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70화 (570/687)

570화

 “아. 그러네요.”

 ‘그러네요는 무슨...’

 해골 교장은 미친 제자를 한 번 흘겨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마력을 많이 담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마법도 많이 새길 수 있다는 거지. 게다가 너는 지금 아티팩트가 조금 많은 편이다.

 이한은 해골 교장의 말에 자신을 한 번 훑어보았다.

 팔찌, 반지, 허리띠, 목걸이 등 장신구 상인처럼 차고 다니긴 했다.

 “조금 많긴 합니다.”

 사실 그냥 많은 편이지. 지금이야 고위 마법에 접촉할 일이 드물어서 그렇지 이렇게 무질서하게 아티팩트를 차고 다니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이다.

 아티팩트는 그 자체로 마법을 간직하고 있는 물건이라 주변에 자신만의 마력 흐름과 질서를 만들기 마련이었다.

 당연히 마력 흐름을 통제하고 새 질서를 만드는 마법사 입장에서는 이런 아티팩트가 영향을 안 줄 수가 없었다.

 특히 아티팩트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런 영향은 커졌다.

 사고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장...

 마법 시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다행히 저는 운이 좋아서 괜찮았습니다.”

 이한은 다행이라는 듯이 대답했다.

 아티팩트들의 성능이 단순하고 겹치는 게 많아서 그런지 마법 시전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 하하. 다행이구나.

 해골 교장은 ‘아마 영향을 줬는데 네가 그냥 눈치 못 채고 시전했을 거다’라고 말해주려다가 말았다.

 스스로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며 실력을 키우겠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내년을 생각해봤을 때 아티팩트들을 한 번 정리하긴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베헤모스의 뼈에 전부 담는 게 좋겠지.

 “알겠습니다.”

 해골 교장의 충고에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심술궂고 사악하고 비열한 사람이었지만 마법에 대해서 교장은 틀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원래 노련한 마법사들은 자신이 착용하고 다니는 아티팩트들의 역학 관계도 정확하게 파악하는 법이었다.

 어떻게 사용해야 상승효과가 발생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역효과가 일어나지 않는지.

 ‘어라?’

 납득하려다가 순간 의아함을 느낀 이한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 내년이면 2학년인데, 2학년이 그렇게 위험한 고위 마법에 접촉할 일이 있습니까?”

 네 말이 참으로 옳다. 원래 1학년이 구울의 왕하고 만날 일이 없는 것처럼 말이지.

 “......”

 이한은 반박할 수가 없어서 시무룩해졌다.

 해골 교장은 베헤모스의 뼈를 투박한 목걸이 형태로 만들었다.

 일부러 허술하게 만들었다. 네가 계속해서 채워나갈 수 있도록.

 베헤모스의 뼈가 가진 넉넉한 용량은 그 안에 마법을 여럿 새기기에도 용이했다.

 해골 교장은 이한이 이 뼈 목걸이에 필요할 때마다 마법을 하나씩 추가시키면서 직접 아티팩트를 완성시키는 경험을 하기를 원했다.

 “교장 선생님...”

 이한은 살짝 감동했다.

 해골 교장이 이렇게 세심한 배려를 해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경험을 쌓으면 나중에 내가 아티팩트를 만들 때 비블레 대신 조수 역할도 가능할 거다.

 “교장 선생님...”

 이한은 정색했다.

 사리사욕 때문에 제자의 실력을 키우려고 하다니!

 우우웅-

 먼저 가르시아 교수가 임시로 만들어 준 쇠 팔찌가 추출됐다.

 해골 교장은 쇠 팔찌에 새겨진 마법진 각인을 둥글게 뭉쳐서 작은 구슬 모양의 핵으로 만든 다음 뼈 목걸이에 박았다.

 어떻게 하는지 보고 있겠지? 다음부터는 네가 해야 한다.

 “잠깐, 조금만 더 천천히...”

 네가 엄살을 떨고 있다는 걸 안다. 자, 다음은 허리띠군. 이건 너무 조잡한데. 슬슬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해골 교장은 투명화 마법 허리띠를 보며 혀를 찼다.

 마력 흡수의 저주가 걸려 있는 대신 투명화 마법이 시전 가능한 허리띠였다.

 문제는 이 투명화 마법이 조잡하다는 점이었다.

 빛을 굴절시키는 미채(迷彩)를 둘러 시각을 교란시키는 방식이었는데, 해골 교장은 이보다는 다른 존재의 개념에 혼란을 줘서 인식시키지 못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다른 방식으로 바꿔서 넣어주마.

 해골 교장은 마찬가지로 허리띠에 새겨진 문양을 추출해서 핵으로 만든 다음 뼈 목걸이에 박았다. 방금 전에 설치된 핵과 새로 설치된 핵이 공명하더니 안정을 찾고 잠잠해졌다.

 “앗!!!”

 왜?

 이한이 비명을 지르자 해골 교장이 왜 그러느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 허리띠 팔 수도 있는 건데 그냥 부수시면 어떡합니까!”

 저주 받은 마력 흡수 아이템을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사냐...

 해골 교장은 어이가 없었다.

 가끔 괴팍한 흑마법사 중에는 자기 탑 앞의 뼈를 밟았다고 ‘내 뼈 물어내!’하는 미친놈도 있었는데 이 제자는 그 놈보다 더 심했다.

 “그래도 팔 수 있는 거였는데...”

 그냥 부순 게 아니라 더 좋게 만들어줘서 뼈 목걸이에 넣어줬잖느냐.

 “뼈 목걸이는 못 팔잖습니까.”

 그럼 네 말은 허리띠는 허리띠대로 내버려두고 내가 새로 똑같은 마법을 복사해서 뼈 목걸이에 넣으란 거냐?

 “오. 그렇게 해주실 겁니까?”

 이한이 기대 섞인 시선을 던지자 해골 교장은 무시하고 다음 작업으로 들어갔다.

 투명화 마법 목걸이.

 이건 해골 교장 밑에서 일하는 첨탑지기의 작품이었다.

 방금 전 추가한 마법과 같은 마법이었지만, 아티팩트는 같은 마법을 추가해 넣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같은 마법끼리 증폭 효과가 일어날 때가 있었던 것이다.

 투명화 마법 같은 경우는 주변까지 그 영역이 확장됐고(원래는 착용자 개인만 보호했다), 이한은 그걸 알았기에 종종 친구들과 돌아다닐 때 사용했다.

 해골 교장은 핵을 추가하며 말했다.

 다른 놈한테도 투명화 마법 걸 수 있겠지?

 “예? 아니요.”

 뭐라고? 책 줬잖느냐. 책이 안 가르쳤냐?

 “...예...”

 허. 좀 더 잔인하고 난폭하게 만들었어야 했나...

 “......”

 이한은 돌아가자마자 해골 교장의 책을 땅 깊숙한 곳에 파묻어야 하나 살짝 고민했다.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거기에 너무 의존해서 좋을 게 없다. 익혀두도록.

 “아. 예.”

 아니, 화염을 흡수하는 아티팩트들은 왜 이렇게 많이 갖고 다니는 거냐? 무슨 불의 감시단 단원이냐?

 “화염 마법 폭주할까봐...”

 ...... 

 생각보다 짠한 대답에 해골 교장은 화를 내는 대신 쯧쯧 혀를 찼다.

 ‘잠깐. 아니지.’

 생각해보니 자기가 아티팩트 여럿 차고 다니면서 난이도 키워놓고 화염 마법 폭주할까봐 차고 다니는 것 아닌가.

 아주 웃기는 놈이었다.

 해골 교장은 동정심을 버리고 화염 흡수 아티팩트들의 핵을 압축해서 뼈 목걸이에 박아 넣었다.

 수중 호흡... 뭐, 나쁘진 않겠지. 나중에 공간 부족해지면 빼도 되겠고. 마력 발산 억제? 이런 저주 받은 아티팩트는 왜 갖고 다니는 거냐? 저주 수집가냐?

 “그거 차면 세밀한 컨트롤이 쉬워져서 가끔 씁니다.”

 해골 교장은 그냥 부숴버렸다. 이한은 애통한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돼. 이런 종잇장 같은 제약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그냥 네 정신적인 문제다. 의지로 극복해라.

 해골 교장은 무자비한 솜씨로 아티팩트들을 마저 싹 정리해서 뼈 목걸이에 압축시켰다.

 남은 건 만마의 팔찌나 해골 교장의 신호용 반지, 독을 탐지하는 은 숟가락 같은 비착용 아티팩트들 정도였다.

 넌 이런 해독용 아티팩트 필요 없을 텐데 부수지 그러냐?

 “절대 안 됩니다. 차라리 팔겠습니다.”

 이한은 정색하고 말했다.

 해골 교장도 진지하게 부술 생각은 없었는지 대충 잔해를 치우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허공에서 처음 보는 진홍색 핵이 나타났다. 아까 아티팩트를 압축시킨 것처럼 마법이 압축된 핵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끼긱!

 해골 교장은 깔끔하게 핵을 끼워 넣었다.

 “이건 뭡니까?”

 비밀이다. 네가 알아내라고 넣어주는 거다. 원래 이렇게 특혜를 주면 안 되는데 말이다. 하하.

 “그럼 그냥 빼주셔도 되는데...”

 해골 교장은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보물을 줘도 삐딱하게 구는 게 괘씸했지만, 원래 재능 있는 제자는 언제나 삐딱하기 마련인 법.

 관대함으로 이해해주는 것도 스승의 역할이었다.

 다음 마법은 네가 직접 고민해보고 결정해서 넣어봐라. 개인적으로 조언하자면, 방어 마법이 좋을 것 같군.

 지금 뼈 목걸이에 든 마법들은 대부분 보조 계열이었다.

 그리고 공격 수단은 이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에게는 넘칠 정도로 많았으니, 방어가 가장 적합했다.

 아티팩트들을 굳이 분류하자면 가장 수요가 많은 건 방어용 아티팩트.

 공격이나 보조는 마법사가 알아서 할 수 있지만, 마법사의 경계를 뚫고 기습적으로 날아오는 공격은 막기 힘들었다.

 그런 허점을 손쉽게 막아주는 만큼 방어용 아티팩트는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물 방패 같은 것 말입니까?”

 나쁘지 않지. 대신 공격당했을 때 자동으로 시전될 수 있게 하려면 조금 어려울 거다. 버두스 교수한테 물어봐라.

 “음. 방어 마법 필요 없을 것 같습...”

 버두스 교수하고 이야기하기 싫은 건 아주 잘 이해한다만, 네가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어도 이걸 혼자 만드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알겠습니다. 물어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넌 참 공격 마법 위주로만 익혔구나.

 해골 교장은 새삼스럽게 제자를 쳐다보았다.

 원래 마법사들은 방어 마법을 먼저 익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투 마법사처럼 전장을 돌아다니는 이들이 아니면 싸울 일이 별로 없었으니, 공격보다는 방어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나중에는 호위를 데리고 다닐 텐데 무엇하러 자기가 공격을 하려고 하겠는가.

 “교장 선생님이 자꾸 적을 보내시잖습니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구나. 그리고 네 선배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방어 마법 잘 익혔다. 요 공격적인 놈아.

 “흡혈괴물도 교장 선생님이 보내신 거 아닙니까?”

 나도 취향이 있다. 만약 그게 내가 보낸 거라면, 내 진명에 맹세코 교장 자리를 네게 넘기마.

 “아니... 싫은데요.”

 녀석. 겸손해할 필요 없다. 하다보면 익숙해질 테니. 하여간 익힌 다른 방어 마법은 없나?

 “아. 번개 망토 익혔습니다.”

 ......

 해골 교장은 볼라디 교수가 보낸 눈빛과 비슷한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정말 일부러 어려운 마법만 골라서 익히는 건가?

*         *         *

 그린벨 가문 출신에, 춤의 달인.

 복도 너머에서 크린발 교수를 발견한 이한의 얼굴이 밝아졌다.

 원래 복도 너머에서 마주쳤을 때 마음이 안심되는 교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가르시아 교수 정도?

 해골 교장이나 볼라디 교수는 매우 위험한 인물에 속했고, 버두스 교수는 위험하진 않더라도 매우 피곤한 인물에 속했던 것이다.

 그에 비해 크린발 교수는 아직까지 위험하거나 피곤한 교수는 아니었다.

 정말 운이 좋다면 가르시아 교수처럼 크린발 교수도 안전하고 선량한 교수의 위치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

 “??”

 평소 교수들 중 가장 밝고 신나는 태도로 학생들을 맞이했던 크린발 교수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자 이한은 당황했다.

 “교수님?”

 “아! 워다나즈 학생! 미안해요!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기말고사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어떻게 알았죠?!”

 “...?”

 이한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교수님께서 기말고사 때문에 고민하실 게 있나?’

 크린발 교수는 이미 기말고사도 날로 먹겠다고(이한의 기준에서) 선언한지 오래였다.

 -모두 춤을 추고, 모두 즐겁다면, 모두 승자죠!

 -교수님 만세!!

 혹시 해골 교장이 교육 방침에 이의라도 제기했나 싶어 이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으! 워다나즈 학생! 원래 교수로서 이런 이야기는 하면 안 되겠죠! 하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크린발 교수는 이한에게 빈 강의실로 들어오라고 다리 하나를 까닥였다.

 이한은 언제라도 탈출할 수 있도록 길을 확인하며 들어갔다.

 “워다나즈 학생! 산맥의 거인들을 알 거라고 생각해요. 거인들은 워다나즈 학생을 잘 아니까!”

 “조금은 압니다. 그런데 어째서...?”

 “가끔 거인들한테 춤을 가르쳐주는데, 거인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잖아요! 기말고사 때 워다나즈 학생하고 싸워야 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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