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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17화 (417/687)

417화

‘설마 워다나즈의 마법이 불만족스러우신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하시는군.’

앙라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에인로가드 교수들도 지금 워다나즈를 본다면 잘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불만족스러워하다니.

엄격해도 너무 엄격했다.

“마법사 님. 잠시 휴식을 취하시겠습니까?”

“예?”

한숨 쉬고 있던 발도르오른은 모험가들의 질문에 당황했다.

한 것도 없는데 휴식이라니.

눈치가 보여서 어떻게 쉰단 말인가.

“괜, 괜찮습니다.”

“헉...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모험가들은 놀란 기색으로 받아들였다. 발도르오른은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했나 싶었다.

‘아차...!’

생각해보니까 모험가들이 휴식을 취하자고 한 건 발도르오른 때문이 아니라 이한 때문이었다.

마법사의 마력은 무한이 아니었고 저렇게 계속 마법을 연속으로 쓴다면 휴식을 취해는 게 맞았다.

“그, 그게 아니라!”

“마법사 님이 생각보다 엄격하시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쉿. 심기 거스르면 안 된다. 조용히 해.”

뒤늦게 깨달은 발도르오른은 급히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이미 모험가들은 ‘세상에! 지독할 정도로 엄격하시군’하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졸지에 옛날 마법사처럼 엄격하고 지독한 사람이 된 발도르오른은 울상을 지었다.

“저... 우리 좀 쉬었다가 갑시다.”

“예? 전 괜찮습니다만.”

“내가 안 괜찮습니다.”

“하하. 발도르오른 님. 절 걱정하셔서 그러는 거라면 정말 괜찮습니다. 마력은 넉넉하니 말입니다.”

“......”

*         *         *

<볼츠만의 부름> 축제에 참가했던 소환 마법사들과 흑마법사들은 팔짱을 끼고 검은 바위를 노려보았다.

“흐음.”

“흐으으으음.”

“크음.”

“커험.”

“...이제 그만하고 서로 인정하지 않겠나? 잘 모르겠다고...”

“조용히! 조용히 해라!”

“누가 모른다고 인정했나! 아직 안 끝났다!”

심혈을 기울인 학회나 축제가 끝난 마법사들은 일시적으로 한가해지기 마련.

이런 마법사들만큼 심심한 이들도 드물었다.

축제가 끝나고 근처 마을에서 이야기도 나눌 겸 모인 마법사들은 신나게 떠들다가 주변에 도는 소문을 듣고 솔깃해했다.

-검은 바윗돌 숲에 마력으로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그렇다면 우리, 누가 먼저 해결하는지 겨뤄보지 않겠나?

호기심은 마법사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덕목.

흥미로운 소문을 들은 마법사들은 우르르 숲으로 몰려갔다.

진입을 가로막는 환상들이 있었지만 노련한 마법사들의 상대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주변을 샅샅이 탐색한 결과, 마법사들이 발견한 건 숲의 한 지점으로 마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 검은 바위에 마력이 집중되고 있는데... 희한하군. 왜 집중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그것도 그렇지만 이런 평범한 바위가 이만한 마력을 계속 버티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무언가 있는 것 같은데요.

-마을 사람들한테 들었는데, 이 바위는 숲에 이름이 붙기 전부터 있었을 정도로 오래됐다고 합니다. 숲의 마력이 계속 쌓였다면 저렇게 견고한 것도 설명이 됩니다.

-그건 설명이 됐다 쳐도 숲의 마력 흐름이 이쪽으로 모이는 이유는 뭡니까?

-흐음.

-흐으으으음...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여기 모인 마법사들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줄 알고 달려왔는데, 의외로 풀리지 않고 막히자 마법사들의 얼굴에 진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해가며 풀어야 했지만, 여기 모인 마법사들은 같은 학파나 길드 출신이 아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축제에서 서로 경쟁심을 불태웠던 사이.

자존심 때문에라도 쉽게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먼저 인정할 순 없다. 저놈들이 먼저 인정하면...’

‘절대 먼저 인정하지 않겠다! 저 자식들이 먼저 인정한다면...’

그렇게 마법사들이 검은 바위를 둘러싸고 끙끙 고민하는 사이 멀리서 이한 일행이 길을 열고 나타났다.

“!”

이한은 숲의 마력이 가장 짙어지는 곳에 위치한 검은 바위와, 그 바위를 둘러싸고 있는 마법사들을 보고 놀랐다.

“먼저 온 사람이 있습니다.”

“이, 이런!”

모험가들은 안색이 변해서 외쳤다.

숲의 안개가 심해졌을 때보다 더 놀란 기색이었다.

“큰일났습니다. 마법사 님.”

“그 정도...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한은 모험가들이 너무 놀라는 것 같아서 당황했다.

물론 지금 저기 있는 마법사들이 사악한 마법에 영혼을 바친 이들이라면 놀라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저기 있는 마법사들은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게다가 멀리서 보니 낯이 익었다.

얼마 전에 에인로가드 축제에 참가했던 마법사들이 분명했다.

‘소문 듣고 찾아왔나보군.’

이 근처 마을에 머무는데 희한한 소문이 들려왔으니 마법사들이 이렇게 꼬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혹시 흑마법사들이 있어서 그러시는 겁니까? 소문과 달리 흑마법사들이 무조건 언데드를 일으켜서 주변을 망가뜨리지는 않습니다.”

“예? 아닙니다. 그것 때문이 아니라, 의뢰 때문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모험가들이 의뢰를 깨면서 겪는 어려운 일들은 대부분 의뢰 내용과 관련된 난관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의뢰와 상관없는 외적인 난관도 많았다.

지금 같은 상황도 그랬다.

숲 가운데에 있는 검은 바위에 다가가서 주변을 조사해야 하는데, 먼저 자리 잡은 마법사들이 있는 상황.

당연히 마법사들이 양보해줘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더군다나 이런 마력과 관련된 이상현상에서는 마법사들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구본과 동료들은 어떻게 마법사들을 설득할지 벌써 두통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그냥 부탁하면 안 됩니까?”

“후. 그게 쉽지 않을 겁니다. 마법사 님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쉽게 양보하지 않잖습니까. 스스로 만족하시기 전에는 양보하시지 않을 겁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발도르오른도 공감한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맞는 말입니다. 저렇게 관심 있어 하는 상황에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게 마법사란 족속이니.”

“역시! 발도르오른 님은 모든 걸 꿰뚫어보시는군요.”

‘그만해 이 자식들아.’

발도르오른은 속으로 욕하고 시선을 돌렸다.

이제까지 아무것도 못했다는 걸 감안했을 때 어떻게든 저 마법사들을 잘 설득해보고 싶었지만...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내가 말을 걸었다가는 바로 꺼지라고 할 것 같다.’

본 적도 없는 하찮은 마법사가 부탁한다고 들어줄 만큼 제국의 마법사들이 너그러운 족속은 아니었다.

‘시약... 갖고 있는 시약이 뭐가 있더라? 황정석 가루는 너무 싸구려고... 이걸 뇌물로 주면 화낼까?’

고민하던 발도르오른은 앞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에 고개를 들었다.

이한이 마법사들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

발도르오른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에인로가드 학생이라 하더라도 저기 마법사들이 참고 넘어갈지는 알 수 없...

“허락 받았습니다. 조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

발도르오른과 모험가들은 멍한 시선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         *         *

“이야, 나오시기 힘들 거라고 말이 많아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소환 마법사 한 명이 흑마법사를 어깨로 밀어내며 이한에게 접근했다.

“하. 당연히 나올 수 있겠지! 에인로가드의 규칙이 아무리 엄격하더라도 그렇게까지 불합리할리가 있겠나. 학생들도 사람인데.”

흑마법사는 그렇게 대꾸하며 소환 마법사의 발등을 밟으려고 했다.

그렇게 마법사들이 서로 이한에게 접근하며 어설프게 밀어내려고 하자 그 사이에 갇힌 이한에게 압박이 돌아왔다.

“...여러분.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저기 흑마법사들이 너무 무례하게 밀어서 그렇죠!”

“소환 마법사들 말 듣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저런 간교한 녀석들!”

이한은 천천히 마법사들을 양옆으로 밀어냈다. 에인로가드와 검술로 단련된 이한의 근력은 마법사들이 당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저도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되는 짧은 외출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게 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습니다.”

‘외출 아니잖아.’

앙라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같이 탈주해놓고도 당당한 저 태도라니!

지금 앙라고는 언제 들킬지 몰라서 조마조마해 죽겠는데...

“...맞는 말씀이십니다.”

“저희가 너무 추한 모습을 보였군요.”

마법사들이 서로 반성하고 화해하자 이한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러면 혹시 저기 검은 바위 조사한 것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운이 좋군.’

이렇게 온 김에 친분으로 날로 먹으려는 속셈이었지만, 아쉽게도 상황은 이한의 예상과 달랐다.

“아직...”

“예?”

“아직 조사 중이었습니다.”

“...여기 모인 분들이 모두 말입니까??”

마법사들은 갑자기 헛기침을 쿨럭이면서 시선을 피했다.

서로 경쟁하느라 제대로 된 의견 교환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제야 창피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 그럴 수 있습니다. 조사가 많이 어려울 수도...”

이한의 위로가 더욱 뼈아팠다. 마법사들은 허겁지겁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지금 숲을 흐르는 마력이 모두 다 이쪽으로 모이고 있지만, 흐르는 마력이 다 똑같은 수준은 아니야. 내가 아까 소리의 정령을 소환해서 길을 찾았잖나? 비교적 환상이 약한 길과 강한 길이 있더군. 저기 동쪽 길은 환상이 매우 강력해서 지나다니는 게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통과한 남쪽 길은 훨씬 수월하지.

-...잠깐. 여기 워다나즈 님은 동쪽에서 왔는데?

-발도르오른 님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오. 그렇습니까? 어떻게 뚫으신 겁니까? 궁금한데...

-제, 제발. 제발 그냥 분석을 진행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예? 알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비대칭을 봤을 때, 검은 바위가 상황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뭐라고? 설마 원인은 밖에 있고, 검은 바위는 그저 우연히 흐름이 가장 집중되는 곳에 있었다는 건가?

-그렇지.

-말도 안 되게 들리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그럴듯하게 들리는군! 한 번 계산해보도록 하지.

마법사들은 슥삭슥삭 계산해보더니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숲 바깥쪽에 원인이 따로 있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어디 한 번 가서 확인해봅시다!”

“워다나즈 님이 오니 막혔던 난제가 이렇게 쉽게 풀립니다. 역시 흑마법 학파를 빛낼 인재다우십니다.”

“여기서 흑마법 언급을 왜 하는 거냐?”

“불만 있으면 너희들도 소환 마법을 언급하던가.”

마법사들이 자기들끼리 해결해놓고 칭찬해주자, 이한은 어이없다는 듯이 발도르오른에게 말했다.

“자기들끼리 다 해결해놓고 절 칭찬하다니... 마음은 고맙지만 너무 어이없지 않습니까? 머쓱할 지경인데요.”

“...그렇죠!!!!!!!”

발도르오른은 진심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마음을 발도르오른만큼 잘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         *         *

“기사단?”

우르르 숲 밖으로 나온 마법사들은 저 멀리 보이는 야영지에 눈살을 찌푸렸다.

같은 야영지라 하더라도 그 겉모습에 따라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간소하면 여행자, 주변에 함정과 목책이 설치되어 있으면 용병, 어딘가 허름하고 살기가 흐르면 강도...

그리고 저런 식으로 간단한 야영지인데도 나무벽을 세우고 요새처럼 마무리를 해놓는 곳은 규율이 철저하고 여력이 되는 기사단밖에 없었다.

아까 모험가들이 마법사들한테 다가가기 싫어서 울상을 지었듯이, 마법사들도 기사들한테 다가가기 싫어서 인상을 찡그렸다.

“하필 대가리를 투구 장식걸이로 쓰는 놈들이라니.”

“잠시 야영지 안을 확인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는데 고민이군. 우리가 말하려는 의미를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

마법사들의 신랄한 말에 앙라고는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너무하잖아!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은데!’

“기사들이 이 주변에 있을 이유가 있나?”

“어?”

“기사들이 이 주변에 있을 이유가 있냐고. 몬스터가 나왔단 소리도 없었는데.”

“...어? 그러게. 그냥... 사냥?”

이한은 앙라고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앙라고는 대가리를 투구 장식걸이로 쓰는 놈이 된 기분을 받았다.

“아까 숲을 보면 알겠지만 사냥할 게 없었잖아.”

“그, 그러게. 뭐지?”

답은 바로 나왔다.

가까이 다가가자 야영지 위에 걸린 기사단의 깃발이 보였던 것이다.

너도밤나무 기사단이었다.

“......”

이한은 경악해서 깃발을 노려보았다.

설마 정말로 이한을 기사들 모임에 초대하려고 에인로가드까지 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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