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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64화 (564/687)

564화

“아뇨. 구덩이에는 밀어 넣은 적 없으신데요.”

“휴. 다행이에요.”

대답을 듣고 안도하던 가르시아 교수는 멈칫했다.

‘방금 <구덩이에는>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혹시 구덩이 말고 다른 곳에는 밀어 넣은 적이 있다는 뜻?

“이한 학ㅅ...”

“그러면 이 구덩이는 뭡니까?”

이한이 매우 노골적으로 경계하면서 묻자 가르시아 교수는 마음이 아팠다.

한시라도 빨리 이 우수한 학생의 의심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기말고사 시험이에요.”

“그렇습니까.”

“?”

가르시아 교수는 의아해했다.

이한의 반응이 너무나도 담담했던 것이다.

물론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감정적이거나 촐싹대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담담한 반응이라니?

“그러면 구덩이 아래에는 몬스터들이 숨어 있습니까?”

“없거든요??!”

가르시아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설마 나를 교장 선생님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죠, 이한 학생?”

“제가 어떻게 그런 무례한 생각을?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기말고사 시험이라면 몬스터 정도는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가르시아 교수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이번 학기에 배운 마법들을 시험하려고 준비한 거예요. 몬스터는 없어요.”

1학기 때는 여러 학파의 마법들을 소개해주고 기초를 가르쳐줬던 가르시아 교수였다.

그리고 이번 2학기 때는 <기초 실용 마법> 강의를 맡아 학생들에게 여러 유용한 실용 마법들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수중 호흡>이나 <언데드 퇴치>나 <언데드 감지>나 <하급 언데드 역소환> 등등이 그런 예시였다.

‘언데드가 좀 많은 거 같긴 하군.’

어쩌다보니 대(對) 언데드 마법들이 좀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가르시아 교수의 강의는 이번 학기 강의들 중 가장 실용적인 강의였다. 무엇보다 정말로 학생들을 걱정하는 에인로가드 졸업생의 강의라는 게 특출났다.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마법들만 골라서 가르쳐주는 강의였던 것이다.

“어, 근데 언데드 관련 마법도 가르쳐주셨는데 언데드는 없습니까?”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제가 언제 언데드 관련 마법을 가르쳐줬었나요?”

“<언데드 퇴치>나 <언데드 감지>, <하급 언데드 역소환> 가르쳐 주셨...”

“모르겠는데요? 아하. 이한 학생이 하도 강의를 많이 들어서 착각한 게 분명하네요.”

“......”

이한은 어이가 없었지만 가르시아 교수의 말뜻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해골 교장이 누가 가르쳐줬는지 알아차리면 더 배배 꼬인 수작을 부릴 수도 있는 만큼 비밀로 하려는 것이다.

‘그냥 말로 하시지.’

하지만 이한은 살짝 상처받았다. 다른 건 몰라도 강의 많이 듣는 걸로 찌르는 건 많이 아팠다.

“알겠습니다. 언데드 관련 마법은 제외고... 그러면 <수중 호흡>, <하급 해독>, <방수 부여>, <시야 증폭>, <하급 자물쇠 해제> 정도입니까?”

“정확해요.”

이한은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구덩이에 가까이 다가가서 아래를 쳐다보았다.

<고나달테스의 암흑 시야>를 건 다음, 눈에 마력을 불어넣어 시야를 강화하자 구덩이 아래의 구조가 보였다.

‘교수님께서 물을 채워 넣으시면 학생들이 헤엄쳐서 깊숙이 잠수하는 방식인가보군.’

구덩이 아래 쪽을 보니 옆으로 빠질 수 있는 작은 통로가 하나 있었다.

그 통로 안에는 간단한 독이나 자물쇠들이 있을 것이다.

물이 차오르면 시야가 더 좁아질 테니, 마법으로 그런 환경을 극복하고 통로를 찾아 독과 자물쇠를 해결하는 게 기말고사가 되리라.

여기까지 떠올린 이한은 갑자기 의문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교수님. 여기 물을 채우시면 잠수해 들어가서 저 숨겨진 통로를 찾는 게 맞습니까? 통로 안에는 함정이 있고요?”

“오. 맞아요. 이한 학생. 잘 봤어요.”

가르시아 교수는 이한이 깔끔하게 파악하자 반색하며 대답했다.

“그런데 왜 그런 자세로 서있어요?”

“구덩이에 떨어질까봐 조심하고 있습니다.”

“...이한 학생... 안 민다니까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르시아 교수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한은 누군가 뒤에서 밀 상황에 대비해 자세를 낮추고 균형을 잡은 채 구덩이 아래를 관찰했다.

“여하튼 교수님. 그런 구조인 건 알겠는데...”

“?”

이한이 말끝을 흐리자 가르시아 교수는 의아해했다.

뭘 물어보려고 저 우수한 제자가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거 기말고사인데 제가 미리 알아도 되는 겁니까?”

물어보면서도 이한은 살짝 긴장했다.

가르시아 교수가 뒤늦게라도 ‘아차! 이한 학생. 실수로 말해버렸네요. 어쩔 수 없이 이한 학생에게만 더 어려운 시험을 준비해야겠군요.’라고 말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가르시아 교수는 다른 교수들에 비해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어쨌든 교수 아닌가.

“아. 상관없죠?”

“...상관이 없습니까?”

“어차피 이한 학생은 만점이잖아요. 그래서 부른 건데요.”

“......”

이한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니...

아니...?

‘그런가?’

뭔가 말이 되는 거 같으면서도 말이 안 되는 기분에 이한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래도 시험은 봐야 알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한 학생이 마법 쓰는 걸 몇 번을 봤는데... 괜찮아요. 안 봐도 확실하니까. 다른 교수님들 중에서도 나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지 않나요?”

가르시아 교수는 지팡이를 휘둘러 학생들이 시험 보는 동안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 나오면 몸을 좀 덥힐 수 있도록 따뜻한 온기를 주변에 부여했다.

“어... 뵙긴 했습니다만.”

“그렇죠? 그 교수님들도 괜히 의미도 없는 시험 볼 시간에 자기 할 일 하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더 어려운 걸 내주시던데.’

이한은 알펜 교수가 중간고사 때 ‘너무 쉬우니까 더 어려운 걸로 준비해봤네’라고 말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걸 가르시아 교수한테 말하는 건 좋은 생각 같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가르시아 교수도 ‘앗 그런 방법이?’라고 반응할 수도 있었으니까.

“비슷했습니다.”

이한의 대답에 가르시아 교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2학기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교수들은 각자 자신만의 고충을 늘어놓으며 푸념하고 있었다.

-역시 변신 물약은 너무 어렵겠지. 그렇다고 폭죽 물약은 작년에 냈고... 귀찮은데 워다나즈 녀석 불러서 시험 만들어보라고 할까?

-교수님!

-농, 농담일세. 농담. 버두스 교수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나? 폐기 재료로 아티팩트 만들게 할 건데.

-아니. 꽤 괜찮은 시험이지 않나. 잘 준비한 것 같소.

-응. 고나달테스가 이거 하라고 하더라.

-......

-......

-맞다. 워다나즈한테 준비해달라고 해야지. 잊을 뻔했네.

-버두스 교수님. 잠깐 휴게실 뒤쪽으로 와보시겠어요?

물론 몇몇 파렴치한 교수들도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교수들 사이에서도 ‘어차피 만점 받을 학생이 굳이 시험 볼 이유가 있나?’란 생각이 강하긴 했다.

가르시아 교수도 학창 시절 때 이해심 많은 교수님이 이렇게 말해준 적이 있었던 것이다.

-가르시아. 너는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단다. 다른 시험에 집중하렴. 그리고 친구를 팰 때는 주먹 말고 손바닥으로 해주겠니?

“그러니까 이한 학생은 어차피 만점 받을 시험 준비할 시간에 다른 시험들 준비하세요. 다른 교수님들 모두가 시험을 통과시켜주진 않을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의 배려에 솔직하게 감사했다.

가르시아 교수가 이런 제안을 한 데에는 물론 이한이 만점을 받을 실력을 갖고 있어서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보다는 너무 많은 강의를 듣고 있는 이한을 한 강의라도 좀 쉬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가르시아 교수의 시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조금이나마 더 여유가 생길 테니까.

‘절대 알펜 교수님의 방식은 말해드리지 말아야겠군.’

“대신 이한 학생은 다른 친구들을 위해 여기 기말고사 시험장의 난이도를 확인해줘요. 아무래도 교수보다는 학생의 눈으로 보는 게 정확하니까요.”

“가르시아 교수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저는 교수님을 만나서 행운입니다.”

“왜, 왜 그래요 갑자기.”

이한이 감동으로 먹먹해진 목소리로 말하자 가르시아 교수는 매우 당황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칭찬이었던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확인하겠습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확인해도 되는데...”

가르시아 교수는 제자가 너무 열정적으로 준비하자 살짝 불안해하며 구덩이에 물을 채웠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확인해주길 원했던 건데, 지나치게 성실한 제자의 어깨를 공연히 무겁게 만드는 게 아닐까 걱정됐다.

*         *         *

첨벙!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이한은 금방 올라왔다.

방수 마법이 걸린 망토를 휘둘러 물을 털어낸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에게 보고했다.

“물이 좀 더 어두워야 할 거 같습니다.”

“아. 그래요?”

가르시아 교수는 깃펜을 들고 메모했다.

물은 기본적으로 고이면 그 아래가 어두워지기 마련이라, 별다른 마법을 추가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조금 밝은 모양이었다.

‘광원이 강한가?’

“예. 암흑 원소를 불러올까요?”

“무슨 말을. 이한 학생이 그럴 필요 없어요. 준비는 내가 해야죠.”

가르시아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말렸다.

간단한 감상을 들으려고 부른 거였는데 상대가 너무 성실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다시...”

“앗. 다시 들어갈 필요는 없...”

첨벙!

잠시 후.

이한이 다시 올라왔다.

“교수님. 통로 입구가 작긴 한데, 주변에 별다른 입구가 없어서 조금만 침착하면 금세 찾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가짜 통로들을 만드는 게 어떨까요?”

“음... 알겠어요.”

가르시아 교수는 다시 메모했다.

이한은 말릴 틈도 없이 또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고 들어갔다가 나오고 들어갔다가 나왔다.

-독이 시야를 방해하는 계열의 독 같습니다만, 호흡을 방해하는 독이 더 낫지 않을까요?

-제가 자물쇠를 직접 열어봤는데 손재주 좋은 학생이라면 마법 없어도 열 수 있을 정도입니다. 더 강화하면 어떨까요?

-올라올 때도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좀 놀랐습니다. 역시 언데드를 추가해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

가르시아 교수는 메모를 적던 책을 접고 이한을 보며 물었다.

“이한 학생. 혹시 친구들이 최근에 서운하게 행동한 게 있나요?”

“예? 딱히 없습니다만?”

*         *         *

가르시아 교수의 강의실에서 나온 이한은 약간의 찜찜함을 느꼈다.

교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나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내 지적이 별로였나?’

가르시아 교수는 이한을 생각해줘서 시험도 패스시키고 물어봤는데 쓸만한 개선점을 내놓지 못하다니.

교수가 실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에 뵐 때 좀 더 고쳐서 갖고 가봐야겠다.’

“이한 학생. 다음에 올 때 고쳐서 갖고 오지 마요.”

가르시아 교수가 강의실 문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외쳤다. 이한은 놀라서 되물었다.

“혹시 예지 마법으로 보신 겁니까?”

“아니요. 교수의 경험으로 봤어요. 하여간 정말 도움 많이 됐으니까 고쳐서 갖고 오지 마요!”

“네. 알겠습니다.”

솔직히 정말로 도움이 됐을지는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가르시아 교수의 진심은 전해졌다.

이한은 다시 한 번 잔잔한 감동을 느끼며 계단을 내려갔다.

“앗. 워다나즈! 여기야, 여기!”

걸어 다니는 비버가 이한을 부르자 이한은 못 들은 척 발걸음을 옮겼다.

버두스 교수는 가볍게 날아오더니 이한 앞을 막았다.

“혹시 귀가 막혔어?”

“앗. 버두스 교수님!! 언제 오신 겁니까?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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