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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29화 (529/687)

529화

-도전자들의 숫자가 조금 많지 않...

조각상은 달려오는 학생들의 모습에 살짝 당혹스러워했다.

이제까지 도전해 온 학생들이야 많았지만, 이렇게 집단으로 덤비는 건 또 처음이었던 것이다.

“워다나즈. 주문을 부탁한다!”

“발이여, 땅을 주름잡아라. 손이여, 적을 갈라버려라. 망토여...”

여러 강화 마법을 받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자신감 있게 돌진했다.

1학년 학생들 중 강화 마법을 사용한 전투에 가장 익숙한 건 역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었다.

아무래도 강화 마법을 사용한 전투는 일반적인 마법 전투와 달리 기사들의 전투와 비슷했던 것이다.

그런 자부심에다가 평소보다 훨씬 많은 강화 마법까지 등에 업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돌진은 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지젤은 눈썹을 찡그렸다.

‘적이 만만치 않은데 저렇게 돌격이라니.’

물론 상대가 강하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몸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쪽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숫자인 만큼, 어떻게든 척후를 보내서 상대를 견제하고 정보를 얻는 게 필수적이긴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역할을 맡는 것과 마법 좀 걸렸다고 신이 나서 달려가는 건 전혀 달랐다.

“덤벼라!”

흰 호랑이 탑 학생 한 명이 방패로 몸을 가린 채 소리를 질렀다.

날카로워진 반사신경과 활력이 차오른 육신은 어떤 공격이 날아와도 반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퍽!

그러나 흰 호랑이 탑 학생은 외침이 무색하게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

조각상의 공격은 앞에서 날아오지 않고 옆에서 날아왔다.

허공에 대고 몽둥이를 휘두른 조각상은 멈추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누가 보면 허공에 대고 헛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흰 호랑이 탑 학생들에게는 사각(死角)에서 연속으로 날아오는 끔찍한 공격이었다.

옆에서, 뒤에서, 아래에서, 위에서 등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에서 공간이동된 공격이 날아들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데굴데굴 굴렀다.

“이,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평생 익힌 검술의 상식이 부정되는 기분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경악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뒤에 있던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도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보기에도 강화 마법을 받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동작은 감히 상대할 엄두가 안 날 만큼 재빨랐다.

그런데 그런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이 느껴질 정도로 조각상은 쉽게 제압했다.

“워다나즈! 공략할 방법이 있는 거냐?”

“그래.”

“뭐지?!”

“계속 전진해라.”

“......”

“......”

학생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시를 내리는 워다나즈의 모습에 경악했다.

화를 내거나 협박을 하지 않았지만 그 싸늘한 모습에서는 어떤 반박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평소의 워다나즈가...’

‘...엄청나게 착한 거였구나...!’

친구들은 평소의 그 지팡이로 뒤통수를 때려가며 잔소리를 하던 워다나즈의 모습이 사실은 매우 선량하고 친절한 워다나즈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워다나즈, 원래의 너로 돌아와...! 이건 너답지 않아!”

“조용히. 전진해라.”

“흑흑.”

“워다나즈. 원래의 네가 좋... 아니 딱히 좋진 않았지만 지금보단...”

흰 호랑이 탑 학생들과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이 슬퍼하며 다시 재돌격을 준비하는 동안 이한은 조각상을 쳐다보았다.

공간 계열 마법처럼 난이도가 극심히 높은 마법의 단점은 언제나 그 시전 속도였다.

눈앞의 조각상은 에인로가드의 힘을 빌려 믿기 힘들 정도의 빠른 속도로 시전하고 있었지만, 근본적인 한계는 사라지지 않을 터.

숫자를 이용해서 상대를 소모시키고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건 맞는 전략이었다.

앞에서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고 있었지만 미래라는 운명에 얽매인 이한의 마음에는 한 점 구름도 없었다.

“살코. 네 차례다. 가라. 흙 원소 마법을 사용해서 최대한 시야를 가려라.”

“......”

살코는 지금 따져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했다.

“모래여, 시야를 가려라!”

순식간에 흙먼지가 일어나더니 앞을 가렸다.

지금 워다나즈가 약간 미친 상태이긴 했지만, 판단력이 날카롭다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살코가 사용할 줄 아는 마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바로 쓰라고 이렇게 지시를 내리다니.

“랫포드. <혼동 모래> 마법을 시전해라. 샤일스. <암석 발사> 마법을 시전해라. 방향은 오른쪽으로 30도 더 틀고.”

말을 하던 이한은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물 구슬이 생겨나더니 흙먼지를 틈타 물러나려던 흰 호랑이 탑 학생의 발치 앞에 매섭게 꽂혔다.

“전진.”

“워다나즈, 제발 원래의 너로 돌아오라고!”

*         *         *

살벌하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의외로 이 분위기에 만족하는 몇몇 학생들도 있었다.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바로 그랬다.

“크... 워다나즈 녀석. 저게 바로 대귀족의 품격이지.”

“......”

시위 당기고 있던 닐리아는 경악해서 푸른 용의 탑 친구를 쳐다보았다.

“무슨 헛소리야!? 저건 그냥 미친거잖아!”

“뭐? 아니. 닐리아. 말이 너무 심하잖아. 친구한테!”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닐리아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했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한테 미쳤다고 하다니.

혹시 닐리아는 워다나즈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건가?

“아, 아니. 내가 말이 심했... 아니 미친 거 맞지 저건!”

푸른 용의 탑 학생 한 명이 강제로 공간이동당해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자, 닐리아는 넘어가려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건 아무리 봐도 미친 게 맞았다.

“저건 미친 게 아니라 대귀족다운 거야.”

“맞아.”

귀족 가문 중에서도 역사와 명성을 겸비한 대귀족 가문들은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었다.

귀족 출신들은 그 흔들림 없는 위엄과 권위를 존경하다 못해 가끔은 좀 오해하기까지 했다.

바로 지금처럼.

“친구가 발목 나갔는데 다시 돌진하라고 하고 있잖아!”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지.”

“맞아. 명령권자라면 가져야 하는 덕목이야.”

말하는 사이 이한이 옆에서 말했다.

“상처가 회복된 것 같군. 다시 들어가라.”

“알겠어. 워다나즈!”

“지금 간다!”

지혈을 끝낸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신이 나서 지팡이를 들고 돌진했다.

그 모습에 닐리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아니...!

“닐리아. 활이 멈췄다.”

“야!”

“?”

이한은 의아해하며 시선을 돌렸다.

소리를 질렀던 닐리아는 막상 시선이 마주치자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 쏜다고!”

“그래.”

닐리아는 속으로만 투덜대며 화살을 날렸다.

조각상은 원거리 공격을 공간이동으로 지워버리거나, 혹은 다른 석상을 불러와서 방패로 사용했다.

모든 공격이 계속 막히고 있었지만 의미는 있었다.

이런 공격을 퍼붓는 동안 학생들과 조각상 사이의 거리가 점점 더 좁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만큼 학생들이 얻어맞고 있었지만...

탁-

닐리아는 옆의 누군가가 지팡이를 떨어뜨리자 시선을 돌렸다.

황녀가 주문을 시전하다가 실수했는지 지팡이를 떨어뜨린 것 같았다.

“황녀님. 괜찮으십니까?”

“피곤하시다면 잠시 휴식을...”

황녀 옆에 있던 추종자들이 급히 말을 꺼냈다.

그 모습에 닐리아는 속으로 더 투덜댔다.

‘나도 황족이었으면 친구들이 더 많았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북부 산맥의 그림자 순찰대 출신보다는 황궁의 황족 출신이 교우 관계를 넓히는 데에 유리해보였다.

닐리아는 아덴아르트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냥 가만히 있어도 친구들이 생기는 건 질투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아덴아르트는 서둘러 추종자들을 떠나보내더니 슬쩍 이한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는 열심히 지팡이를 휘둘러 마법을 시전했다. 어쩐지 아까보다 더 동작이 크고 주문 외우는 목소리가 커진 것 같았다.

“...?”

그 모습에 닐리아는 무언가 친숙함을 느꼈다.

마치 워다나즈의 눈치를 보는 자신을 본 것 같은...

‘아니겠지?’

착각이겠거니 하고 넘기려는 순간 아덴아르트가 다시 지팡이를 떨어뜨렸다.

동작을 크게 하는게 익숙치 않아 또다시 실수한 것이다.

“......”

“......”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닐리아는 황녀와 눈이 마주쳤다.

아덴아르트는 사색이 되어서 닐리아에게 못 본 척 해달라고 눈빛을 보냈다. 닐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는 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방금... 뭐였지?’

닐리아는 방금 꿈을 꿨나 싶었다.

“닐리아! 앞으로 가야 해! 벽 새로 쌓았으니까 그 뒤로 붙어!”

“야. 나 방금 황녀님하고 친해진 것 같은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앞으로 가라니까!”

*         *         *

‘지금이다.’

거리가 절반 이상 좁혀진 순간, 뒤에서 지시만 내리던 이한은 시전 가능한 마법들을 모조리 자신에게 걸고 달리기 시작했다.

샤르칸이 가장 먼저 살벌한 소리를 내며 덤벼들었다.

쾅!

이제까지는 가볍게 제압만 했던 조각상이었지만, 샤르칸을 상대로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상대가 위협적이라는 걸 느꼈던 것이다.

쩍!

이한은 흙먼지 사이로 <오고닌의 박무(薄霧)>를 깐 다음 얼음 분신을 만들어 돌진시켰다.

조각상이 몽둥이를 휘둘러 얼음 분신을 날려버리는 순간, 몽둥이가 쩍 얼어붙으며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와 동시에 스켈레톤 전사들이 우르르 뛰쳐나왔다.

조각상은 한 손으로는 아직 안개 속에서 나오지 않은 이한을 견제하고, 다른 몽둥이를 든 손은 과감 하게 휘둘러 스켈레톤 전사들을 쓰러뜨리려고 했다.

그 순간 스켈레톤 전사들이 연속으로 터져나갔다.

콰콰콰콰콰쾅!

몽둥이를 공간이동시킨 순간 주변의 폭발에도 데미지를 어느 정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조각상은 찬탄의 외침을 토해냈다.

-이런 훌륭한...!

그러나 이한은 멈추지 않았다.

상대는 고작 팔 하나 정도 부서졌을 뿐.

허공에 생겨난 수옥탄들이 날아들었다. 이제까지 날아온 공격보다 훨씬 더 묵직하단 걸 깨달은 조각상은 방어를 보강했다.

그러나 이한은 이미 수옥탄의 반대쪽을 질풍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이 접근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던 조각상은 저번에 이한을 제압했던 것처럼 이한의 전방향으로 암석을 공간이동시키려고 했다.

그 순간 이한이 마치 그 마법을 예상한 것처럼 방향을 틀고 폭발적으로 가속했다.

믿기 힘들 만큼 경악스러운 모습에 조각상은 패배를 직감했다.

-졌구나...!

친구들의 파상공세로 소모전을 펼친 뒤, 조각상이 가장 고갈됐을 때를 노린 폭발적인 기습.

거기에 공간이동 마법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숨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꺼내 허를 찌르기까지 하다니.

어느 누가 봤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훌륭한 도전이었다.

-이 뒤를 지나가도 좋다...

조각상은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패배함으로서 만들어진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딱-

흩어지기 전 조각상은 이한의 지팡이에 광석 조각을 박아 넣었다.

도전에 승리한 자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징표였다.

간단한 공간이동 마법이 걸려 있는 이 징표는 조각상을 쓰러뜨린 마법사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리라.

-후후. 마법과... 우정의 승리구나.

뒤에 있던 학생들은 우정이란 단어에 좀 의아하긴 했지만 말을 아꼈다.

아직 워다나즈가 좀 많이 무서웠던 것이다.

징표를 받은 이한은 가만히 서있었다.

“?”

“...?”

학생들은 워다나즈가 왜 저러나 싶었다.

‘뭐지?’

‘너가 뭐 실수한 거 아니야?’

‘어, 아까 너무 늦게 돌진했나...?’

이한은 천천히 돌아섰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다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

“......”

“......”

“함, 함정 질문인가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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