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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32화 (432/687)

432화

원래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기 마련.

마을의 가축들을 훔쳐서 변환 마법 실험에 쓰고 도시 길드의 재산을 빌려다가 연금술에 쓴 마법사는 에인로가드에 있을 때도 여러모로 재산을 비축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유산이 탐난다.’

이한이 속으로 그런 음험한 생각을 하며 눈을 빛내는 동안, 선배는 후배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후배들은 아직 1학년이죠? 대부분 밤산책이나 외출도 모르겠군요.”

아니... 음... 아니다. 계속 말해라.

해골 교장은 ‘너희 때 1학년하고 이번 1학년은 좀 많이 다르다’고 말해주려다가 말았다.

“그 때가 아주 좋은 겁니다. 후배 여러분. 한 번 규칙을 어기면 두 번 어기게 되고, 두 번 어기게 되면 세 번 어기게 되고... 교칙을 무시하시면 안 됩니다! 가끔은 교칙을 무시하는 친구들이 멋있어 보일수도 있지만 그건 착각이에요.”

선배의 진심 어린 설교에 후배들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뭐라는 거야? 저거 선배 맞아?”

“교장 선생님에게 매수된 끄나풀이군!”

“졸업해서 기름지게 처먹고 다니다보니 자기 1학년 시절이 기억이 안 나나!”

“우우! 물러나라! 교장 선생님의 끄나풀!”

거칠고 딱딱한 음식만 먹어서 성질이 날카로워진 1학년 후배들에게 ‘교칙을 준수합시다’라고 해봤자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효과만 일어났다.

“후배 여러분! 진정하세요! 지금 내 말이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러나라! 물러나라!”

가이난도는 신이 나서 종이뭉치를 구겨서 집어던졌다.

해골 교장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저런 머저리 같으니.’

심지어 저건 해골 교장이 시킨 일도 아니었다. 해골 교장은 학생들의 일탈까지 금지하진 않았다.

물론 가끔 해골 교장의 창고까지 털어가는 일이 생기면 열 받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저런 섬뜩한 극기 정신이야말로 마법 실력 향상의 근원인 것이다.

‘학교 밖에서만 안 하면 그만이지. 자기가 자제를 못 해놓고 무슨 학교 탓을 하고 있나.’

“후배 여러분! 후배 여러분! 제 말을 들어주세요!”

“우우! 물러나라!”

“제 말을...”

“물러나라! 물러나라!”

쾅!

선배는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렸다.

그러자 가이난도의 외투가 수십 마리의 새로 변하더니 가이난도를 미친듯이 부리로 쪼기 시작했다.

“악! 아악!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

야유를 내뱉던 친구들은 가이난도의 모습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나약해보여도 눈앞의 선배 역시 에인로가드란 지옥을 관통해 온 괴물이었던 것이다.

*         *         *

선배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가이난도를 풀어주었지만 분위기는 이미 싸늘해진 뒤였다.

“...교장 선생님. 이거 괜찮습니까?”

글쎄. 내가 어떻게 알겠냐.

해골 교장의 냉정한 말투에 선배는 진땀을 흘렸다.

밖에서 사고를 친 대가로 끌려 온 만큼, 이 에인로가드 출신 마법사는 그에 걸맞은 일을 해야 했다.

-강의에 참가해라. 무쇠대가리들한테 밖에서 사고를 치면 안 되는 이유를 똑똑히 알려줘.

-교장 선생님! 그래도 제가 이 에인로가드를 졸업한 마법사인데...

-그럼 징벌방에 계속 처박혀 있던가.

-...그런 임무를 맡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강의를 잘 해내면 그 공적을 감안해서 수감 기간을 줄여준다는 제안을 받은 만큼 선배는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1학년들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무서워서 더 이상 야유는 나오지 않았지만, 눈빛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후배 여러분. 방금은 제가 조금 흥분했어요. 하지만 저는 정말 위험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

가이난도는 훌쩍이면서 깃털을 뽑아냈다. 친구들은 선배를 노려봤다.

“...혹시 질문할 사람 있나요? 뭐든지 물어보세요.”

“저 있습니다. 선배님.”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상황에서 이한이 혼자 손을 들었다.

그 모습에 선배는 반색했다.

“물어봐요!”

“범죄를 저지르고 붙잡히신 것 같은데 어디 갇혀 계셨습니까?”

“어... 에인로가드 징벌방이죠. 후배들은 모르겠지만, 여기 에인로가드에는 징벌방이 있는데...”

“징벌방에는 학생들만 들어가는 게 아니었습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이게 징벌방도 여러 징벌방이 있어요. 처음에 학년 낮을 때는 겉의 징벌방만 들어가게 되는데, 이게 나중에 학년 높아지면 숨겨진 안쪽의 징벌방이 있답니다. 거기에는 이제 외부에서 잡혀온 마법사들도...”

야 이 머저리야. 그게 지금 강의에서 할 내용이냐?

해골 교장이 짜증을 내자 선배는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이한은 서운하다는 듯이 해골 교장을 쳐다보았다.

“교장 선생님. 저는 친우들을 위해 징벌방이 얼마나 열악하고 괴로운 곳인지 물어보려고 했던 것뿐입니다. 징벌방이 그런 곳이란 걸 알면 친우들도 거기에 가지 않기 위해 조심하지 않겠습니까.”

선배는 그 말에 감탄했다.

1학년 학생 중에서도 본인을 도와주는 모범생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해골 교장은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주 훌륭합니다. 친구들도 분명 그 뜻을 이해해줄 거예요.”

“말 나온 김에 징벌방의 위치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얼마나 깊숙하고 철통 같은 곳에 있길래 학생들이 조심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넌 질문 금지다.

해골 교장은 보다 못해 이한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선배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해골 교장을 쳐다보았다.

‘기껏 분위기 좋게 도와주고 있었는데...’

시선 돌려라. 머저리야. 자기가 뭘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놈 같으니.

적반하장으로 쳐다보는 어리석은 졸업생의 모습에 해골 교장은 혀 차는 소리를 내며 지시를 내렸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마법이나 보여줘라. 밖에서 하면 안 되는 마법들. 그러면 기본은 할 거다.

“아, 알겠습니다.”

선배는 헛기침을 하고 지팡이를 들어 공간을 만들었다.

강의실의 책상들이 사라지고 학생들은 둥글게 모여서 마법을 구경할 준비를 했다.

“자. 다들 보세요.”

주문이 시전되고 의자 하나가 양으로 변했다.

수준 높은 변환 마법에 1학년 학생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선배의 의견이야 동의하기 힘들었지만 마법 실력은 확실했던 것이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건 무생물을 생물로 만드는 변환 마법 중 하나죠. 하지만 이 마법에서 아주 위험한 점이 있어요.”

“그게 뭔가요?”

“바로 이렇게 마법으로 만든 걸 말하지 않고 팔면 안 된다는 거죠.”

“......”

“......”

1학년들은 싸늘하게 선배를 쳐다보았지만, 선배는 왜 가짜 가축을 만들어서 팔면 안 되는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그리고 또 있어요. 자. 여기 마법으로 만든 보석이 보이죠?”

“혹시 그걸 팔면 안 되는 겁니까?”

“아주 훌륭해요, 후배 여러분! 자. 다들 필기를 해보죠.”

1학년 학생들은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으며 깃펜을 들었다.

흥미로운 마법을 배우나 했더니 말도 안 되는 강의였던 것이다.

‘음. 저 선배는 다시 징벌방으로 가실 것 같군.’

아직 물어볼 게 남았던 이한은 친구들이 투덜거리며 종이를 꺼내는 동안 선배에게 다가갔다.

“선배님.”

“아하.”

선배는 이한을 보고 매우 호의적으로 대했다.

아까부터 강의를 도와주려고 했던 후배였다.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뭘 물어보려는지 알겠어요.”

“어. 그렇습니까?”

“당연하죠. 아까 보여준 마법을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려는 거죠?”

“......”

“하지만 후배. 1학년 때 이 마법을 쓰는 건 무리입니다. 정 배우고 싶다면 강철 변환부터 마스터하고 오세요.”

“마스터했...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선배님.”

이한은 학생들이 어수선한 틈을 타 최대한 빠르게 속삭였다.

해골 교장이 눈치 채기 전에 서로 의사소통을 끝내야했다.

“혹시 학교에 남기신 거 없으십니까?”

“...!”

그제야 선배는 이한이 순수한 의도로 다가온 게 아니란 걸 알아차렸다.

“학교에 남긴 거?”

“예.”

“많진 않지만 없진 않지.”

“거래하시죠.”

이한은 선후배간의 정으로 그냥 달라고 하지 않았다. 선배는 거래하자는 이한의 말에 놀랐다.

1학년 학생이 이렇게 에인로가드의 본질을 터득하고 있다니.

에인로가드에서는 형제자매여도 맨입으로 거래하진 않았던 것이다.

“무슨 거래? 후배. 네가 나한테 줄 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선배님. 선배님은 다시 징벌방에 가실 것 아닙니까.”

“지금 날 도발하는 건가?”

“아닙니다. 위치만 알려주십시오. 제가 사식 넣어드리겠습니다.”

“...!”

선배는 오랜만에 감탄했다.

고작 1학년 밖에 안 된 놈이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거래를 제안할 줄이야.

확실히 오랫동안 징벌방에 갇혀서 반성하고 있어야 하는 입장에서 후배의 저 제안은 솔깃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1학년이라면 자기가 먹을 음식도 부족할 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징벌방을 뚫고 올 수도 없을 거고.”

“상관없습니다. 선배님. 제가 오면 그 때 알려주시면 됩니다. 실패하더라도 선배님한테는 손해 가는 게 없을 겁니다.”

“너... 1학년 맞냐?”

선배는 진심으로 놀랐다.

하는 짓만 보면 아무리 봐도 4학년 이상인데...

“좋아. 받아.”

손해 볼 것 없겠다고 생각했는지 선배는 쪽지를 건넸다. 짧은 사이에 마법으로 글자가 새겨졌다.

“어두운 곳에 놓으면 글자가 보일 거다. 그거 보고 찾아와.”

너희 둘은 뭘 그렇게 떠들고 있지?

수상함을 느낀 해골 교장이 다가오자 선배와 이한은 아차 싶었다.

대화가 길어지는 바람에 의심을 산 것이다.

“그... 마법 물어봐서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마법을?

‘망할!’

선배는 이를 악물었다.

졸업한지 좀 되어서 그런지 거짓말하는 솜씨가 녹슨 모양이었다.

저런 형편없는 거짓말이라니.

1학년 학생한테 이런 변환 마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너도냐? 하여간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마법 가르치는 시간 아니니까 적당히 가르쳐라.

“??”

선배는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더 놀라운 말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넌 강의 시간에 딴짓했으니 그 대가로 무조건 하나는 익혀라. 끝나고 확인할 거다.

“무리입니다!”

무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나는 익힐 수 있다. 익히도록.

“????”

선배는 지금 대체 무슨 대화가 오가고 있는 건지 몰라서 혼란스러워졌다.

*         *         *

“방, 방수 마법이 걸린 천을 이 가격에 판다고? 정말로?”

“...그럼 사지 마 이 새끼야.”

“아, 아니... 싸면 고맙지. 고맙다. 워다나즈.”

흰 호랑이 탑 학생은 고개를 숙이더니 천을 구매했다.

이한은 그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젠장. 나도 검은 거북이 탑 놈들처럼 폭리를 취하고 싶군.’

평소에 자재를 많이 모아놓는 검은 거북이 탑 친구들은 홍수를 앞두고 신나게 팔아대고 있었다.

다른 탑 학생들은 기껏 비축해놓은 식량들을 털어가며 각종 목재와 가죽, 시약을 구입해야 했다.

하지만 이한은 그렇게 가격을 올릴 수 없었다.

사제들이 옆에 있었던 것이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는 사제들의 모습.

그 앞에서 ‘홍수가 몇 번 오겠어 이 때 크게 벌어야 한다니까’같은 말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워다나즈가 뭐래?”

“그냥 가격 안 올린다던데?”

“뭐지? 분명히 올릴 줄 알았는데... 저번 시험 기간에는 자유로운 시장 가격 형성이 에인로가드 경제를 발전시킨다면서 커피가루 가격 두 배로 올렸잖아.”

“근데 그 시장... 가격... 경제가 뭔 소리냐?”

“나도 몰라. 워다나즈 가문 비전인가봐.”

“워다나즈 놈이 대귀족이잖나. 이런 위기로 돈벌이를 하는 건 스스로의 품위에 어긋나는 일인 거겠지.”

“후. 그런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

“야. 다 샀으면 꺼져라.”

짜증난 이한은 물 구슬을 날려 다른 탑 학생들을 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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