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61화 (561/687)

561화

징벌방이라니. 내 말을 어떻게 들은 거냐? 너희들을 칭찬하는 거다.

“음. 예. 감사합니다.”

“징벌방에 언제쯤 가면...?”

두 학생이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자 해골 교장은 분노를 참으며 으르렁거렸다.

안 보낸다고. 안 보낸다고! 물론 너희들이 역사에 남을 만한 신입생 탈주 신기록을 세웠지만 보내지 않는다고 했지 않느냐!

-주인님께서는 진심이십니다.

보다 못한 데스 나이트가 옆에서 첨언했다.

-물론 두 학생이 역사에 남을 만한 신입생 탈주 신기록을 세워서 주인님을 거품 물게 하셨지만...

해골 교장은 짜증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설명하던 데스 나이트가 즉시 다른 차원으로 역소환됐다.

옆에 있던 다른 데스 나이트는 놀라지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제국에서 나온 감사관께서 그 광경을 우연히 목격한 것 같더군.

“저희가 탈주해서 돌아다니는 광경을요?”

-아니. 자네들이 제국 시민들을 도와주는 광경을.

“아.”

둘은 그제야 해골 교장이 왜 저러는지 이해했다.

하지만 여전히 납득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선행 좀 했다고 징벌방 안 가는 게 말이 됩니까?”

“워다나즈 말이 맞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그런 식이라면 선배들은 왜 징벌방에 가는 겁니까?”

-자네들 그렇게 징벌방에 가고 싶은 건가?

데스 나이트는 둘의 반응에 황당해했다.

운이 좋아서 징벌방에 안 가게 됐으면 ‘와! 신난다!’가 나와야지 왜 ‘그게 말이 됩니까? 우릴 속이는 거죠?’가 나온단 말인가?

-일단 제국에서 나온 감사관 나으리가 감동할 정도의 선행은 평범한 선행이 아니고...

지젤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다시 생각해봐도 평범한 선행은 아니었던 것이다.

-...자네들 선배들은 딱히 선행을 한 적이 없는데?

“하나도 없을 리가 없잖습니까?”

-없...지 않나?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있습니까?

데스 나이트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고민하더니 해골 교장에게도 물었다.

해골 교장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기억에 없군. 사고는 많이 치는데.

‘음. 괜히 더 물어보면 보복당할 수도 있겠군.’

이한은 빠르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태도를 바꿨다.

“관대하신 처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장 선생님. 원래라면 벌을 받아야 하는 일탈을 이렇게 너그럽게...”

줄여라. 한 대 맞기 전에.

“...감사합니다.”

그래.

‘미사여구를 싫어하시는군.’

해골 교장은 아직도 심술이 났는지 툴툴댔다.

언제 오나?

-지금 도착했다고 하십니다. 곧 올라오실 겁니다.

“누가 오십니까?”

제국에서 나온 개...

-감사관입니다.

그래. 감사관.

‘아하.’

이한은 조금 더 납득이 됐다.

선행을 한 착한 학생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감사관이 말했다면, 해골 교장이 징벌방에 보내지 않는 것도 말이 됐던 것이다.

“어? 교장 선생님.”

뭐? 왜? 뭐? 왜?

두려웠지만 이한은 질문할 건 질문했다.

“제국에서 나온 감사관께서 저희 때문에 에인로가드를 높게 평가하시면 지원금도 올라갈 텐데, 저희의 공적 아닙니까?”

“...야...”

이 미친 새끼야...!

시야를 뒤덮어버리는 북부의 새하얀 눈보라 속에서 삼두호(三頭虎)를 마주쳤을 때에도 지금보다는 덜 두려웠을 것 같았다.

지젤은 옆에 있는 푸른 용의 탑 원수의 입을 바늘로 꿰매버리고 싶었다.

데스 나이트도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경악의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겁을 어머니 뱃속에 두고 나오셨군!’

해골 교장은 잠시 이한을 노려보다가 이 가는 소리와 함께 말했다.

...그래서 먹고 싶은 거 있냐고 물었잖느냐. 응?

“식량은 외출에서 많이 확보했으니, 시험 때 필요한 시약 좀...”

-주인님. 감사관 곧 올라옵니다.

알고 있다.

-예. 혹시 폭발하실까봐...

해골 교장은 데스 나이트를 하나 더 역소환시킨 다음에 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둘을 보며 신신당부했다.

알겠다. 알겠으니 감사관 앞에서 말이나 제대로 해라! 알겠지?

“예. 반드시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겠습니다!”

이한은 각오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지젤이 계속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자, 이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지?”

“너 후계자 맞는 거 같은데.”

“감히?!”

해골 교장의 후계자는 격분해서 지젤을 노려보았다.

*         *         *

호드롱은 이한과 지젤 두 학생을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했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맨날 나가면 사고만 치고 선량한 제국 시민들을 괴롭히는데, 1학년 밖에 안 된 학생들이 이렇게 헌신하는 걸 보니 참으로...

“에인로가드의 뛰어난 교육방침과 저희에게 헌신하는 교장 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흐음. 어쩌면 내가 조금 오해를 했던 걸지도 모르겠군. 선입견 때문에...”

옆에 있던 이운라데는 ‘오해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려다가 스스로의 허벅지를 강하게 꼬집고 버텼다.

“돌아가서 내가 본 것들을 꼭 전하도록 하지. 앞으로 이런 학생들이 늘어난다면, 다른 관료들도 마음을 바꿀 거야.”

“으윽.”

“?”

이운라데가 다른 허벅지도 꼬집고 소리를 내자 호드롱은 이상하다는 듯이 부하를 쳐다보았다.

“그럼 고나달테스 공. 돌아가게 되면 편지하겠습니다.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런. 다른 학생들은 안 봐도 되겠습니까?

“봐봤자 서로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올해만 그냥 본 걸로 하겠습니다.”

해골 교장은 오늘 처음으로 미소지었다.

이 감사관의 진심이 얼어붙은 대마법사의 마음을 촉촉하게 녹인 것이다.

감사관이 학교 안에 들어와서 고학년 학생들의 마법 연구 현황을 검사하는 것만큼 끔찍한 일도 드물었다.

학생들은 제국에서 지원금을 받을 때에는 세상의 진리와 섭리를 모두 알아낼 수 있을 것처럼 떠들지만, 검사를 받을 때쯤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처럼 칭얼대며 변명하기 마련인 법.

조심히 돌아가시오! 호드롱 감사관. 다음에도 또 놀러오시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매년마다 바뀌니 말입니다.”

호드롱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이운라데와 걸어 나왔다.

부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상관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도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그래. 고학년 학생들을 직접 보지 않아서 조금 찜찜하지만, 봐봤자 좋을 일 하나 없겠지.”

감동적인 선행을 말하고 지원을 요청하는데 고학년 학생들의 연구 현황까지 같이 넣으면 감동하려던 관료들도 다시 분노할 수 있었다.

에인로가드의 어린 재목들을 위해 호드롱은 올해만 양보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호드롱 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왜 방학 때 했던 건 안 물어보셨습니까?”

이운라데는 살짝 궁금해져서 물었다.

이번에 했던 선행들은 직접 학생의 입으로 확인한 호드롱이었지만, 여름방학이나 그 전에 있었던 일들은 전혀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기껏 도시 사람들한테 물어서 확인해놓고 그냥 넘어가다니.

꼼꼼한 호드롱답지 않은 일이었다.

“뜬소문이잖아?”

“예?”

“한 눈에 봐도 뜬소문이던데.”

“...어, 그게 말입니다.”

이운라데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상관한테 그럴듯하게 들릴까?

*         *         *

기말고사가 일주일 남은 학교에는 기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특히 아침 강의가 <기초 마법 인성 교육 심화>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 긴장감이 팽팽했다.

바로 그 해골 교장의 강의였으니까!

“야. 나 복장 어때?”

“음... 밖에서 사온 스카프하고 모자는 좀 치우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야. 다들 코로 숨 쉬어. 입으로 숨 쉬지 말고.”

“잡지, 장난감, 과자 다 집어넣어. 밖에서 사온 건 다 치워!”

찔리는 게 많은 학생들은 해골 교장이 들어오기 전부터 최대한 조심하고 있었다.

저번 주말에 대탈주를 해서 물건을 싹싹 긁어온 만큼 그 두려움은 더욱 컸다.

이한이나 지젤은 무사히 돌아왔다지만, 교장의 성격은 변덕스러워서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불꽃이 붙을 수도 있는 법.

심지어 그 가이난도마저 책을 읽고 공부하는 시늉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다들 반갑다.

“안녕하십니까, 교장 선생님!”

“좋은 아침이십니다, 교장 선생님!”

그래. 좋은 아침이다.

해골 교장은 한 번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학생들은 바짝 얼어붙어서 숨도 쉬지 못하고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이 강의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느냐?

“어...”

‘어’는 강의의 이름이 아니다.

“<기초 마법 인성 교육 심화>입니다.”

그래. 인성 교육이지. 그런데 한 해 동안 배워봤자 무슨 의미가 있느냐? 다들 손잡고 교칙을 어기는데?

“......”

“......”

터져 나오는 뒤끝에 학생들은 시선을 피했다.

너희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 너희 선배들의 잘못이지. 선배들이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는데 너희들이 어떻게 모범을 지키겠느냐?

이한은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워다나즈 너는 고개 끄덕이지 마라.

“아니...”

‘그런데 애초에 선배들을 못 만나지 않나?’

요네르는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1학년 학생들이 한 일들은 선배들과 별 상관이 없어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몇 가지 공지사항이 있다. 이번 <기초 마법 인성 교육 심화> 기말고사는 없다. 교보재가 날아갔으니.

“......”

“...만세!!! 만세!!!!!!!”

학생 중 한 명이 의자를 박차고 책상 위로 올라가자 다른 학생들도 따라서 책상 위로 올라갔다.

몇몇 학생들은 지팡이를 휘둘러서 불꽃을 쏘아 보내고 가이난도는 아예 공책을 찢어서 허공으로 집어 던졌다.

해골 교장은 눈을 한 번 깜박였다. 그러자 방금 일어나서 소란을 피운 학생들이 모조리 거꾸로 천장에 매달렸다.

순식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기말고사는 ‘나는 친구들과 같이 학교를 탈주하지 않겠습니다’라고 100번 써서 내는 과제로 대체하겠다.

저 정도면 거저 먹는 수준이었다. 학생들은 행복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한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교장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방심시키려고 함정파시는 거 아냐?”

“헉. 그런가?”

옆에서 거꾸로 매달린 가이난도가 그럴듯한 말에 솔깃해했다.

그리고 워다나즈. 달카드. 너희 둘은 따라와라.

“정말 함정인가??”

“아냐. 아산도 불렀잖아. 함정을 파시려면 이한만 불렀을 거야.”

“닥쳐. 가이난도.”

*         *         *

해골 교장은 의외로 둘을 에인로가드의 지옥 함정에 데려가지 않았다.

해골 교장이 둘을 데리고 간 곳은 평범한 창고였다.

인성 교육 강의용 창고

-외부인 출입 금지-

해골 교장이 나지막한 주문을 중얼거리자 벽이 열리고 동상이 치워지더니 창고의 문이 드러났다.

기말고사가 없으니 그 대신 해야 할 일들이 좀 있다.

“저희 둘이 창고를 다 치워야 하는 겁니까?”

아니. 다른 놈들도 시켜야지. 그 놈들은 노느냐?

“아. 둘이 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한은 살짝 머쓱해졌다.

해골 교장의 심술궂은 벌인 줄 알았던 것이다.

하긴 생각해보니 해골 교장은 학생 한 명만 미워하는 속 좁은 사람이 아니었다.

해골 교장은 다 같이 탈주했으니 다 같이 미워할 사람이었다.

너희들이 보고, 다른 놈들 지휘해서 다음 주까지 깔끔하게 정리해놓도록 해라. 망가진 거 버리고, 수명 다 된 거 치우고... 내년 신입생들을 위해서 말이다.

“......”

아산은 순간 속으로 ‘우리도 살기 힘든데 신입생들을 생각해줘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너희 선배들도 달카드 너와 비슷한 생각을 했지.

“헉... 어떻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완벽하게 하란 게 아니다. 대충, 강의 준비할 때 꺼낼 수 있을 만큼만 하란 거다.

해골 교장은 먼지 쌓인 창고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쾅!

옆에 쌓여 있던 선반이 무너지더니 안에 있던 단두대가 굴러떨어졌다.

해골 교장이 그걸 보고 혀 차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망가졌군. 저건 버려야겠다.

“......”

“......”

저게 왜 있는지 궁금했지만, 둘은 묻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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