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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42화 (442/687)

442화

이한은 친구들에게 눈짓했다.

눈앞의 거대한 존재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는 만큼 최대한 조심해야했다.

마력 많고 마법에 뛰어난 마법사보다 눈치 빠르고 말 잘하는 마법사가 오래 살아남는다는 통계는 <언어와 논리> 강의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예. 바다입니다. 바다.”

물이... 안 짠 것 같...

“정령들이 난리를 쳐서 염분이 줄어든 모양입니다.”

계약에 따라... 너 마법사의 요구를...

물이 꿀렁거리는 소리가 나며 자꾸 끊겼지만, 학생들의 얼굴에는 안도의 기색이 돌아왔다.

탄주어가 저렇게 요구를 들어준다고 말하는 걸 보니 소환이 제대로 성공한 게 분명했다.

“빨리! 워다나즈!”

“이 홍수를 멈추게 해줘!!”

“나도 안다. 시험 기간인데 당연히 막아야지.”

“...아, 아니. 시험 기간 아니어도 막아야 해!”

이한의 광기에 친구들은 살짝 당황했다.

“배를 삼키는 자여! 지금 이 정령들의 난동이 보이십니까?”

느껴... 진다...

“이 정령들의 난동을 멈추고 비를 그치게 해주십시오! 홍수를 막고 물을 원래 있던 지하로 돌려보내주십시오!”

꿀꺽-

학생 중 한 명의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탄주어는 조용히 침묵했다.

......

물 꿀렁거리는 소리만 유독 다시 들리자 이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배를 삼키는 자여! 혹시 제 목소리가 작아서...”

아니... 들었...

탄주어는 천천히 대답했다.

하지만... 어려운 일... 힘이 완전하지 않아서...

‘이런.’

이한은 혀를 찼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생각해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소환된 탄주어는 영체 상태의 탄주어.

생전에 가졌던 힘 대부분을 잃어버린 상태일 테니 이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것도 놀랍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한은 침착하게 요구를 수정했다.

“배를 삼키는 자여. 그렇다면 이 홍수를 막아달라는 요구를 하진 않겠습니다. 대신 비구름과 폭풍의 방향을 바꿔주십시오!”

지금 에인로가드는 물이 차오른 것도 문제였지만, 시시때때로 몰아치는 비구름과 폭풍이 더 큰 문제였다.

잔잔한 바다는 1학년 마법사들도 건널 수 있었지만 비구름과 폭풍이 후려치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 정도는... 가능하다... 어디로...

“저기 에인로가드 본관 상층부로 싹 보내주십시오.”

“......”

“......”

친구들은 가만히 듣다가 경악했다.

야...!

‘괜찮나?’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본관 상층부는 교장과 교수들의 영역 아닌가.

거기로 비구름과 폭풍을 보내는 건 선전포고 아닌가?

“아니. 저건 워다나즈의 선택이 옳다.”

살코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냐, 투탄타?”

“너희, 이 홍수를 누가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거냐?”

“...!”

학생들은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 학교의 주인이 아니라면 누가 홍수를 일으켰겠는가?

‘어? 아닌데?’

탄주어에게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 일은 정말 해골 교장의 탓이 아니었다.

정령들이 그냥 주기적으로 기운이 강해져서 폭주한 거였는데...

“교장 선생님!”

“그렇지. 교장 선생님밖에 없다. 그러면 일방적으로 계속 당하고만 있을 거냐? 교장 선생님이 그런다고 만족하실 것 같냐?”

“아니지! 절대!”

“투탄타 놈의 말이 맞다. 더 이상 당하고만 살 수는 없어. 우리도 보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쌓인 게 많은 1학년 학생들은 목을 모아 외쳤다.

해골 교장의 거처로 물을 보낸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탄주어 님! 물을 전부 다 저쪽으로 보내주십시오!”

“맞아요!”

학생들의 외침에 탄주어는 천천히 화답했다.

...차라리... 홍수를 막고... 비를 그치게 해보겠다...

“......”

“......”

*         *         *

탄주어는 생각보다 겁이 많았다.

이 주변을 지배하고 있는 대마법사의 거처로 물을 보낼 바에는 그냥 어떻게든 홍수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전자가 더 낫지 않나?’

이한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탄주어가 후자를 선택한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힘이 완전하지 않은데 어떻게 홍수를 막고 비를 그치게 할 생각이지?”

힘들지만... 일시적으로...

탄주어는 꿀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설명했다.

영구적으로 정령들을 잠재우고 물을 돌려보내는 건 힘들어도, 일시적으로 정령들을 잠재우고 물을 막는 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힘이 소모되어... 회복을 계속 해야...

한 번 할 때마다 힘이 소모될 테니 회복하고, 또 그 다음에 일시적으로 막고.

이걸 계속 가능한 데까지 반복해보겠다고 탄주어는 말했다.

“......”

이한은 황당했다.

‘아니 진짜 전자가 낫지 않나?’

마법사와의 계약에 의해 소환된 이상, 소환된 존재는 최대한 빨리 계약을 들어주고 자유로워지고 싶어하기 마련이었다.

그렇다면 빠른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걸 마다하고 계속 힘 다할 때까지 있겠다니.

해골 교장이 얼마나 무섭길래...

“그래주신다면야 상관없긴 합니다.”

탄주어는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이 물을 내뿜었다.

“그럼 지금 바로 해주시겠습니까? 저희가 이동을 해야 해서.”

그래...

“해주시는 김에 저희들을 좀 태워주시겠습니까? 저희가 강의실에 가야 하는데 늦을 수도 있어서요.”

......

탄주어는 귀찮음을 담은 눈빛으로 이한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나 차마 거절하진 못했다.

마법사가 아까 말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낼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

*         *         *

<기초 제국 언어와 논리 심화> 강의를 가르치고 있는 로지네 플뤼워크 교수는 살짝 심란한 얼굴로 강의실에 서있었다.

“하아...”

옆에 있던 131년간 제국 법무관으로 근무한 악마, 오리퓰라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마법사여. 내가 보기엔 이게 교육에 좋은 환경 같지는 않네.

“......”

예전에 악마 공작이 어린 악마들을 훈련시키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그 곳도 이렇게 자연재해를 일부러 일으키지는 않았어.

“조용히 하십시오.”

로지네 교수는 옆에 있던 악마의 입을 막게 했다.

주말에 해골 교장한테 들은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었기에 아직도 귀에 아른거렸다.

-교수 여러분. 정령들이 난리를 쳐서 에인로가드에 홍수가 났습니다.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니, 새로 오신 분들은 너무 놀라지 마시고...

경력 긴 교수들은 전혀 놀라지 않는 걸 보니 로지네 교수 같은 외부 인사를 배려한 설명이 맞았다.

실제로 검술 강의를 가르치는 잉걸델 교수는 황당해하며 ‘아니 홍수는 막아줘야 하지 않습니까’하며 몇 번이고 질문을 던졌으니까.

-잉걸델 교수. 진정하시오. 이 홍수가 원래 십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홍수인데 불운하게 일어난 거라...

-하지만 물을 빼주셔야 학생들이 시험을 보러 오는 거 아닙니까?

-어째서?

-아니... 학생들이 시험을...

-어째서?

-......

-어째서?

해골 교장은 절대 해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아주 강력하게 드러냈다.

로지네 교수는 일단 수긍했지만 과연 학생들이 제대로 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스테인드글라스 밖으로 시선을 던지니 미친듯이 비바람이 몰아치고 파고(波高) 높은 파도가 연달아 밀려오는데...

‘학생들이 불참하면 참석한 학생들만 따로 시험을 보게 해야 하나?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

기껏 준비했는데...

오리퓰라스는 살짝 아쉬워하는 목소리로 강의실 한복판을 가리켰다.

이번 중간고사 시험은 학생들이 직접 강력한 존재와 간단하고 사소한 계약을 맺어보는 거였다.

물론 아무런 도움도 없이 1학년 학생들이 그런 사악하고 강력한 존재를 소환하고 대면할 수는 없었기에, 로지네 교수와 오리퓰라스가 열심히 그런 존재들을 모아서 약화시키고 봉인한 다음 우리에 가둬 강의실에 진열해 놨다.

학생들은 이 여러 존재들과 대화하고 이야기하면서 상대를 잘 파악해 하나라도 계약하면 성공이었다.

저 악마 기사가 얼마나 비싼 녀석인 줄 아나? 제국의 관료들이 저 악마를 내주면서 얼마나...

“압니다. 알아요. 빌려오느라 고생한 거.”

저 여덟 머리 짐승도 참 힘들었네. 워낙 거칠고 사나운 놈이라...

-마법사, 악마. 죽이겠다! 그르륵! 심장을 뽑아서 삼켜주마! 날 풀어라! 이 하찮고 냄새나는 놈들!

우리 안에 갇힌 몬스터가 걸걸 끓는 목소리로 살벌한 협박을 내놓았다. 오리퓰라스는 지겨워하며 창을 들더니 사정없이 몬스터를 찔렀다.

-크아아악!

얌전히 있으면 풀어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대체 왜 그러는 건가? 그 짧은 시간도 참기 힘든가? 나는 백 년 넘게 계약을 지키고 있는데?

-악마. 죽인다! 악마. 죽인다! 크악! 크아악!

폭력을 쓰고 싶진 않지만 어린 마법사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네. 반성하면 말하도록.

오리퓰라스는 멈추지 않고 몬스터를 찔렀다. 이런 강대하고 난폭한 존재들은 조금이라도 풀어주면 기어오르는 만큼 초장에 확실히 잡아야했다.

“...오리퓰라스 씨.”

왜 그러나? 더 세게 찔러야 하나? 하지만 더 세게 찔렀다가 놈이 소멸되기라도 하면...

“아니. 그게 아니라...”

로지네는 말을 잇지 못하고 밖을 가리켰다.

오리퓰라스도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리고 입을 떡 벌리며 창을 떨어뜨렸다.

저 멀리서 거대한 소환수가 바다를 가르고 비구름을 잠재우며 다가오고 있었다.

탄주어(呑舟魚)?! 귀한 걸 다 보는군! 어느 교수가 소환했지?

“학생들이 위에 있습니다.”

......

“......”

두 마법사와 악마는 서로 침묵했다.

오리퓰라스는 저번 학기에 만났던, 별다른 조건 없이 악마와 계약 가능했던 어린 학생을 떠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학생이 탄주어 위에 앉아 강의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         *         *

“잠깐, 워다나즈! 이렇게 커다란 생물이 안으로 들어가면 학교 건물이 상하지 않나?”

“교장 선생님이 고치시겠지. 배를 삼키는 자여! 안으로 들어가 주십시오!”

이한은 친구들의 걱정에도 절대 탄주어에서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본관 안에도 살벌하게 파도와 비구름이 날뛰고 있었다.

‘건물 안이라고 방심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여기서 잘못 휩쓸리면 더 위험해.’

물살 한 번 휩쓸렸다가 징벌방까지 떠밀려가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이한은 절대 탄주어에서 내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촤르르르르르륵-

탄주어가 문을 밀고 들어오자 에인로가드의 현관이 갑자기 넓어지고 복도가 확장됐다.

옆에 타고 있던 학생이 감탄했다.

“아...! 그렇구나!”

“하긴 에인로가드쯤 되는 건물이 이런 것 때문에 상하진 않겠지! 워다나즈. 이걸 믿은 거구나!”

“아니. 그냥 상해도 교장 선생님이 고치실 거라고 생각한 거다. 오른쪽으로!”

파도와 비구름이 멎은 잔잔한 수면 위를 고래를 닮은 탄주어가 질주했다.

학생들은 지금 고생스러운 상황도 잊고 환호성을 질렀다.

쩍!

순간 옆의 벽이 열리더니 폭포가 살벌하게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있던 물이 이쪽으로 연결되어서 날아온 것이다.

이한은 다급하게 외쳤다.

“배를 삼키는 자여! 지금...”

알고...

“못 막으시면 교장 선생님 방으로 물 보내셔야 합니다!!”

탄주어는 꾸르륵 물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폭포를 막았다.

폭포가 위로 역류하며 벽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탄주어는 지쳐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강의실 안에서 보고 있던 오리퓰라스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만점... 만점!

“???”

학생들은 갑자기 강의실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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