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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45화 (545/687)

545화

‘나눠주는 건가?’

닐리아는 순간 자기가 이상한가 싶어서 머뭇거렸다.

생각해보면 워다나즈는 정말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팔고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친구들이 워다나즈의 장사를 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을 정도로.

-워다나즈가 은화를 벌려고 저러는 거겠어?

-맞아. 그냥 받으라고 하면 자존심 때문에 못 받는 애들 있으니까 저렇게 구실을 만들어주는 거지.

-워다나즈도 참. 우리는 저렇게 귀찮게 할 필요 없이 그냥 줘도 되는데. 그치, 워다나즈?

-아닌데? 돈 내라. 개소리하지 말고.

-하하. 알아. 알아.

닐리아는 산맥에 있었을 때처럼 아무 대가 없이 동료들한테 자기가 만든 물건을 나눠주고 싶었지만, 어쩌면 워다나즈의 방법이 맞는 걸지도 몰랐다.

친구들도 내심 그냥 받는 걸 싫어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긴. 친구들이 그냥 받기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한은 닐리아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잘 만들고 잘 팔아서 한 몫 든든하게 챙길 생각이었는데 닐리아가 이상한 소리를 하니 의아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어... 그, 친구들한테 나눠주는 거. 난 그냥 나눠줄까 했...”

“닐리아. 저번에도 말했지만 네가 잘하는 건 돈을 받아서 그 가치를 환산해야 한다니까.”

‘아차.’

닐리아는 이한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아차 싶었다.

저 태도를 보니 한 십 분은 넘게 이야기할 것 같았다.

저번에도 ‘어제 사냥한 거 친구들이 배고파하길래 나눠먹었다’ 한 마디 했다가 워다나즈와 요네르한테 붙잡혀서 ‘닐리아 네가 그래가지고 험난한 에인로가드 어떻게 살려고? 우리는 걱정돼서 죽겠다’ 주제로 삼십 분 설교를 듣지 않았던가.

“야. 그게 아니라. 돈 받고! 돈 받고! 내가 빼먹었어!”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물, 물론이지!”

닐리아의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렸다. 이한은 의심스럽게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알겠어.”

“참. 닐리아 경. 저번에 선물해주신 가죽 장갑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오늘처럼 이렇게 일을 해도 추위에 거뜬합니다.”

작업을 끝낸 로웨나가 땀을 닦으며 닐리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

“......”

이한은 뚫어지게 닐리아를 쳐다보았다.

닐리아는 재빨리 궤짝을 들어 올린 다음 강의실로 뛰었다.

*         *         *

치이이익-

“헉.”

앙라고는 가죽에서 타는 냄새가 나자 기겁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 강의실 구석에 앉아서 아티팩트를 수리하던 버두스 교수가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옆에 중화액 붓고... 잠깐. 늦었네. 다른 가죽으로 바꿔.”

“...미, 미안. 워다나즈.”

앙라고는 귀한 가죽을 태워먹은 게 눈치가 보여 말했다.

이한은 부드럽고 너그럽게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네가 갚을 건데.”

“...어? 공, 공짜 아니었어?”

“네가 제대로 완성하면 일에 대한 대가로 공짜인 거지. 실패하면 팔 수가 없잖아.”

“맞는 말이다. 알파. 재료 소중한 줄 알아야지.”

뒤에 있던 살코가 훈계하듯이 망치를 흔들었다.

“이래서 기사 가문 놈들은. 맨날 칼 들고 휘두르니 만드는 게 얼마나 고된지 모르고 재료나 낭비하지.”

“아. 투탄타 말이 맞아. 자기가 갖고 온 거 아니라고 재료 낭비하는 거지 지금? 하여간 흰 호랑이 탑 놈들은.”

‘아오 이 새끼들.’

검은 거북이 탑과 푸른 용의 탑도 딱히 사이가 좋진 않았지만, 남의 탑을 욕할 때는 매우 사이가 좋아졌다.

뚝!

살코는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마법진의 문양을 새기는 도중 마력 과다로 안에 새겨 넣은 금사(金絲)가 뚝 끊어진 것이다.

“하하! 투탄타 이 자식!”

“재료 낭비하다니! 재료를 낭비하다니! 워다나즈가 피땀 흘려 모은 재료를!”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서 일어서서 소리쳤다.

“금사는 내가 모은 재료가 아닌...”

“워다나즈한테 사과해! 워다나즈한테 사과하라고!”

“닥쳐라. 설령 사과하더라도 너희들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내가 모은 재료가 아닌...”

말리던 이한은 귀찮아져서 그냥 지팡이를 들고 친구들을 때렸다.

퍽퍽퍽퍽퍽!

“악! 아악!”

“작작해라. 작작. 지금 너희들 때문에 작업 늦어지잖아.”

학생들은 다시 작업에 집중했다.

물론 여전히 서로 감시하는 눈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디 한 번 걸려보란 눈빛만 번뜩였다.

“앗.”

닐리아는 가죽이 찢어지자 멈칫했다. 가죽의 테두리마감을 깔끔하게 하려다가 찢어진 것이다.

울상이 된 닐리아를 발견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눈빛을 번쩍였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같은 탑 친구를 위해 사납게 맞서 싸울 준비를 했다.

“......”

“......”

그러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닐리아의 얼굴을 보더니 조용히 못 본 척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공격하기에는 닐리아한테 받은 게 너무 많았던 것이다.

“장난하냐?!”

“야. 조용히 해.”

“미, 미안. 워다나즈.”

*         *         *

‘흠. 선배들이 대체 왜 갑옷 같은 걸 보관하고 있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

이한은 저번에 안파곤과 발파탄 두 선배가 일의 대가로 선물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각종 천은 물론이고 완성된 갑옷들을 몇 벌씩 갖고 있길래 전쟁이라도 있었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에인로가드는 평상시에도 갑옷이 있으면 여러모로 좋았다.

이렇게 외투를 비롯해서 여러 옷들을 새로 만드니 새삼 방어에 대한 중요성이 느껴졌던 것이다.

“좀 더 두껍게 붙여. 화살 날아왔을 때 막을 수 있게.”

“화살까지 막아야 한다고?”

“막을 수 있으면 좋지. 너 화살 보고 피할 수 있어? 몇 겹으로 마법 강화된 화살도? 왜 그렇게 오만한 거냐? 만약 네 기숙사 앞에 몇 겹으로 마법 강화된 화살 함정이라도 설치되어 있으면 그냥 죽을 거냐?”

“......”

괜히 한 마디 물었다가 구박만 들은 앙라고는 조용히 도구를 다시 붙잡았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워다나즈의 목표는 너무 높았다.

‘어떻게 하고 있길래...’

앙라고는 힐끔 워다나즈의 작업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경악했다.

외투 안쪽에는 한 번 본 것만으로는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마법진들이 층층이 겹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워다나즈는 진행이 막혔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경화가 구현이 안 되는군.”

“어, 너무 욕심이 심한 거 아니냐?”

“그래?”

이한은 고개를 들더니 잠깐 생각하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냐. 기껏 재료 쓰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마법 너무 넣었는데? 줄여. 용케 안 터졌네.”

지나가던 버두스 교수가 이한의 외투를 보고 단칼에 말했다.

이한은 시무룩해져서 마법을 줄였다.

‘미친 놈...’

앙라고는 그냥 따뜻한 외투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돌렸다.

“참. 2주 후면 기말고사지?”

정신없이 옷을 만들던 학생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버두스 교수의 입에서 시험 이야기가 나왔는데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이 자리에서 바로 간이 아티팩트 만들기 할 거야.”

“재료나 시약은 미리 준비해놔야 합니까?”

“어떤 아티팩트를 만들어야 하죠?”

“잠깐.”

버두스 교수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자 품속에서 뒤적뒤적 종이를 꺼냈다.

“보자... 비블레, 한 번만 더 내 말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면 징벌방에 거꾸로 처박아버리... 아. 아니구나. 뒷면이네.”

“......”

버두스 교수는 종이를 뒤집더니 읽었다. 누가 봐도 해골 교장이 지시를 내려 준 시험이었다.

“‘재료나 시약은 이번 해 학생들이 사용하고 폐기된 것들을 사용하도록 한다’.”

“예?”

“아니 그걸 어떻게??”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긴 했지만 사실 틀린 말이었다.

뛰어난 장인일수록 도구 하나에 엄청나게 집착했다.

버두스 교수만 봐도 그랬다.

자신에 대한 어떤 모욕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장비를 건드리는 순간 갖고 있는 아티팩트를 총동원해서 폭격을 날리지 않던가.

하물며 폐기된 재료들이라니.

“이건... 이제 가죽이 아니라 숯덩어리잖아.”

앙라고는 자기가 태워서 옆 궤짝에 던져 넣은 가죽을 확인했다.

이런 걸로 아티팩트를 만든다고?

다른 학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일 년 동안 그들이 얼마나 재료를 다양하게 박살냈는지 확인하자 표정이 창백해졌다.

이한은 흔들리지 않았다.

바로 조각칼을 들고 멀쩡한 가죽에 흠집을 내려고 했다.

‘지금이라도 쓸만한 폐기를 늘리면 된다.’

“‘워다나즈. 이거 듣고 쓸만한 폐기 늘리지 마라. 내가 확인해서 갖고 간다’.”

“......”

이한은 해골 교장의 전언에 한 방 먹은 얼굴으로 교수를 쳐다보았다.

예측당하다니!

‘젠장. 아직 멀었군.’

해골 교장이 적어 준, <기말고사 이렇게 하면 된다! 버두스 교수도 할 수 있는 쉬운 기말고사>를 전부 읽은 버두스 교수는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재료 준비할 필요 없으니까 좋지?”

“......”

“크... 크아아악!”

분노한 흰 호랑이 탑 학생 한 명이 결국 폭발해서 버두스 교수한테 달려들었다.

버두스 교수는 의아해하며 그 학생을 창문 밖으로 날려버렸다.

“쟤 왜 저래?”

“학생들 사이에 가끔씩 광증이 도지는 사람이 있더군요.”

이한의 말에 버두스 교수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년 보이더라.”

“저런.”

선배들의 풋풋한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이한은 혀를 찼다.

습격할 거면 좀 더 치밀하게 하시지!

*         *         *

“다들 옷 받아가라.”

“워다나즈. 이거 나한테 너무 작아.”

“뒤에 더 큰 사이즈 있어. 이미르그. 네 로브는 따로 만들어놨으니까 저거 가져가. 가이난도. 이 자식아. 색 보고 고르지 말고 옷 크기 맞나 보라니까.”

“아, 아닌데? 이게 나한테 딱 맞는데?”

가이난도는 자기보다 세 사이즈는 큰 것 같은 바지를 들고 흔들었다.

주름이 마치 해골처럼 보이는 게 아주 취향이었던 것이다.

“너 저번처럼 바지 안 흘러내리게 붙잡고 다니면 카드 뺏는다.”

옆에서 일을 도와주던 불사조 탑 사제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벨트 있지 않습니까?”

“쟤 카드하다가 벨트도 날렸었어.”

“......”

“...뺏으시는 게 나을지도...”

가이난도는 멀쩡한 바지를 챙기고 후다닥 도망갔다.

지금 이한은 불사조 탑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방한용 겨울 의류품들을 나눠주고 있었다.

제작에 비하면 쉬워보였지만 이것도 은근히 까다로웠다.

완성된 물건 성능을 확인하고 친구한테 맞는지 간단한 시험도 해봐야 했으니.

“다들 도와줘서 고맙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시는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응? 돈 받고 파는 건데?”

“...어...”

사제는 닐리아를 쳐다보았다.

분명 나눠준다고 했는데?

시아나 사제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시세보다 훨씬 싸게 팔면 나눠주는 거죠.”

“그, 그런가요?”

“당연히 그렇죠.”

‘역시 플레맹 교단이군.’

이한은 플레맹 교단에 대한 호감을 살짝 올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로 갖춘 옷으로 중무장한 학생들은 한결 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이 만든 옷의 소감을 물어보고 다니던 앙라고는 이한이 좌판 뒤에 쌓아놓은 짐더미를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워다나즈. 저건 뭐야?”

“아. 남는 재료로 만든 텐트하고 침낭.”

“...그건 왜?”

“혹시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

앙라고의 생각으로는 저런 야영용 장비가 필요할 일이 없었다.

물론 산으로 기어 들어가면 필요할 일이 생기겠지만, 이런 겨울에 어느 누가 야영하겠다고 산에 기어들어가겠는가.

*         *         *

“기말고사는 산맥에서 하루 보내게 될 겁니다.”

“......”

“......”

학생들은 배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잉걸델 교수를 쳐다보았다.

엘프 교수는 그 반응에 당황해서 되물었다.

“이런 야영 훈련은 다들 기사 가문에서도 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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