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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44화 (444/687)

444화

학생들이 비바람 치는 에인로가드를 뚫고 다니느라 고생하는 것처럼, 교수들도 고생하고 있었다.

물론 교수 본인이 학생들처럼 물살에 휘말려서 표류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교수 정도 되는 마법사라면 이 정도 홍수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

번개걸음 교수는 착잡한 얼굴로 파도를 내려다보았다.

원래라면 학생들이 열심히 만든 경주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바다가 들어와 있었다.

“그... 교장도 고의로 한 건 아니었을 겁니다.”

우레걸음 교수가 가문 어른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물론 우레걸음 교수의 말은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됐고, 방법이나 생각해봐라. 네 오두막은?”

“제 오두막은 좀 다르죠...”

우레걸음 교수는 우물쭈물 대답했다.

외부의 모험가로 활동하다가 온 번개걸음 교수와 달리, 우레걸음 교수는 오랫동안 에인로가드에서 지낸 만큼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당연히 이런 자연재해를 대비해 곳곳에 배치해 둔 오두막들에도 마법이 걸려 있었다.

홍수 같은 경우에는 거센 물의 힘을 버티는 대신 오두막과 지하실, 붙여놓은 가축우리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해놓았다.

그러면 나중에 홍수가 끝나고 찾아서 옮기면 그만이었으니까.

그에 비해 저런 대형 경주장은 오두막과 상황이 달랐다.

지금 준비하려면...

“물을 막을만한 걸 소환하고, 이미 들어온 물을 증발시키고, 축축한 땅 마르게 하고, 이번 주 시험 기간 동안 계속 유지시켜야하겠는데요.”

“할 수 있냐?”

“......”

우레걸음 교수는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저 정도 대규모 마법을 펼치려면 한 명의 마법으로는 힘들었다.

극심한 마력 소모는 물론이고 온갖 희귀 시약에, 복잡한 술식에...

시험 하나 보겠다고 그런 걸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저도 시험 봐야죠...”

“후. 알겠다. 시험을 바꿔야겠군. 기껏 준비했는데.”

“기말고사에 쓰십시오.”

“그럼 기말고사에 준비해놓은 건 어쩌고?”

“그것도 같이 보게 하시죠?”

우레걸음 교수는 이한이 들었다면 뒤에서 찌를 소리를 태연하게 지껄였다.

번개걸음 교수는 그 말에 솔깃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냥 놓치긴 아깝긴 한데...”

“맞습니다.”

우레걸음 교수는 간신배처럼 맞장구를 쳤다. 집안 어르신의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하지만 시험 내용을 바꾸는 건 조금 망설여지긴 하는데. 학생들이 수중생물에 익숙하지 않거든.”

“에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얼마나 똘똘한데요.”

우레걸음 교수는 혹여라도 번개걸음 교수가 생각을 바꾸고 자신을 괴롭힐까봐 옆에서 연신 부추겼다.

무릇 에인로가드 학생이라면 갑자기 생긴 바다 밑에 있는 수중생물과 친해지라는 과제도 해낼 줄 알아야했다.

“제가 가르시아 교수에게 들었는데, 학생들이 수중 호흡 마법도 배웠다고 합니다.”

“그래도... 흠...”

번개걸음 교수가 고민에 잠겨있는 사이 저 멀리서 해골 교장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갔다.

그걸 본 우레걸음 교수는 놀랐다.

‘아니. 엄청 화가 나셨나보군!’

원래라면 평범하게 날아가던 양반이 저렇게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가다니.

보통 심술이 난 게 아니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무슨 일이십니까?”

아! 우레걸음 교수! 내 말 좀 들어보게!

해골 교장은 울분을 토하며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아직 시험 내용을 정하지 않았다면 난이도를 몇 배로 올려버리게나! 내 탄주어의 원한을 갚아주게!

“아, 예. 정말 안타깝군요.”

우레걸음 교수는 대충 맞장구만 치고 한 귀로 흘렸다.

솔직히 에인로가드의 교수들에게 해골 교장이 학생한테 당하는 일은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일단 당하는 일 자체가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었고...

...그리고 솔직히 자업자득에 가까웠으니까.

‘누구 좋으라고?’

우레걸음 교수는 절대 시험 내용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무엇보다 귀찮았다.

“그런데 탄주어 시약을 어떻게 손에 넣은 겁니까? 길가에 흘리기라도 하셨습니까?”

아니야! 교수 휴게실에 뒀는데 놈이 가져갔네.

“와! 그 놈 진짜 대단...”

해골 교장이 우레걸음 교수를 노려보았다. 우레걸음 교수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히 나쁜 놈입니다! 하! 어디서 그런 못된 짓만 배워서!”

혹시 놈이 무슨 수법으로 가져간 건지 알게 되면 제보해주게.

“흠... 버두스 교수님과 거래한 걸 수도 있습니다.”

우레걸음 교수는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교수 중에 이한과 거래할 만한 사람이 버두스 교수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역시 그렇지!? 내 이 비블레를 진짜...

해골 교장이 투덜거리며 사라지자, 우레걸음 교수는 다시 번개걸음 교수를 불렀다.

“교장 선생님 말은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학생들이 탄주어를 타고 다니고 있다고?”

“예? 어. 그런 것 같습니다. 녀석들 참. 재주도 좋네요. 누구한테 배웠는지 하하.”

“흠...”

번개걸음 교수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정도면 할 수 있겠지?”

“......”

우레걸음 교수는 번개걸음 교수의 말에 살짝 경악했다.

아니...?

‘워다나즈 놈이 탄주어를 몰고 다닌다고 해서 학생들 모두가 그에 걸맞은 난이도의 시험을 보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가?’

“왜 대답이 없냐?”

“합당합니다!”

우레걸음 교수는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수락했다.

어차피 고생은 학생들이 했다.

*         *         *

“오늘 남은 건 탈 것 훈련 심화 시험인가?”

“저녁이지? 일단 좀 쉬자!”

도서관으로 돌아온 학생들은 오들오들 떨며 불가로 달려갔다.

아무리 탄주어라는 거대한 영수의 보호를 받는다 하더라도 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비바람치고 폭풍이 몰려오는 날씨는 가을을 더욱 싸늘하고 춥게 만들었다.

“야, 그런데 이렇게 태워도 돼?”

“장작 괜찮...”

와르르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한과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이 널찍한 나뭇조각들을 한구석에 새로 쏟아 부었다.

물기 하나 없는 메마른 목재의 모습에 친구들은 깜짝 놀랐다.

“어디서 구했어!?”

“강의실 책상하고 의자를 갖고 왔습니다!”

랫포드는 자랑스럽게 외쳤다. 그 모습에 이한은 갑자기 살짝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디서 갖고 왔는지 굳이 말할 필요 없지 않나?’

이한이야 땔감 대신 마력으로 어느 정도 불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매번 이한이 자리에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학생들 숫자도 숫자였다. 장작은 확보해도 확보해도 모자랐다.

‘강의실 몇 개 더 털어도 되나?’

“워다나즈. 아까 희한한 걸 봤는데...”

“뭐지?”

“오두막 하나가 떠다니더라고. 그런데 형태가 매우 멀쩡하고, 마법의 보호를 받는 것 같았어.”

“그런 게 있나?? 신기하군. 학교 어딘가에 있던 오두막인가본데...”

이한은 망설이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나중에 그 오두막을 갖고 오자. 해체해서 써야겠어. 마법으로 보호 받고 있다면 안에 건질 것도 많겠지.”

“갖고 올 수 있을까?”

“탄주어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야.”

멀리서 탄주어가 구슬프게 물을 내뿜었다.

“워다나즈. 와서 먹어라.”

먼저 도착해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이한을 불렀다.

이한은 푸른 용의 탑 친구들과 같이 줄을 서서 수프를 받았다. 커다란 양철 냄비 안에 담긴 걸쭉한 수프가 부글부글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내며 끓어올랐다.

“...컥! 독이다!”

한 입 먹은 가이난도가 비명을 지르자 푸른 용의 탑 친구들이 당황했다.

“야, 독은 아니야.”

“그냥 재료가 적게 들어가서 맛이 없는 거야. 그리고 흰 호랑이 탑 놈들이 요리를 못하잖아 원래.”

“......”

“......”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친구들을 째려보았다.

방학동안 기사단 건물에서 지내면서 나름 배운 비전으로 요리를 해줬더니 감히...!

“하여간 귀족 놈들이라 사치스럽다니까.”

“혓바닥에 기름이 낀 거지.”

“맛있게 먹고 싶으면 에인로가드 왜 오냐? 흥.”

“아, 아니. 오해하지 마. 가이난도가 헛소리 한 거야.”

“우린 나름 맛있게 잘 먹었어. 물론 빈약하긴 한데 그건 재료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잖아.”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달랬다.

나름 일 나눠서 하고 있는데 싸워서 좋을 게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건 가이난도가 나빴다.

“원래 재료가 부족하면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라도 어쩔 수 없어.”

“그건 아닌데?”

옆을 지나가던 검은 거북이 탑 출신, 요리사 가문인 렌지드가 말을 얹었다.

“워다나즈 봐라. 재료 아껴도 맛 잘 내잖아. 그게 진짜 요리사인 거지. 핑계는 요리사로서...”

“야... 이 눈치 없는 새끼야...!”

“너 가이난도냐? 너 가이난도냐??”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비난하자 렌지드는 당황했다.

요리의 진실을 말해줬을 뿐인데!

그래도 다행히 둘이 욕을 먹어준 덕분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화를 풀었다.

“우리가 워다나즈보다는 요리를 못하겠지. 워다나즈는 대귀족 가문 출신인데.”

“?”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들도...’

‘대귀족 가문 출신인데...’

‘요리 못 하잖아?’

‘쉿. 조용히 해.’

그러는 사이 이한은 받은 수프를 들고 바리케이드를 확인했다.

“어때. 워다나즈. 이쪽으로는 못 오겠지?”

“그래. 잘 했다.”

“...배급량 좀 늘리면 안 되냐? 저렇게 많이 쌓였는데...”

“안 돼. 무슨 소리를. 홍수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데.”

이한은 단칼에 잘랐다.

“대신 오늘 저녁에는 시험 봐야 하니까 좀 넉넉하게 차려줄게.”

“!”

이한 옆에 서있던 흰 호랑이 탑 학생들 얼굴이 환해졌다.

“그보다 탈 것 훈련 시험이 정말 불타는 강아지 맞나?”

“그렇다니까. 정말 확실해.”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강하게 주장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어제부터 소문이 하나 돌고 있었다.

-이번 탈 것 훈련 중간고사는 불타는 강아지다!

1학기 때도 다뤄본 적 있는 불타는 강아지.

몇몇 학생들이 밤에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번개걸음 교수가 이 불타는 강아지가 든 우리를 옮기는 걸 목격한 것이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불타는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조금 많이 커지긴 했다.

“말 정도 되는 불타는 강아지가 우리에서 놀고 있었다고!”

“그 정도면 강아지가 아닌 것 같은데... 하여간 알겠다. 참고하지.”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이렇게 비가 오는데 불타는 강아지로 시험을 볼 수가 있나?

“물 속에 빠진 불타는 강아지 구하는 훈련 같은 걸 하는 거 아닐까?”

“너무 잔인하잖아. 강아지가 죽으면 어쩌려고.”

“...워다나즈. 이 날씨에 물속에 들어가는 우리를 먼저 걱정해줘...”

*         *         *

못 보던 사이 바다 위에 선착장 하나가 생겨 있었다. 번개걸음 교수가 만든 선착장이었다.

학생들은 차례대로 탄주어 위에 내렸다. 탄주어는 구슬프게 물을 뿜어냈다.

“다들 고생이 많다.”

“흑흑...”

“교수님...”

학생들은 울컥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 그건 그거고 시험은 시험이었기에, 학생들은 회심의 표정으로 준비해 온 화염 저항 수단을 꺼낼 준비를 했다.

게다가 이런 날씨라면 화염 몬스터는 더더욱 힘을 쓰기 힘들 것 아닌가!

“오늘 시험은 수중생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볼 거다.”

“?”

“...?”

“불타는 강아지가 수중생물이야?”

“아. 불타는 강아지를 기대하고 있었냐?”

번개걸음 교수는 살짝 미안해했다.

“폭우가 와서 그건 좀 무리일 것 같다. 그래서 시험이 바뀌었지.”

“...뭘 해야 하는데요? 낚시... 낚시죠?”

가이난도는 제발 낚시라고 대답해달라는 듯이 쳐다보았다.

비바람과 어둠이 몰려오는 저 캄캄한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낚시도 방법이긴 하지.”

“역시...!”

“수중생물을 풀어놨으니까 아무거나 하나 잡아와봐라. 다치게 하지는 말고.”

번개걸음 교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대한 지느러미가 물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학생들은 슬픔에 젖은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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