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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69화 (569/687)

569화

 “왜 그러십니까?”

 “더 위험한 상황에서 연습해도 될 것 같군.”

 “!?”

 이한은 자기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경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볼라디 교수는 흡혈괴물 이야기로 돌아왔다.

 “재생력을 막는 방식의 독은 유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재생력이 강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정석적인 방법들이 있었다.

 불과 산, 혹은 독 같은 방법들.

 이 중 가장 편리한 건 독이었다.

 불이나 산과 달리 한 번 적중시키면 깊숙이 중독시킬 수 있었으니까.

 “아. 알 것 같습니다. 재생력이 너무 강해서 독으로 깎아도 한계가 있는 겁니까?”

 볼라디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 같아서 다른 독을 준비했습니다. 재생력을 폭주시키는 방식의 독입니다.”

 “만들 수 있나?”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만, 만들 수는 있을 겁니다.”

 “그렇군.”

 볼라디 교수는 한 손으로는 차를 홀짝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새끼 바실리스크 앞에 막대를 흔들었다.

 이한은 갑자기 자신이 실수를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잠깐. 괜히 말했나?’

 생각해보니 선배들한테 받아온다고 해도 됐는데, 볼라디 교수가 질문을 ‘만들 수 있나?’라고 해서 대답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하게 됐다.

 털썩!

 새끼 바실리스크가 헥헥대며 옆으로 뻗어버렸다.

 볼라디 교수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 말했다.

 “충분히 운동이 된 거 같군.”

 -......

 이한은 새끼 바실리스크가 지금 사안(邪眼)을 쓰는 건가 고민했다.

 그 정도로 볼라디 교수를 살벌하게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걸 가져가도록.”

 볼라디 교수는 궤짝에 장난감들을 담아서 이한에게 건넸다.

 “너무 응석을 받아줬다가는 바실리스크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명, 명심하겠습니다.”

 이한은 팔목에 매달려서 애절하게 쳐다보는 바실리스크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여기서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잖아...’

 “그리고 이것도.”

 “이게 뭡니까?”

 이한은 볼라디 교수가 강의실 안쪽에서 웬 쇠뇌용 볼트가 담긴 통을 꺼내서 갖고 오자 의아해했다.

 혹시 이한한테 쏘려는 볼트인가?

 “그렇게 빠른 몬스터는 화염에 당해도 쉽게 끌 거다. 이 볼트를 쓰도록.”

 볼트의 몸통과 화살촉에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버두스 교수 밑에서 꽤 혹독하게 배운 이한이었지만 이 볼트에 걸린 마법을 전부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화염 마법?’

 화염 계열 마법이지만 몇 가지 추가 마법이 더 걸려 있었다.

 지속 시간이나 맹렬함, 추가적인 저주...

 “한 번 적중하면 학기가 끝날 때까지는 타오를 거다.”

 “감사합니다!”

 흡혈괴물의 재생력은 막강했지만 언제나 약점은 존재했다.

 꺼지지 않는 화염이라면 그 답이 되어주리라.

 게다가 다른 볼트들에는 독이 발라진 만큼 적은 더 예측하기 힘들 터.

 볼라디 교수는 천방지축인 제자를 말리는 걸 포기했다는 듯이 말했다.

 “적당히 쫓도록. 거인들이 널 위해 기다리고 있으니.”

 “......”

 이한은 흡혈괴물을 쫓아다닐 생각이 정말 조금도 없었지만, 만약 있었다 하더라도 저 말 때문에 자제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         *         *

 학생들이 흡혈괴물 때문에 술렁거리긴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강의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안타까운 마법사 클래드랠 씨의 사례로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죠?”

 “예! 교수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교수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클래드랠 씨가 만약 천사와 계약했을 때 집 안에 가둬둔 악마들을 전부 처리했다면 어땠을까요?”

 “흥미로운 질문이에요. 음! 원래라면 강의를 끝낼 시간이지만, 다음 주가 기말고사기도 하니 조금만 더 해보도록 할까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아산이 앙코르 강의를 요청해서 친구들이 죽일 듯 노려보긴 했지만 이런 건 사소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안타까운 마법범죄자들을 만났을 때 자비 없이 숨통을 끊어줘야 한다는 거다.

 “교장 선생님. 저 다음 주 기말고사...”

 엄살 떨지 말고.

 하지만 해골 교장이 이한을 불러서 마법범죄자들의 수법과 그 대응을 가르치는 건 좀 사소함의 범주를 벗어난 일이었다.

 저번에 배웠던, 마법범죄자들의 비술을 막는 역(逆) 마법은 기억하고 있겠지?

 “예.”

 놈들이 쓰던 아티팩트의 마력 패턴도?

 “어? 그건 저번에 시간이 없어서 안 가르쳐주셨잖습니까?”

 안 넘어가는군. 혹시 몰래 공부했을까 싶어서 물어봤는데.

 “......”

 이한은 어이가 없어서 해골 교장을 쳐다보았다.

 무슨 마법에 미친 놈도 아니고 남는 시간에 아티팩트를 몰래 조사해서 공부를 한단 말인가.

 그래. 아티팩트의 마력 패턴은 오늘 열심히 공부하면 될 일이고, 한 가지 더 할 이야기가 있다.

 “교장 선생님. 저는 학교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상참작을 해주십시오.”

 ...집단 외출 이야기 아니었다. 이 자식아.

 해골 교장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이한을 노려보았다.

 기껏 잊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 눈치 없는 제자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이다.

 대체 어떻게 그 많은 놈들을... 됐다. 마법사는 비전을 알려주지 않는 법이지. 하여간, 이걸 기억하느냐?

 해골 교장은 흰색의 뼈를 꺼냈다.

 그걸 본 이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장 선생님의 뼈인가요?”

 구울의 왕을 설마 벌써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아.”

 이한은 그제야 저 뼈가 무슨 뼈인지 깨달았다.

 방학 때 구울의 왕이 다스리는 영역에서 얻은 뼈였던 것이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뼈가 아니라 구울의 왕이 직접 바친 뼈.

 해골 교장이 조사하겠다고 갖고 간 뒤 하도 일이 바빠서 잊고 있었는데...

 “뼈가 워낙 비범해보여서 착각했습니다. 하하.”

 녀석...

 해골 교장은 한결 너그러워진 눈빛을 보냈다.

 다른 아부와 달리 뼈의 외관에 대한 칭찬은 언제나 즐기는 해골 교장이었다.

 구울의 왕에게 계속 물어봤더니 쓸만한 단서를 좀 토해내더군. 아마 베헤모스 공작의 뼈가 아닐까 싶다.

 “베헤모스면... 몬스터 아닙니까?”

 베헤모스는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초거대 마수였다.

 대지에 발을 디디고서도 하늘의 구름을 삼킬 수 있는 강력한 마수.

 저 정도의 마수는 몬스터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등장하는 순간 그 덩치로 주변을 모조리 파괴하는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몬스터지. 대륙에는 이제 없다. 하나 남았던 걸 예전에 내가 잡았거든.

 “......”

 해골 교장의 너무나도 흥미로운 과거사를 묻기도 전에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다른 차원에는 아직 베헤모스가 남아있지. 예전에 악마들의 영역에 공작으로 자리 잡은 베헤모스가 하나 있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몬스터도 공작이 가능합니까?”

 그럼. 힘 세면 왕도 된다. 뒷감당할 자신 있으면 너도 악마들 영역에 놀러가서 ‘나는 너희들 위에 군림할 황제다’라고 해보려무나.

 “그런 미친 짓을 왜 합니까?”

 나는 예전에 해봤는데?

 “......”

 타차원의 존재들은 대부분 자존심이 강했지만, 그 중 악마들은 정말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사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악마들 사이에서 작위는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자격이 없는 악마가 스스로를 백작이니 공작이니 자처하고 다니는 순간, 다른 악마들에게 총공격을 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악마들한테 가서 ‘나는 황제쯤 되겠군’하고 빠져나오다니.

 ‘진짜 미친 사람 아니야 이거?’

 “...그래서 공작까지 한 베헤모스가 있었다는 겁니까? 그런데 이렇게 뼈가 돌아다니는 건...”

 토벌당한 거겠지. 다른 악마들한테. 사실, 베헤모스 같은 마수는 악마들의 영역에서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

 해골 교장이 말하기를, 악마들의 영역에서 오래 버티려면 전투력도 전투력이지만 다른 능력들도 출중해야 했다.

 해골 교장 본인처럼 뛰어난 외교력과 교활한 심계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베헤모스는 힘은 강해도 저런 부분에서는 백치에 가까웠다.

 배고프면 다른 악마들을 잡아먹고, 심심하면 다른 악마들의 영역을 짓밟았을 테니 모두의 공적이 되어 토벌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힘을 봉인하고 이름을 지워버린 것도 그래서겠지. 악마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굴욕적이었겠나.

 “구울의 왕이 그럼 토벌전에 참가했던 걸까요?”

 하! 그럴 수준의 놈이 아니다. 이놈이 왕이라고 자처할 수 있었던 건 외진 곳에 틀어박힌 구울이라서 가능했던 거지, 다른 악마들 앞에서 왕이라고 지껄였다가는 대번에 찢겨졌을 거다.

 이한은 구울의 왕이 처음으로 살짝 불쌍해졌다.

 만약 옆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몰랐다.

 아마 토벌전이 끝나고 흘러나온 뼈의 일부를 우연히 얻은 거겠지.

 “그렇군요. 그럼 이걸로 베헤모스를 소환 가능한 겁니까?”

 뭐?

 해골 교장은 훗날의 마법범죄자를 보는 시선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베헤모스 같은 걸 소환하겠다고? 진심이냐? 이 주변이 완전히 무너질 텐데? 혹시 요즘 잠자기 전에 제국을 무너뜨리는 상상을 하면서 자는 건 아니겠지?

 “아니... 그냥 학술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해도 된다. 베헤모스 소환은 무리지. 뼈의 양이 워낙 적으니. 베헤모스의 반의 반도 구성하지 못하고 실패할 거다. 그보다는 네 아티팩트로 만드는 게 좋겠다.

 “또 말입니까?”

 아티팩트가 많으면 좋은 거지 뭔...

 그렇게 말을 하던 해골 교장은 이한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목걸이, 반지, 팔찌, 허리띠까지 좀 많긴 했다.

 게다가 평소 안 차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추가로 착용하는 아티팩트들까지.

 용케 마력 간섭을 안 일으키고 잘 돌아다닌다 싶을 정도였다.

 ...넌 좀 많긴 하구나. 그래도 그걸 감안해도 이 베헤모스의 뼈는 아티팩트로 만들 가치가 있다.

 “어째서입니까?”

 뼈가 튼튼해서 마력을 많이 담을 수 있거든.

 “...?”

 생각보다 너무 심심한 효과에 이한은 살짝 당황했다.

 “그게 다입니까?”

 너한테는 아주 중요하지. 지금 가르시아 교수가 만들어 준 팔찌만 해도 죽여 달라고 비명을 지르는데.

 “...그 정도는 아니죠...”

 마력 흡수의 팔찌가 별로 효과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들으니 좀 씁쓸했다.

 사실 거짓말이었다.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지. 네 마력이 너무 많아서 그걸 흡수하느라.

 “알겠습니다.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이한은 툴툴대며 화제를 바꿨다.

 막상 또 만든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되는 게 사람 마음이었다.

 “잠깐. 그러면 베헤모스의 뼈로 만든 아티팩트를 착용한다면 저를 두려워하는 정령들도 다가올까요?”

 마력이 많다는 건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있었다.

 이한은 평소 마력이 많아서 괴로웠던 점을 해골 교장에게 털어놓았다.

 그 고민을 들은 해골 교장은 질문했다.

 보통 마력이 많으면 세밀한 컨트롤이 어려운 걸 단점으로 뽑지 않나?

 이건 마법사에게 생각보다 치명적인 문제였다.

 마력이 많아봤자 그걸 통제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당장 마력을 선천적으로 더 많이 갖고 태어난 마법사들이 마법을 배울 때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걸 봤을 때,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사실 ‘마법 쓸 때마다 죽을 것 같습니다’라고 징징대도 놀랍지 않았다. 

 “그건 어떻게든 극복이 되던데요.”

 그래...

 해골 교장은 제자의 말에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참 보기 드문 재능이었다.

 그리고 더 보기 드문 건 저 재능을 갖고서도 저런 성격이라는 점이었다.

 ‘진짜 미친 건 저런 거지.’

 해골 교장이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채 이한은 희망에 찬 시선을 던졌다.

 “그래서, 차단이 될까요?”

 아니. 그건 무리지.

 해골 교장은 딱 잘라서 말했다.

 그쯤 되려면 이한의 전신에 촘촘하게 아티팩트를 꽂아 넣고 전력을 다해 마력을 추출해야 했다.

 그렇게 해도 회복력을 따라갈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는데 아티팩트 하나 찬다고 마력이 다 차단될 리 있겠는가.

 “아니 그럼 어디에 쓸모가 있단 겁니까?!”

 ...아티팩트 성능에?

 해골 교장은 제자를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원래 아티팩트는 마법이 주목적이었지, 마력 흡수가 주목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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