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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05화 (505/687)

505화

“마력이 많으니 주의하시오.”

볼라디 교수는 변환 마법사들을 둥글게 모아놓고 이한의 약점을 정확하게 말해주었다.

마력이 매우 많으니 그 점에 유의해서 힘싸움을 벌이지 말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략해달라고.

뒤에 있던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저게 아군이냐 적군이냐?’

아무리 이한이 다양한 방식의 변환 마법을 경험하고 극복하길 원한다지만 저쯤 되면 그냥 지라고 저주하는 수준이었다.

결투하기 전에 약점을 상세하게 공개하는 마법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차라리 지팡이 뺏고 맨몸으로 싸우라고 해라!

“오. 그런 비밀이!”

이한과 겨뤘던 드워프 마법사는 볼라디 교수의 말을 듣고 실망하는 대신 매우 놀라워했다.

얼마나 마력이 많으면 이런 현상이 일어난단 말인가?

“정말 놀랍군. 정말 놀라워! 선천적으로 마력을 많이 타고난 마법사들을 몇 번 본 적 있었지만 그들도 이런 걸 하지는 못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결투 전에 이런 걸 다 말해줘도 되나...?”

“......”

드워프 마법사의 너무나도 타당한 지적에 이한은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외부인들 앞에서 스승을 욕하는 파렴치한 제자처럼 보일 수는 없는 법.

이한은 이를 악물고 볼라디 교수를 변호했다.

“스승님께서는 저를 그만큼 믿고 계신 거지요.”

“너무 감동적이군!”

드워프 마법사는 마치 자기 일처럼 감동했다.

처음에 봤을 때는 혹시 미친 교수가 제자를 학대하나 의심했었는데, 이렇게 들으니 반성하게 됐다.

“그럼 다음에는 누가 겨뤄보겠는가?”

“나요, 나! 나 시켜주시오!”

드워프 마법사의 말에 이번에는 인간 마법사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사람 참, 양심도 없지. 자네는 너무 강하잖나.”

볼라디 교수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밝아졌다.

반대로 이한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선생님께서도 겨루셨지 않습니까?”

“나는 자네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지. 자네, 저번 결투에서 그 용병의 목을 꺾어버린 건 기억 안 나나?”

“그건 그 용병이 고집을 부려서 일어났던 실수...”

변환 마법사들은 서로 친했는지 기회만 되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한은 옆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냥 떠들다가 날 잊어버리면 좋겠군.’

“시작하시오.”

“참. 잊어버릴 뻔했군. 갑니다!”

교수의 말에 인간 마법사는 결투장 위로 올라왔다.

한눈에 봐도 빈틈이 없고 여유로워보였다. 이런 마법 결투에 경험이 많다는 게 느껴졌다.

이한은 볼라디 교수를 쳐다보았다.

원망의 눈빛이었지만 교수는 다른 뜻으로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해내도록.’

‘무슨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신 건진 모르겠지만 저쪽으로 마법을 날리고 싶군.’

*         *         *

인간 마법사는 온갖 화려하고 다양한 변환 마법으로 이한을 갖고 노는 대신, 지팡이를 사슬로 바꿔 휘감아왔다.

‘뭐지?’

볼라디 교수가 변환 마법사들을 불러서 몇 번이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비정상적으로 마력이 많으니 힘싸움은 절대 벌이지 말고, 다양한 방향으로 공략해달라고.

그런데도 이런 직선적인 방법이라니.

이한은 의아했지만 일단 사슬의 통제권을 뺏으려고 했다.

강철에서 강철로 변환시키면서 일단 자신의 마법으로 바꾸면...

인간 마법사는 감탄하며 관중들에게 외쳤다.

“정말로 통제권을 뺏었습니다! 이거 보십시오!”

“와, 대체 마력이 얼마나 많아야 그게 가능한가?”

“우리 같이 한 번 계산해보세. 그러니까 마력이...”

“이와 비슷한 사례가 뭐가 있을까요? 22년 전 유령숲 사건 때 마법이 안 통해서 곤란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좋은 예시로군! 그걸 기준으로 잡아볼 수 있겠어.”

인간 마법사는 이한을 공격하는 대신 힘싸움을 벌였다.

빼앗긴 통제권을 다시 되찾으려고 마법을 시전했지만, 마치 바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연신 튕겨나갔다.

“정말 마법이 안 통해요! 보십시오!”

관중석에 있던 변환 마법사들은 열렬하게 박수갈채를 쳤다. 마치 제국에서 가장 인기 좋은 오페라를 보러 온 것 같았다.

“나도! 나도! 다음에는 내가 해보겠소!”

“나도 한 번 경험해보고 싶소!”

“......”

예상했던 것과 분위기가 다르게 흘러가자 볼라디 교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원래 배울 점 많은 치열한 결투는 살벌하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어야 했다.

실수 한 번에 자책하고 패배에 분노해야 진지한 결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변환 마법사들은 진지하게 상대를 물어뜯기보다는 ‘평생 한 번 해볼까 말까 한 진귀한 마법적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살기 대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서로 손을 들고 줄을 서는 모습을 보니 아쉽기 그지없었다.

“그... 제가 미안합니다.”

르지 교수가 옆에서 달랬지만 볼라디 교수의 침통한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         *         *

각자 줄을 서서 마법 튕김을 경험해 본 변환 마법사들은 매우 만족했다.

변환 마법사들도 행복했고, 결투에서 두들겨 맞을 일을 피한 이한도 행복했다. 볼라디 교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행복했다.

“오늘 행사에서 본 것 중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런! 아까는 내가 보여준 마법이 가장 만족스러웠다면서?”

“아차. 죄송합니다!”

“하하. 괜찮네. 괜찮아! 내 마법은 두 번째여도 돼! 정말 신기하군. 한 번만 더 해봐도 되나?”

“각자 한 번씩만 하기로 약속했잖습니까! 신사답게 행동하십시오!”

“이걸 재현해서 방어용으로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돌아가면 편지하겠습니다.”

“같이 하는 게 어떻겠나? 나도 참가하고 싶군.”

“그렇다면 영광입니다.”

‘으음.’

졸지에 변환 마법사들이 화기애애하게 모여 앉은 테이블에 같이 앉게 된 이한은 슬슬 당황스러워졌다.

이한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두 다 친한 만큼 더욱 더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교수님이나 선배들이 와야 하는 거 아닌가? 난 1학년인데?’

원래 외부인들끼리 이렇게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 초대한 쪽에서도 간사나 담당자가 나와서 대화에 끼어들어야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왜 이한만 있는 거지?

“워다나즈 군은 변환 마법에 뜻을 뒀습니까?”

“예. 다른 마법들도 같이 배우고 있긴 합니다만.”

“저런! 힘들겠군.”

“그래도 변환 마법을 같이 배우는 게 어딘가?”

“맞는 말씀이십니다. 참. 워다나즈 군. 제 저택에 오면 한 번 들리시죠.”

“내 영지에도 오면 한 번 들려야 하네! 조금 외진 곳에 있지만 참 아름다운 곳이야!”

“......”

이한은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

여기 변환 마법사들은 ‘언제 한 번 같이 식사나 하자’를 가볍게 말하는 이들이 아니었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진지하게 날짜를 잡고 편지를 교환하려고 하는 이들이었다.

“나는 금속 위주로 연구하고 있네. 만약 금속 변환에 관심이 많다면 연락 주게.”

“저는 생물 변환을 중심적으로 수련하고 있습니다. 한 번...”

마법사들이 이한에게 정신없이 말을 거는 동안 선배들은 멀찍이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오...”

“대단한데...”

아까 보여준 마법적 능력에 대한 감탄이 아니었다.

변환 마법사들이 계속해서 말을 거는데 흔들리거나 땀을 흘리지 않고 능숙히 대답하는 모습에 대한 감탄이었다.

대단하다!

“근데 후배 도와줘야 하지 않나?”

“그렇지. ...네가 가라.”

“아, 아니. 같이 가자. 그럼.”

“......”

“......”

선배들은 누가 먼저 발을 내밀기만을 기다리며 소심하게 서로 쳐다보았다.

저 변환 마법사들의 자리에 정말로 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너 박쥐 변환 관련해서 이야기 나눠야 한다면서...”

“너, 너도 새 금속 때문에 물어봐야 한다고 했잖아.”

볼라디 교수를 어떻게든 달래고 뒤늦게 돌아온 르지 교수는 벽에 붙어 있는 제자들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이것들이 정말!

*         *         *

이한은 변환 마법사들에게 받은 주소를 하나로 묶었다. 거의 작은 책 정도는 되는 두께였다.

“교수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의가 끝나고 돌아오는 볼라디 교수의 뒷모습이 유난히 슬퍼보였다.

사실 교수가 슬퍼하던 말던 이한이 알 바 아니었지만, 볼라디 교수는 조금 예외였다.

슬퍼할수록 무슨 미친 짓을 할지 모르는 사람인 것이다.

“변환 마법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이건 빈말이 아니었다.

각자 다양한 분야의 변환 마법을 연구하고 있는 이들인 만큼, 듣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안목이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다양한 생물로 변신하는 마법사부터 시작해서 수백 가지가 넘는 금속의 종류를 모두 외우고 그 금속끼리 변환이 가능한 마법사.

혹은 이런 변환 마법의 성질을 공격적으로 연구해서 상대를 분해하는 저주를 파고 있는 마법사나 물질이 아닌 마력의 방향에 집중해서 변환을 시도하는 마법사까지.

물론 볼라디 교수는 이한이 이걸 직접 몸으로 당해보면서 데굴데굴 굴러야 만족했겠지만 꼭 두들겨 맞아가면서 배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 어떤 마법을 익힐 생각이지?”

“!”

이한은 교수의 질문에 아차 싶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물어보는 모습을 보니 슬픔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젠장. 여전히 멀었군.’

여기서 많이 배웠다고 하는 순간 ‘그럼 그 중 어떤 마법을 익힐 거냐?’가 나오는 게 당연했다.

이렇게 당하고서도 안일한 실수를 하다니.

‘오늘 들었던 마법 중에 그나마 쉬운 건...’

이한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회전시켰다. 구울의 왕과 싸울 때보다 더 필사적인 기분이었다.

교수가 너무 쉽다고 퇴짜를 놓을 수준도 아니면서, 수련할 때 고통스러운 꼴을 겪지도 않고, 그나마 성과를 조금이라도 보여주면서 시간을 끌 수 있는 변환 마법은?

“변신 마법이지요!”

“?”

이한은 누가 자기 대신 대답하자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

아까 행사에서 본 드워프 마법사가 쾌활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가장 관심을 많이 보이기도 했고, 또 변신 마법만큼 쓸모가 있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흠.”

볼라디 교수는 더 말해보라는 듯이 드워프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드워프 마법사는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을 자기 자신의 전문 분야로 어떻게든 끌어들이겠다는 열망으로 외쳤다.

“저는 변신 마법이야말로 변환 마법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투 상황에서는 전투 상황대로 도움이 되고, 비전투 상황에서는 비전투 상황대로 유용하지 않습니까. 잠입? 새나 쥐로 변신할 수 있다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도주? 근처에 동물이 없는 상황이 또 얼마나 되겠습니까.”

드워프 마법사는 열심히 교수를 설득했다.

볼라디 교수는 다 듣고 나서 꽤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합리적이군.”

“만족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책을 하나 빌려줘도 되겠습니까?”

“아니... 아니.”

멍하니 듣고 있던 이한은 본능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끼어들었다.

지금 이대로 내버려뒀다가는 위험하다는 걸 느낀 것이다.

“그건 너무 과분합니다. 제가 어떻게 그걸...”

마법사에게 마도서는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자신의 뿌리이자 자신의 근본과도 비슷한 것.

이런 걸 남에게 쉽게 빌려주진 않았다. 마도서 한 권에 살인도 망설이지 않는 게 마법사였다.

“워다나즈 군. 물론 책을 빌려주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 하지만 인연이란 것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워다나즈 군 같은 마법사가 변환 마법에 꾸준히 흥미를 가져준다면, 또 그 중에서도 변신 마법에 흥미를 가져준다면 얼마나 기쁘겠나?”

“변신 마법만 배울 수는 없소.”

볼라디 교수가 옆에서 말했지만 드워프 마법사는 못 들은 척 무시했다.

그리고 이한이 대답하기도 전에 손에 마도서를 쥐어줬다.

“모르는 게 있으면 편지하게. 방학 때 찾아와도 좋고.”

“아니... 뭐 이런...”

“참. 내가 찾아온 건 다른 마법사들한테는 비밀로 해주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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