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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35화 (535/687)

535화

1학년 학생의 건강을 진지하게 걱정하는 이파두르를 어떻게든 달랜 다음, 해골 교장은 더 중요한 주제로 넘어갔다.

“그보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오. 음악 마법을 연습하라고 했더니 쓸데없이 언령의 기초를 하는 꼴 아니오. 나 원 참. 용 잡는 칼을 닭 잡겠다고 휘두르고 있는 꼴이라니...”

“하지만 음악 마법을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늙은 거북이 수인은 해골 교장의 말에 의아해했다.

그 안에 담긴 이치를 중요시하는 해골 교장과 달리, 음악 마법에 관심이 많은 이파두르는 그냥 음악 마법이 성공하면 그만이었다.

별 생각 없이 불러서 성공했든 언령의 핵심적인 부분을 사용해서 성공했든 별로 중요하지 않...

‘이래서 마법사가 아닌 작자들이란.’

해골 교장은 속으로 음유시인을 욕했다.

언제나 마법에 목숨을 걸지 않는 자들은 진짜 마법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법이었다.

길을 가는데 한 소년이 황금 칼로 밭일을 하고 있으면 뺨을 때려서라도 자기 적성을 찾게 해줘야지 ‘그래 네가 만족한다면야’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워다나즈는 들으면 이해할 거요. 워다나즈. 잠시 이리 와봐라. 음... 아니. 잠깐 둘이서 이야기하자.”

이파두르 앞에서 이야기하려던 해골 교장은 바로 말을 바꿨다.

생각해보니 워다나즈 놈이 아까 들은 모욕 때문에 쓸데없이 고집을 세울지도 몰랐다.

‘속 좁은 놈.’

“왜 그러십니까?”

“네가 방금 한 게 뭔지 아느냐?”

“음악 마법이요?”

“...잘 들어라.”

해골 교장은 최대한 상냥하게 설명했다.

지금 니가 하는 건 일반적으로 알려진 음악 마법도 아니고, 마력 좀 그만 흘리고 다니고, 니가 한 건 언령이라는 고등한 마법의 기초적이지만 핵심적인 영역인데...

“어. 근데 어쨌든 성공한 거잖습니까?”

‘음유시인을 저리 치워서 다행이군.’

해골 교장은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언령의 기초에 입문했으면 언령 마법에 도전해야지 왜 음악 마법 같은 쓸데없는 헛짓거리에 시간을 낭비한단 말이냐?”

“아니. 선배들이 음악 마법 연구하겠다는 걸 지원해주신 게 교장 선생님이시잖습니까...”

날카롭게 진실을 휘두르는 제자의 모습에 해골 교장은 못 들은 척 무시했다.

“그리고 언령 마법에 대해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상당히 고등한 마법 아닙니까?”

“그렇지.”

이한이 마력 많다고 1학년 때부터 교장의 고유세계 마법에 도전하지 않듯이 언령 또한 그러했다.

기초에 발을 디뎠다고 해서 바로 도전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려운 마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네가 방금 해낸 기초적인 부분은 언령 마법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그걸 하지 못해서 나가떨어지니까.”

기본적으로 마법사의 주문은 의지의 표상(表象)이자 강력한 자기암시에 가까웠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변화라 하더라도 세계를 개인의 의지로 바꾼다는 건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일.

훈련된 마법사라 하더라도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에 그 의지가 흔들리고 집중이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주문 같은 자기암시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이제 이 단순한 도구인 주문 자체에 마력을 담기 시작한다면 그건 더 고등한 영역인 언령으로의 입문이 됐다.

일단 이게 되어야 언령 마법의 시작선에 서는 셈이었고, 이걸 해내지 못해 튕겨나가는 마법사들이 대다수였다.

이건 다른 마법의 재능과 상관이 없었다.

마력량을 타고났거나 마력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거나 천재적인 지능을 갖고 있거나 하는 놈들도 안 맞는 놈들은 그냥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만큼 워다나즈는 자신의 행운에 감사하며 언령 마법도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지금 공부하는 게 좀 많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어... 근데 아무리 그래도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이한도 언령 마법의 악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평생 수련해도 못 익히는 마법사들이 즐비하다고 들었는데?

“으음.”

고민하던 해골 교장은 손가락을 하나 폈다.

“정말 지금부터 열심히, 남는 시간을...”

“제가 남는 시간이 어딨습니까?”

“친구들을 버리지 그러냐. 하여간 남는 시간을 전부 쏟는다면...”

“일 년?”

“미쳤느냐?”

“아니... 일 년 정도 써서 뭐라도 안 보이면 너무 막막하잖습니까. 재능이 없을 수도 있는데. 설마 십 년입니까?”

이한은 십 년 정도 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살짝 고민했다.

남는 시간에 해야 하나?

하지만 전력을 다해야 십 년인데?

‘가성비가 너무 안 좋은 것 같은데.’

“백 년...”

“......”

이한은 정색하고 노려보았다.

해골 교장은 살짝 억울해하며 말했다.

“내가 너를 높게 평가해서 정말 짧게 잡아줬거늘!”

“아. 예. 감사합니다.”

이한은 언령 마법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버렸다.

아무리 봐도 파서 좋을 게 없었다.

“교장 선생님. 제가 생각하기에 음악 마법이 좀 더 나을 거 같습니다.”

“내가 하인이라고 한 마디 했다고 이러는 거냐? 대체 내가 너한테 뭘 그리 잘못했느냐? 네가 들어왔을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널 돌봐줬는데!”

이한은 해골 교장의 헛소리는 무시했다.

저런 거에 반박하는 순간 함정에 빠지는 셈이었다.

“음악 마법에도 장점이 있습니다.”

“무슨 장점? 머저리들 상대로 연구 지원금을 뜯어낼 수 있다는 장점?”

해골 교장은 계속 투덜댔지만 이한은 흔들리지 않았다.

“일단 언령 마법은 익히는 데에 지나치게 난이도가 높습니다. 그에 비해 음악 마법은 훨씬 난이도가 쉬운 편이죠. 하급 언령 마법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떻습니까?”

“흠.”

마법 이야기가 나오자 해골 교장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냥 백 년 공부해서 언령 마법을 익히는 게...”

“교장 선생님의 마음에 안 드는 건 알겠지만 난이도 낮은 마법도 가치가 있지 않습니까.”

난이도 낮은 마법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었다.

수준이 낮은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수준 높은 마법사들이라고 매번 난이도 높은 마법만 시전하진 않았으니까.

물론 해골 교장 정도 되는 대마법사에게는 아니었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그렇죠?”

“근데 그런 건 그냥 다른 마법학교의 머저리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만들면 되지 왜 에인로가드에서 하냐 이거다. 정말 정말 양보해서 에인로가드의 머저리들이 한다 치더라도 왜 네가 굳이?”

‘환장하겠군.’

이한은 인내심을 잃지 않고 다시 설득했다.

음악 마법은 언령보다 훨씬 쉬운 만큼 접근성도 있을 뿐더러, 또 음악 마법만의 장점이 있지 않느냐.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청각으로 작동된다는 이 특수함은 분명 쓸 일이 있을 거다...

끈질긴 설득이 이어지자 결국 해골 교장은 고집을 꺾고 인정했다.

“...그래, 좋다! 방금 보여준 방향성이 분명 의미가 있긴 했으니. 그 방향대로 새로이 연구해보도록 허가해주마.”

‘됐다!’

이한은 안심했다.

해골 교장은 한숨을 쉬더니 이파두르를 불렀다.

기다리고 있던 늙은 음유시인은 긍정적인 이야기의 방향에 뛸듯이 기뻐했다.

“정말로 기쁩니다. 고나달테스 공.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학생들의 음악 마법 연구에 커다란 진전이 있을 겁니다!”

“하하. 나는 아무것도 한 것 없소. 하지만 에인로가드를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어주겠다면 거절하진 않겠소.”

잔뜩 기분이 좋아진 이파두르가 성가대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동안 해골 교장은 이한을 보며 다시 투덜거렸다.

“나 원 참. 워다나즈 네 녀석이 음악을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군.”

“제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신 겁니까?”

“음악을 좋아하지 않으면 음악 마법을 그리 변호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방금 있었던 일을 보면 네가 연구에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할 텐데.”

방금 보여준 음악 마법의 새로운 방향성은 두 가지.

주변의 마력 밀도를 높이고, 시전자의 발언에 마력을 담는 것.

둘 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한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어, 아티팩트를 사용해서 마력 밀도를 높이면 안 됩니까?”

“거기에 드는 비용은 네가 황제 폐하한테 직접 연락해서 받아오고?”

해골 교장이 어이없다는 듯이 되묻자 이한은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언령 마법을 시전하실 수 있는 마법사를 모시고 오면 되잖습니까.”

“언령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한테 음악 마법 같은 걸 연구하게 도우라고 하면 ‘꺼져’나 ‘사라져’라고 하겠지.”

“......”

“...너 설마...”

“감사합니다, 고나달테스 공! 다음 장소로 출발하시죠!”

*         *         *

그 다음으로 향한 장소는 마을에서 강을 따라 내려간 곳에 위치한 포도 농장이었다.

양조장도 같이 하고 있는 이 <깨진 말발굽> 농장의 주인은 덩치 건장한 오크로, 인근에 노래 솜씨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다.

특히 자기네 양조장에서 만든 포도주를 한 잔 하면 더욱 솜씨가 기가 막혀지는 걸로 유명했다.

“흠. 솜씨가 제법이군.”

해골 교장은 눈썹을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며 평가했다.

이한은 그 말에 매우 놀랐다. 해골 교장이 저 정도로 말하면 이미 극찬 수준이었다.

‘나중에 저 농장에 투자할 수 있으면 투자해봐야겠다.’

“한 번 노래를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영광이지요!”

오크 주인은 술을 한 잔 들이켜더니 목청 좋게 노래를 시작했다.

“아, 인생이란 한 잔의 술처럼 덧없는 것을! 우리 모두 마시고...”

이한은 별 생각 없이 하품하면서 들었다.

노래가 끝나고 나자 오크 주인은 멋쩍어하며 변명했다.

“이게 이번 포도주가 별로여서 그런가봅니다. 저번에 마시고 불렀을 때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분명 모두 취했는데 말입니다.”

“그러실 수 있습니다.”

이파두르는 인자하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란 건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른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혹시 워다나즈 학생. 이번에도 한 번 부탁을 드릴 수...”

“예.”

여기까지 오면서 마음 정리를 끝낸 이한은 목을 가다듬으며 다가갔다.

배워야 할 마법이 늘어난 건 씁쓸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리고 원래 한 개였다가 두 개로 늘면 크게 느껴지지만 99개에서 100개로 늘면 충격이 좀 덜했다.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 인생이란 한 잔의 술처럼 덧없는 것을! 우리 모두 마시고...”

아까처럼 주변의 마력 농도가 높아지고 목소리로 공명 효과가 일어났다.

해골 교장은 주변의 일꾼들이 목소리만 듣고도 취하나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

“어, 다시 해보겠습니다.”

이한은 당황해하며 다시 시도했다. 그러나 몇 번을 해도 음악 마법적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슨 실수를 한 겁니까?”

“아니...”

당황해하는 제자의 모습에 해골 교장과 이파두르가 더 이해 못하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말했잖느냐. 원시 마법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안 나올 수도 있는 거지.”

“고나달테스 공의 말씀이 맞습니다. 아까 성공한 게 대단한 거지, 지금 실패한 게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둘의 위로에 이한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노래들도 실패하면 위험한데.’

유일한 돌파구인 이한이 막혀버리면 시작조차 불가능했다.

기왕 배우는 김에 결과물도 내고 이파두르에게 눈도장도 찍으려던 계획이 시작부터...

*         *         *

다음은 기사단이었다.

매복당해서 쓰러지던 동료들을 노래 하나만으로 일으킨 적 있다는 노기사는 탁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오, 저기 기사가 가네, 화살에 맞고 죽네, 철퇴에 맞고 죽네, 검에 찔려 죽네, 창에 당해 죽네...”

“오, 저기 기사가 가네, 화살에 맞고 죽네, 철퇴에 맞고 죽네, 검에 찔려 죽네, 창에 당해 죽네...”

옆에서 듣던 기사들은 갑작스럽게 도는 활력에 깜짝 놀랐다.

“놀... 놀랍습니다! 고나달테스 님!”

“정말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런 힘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허풍이신 줄 알았는...”

다행히 이번에는 성공하자, 이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골 교장은 이한을 빤히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네 성격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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