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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73화 (573/687)

573화

 할 말은 많았지만, 둘은 지금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진짜 관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걸 직감했다.

 디레트가 기본적으로 친절하긴 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학생 몇 명 정도는 관짝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위험하단 팻말을 달아놓고 소문을 퍼뜨리는 건 어떻습니까?”

 오골도스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안했다.

 그러자 코홀티가 고개를 저었다.

 “약해.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그걸로 못 막지. 2학년은 막아도 3학년 이상은 그냥 들어올 거야.”

 “아니, 위험하단 팻말을 달아놓는데 대체 왜 들어옵니까?”

 “위험 뒤에 영광이 있으니까.”

 ‘미친 사람인가.’

 오골도스는 경악했지만 코홀티는 진심이었다.

 에인로가드에 오래 있다 보면 ‘위험’ ‘출입 금지’ 같은 말들을 좀 다르게 해석하게 됐다.

 ‘위험’은 ‘보상 좋음’으로.

 ‘출입 금지’는 ‘여기 보물이 있습니다’로.

 “내 생각엔, 개구멍 주방에 들어가서 식료품을 다 태워버리는 게 어떨까 싶은데.”

 “예!? 아니, 학생들 굶어 죽습니다!”

 “오골도스.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굶어죽어. 1학년 때 생각해봐라.”

 “그건... 그렇긴 한데...”

 오골도스는 순간 1학년 때를 떠올렸다.

 확실히 사람은 정말 안 굶어죽긴 했다.

 먹을 게 없어서 부드러운 나무껍질을 삶아 먹고, 잡초로 양을 불린 죽을 먹긴 했지만...

 “그렇지? 주방 때문에 오는 놈들이니까. 식료품을 다 태워버리는 게 확실해. 언제나 불이 정답이지. 내가 최근에 친구한테 바콴탈라나의 화염을 얻었는데...”

 “아니. 그건 안 될 거 같아.”

 디레트가 자르자 오골도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흑마법 학파 선배 중에 한 명은 제정신이었던 것이다.

 “식료품을 다 태운다고 안 오란 법이 없어. 몇 번은 계속 확인하려고 할 거야. 그리고 식료품이 다시 채워질 수도 있고.”

 “아차, 그걸 놓쳤군...!”

 코홀티는 무릎을 치며 이를 갈았다.

 문제 해결에 집중하다가 이런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하다니.

 “에인로가드 놈들은 왜 이렇게 끈질긴 거야? 벌레 같은 놈들.”

 “무슨 다른 마법학교 출신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디레트의 힐난에도 불구하고 코홀티는 깊이 빠져들었다.

 어떻게 해야 이 구역에 학생들을 오지 못하게 할까?

 “야. 너도 고민해. 뭐하냐. 너 못 떠올리면 1학년으로 내려가.”

 “아. 이상한 말 하지 마십시오. 무슨 1학년으로 내려갑니까. 그렇게 만드실 능력도 없으면서.”

 “나가서 흑마법사들한테 네 소문 퍼뜨린다. 후배한테 업혀서 차원 나왔다고.”

 “......”

 너무나도 할 법한 협박에 오골도스는 소름이 돋았다.

 코홀티 성격에 충분히 저러고도 남았던 것이다.

 올해 졸업하는 사람이 저딴 추잡한 협박을 하다니?!

 “으음... 으으음...”

 “5. 4. 3.” “아. 기다리십시오!”

 “2.46, 2.45, 2.44...”

 코홀티의 계속된 압박에 오골도스는 결국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소리를 내뱉었다.

 “독을 뿌려버리면 어떻습니까? 아니. 아닙니다. 잊어주십시오.”

 “독?”

 “잊어달라니까요.”

 “조용히 해봐. 독이라...”

 코홀티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옆에서 오골도스는 말리려고 했지만, 코홀티가 보기에 독은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괜찮지 않아?”

 “으음.”

 “디레트 선배! 독은 진짜 아닙니다!”

 “가능성 있어 보이긴 하는데.”

 “......”

 믿었던 선배마저 저러자 오골도스는 넘어질 뻔했다.

 “아니, 선배님. 주방에 독 뿌리는 건 좀 그렇잖습니까. 그리고, 그, 다른 사람들은 독 해독하고 먹을 겁니다.”

 오골도스는 ‘독을 주방에 뿌리면 흑마법 학파의 소문이 나빠지고 의심을 받을 수 있다’란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들어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실리적으로 접근했다.

 주방에 뿌려봤자 다들 해독하고 먹을 것이다!

 “그건 제대로 안 뿌려서 그렇지.”

 “코홀티 말이 맞아. 오골도스. 독 공부 좀 더 해야겠다.”

 오골도스가 말문이 막힌 사이 코홀티가 복도 지도를 그리고 지팡이로 쿡쿡 찔렀다.

 “오골도스. 봐라. 주방 음식에 독을 뿌리는 건 하책이야. 네가 말했듯이 해독할 생각을 할 테니까. 주방에 독을 뿌리는 건? 중책이지. 왜냐면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보니까 뚫을 생각을 하게 되거든. 상책은 그냥 이 영역 전체에 전부 독을 뿌려버리는 거다. 아예 들어올 엄두도 못 내게.”

 평소에 즐겁고 유쾌하게 대화하더라도 에인로가드 고학년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싯누런 광기가 숨어 있었다.

 오골도스는 바로 그 광기를 느끼고 전율했다.

 이게 흑마법사인가??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일단 산공독에, 수면독, 질식독. 해독 시도하는 놈 있을 테니까 복합독 하나 섞어서 넣자. 해독 시도하면 터져 나오게.”

 “발목잡이독에 혀붙이독 조합해서 하나 만들어 넣어. 당황해서 도망칠 테니까.”

 “아주 좋은 생각이야. 디레트. 바닥에 저주 좀 깔아놓자. 이런데도 해독하려고 들어와? 아주 본때를 보여줘야지.”

 코홀티는 지하 창고 인근 복도 구역을 출입 불가능한 흑마법사의 간이 미궁으로 만들 계획을 순식간에 완성시켰다.

 일단 구역 전체에 강렬한 색의 독 안개를 깔아놓는다.

 여기서 눈치가 빠른 놈이라면 도망치겠지만, 만약 독을 해독하려고 하는 놈이 있다면 그 시도에 반응하도록 독 속의 독을 숨겨놨다.

 해독할 경우 새로운 독이 터져 나와서 건방 떤 마법사의 혀를 붙여버리고 숨을 조를 것이다.

 여기서도 안 도망치고 꿋꿋하게 버티며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면?

 바로 바닥에 깔린 저주 마법진이 발동해서 지독한 연계를 맛보게 됐다.

 “이 정도면 됐겠지?”

 “혹시 모르니까 벽에 언데드 좀 숨겨놔.”

 “그래야겠다. 이래도 들어오면 진짜...”

 옆에서 대화를 듣던 오골도스는 순간 생각했다.

 혹시 다른 학파 사람들이 흑마법 학파 사람들을 꺼림칙하게 여기는 건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그냥 다른 학파 사람들이 편견과 선민의식에 찌들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닌...

 “디레트 선배님. 마지막으로 한 번만 생각해주십시오. 만약 다른 놈들이 저희가 한 짓인 거 알면 좀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오골도스.”

 디레트는 차분한 얼굴로 후배를 쳐다보았다.

 이 후배는 겉으로만 보면 성격이 날카롭다는 오해를 받지만, 사실 여린 편에 속했다.

 2학년이 끝나 가는데도 아직 착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저번 주에 7층 계단에서 넘어졌지?”

 “예? 예.”

 “왜 넘어졌다고 생각해?”

 “제가 미끄러진 거 아닙니까?”

 “그거 부여 마법 학파 애들이 계단에 실험하고 그냥 가서 그런 거야. 계단이 1분마다 성질변화 하더라.”

 “......”

 오골도스는 눈을 깜빡였다.

 “또. 이틀 전에 네가 모아놨던 화정석 사라졌었지?”

 “네...”

 “그거 화염 원소 심화 준비하던 애들이 쓰더라.”

 “......”

 오골도스의 눈빛 속에서 불길이 일렁거렸다.

 그건 증오심의 불길이었다.

 “알겠어?”

 “오골도스. 네가 우리를 좀 너무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건 다른 학파 놈들이야.”

 코홀티는 오골도스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왜 코홀티는 지하 창고 구역에 독을 뿌리면서도 일말의 미안함이 없는가?

 그건 다른 학파 놈들이 불을 지르고 폭파시키고 괴수를 소환해서 뒤집는 짓들을 몇 번이고 해왔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하면 독을 뿌려서 침입을 일시적으로 막는 것 정도는 정말 자비로운 거였다.

 “너하고 네 후배만 생각해. 알겠냐? 다른 학파 놈들은 우릴 조금도 생각 안 해주니까.”

 “...독은 제가 뿌리겠습니다.”

 “그래.”

 오골도스의 결연한 얼굴에 코홀티는 흐뭇해했다.

 어리숙하고 못 미더웠는데 이제는 흑마법사의 각오가 얼굴에 엿보였던 것이다.

 ‘녀석. 마음 놓고 졸업해도 되겠군.’

 슥슥-

 코홀티는 고개를 돌렸다.

 계획이 확정되자 디레트가 후배한테 답장을 써주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을 출입 금지시킬 방법을 준비했어. 그런데 독을 조금 쓸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

 독 말입니까?!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물론 말로 먼저 설득할 거야. 하지만 설득이 안 통하면 독을 조금 쓸 수도 있어. 다른 사람들한테 쓰려고 독을 뿌리는 게 아니야. 독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다른 사람들의 출입이 멈춰질 거거든. 알겠지? 절대 다른 사람들을 해치려고 독을 뿌리는 게 아니야.

 “......”

 코홀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힘내라. 디레트.’

 자신은 떠나지만 친구는 남아서 고통받을 거라고 생각하자 괜히 미안해졌다.

 “졸업하는 게 미안해지는군...”

 “그럼 남으시면 어떻습니까?”

 홱!

 코홀티는 사람 하나 죽일 눈빛으로 오골도스를 노려보았다.

 “농담으로도 그딴 소리 입에 담지 마라.”

 “...죄, 죄송합니다.”

 “미안하다. 너도 4학년 되면 알 거야.”

*         *         *

 ‘괜찮은 거 맞나?’

 대화를 끝낸 이한은 생각에 잠겼다.

 디레트가 독을 써서 주변 구역에 출입 금지를 걸어버린다는 게 영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물론 이한이나 거인들 모두 독에 저항력이 높은 만큼 그 부분은 괜찮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지나가다가 중독되기라도 하면 민폐 아닌가?’

 고민하던 이한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이렇게 고민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아니다. 선배를 믿자.’

 거인들 숨기는 것 정도는 흔한 일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실로 든든했다.

 이한보다 훨씬 더 많은 아수라장을 거쳐 온 선배들.

 선배들도 비슷한 짓을 해냈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차올랐다.

 ‘나도 할 수 있다.’

 분명 디레트라면 다른 사람들이 휘말리지 않게 잘 해놨을 것이다.

 그 방법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준비 끝났습니다.”

 -정말인가?

 “예. 선배들이 도와준다고 하십니다.”

 이쿠루샤는 돌아온 이한을 보고 놀라워했다.

 정말로 해낼 줄이야!

 ‘정말 1학년이 아닌가?’

 -알겠네. 그럼 바로 출발하지. 기다려봤자 좋을 게 없으니.

 이쿠루샤는 이한을 데리고 동굴로 향했다.

 거인들은 먼저 동굴 안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었다.

 -거인들에게는 일주일치 식량을 줬네. 일주일 이상 버틸 일은 없다고 생각해서.

 “그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만약 일이 틀어진다면 제가 식량을 갖고 오겠습니다.”

 -거인들의 식량을? 자기 먹을 것도 없을 텐데?

 “비축해놓은 게 조금 있습니다.”

 -음. 대체 얼마나... 아니. 지금 중요한 게 아니지. 그건 그런 일이 닥치면 고민하기로 하고.

 이쿠루샤는 절벽 앞에 서더니 갑자기 바위를 대뜸 붙잡았다.

 이한은 무슨 짓인가 싶어서 의아해했다.

 쿠르르르릉-

 놀랍게도 바위가 옆으로 굴러가더니 동굴의 입구가 생겨났다.

 “무슨 마법입니까?”

 -그냥 힘으로 세워놓은 건데?

 “......”

 어지간한 마법으로도 움직이기 힘들 만한 크기의 바위를 밀어낸 이쿠루샤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거인들이 앉아서 소곤거리고 있었다.

 -양 안 돌봐도 돼서 좋다.

 -쉿. 이쿠루샤가 들으면 일 시킨다.

 -난 이번 휴가 때 책 읽을 거다. 

 “다들 안녕하십니까.”

 -마법사!

 -마법사 왔다!

 거인들은 신나서 달려왔다.

 동굴이라서 서로 부딪치는 바람에 끼었지만, 그래도 반가워하는 건 느껴졌다.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아니다. 우리도 쉬고 좋... 아니.

 -사실 놀고 싶... 아니.

 이쿠루샤는 한심하게 거인들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원래 일주일 정도는 쉬게 해줄 생각이었으니까.

 -거짓말! 거짓말이다!

 거인들을 무시하고, 이쿠루샤는 이한에게 말했다.

 -참. 통로를 잠깐 확인했는데 좀 골치 아픈 종족이 돌아다니고 있더군.

 “어떤 종족입니까?”

 -세이렌.

 “세이렌 말입니까? 저 친합니다!”

 -그런가??

 이쿠루샤는 의아해했다.

 어떻게 친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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