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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34화 (534/687)

534화

미안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한이라고 해골 교장이 이렇게 부를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교장 선생님이 워다나즈를 잡아갔어!

-젠장. 발각된 거 아니야!?

“왜 저렇게 쫓아오지?”

“제가 나가서 섭섭한 모양입니다.”

“그야 식사 차려주는 놈 사라지니까 섭섭하긴 하겠지.”

해골 교장의 빈정거리는 말에 이한은 살짝 상처받았다.

“저와 친구들의 우정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래서 식사를 누가 차리지?”

“제가 차리긴 하는데 돈 받고 하는...”

“그렇겠지. 참고로 내 하인들도 돈 받고 일한다. 네가 친구들한테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받을걸.”

이한은 이파두르가 음악 마법을 연구하는 걸 최대한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해골 교장의 복장을 뒤집어놓을 수 있다면 뭘 못하겠는가?

*         *         *

필로네 마을의 신전 성가대는 이파두르의 방문에 깜짝 놀랐다.

고작해야 마을 인근에서 조금 명성을 날렸는데,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유시인 중 한 명을 직접 만나게 됐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영, 영, 영, 영광입니다. 이파두르 님! 이, 이 분께서는 누구십니까?”

“고나달테스 공이십니다.”

“......”

“......”

성가대 사람들은 바로 기겁해서 바닥에 엎드렸다.

가끔가다가 둥둥 날아가는 해골은 본 적 있어도 이렇게 사람 모습은 또 처음 봤던 것이다.

그 에인로가드의 교장이 이렇게 방문할 줄이야?

이한은 사람들의 반응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여기서 뭐라도 하셨습니까?”

“그럴 리가. 그냥 헛소문에 겁을 먹은 거지.”

“그래도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겠지. 아침으로 사람을 먹고 점심으로는 정령을 먹고 저녁으로는 악마를 먹는 워다나즈 가문의 핏줄아.”

일어나려던 성가대 사람들은 워다나즈 가문의 이름을 듣고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였지만 워다나즈 가문의 명성은 저런 헛소문도 믿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한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해골 교장을 쳐다보았다.

‘아니 이 사람이 진짜.’

음악 마법 때문에 이파두르와 같이 나와서 심술이 잔뜩 오른 건 알겠지만 그건 음악 마법에 관심을 가지고 청원한 이름 모를 선배들한테 풀 일이지 이한한테 풀 일이 아니었다.

“됐네. 일어나게. 오늘은 자네들의 도움이 필요하니.”

해골 교장은 성가대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다.

“저, 저희가 무슨 일을 해드릴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무 일도 해줄 수 없... 아니. 자네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자네들이 부르는 성가(聖歌)에는 신성한 힘이 가끔씩 담기곤 하지.”

“아. 예. 그렇습니다. 저희가 모두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를 때, 신성한 힘이 저 멀리까지 퍼져나가곤 합니다.”

“...시작부터 거짓말하지 말게.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가끔씩이잖나. 항상도 아니고.”

해골 교장은 짜증을 참고 성가대원들에게 말했다.

이래서 마법사가 아닌 작자들과 신비한 현상을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기록과는 달리 자기 기억에 맞춰서 멋대로 생각을 해버리니 안 그래도 까다로운 일이 늘어났다.

이파두르는 성가대를 옹호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원래 노래라는 것이 어제 부를 때와 오늘 부를 때와 내일 부를 때의 감정이 다 다른 법이지 않습니까. 저는 여러분들의 노래를 믿습니다.”

“이파두르 님...!”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제국 최고 음유시인의 격려에 성가대원들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물론 해골 교장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맞습니다. 마법도 머리로만 펼치는 게 아니라 뜨겁게 약동하는 심장으로도 펼칩니다. 노래 또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

이한의 갑작스러운 말에 해골 교장은 충격 받은 눈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마치 데스 나이트가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많은 살업(殺業)을 쌓은 것 같습니다, 주인님. 검을 내려놓고 살려고 합니다’같은 소리를 했을 때와 비슷한 충격이었다.

배울 만큼 배운 놈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역시...! 마법사 님. 마법사 님은 아시는군요!”

“예전에 마을에 들렸던 마법사가 저희의 노래를 듣더니 거짓말을 했다고 모욕하지 뭡니까!”

마을 성가대원들은 쌓인 게 많았는지 씩씩댔다.

마법사 입장에서는 노래로 마법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오늘은 잘 안 되네요’ ‘이상하네 왜 안 되는 거지?’같은 반응만 보여주면 황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노래 부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기들은 최선을 다해서 부르는데 효과가 안 나오는 걸 어떡하란 말인가.

“자... 괜찮으시다면 직접 듣고 기록하게 해주시겠습니까?”

“영광입니다. 음유시인 님!”

성가대 사람들은 이파두르의 말에 각자 위치에 서서 목청을 가다듬었다.

“아, 아, 아. 적들의 목을 베어 거름으로 쓰리라! 적들의 피를 내어 밭고랑의 물로...”

‘가사가 너무 과격한 거 아니야?’

이한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파두르나 해골 교장은 가사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없군. 효과가.”

“예. 아쉽습니다. 아마 긴장해서 아닐까 싶습니다만.”

“약해. 약해도 너무 약해.”

해골 교장은 한탄하듯이 다시 혀를 찼다.

해골 교장이 보기에 음악 마법은 구조적으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

그건 바로 마법의 힘이 너무나도 약하다는 점이었다.

원시 마법들이 갖고 있는, 감정이나 기분에 좌우되는 불안정함은 단점이긴 했지만 어떻게든 극복 가능한 단점이었다.

그러나 마법의 힘이 약하다는 건 극복이 힘들었다.

당장 신성 마법을 보라.

비이성적인 방식이어도 시전자 자신의 활력과 마력을 끌어내서 바치는 만큼 어느 정도 힘은 보장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음악 마법은 그런 식으로 활력이나 마력을 끌어내서 바치지 않았다.

음악 마법에서 주문은 노랫말이 대신하고, 동작이나 마법 구조는 곡조가 대신했지만...

필요한 마력은 대신할 게 없었다. 다른 마법처럼 활력이나 마력을 바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그 힘은 어디서 오는가?

그냥 자연에 흐르는 미약한 마력의 힘을 끌어다가 사용했다.

시전자 개인에게는 부담이 안 갔지만 이러면 당연히 마법의 힘이 극단적으로 약해졌다. 조금이라도 주변의 마력이 약해지면 당장 음악 마법 자체가 시전이 안 됐다.

해골 교장이 보기에 합창단이 음악 마법 비슷한 사례를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는 건 그나마 여럿이서 부르기 때문이었다.

여럿이서 부르다보면 부족한 힘이더라도 모이고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 가끔 정말로 감정에 취한 음악가가 자신의 마력을 본능적으로 쥐어짜낼 수도 있었으니까.

“괜찮으시다면 몇 번 정도 더 듣고 싶습니다만...”

“마음대로 하시오. 성에 찰 때까지, 혹은 저들의 목이 다 쉴 때까지.”

해골 교장은 벌써 흥미를 잃었는지 이파두르에게 마음대로 하라고 손짓했다.

벌써 이번 해 음악 마법에 몰두한 학생들이 성과를 못 내고 징징댈 생각을 하니 성가시기 그지없었다.

왜 꼭 어린 학생들은 자신은 선배들과 다르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물론 도전은 마법사의 의무라지만, 머리가 나쁘면 자기가 할 수 있는 도전이나 할 것이지...

해골 교장은 푹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한 짓이란 걸 알면서도 제자들을 위해 한 번 해보라고 에인로가드의 예산을 지원해줘야 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비극적이고 안타까웠던 것이다.

제국에 이렇게 불쌍한 사람이 또 있을까?

“저도 같이 불러봐도 되겠습니까?”

“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아니... 야.”

혼자 자기연민에 차있던 해골 교장은 이한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이한을 불러 작게 속삭였다.

“너 지금 내가 아까 하인하고 급료 비교해서 이러는 거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교장 선생님?”

이한은 살짝 놀랐지만 시치미를 뗐다.

물론 해골 교장의 성질을 긁고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모처럼 나온 김에 마을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성가대 사람들이 ‘허허 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참 성실하고 열정적이네요’라고 생각해준다면 나중에 마을에 나왔을 때도 숨겨줄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마음대로 해라. 그보다 넌 워다나즈 가문 놈이 대체 노래는 왜 관심을 보이는 거냐?”

해골 교장의 말에 이파두르가 의아해했다.

“귀족 분들께서는 원래 노래를 좋...”

“그렇소. 일반적인 귀족들은 그렇겠지. 워다나즈 가문은... 아니다. 됐다. 부르기나 해라. 못 불러서 혼자 튀면 좋겠군.”

해골 교장의 악담에도 불구하고 이파두르나 성가대원들은 이한을 매우 반겼다.

“너무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별로 어려운 노래도 아닐 뿐더러, 저희가 같이 맞춰드릴 테니까요.”

“에인로가드 학생분께서 저희 성가대에 관심을 가지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언제나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필로네 마을 성가대 분들의 명성은 항상 들어왔는데, 밖에 나갈 기회가 없어서 참 아쉬웠습니다.”

“오...!”

“오오...!!!”

이한의 말은 비수처럼 성가대원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갔다.

성가대원들의 눈에 이한은 새로 들어올지도 모르는 기특한 예비 성가대원처럼 보였다.

“저희가 부른 곡들 중 어떤 곡을 가장 좋아하십니...”

“참. 아까 부른 곡에 대해 여쭤볼 게 있습니다만.”

이한은 성가대원들이 다른 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재빨리 본론에 들어갔다.

이런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노래를 잘 부르는 것보다 노래를 열심히 부르는 것이었다.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성가대원들은 충분히 기특해 할 테니까.

“준비되셨습니까?”

“예.”

이한은 해골 교장이 부리는 언데드 하수인들을 떠올리며 적개심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성가대원들과 같이 노래를 시작했다.

“적들의 목을 베어 거름으로 쓰리라, 적들의 피를 내어 밭고랑의 물로...”

우우웅-

이파두르는 피부에 소름이 돋는 감각에 깜짝 놀랐다.

그뿐만이 아니라 옆에서 지나가다가 듣고 있던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듣는 사람 모두에게 무의식적으로 마법적인 힘을 부여하는 것.

거리가 멀어질수록 마법의 효과가 약해지고, 필요한 마력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법칙을 무시하는 음악 마법 특유의 효과였다.

“보셨습니까?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아니... 이런 미친.”

해골 교장은 어이가 없었다.

이파두르는 신이 나서 자기 손으로 악보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해골 교장은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

워다나즈 놈이 주변에 마력을 흩뿌려서 마력 농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부르는 곡조에 마력을 무의식적으로 담은 다음 다른 사람들의 곡조와 같이 합쳐서 위력을 공명시키고 있었다.

강력한 마력 증폭 아티팩트를 주변에 몇 개씩 배치해도 저 정도 효과는 내지 못했다.

어이가 없었다.

말(言) 자체에 마력을 담는 건 언령 마법의 시작이었고, 당연히 고학년들 중에 언령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놈들이나 가능한 고도의 마법이었다.

그걸 음악 마법 같은 하찮은 마법으로 보여주다니.

‘대체 뭐하는 거냐 저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워다나즈 녀석이 마법을 증폭시키고 있소. 경도 마법에 대해 꽤 알고 있으니 간단하게 설명해드리자면...”

해골 교장은 바닥 위에 간단하게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주변에 마력을 흩뿌려서 농도를 높이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자기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마력을 담은 담아 다른 사람들의 노래 위력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늙은 거북이 수인 음유시인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질문했다.

“왜 주변에 마력을 흩뿌리는 것입니까? 건강에 해롭지 않습니까?”

“...그러게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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