔했다.

모험가들은 아무래도 마법사에 대해 너무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번에는 구본하고 같이 일하셨잖...”

“그건 구울의 왕 때문이겠지. 구본은 길안내 역할 정도였겠고.”

구본은 자기가 옆에 있는데 대놓고 말하는 동료들의 모습에 황당해했다.

하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그 정도 역할이었으니까!

“...제가 무슨 구울의 왕 같은 놈에게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어느 의뢰든 다 관심이 있는 편이죠.”

“예? 그렇습니까?”

“대체 왜...? 금화 때문은 아니실 테고...?”

“지식의 습득 때문이겠지.”

“아하.”

모험가들의 오해를 지적하는 대신 이한은 본론으로 돌아갔다.

“괜찮다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 구본 씨하고는 인연도 있고.”

구본은 감동 받은 표정을 지었다.

“보수는...”

“꼭 받아주십시오. 마법사 님!”

“맞습니다. 물론 마법사 님에게 이 정도 보수는 별 의미 없으시겠지만, 이건 모험가로서의 원칙입니다. 일을 도와주신 이상 보수를 받으셔야 합니다.”

“...아. 예. 뭐.”

이한은 ‘보수는 꼭 챙겨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려다가 머쓱해졌다.

‘나쁘지 않다.’

이렇게 쉽게 금화를 얻게 되다니. 이한은 처음으로 마법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모험가들은 온갖 경력과 결과를 쌓아야 하지만 마법사는 그 이름만으로 참가가 가능한 것이다.

마법사 하길 잘 했다!

게다가 모험가들과 같이 돌아다니면 혹시 모를 에인로가드 추격자들의 시선도 피할 수 있었다.

“야. 워다나즈...”

옆에서 듣고 있던 앙라고가 황당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1학년이잖아. 너 해결할 자신 있냐?”

“앙라고. 내가 그 정도 생각도 안 하고 말을 꺼냈겠나?”

이한의 자신만만한 말에 앙라고는 아차 싶었다.

생각해보니 워다나즈는 같은 1학년이었지만 앙라고와 차원이 다른 마법사였던 것이다.

‘맞아. 이 자식은 워다나즈 가문이었지.’

앙라고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멍청한 질문을 했네. 하긴, 자신만 있으면 지금 상황에서는 무조건 받는 게 좋지. 같이 다니면 훨씬 시선도 덜 받을 거고. 너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그래. 발도르오른 님한테 부탁해서 같이 갈 거다.”

“...????”

니가 해결하는 게 아니었어?

*         *         *

필로네 마을의 환상 마법사, 발도르오른.

여러 마을을 돌다보면 한 번쯤은 볼 수 있는,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평범한 마법사에 가까웠다.

마도서를 구해서 독학했거나, 길드나 스승을 구해서 배우려고 했지만 실력에 한계가 있는 이들은 이런 식으로 멈춰서서 마법을 호구지책으로 쓰곤 했다.

당연히 발도르오른도 진리의 끝과 세계의 이면을 마법으로 보려는 욕심 같은 건 없어진지 오래였다.

“......”

“마법사 님 표정이 좀 이상하지 않나? 불쾌하신 거 아닌가?”

“우리가 너무 무례했나?”

“...아, 아닙니다.”

발도르오른은 재빨리 모험가들에게 해명했다.

좌절한 감정이 다 드러난 모양이었다.

‘대체 왜 에인로가드 학생이 여기에 자꾸 오는 거야...’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별 생각 없이 나갔던 발도르오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놀랐다.

낯익은 에인로가드 학생이 또 찾아온 것이다.

-발도르오른 님. 혹시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왜... 아니... 알겠습니다...

발도르오른은 차마 이한의 강압, 아니,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에인로가드 근처의 마을에서 마법으로 장사하는데 어떻게 거절한단 말인가.

지금이야 학생들이 친절하게 굴고 있었지만 나중에는 무슨 보복을 당할지도 몰랐다.

“발도르오른 님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이한은 단호하게 모험가들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오해를 했습니다.”

“마법사 님들은 다 대하기 어렵다고 말을 많이 들었어서...”

모험가들은 진심 어린 태도로 사과했다. 발도르오른은 그게 더 부담스러웠다.

‘이러다가 숲 문제 해결 못 하면 화내는 거 아닌가?’

에인로가드 같은 곳에서 나온 마법사들에게는 타고난 아우라가 있었다.

그런 마법사들은 실수를 하더라도 제국의 사람들이 그리 항의하지 않았다.

-아, 마법사 님이 실패하신 걸 보면 정말 어려운 일이었나보구나!

그렇지만 발도르오른 같은 마법사에게는 그런 아우라가 없었다.

까딱 잘못 조절했다가는 바로 이런 반응이 나왔다.

-실패했다고? 마법사가? 저 마법사 진짜 마법사 맞아? 돌팔이 아닌가?

딱 보니까 나름 경력이 되는 노련한 모험가들 같았다.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속이 쓰려오는 기분이었다.

“환상입니다.”

이한은 가장 먼저 경고했다. 희뿌연 안개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던 것이다.

“저런!”

“숲 입구까지... 그 사이 늘어났습니다.”

모험가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숲 입구까지 환상이 영향을 끼치는 범위가 늘어나다니.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발도르오른 님. 저번에 배웠던 방법으로 날려 봐도 되겠습니까?”

“예. ...예?”

“그럼 날리겠습니다.”

무심코 대답하던 발도르오른은 깜짝 놀라서 되물으려고 했다.

‘뭘 배웠단 거지? 가르친 기억이 없는데?’

그러나 대답을 들은 이한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마력을 망치처럼 휘둘러 안개를 날려버렸다.

구조를 읽고 해석하는 대신, 강렬한 충격으로 구조 자체를 깨뜨리는 파훼법.

“......”

발도르오른은 그 무식한 해결책에 입을 떡 벌렸다.

‘저걸 쓴다고 실제로????’

이론상 있는 방법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아주 약하거나 범위가 작은 환상 마법에나 쓰는 거지, 숲 입구를 감싸고 있는 안개 전체를 날리려면 마력이 얼마나 소모될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상황 파악이 안 된 모험가들은 멍하니 보고 있다가 물었다.

“해결된 겁니까?”

“예.”

“대단하십니다!”

“...전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겸손하시기까지!”

“......”

발도르오른은 진짜로 집에 가고 싶어졌다.

*         *         *

그 이후로도 발도르오른과 이한은 탁월한 관찰력과 놀라운 마법으로 숲의 환상을 깨고 올바른 길을 찾아냈다.

발도르오른이 관찰을, 이한은 해결을.

이한이 질문을 던지면 발도르오른은 믿음직하게 확인해줬다.

그 완벽한 호흡에 모험가들은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그런데 저 마법사 님은 왜 가만히 계시는 거지?”

“마력을 아끼시는 거지.”

“......”

앙라고도 매우 눈치가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도와주고 싶었지만...

‘봐도 도저히 모르겠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마력을 무식하게 휘둘러서 안개를 날려버리고 있는 것처럼만 보였다.

물론 그런 방식은 아닐 테고, 그 안에 무언가 비범한 이치가 있을 텐데...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한이 또 하나의 안개를 날려버리자 앙라고는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후우.”

그리고 발도르오른도 한숨을 푹 쉬었다.

“후우우우...”

“...???”

앙라고는 이 대단한 마법사가 왜 이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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