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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57화 (557/687)

557화

용병들은 계단으로 빠지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쓰러진 놈들을 제외하더라도 용병들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화상을 입은 놈부터 시작해서 갑옷이 너덜너덜해져서 피를 흘리는 놈까지.

잘 준비된 마법사는 아무리 애송이라 하더라도 살벌한 위력을 자랑했다.

하물며 그 마법사들이 여럿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염병할, 마법사한테 기습을 당하다니...”

“놈들이 쫓아온다. 일단 막아!”

철컥!

용병 중 뺨에 길쭉한 흉터를 가진 늑대 수인족이 날카로운 금속 씨앗을 던졌다.

파열음과 함께 복도와 계단을 연결하는 공간에 강철 가시 덩굴들이 생겨났다.

정면에서 힘으로 밀렸다지만 산전수전 겪은 용병들은 불리한 와중에도 기지를 발휘했다.

그리 대단한 마법 아이템이 아니지만 사용법에 따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것이다.

길이 막히자 학생 마법사들의 추격도 일단 멈췄다. 그 틈을 타 늑대 수인족 용병이 으르렁거리며 외쳤다.

“주문쟁이 새끼들, 뒤지기 싫으면 대가리 들이밀 생각하지 마라! 내가 누군지 아느냐? ‘피 흘리는 손’ 가르담이다! 너희 어린 주문쟁이 새끼들은 몇 놈이고 찢어죽였다!”

“헉!”

용병들은 시간을 벌고 후퇴하기 위해 악명을 들먹이며 협박했다.

상대 마법사들이 어려 보이는 만큼 살기 넘치는 협박은 통할 가능성이 높았다.

정신이 흔들리거나 집중력이 깨진 마법사만큼 무력한 존재도 없는 법.

확실히 마법사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된 자들이 맞았다.

그러나 상대가 나빴다.

“진짜 범죄자인가봐!”

“워다나즈 말이 맞았군...!”

“난 처음부터 믿었다니까. 이 자식들. 너희들은 워다나즈를 안 믿어?”

“나도 믿었어! 나도 믿었다고!”

“...???”

위에서 들려오는 태연자약한 대화에 용병들은 당황했다.

겁을 먹거나 머뭇거리는 반응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르담은 이를 악물었다. 역시 미친 대마법사의 부하들이라 그런지 보통 신경줄이 아니었다.

“물러서! 놈들의 조준 밖으로 벗어난다!”

계단 아래로 내려온 용병들은 벽을 돌아 마법의 거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쇠뇌를 다시 장전하고 암기를 꺼냈다.

마법사들이 무방비하게 내려오는 순간 허를 찔러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내려가지 마라.”

이한은 일차적인 승리에도 불구하고 바로 계단을 내려가지 않았다.

“샤르칸.”

표범이 포효하며 뛰어 내려갔다. 용병들이 쏘아 보낸 볼트와 암기가 공중을 가르자 가르담은 고함을 질렀다.

“머저리 병신들아! 보고 쏘란 말이다!”

“지금.”

스켈레톤 전사들이 다시 계단을 내려왔다. 가르담은 울분을 억누르며 다시 후퇴를 명령했다.

“저기 우두머리 놈. 보통이 아니다.”

“계속 이렇게 물러나면...”

“나도 안다!”

별장 저택이 더럽게 크고 넓었지만 계속 이렇게 마법사들한테 밀려서 내려가다 보면 결국에는 포위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아까 한 번 두들겨 맞아서 알 수 있듯이 정면승부는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악마의 혀도 써라!”

“지금??”

“그럼 다 뒤지고 나서 쓰던가!”

“썅. 알겠다! 알겠어!”

비싼 마법 아이템은 용병의 구명줄 같은 것이라 어지간해서는 쓰기 망설여지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용병들이 느끼는 강렬한 압박감은 그런 손익을 떠나서 행동하게 만들었다.

화르르르륵!

계단을 뚫고 내려오는 스켈레톤 전사들을 검은 화염이 덮쳤다.

화염은 단순히 타오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물리력을 가진 것처럼 모양을 갖추며 스켈레톤 전사들을 베어 넘겼다.

“샘솟아라.”

이한은 허공에서 거대한 물 덩어리를 불러냈다.

악마의 혀를 던진 용병은 어지간히 아까웠는지 욕설을 퍼부었다.

“물로 될 것 같냐! 이 불은...”

철퍽!

“샘솟아라, 샘솟아라, 샘솟아라, 샘솟아라.”

1초도 안 되는 사이 계단 위 공간이 물로 가득 채워졌다.

주변에 강이나 냇가도 없는 상황에서 저만한 양의 물을 소환하는 마법사의 모습에 용병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치이이익-

처음에는 물을 아랑곳하지 않고 증발시키던 검은 화염이 연이은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사그라들었다.

이한은 빠르게 뼛조각을 꺼내서 다섯 마리의 검은 스켈레톤 전사를 소환했다.

방금 자신이 사용한 귀중한 마법 아이템이 아무 흔적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자 용병은 눈만 깜박였다.

“모여라, 회전하라.”

남은 물기가 모여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물 덩어리를 본 용병이 다급하게 방패를 들어 올렸지만 명백한 실수였다.

전장에서 볼 수 있는 물 원소 마법들과 달리 수옥탄은 한층 다른 위력을 갖고 있었다.

우득!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악마의 혀를 쓴 용병이 쓰러졌다.

“......”

“......”

“어... 어쩌냐. 가르담. 어떻게 해야 하지?”

나름 산전수전을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가르담은 이제까지 자신이 얼마나 좁은 세계에서 살았는지 깨달았다.

데스 나이트들이 한 말이 진실이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가짜 마법사들만 상대해왔구나...!’

“저쪽이다! 범죄자 놈들을 잡아!”

“이쪽도 막았어!”

“!!”

정신을 차리자 반대쪽 복도에서도 마법사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시간을 끄는 사이 인원을 나눠서 길을 돌아온 것이다.

“후퇴! 후퇴!”

*         *         *

“후발대한테 상황 전달하고 잠깐 대기하라고 해줘.”

이한은 학교에서 대기하고 있을 친구들에게 전갈을 보내고 추적에 집중했다.

저 범죄자 놈들이 왜 이 별장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짐작가는 건 있었다.

‘해골 교장이 기말 때 쓰려고 보관해놓은 거 아닌가?’

그거 말고는 딱히 의심가는 부분이 없었다.

꽤 가능성도 높아 보였고...

하여간 이유가 어쨌든 간에 저 범죄자 놈들은 빠르게 제압해야 했다.

지금도 이미 계산보다 더 많은 소란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여기서 더 소란이 벌어지면 외출이고 뭐고 데스 나이트들이 달려올 수도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제압하고 나간다!’

“항복해라. 용병들! 선처하겠다.”

“지랄하지 마라 미친 주문쟁이 새끼들아!”

“흑마법이나 하는 요술쟁이 밑에서 부츠 발바닥이나 핥는 꼴이 부끄럽지도 않더냐!?”

용병들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 반응에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우리가 뭘 했다고?’

서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했고 졌으면 패배에 승복할 것이지 주문쟁이니 요술쟁이니 모욕하다니.

다른 학생들은 매우 격노해서 씩씩대고 있었다.

“주문쟁이라니!”

“흑마법? 내가 흑마법사로 보여? 앗. 워다나즈. 널 욕하는 건 아니다.”

“...됐고. 다들 따라와라.”

이미 거의 승리한 상황이었지만 이한은 방심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데리고 조직적으로 저택의 구역을 점령하며 방 안을 확인했다.

도망치다가 혼자 살아남기 위해 숨은 용병들은 비참하게 끌려나왔다.

“아, 안 돼! 자비를!”

“주문쟁이라고 다시 지껄여봐! 이 범죄자 자식이!”

“동료를 불러와! 동료를 불러오지 않으면 널 징벌방에...”

“야. 징벌방은 우리한테만 통하는 거잖아.”

“그런가?”

“기절시키고 따라와라! 빨리 제압해야 한다!”

이한의 외침에 불사조 탑 사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팡이를 흔들었다.

“기절 마법이...”

빡!

이한은 지팡이를 휘둘러서 용병의 턱을 날려버렸다. 용병은 흐늘흐늘하게 변해서 뻗어버렸다.

“가자!”

“아, 아니...”

“이게 진정한 기절 마법이지!”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과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감탄하며 이한의 뒤를 쫓았다.

다른 건 몰라도 워다나즈의 마법 하나만큼은 언제나 감탄이 나왔다.

*         *         *

“저 자식들이 정문으로!!”

저택에 마지막으로 숨은 용병을 기절시키자 뒤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남은 몇몇 용병들이 정문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뭐지?’

이한의 얼굴도 따라서 심각해졌다.

‘탈출할 방법이 있는 건가? 어째서?’

당연히 이한은 용병들이 이 저택을 탈출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해골 교장이 바보도 아니고, 용병들이 여기 갇혀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러나 저렇게 달려가는 걸 보니 갑자기 불안감이 들었다.

혹시 용병들에게 이한이 모르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것 아닐까?

“따라와라! 무조건 막는다!”

이한은 수옥탄을 조준도 하지 않고 용병들을 향해 발사했다. 바닥이 박살나고 정문이 흔들렸다.

“번쩍여라...”

마음이 다급해지자 다시 한 번 지팡이 끝에 뇌창(雷槍)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한은 다른 손에 새벽별을 뽑아들고 폭발적으로 달려들었다.

“미친놈이!?”

가르담은 설마 어린 마법사가 달려들 줄은 몰랐는지 몸을 옆으로 날렸다.

뇌창이 정문을 찍고 새벽별이 허공을 갈랐다.

“모라디!”

뒤에서 같이 달려온 지젤이 쌍검을 휘둘러 가르담의 무기를 날려버렸다. 가르담은 고통 섞인 비명을 질렀다.

“무슨 놈의 요술쟁이들이!”

“항복해라!”

“닥쳐라. 언데드들한테 고문받느니 여기서 죽겠다!”

“아니... 젠장.”

용병들은 쓸데없이 끈질겼다. 이한은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한탄하며 다시 무기를 휘둘렀다.

가르담은 뒤로 훌쩍 뛰며 단검을 뽑아들었다. 남은 용병들도 등을 맞대고 무기를 겨눴다.

“워다나즈. 조심해. 만만치 않다.”

“알고 있다!”

제대로 배운 검술은 아니었지만 상대의 검술은 사납고 폭발적이었다.

게다가 여기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용병들 중에서도 가장 노련하고 지독한 이들.

잘못 걸렸다가는 다 몰아붙여놓고 패배할 수도 있었기에 둘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파지지직!

“!”

지팡이를 덮은 뇌창이 더욱 더 커지며 날아들자 용병들이 이를 악물고 피했다.

“커허헉!”

“크윽!”

그러나 번개는 사방으로 튀며 용병들을 타격했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번개의 기운에 용병들은 신음했다.

그 틈을 타 지젤은 한 명의 다리와 손목을 동시에 베어버리고 제압했다.

“한 번 더!”

“알겠다!”

이한은 상대방이 뇌창에 신경을 집중하자 순간 마법을 해제시키고 다음 마법으로 넘어갔다.

“몰아쳐라, 페르쿤트라의 벼락이여!”

예상과 다른 방향에서 날아오는 굵은 벼락에 용병 하나가 관통당했다.

그리고 정문도 관통당했다.

끼익, 쾅!

별장 정문이 거슬리는 쇳소리를 내며 덜켝 열렸다.

이한과 지젤은 그대로 정지했다.

용병들도 그대로 정지했다.

“...비켜라!”

이번에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건 가르담이었다. 같이 온 동료들을 밀어서 넘어뜨린 뒤 가르담은 전력을 다해 정문을 향해 달렸다. 품속에 있는 마법 아이템들도 전부 사용했다.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소리와 함께 안개, 모래바람, 독구름 등이 잠깐 풀렸다.

지젤이 넘어진 용병들을 제압하자 이한은 친구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참고로 네가 한 번 더 갈기라고 했다. 모라디.”

“...지금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야?!!!!!!”

지젤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왔다.

“일단 쫓자.”

“쫓아!! 놓치면 우린 모두 징벌방 행이야!”

이한과 지젤은 이를 악물고 달려나갔다.

마지막 남은 한 놈을 최대한 빨리 잡아넣어야 했다.

“살코. 다른 학생들 옷 갈아입히고 원래 계획대로 움직이게 해! 저 자식은 우리가 잡겠다!”

“아, 알겠다! 워다나즈. 모라디. 힘내라!”

*         *         *

에인로가드 출신 관료, 이운라데는 상관을 보며 간사하게 허리를 숙였다.

“오늘도 훌륭하십니다. 호드롱 님! 고나달테스 님도 호드롱 님의 도착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해라. 이운라데. 그 고나달테스 공이 나 같은 감사관의 방문을 좋아할 리가 없지.”

호드롱은 불편한 표정으로 도시 카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였다.

이제 곧 에인로가드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제 에인로가드에 들어가면 또 얼마나 많은 개짓거리와 핑계거리를 마주하게 될 것인가?

-제 연구자료를 개가 먹어버렸습니다! 흑흑! 하지만 개는 용서해주십시오. 귀엽지 않습니까?

-농, 농장을 전부 불태웠다는 건 오해가 있습니다. 물론 불이 나긴 했지만 일단 ‘전부’의 개념이 뭔지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네가 에인로가드 출신인 만큼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

“아, 아니 무슨 말씀을. 아닙니다. 절대 아니죠!”

“하지만 이런 일에 개인적인 감정은 절대 넣을 수 없어. 알겠나? 나를 설득하고 싶다면 그럴 만한 자료를 갖고 오라고.”

“그, 마법이란 게 실패할 때가 많아서...”

“마법 결과가 부족하면 마법사들의 태도라도!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이 제국 시민들을 위해 헌신했다는 증거라도 갖고 오란 말이야. 그래야 내가 돌아가서 더 많은 금화를 지원해달라고 말을 꺼낼 염치라도 있겠지!”

‘그게 더 불가능할 것 같군.’

이운라데는 속으로 빠르게 포기했다.

후배들이 제국 시민들을 위해 헌신하기를 바라느니 그냥 대마법사 한 명 나오기를 바라는 게 더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다.

-범죄자를 잡았다!!

-에인로가드 학생이 현상수배범을 잡았어!

“커헙.”

이운라데는 상관의 얼굴에 커피를 뿜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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