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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79화 (579/687)

579화

“폰리그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이한은 항의하면서 번개걸음 교수를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번개걸음 교수가 이한을 골려주려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페가수스 좀 탄다고 폰리그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당연히 알지. 그리폰의 후각을 얕잡아보지 마라. 단순한 후각이 아니니까. 특히 페가수스 같은 종이라면 더더욱 잡아내지.”

물론 번개걸음 교수는 제자의 항의를 황당하다는 듯이 묵살했다.

페가수스가 주인의 성실성과 명예를 감각적으로 잡아내듯이, 그리폰은 주인이 다른 짐승을 탔는지 안 탔는지 예리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그게 차라리 말이나 와이번처럼 그리폰이 하등하게 여기는 짐승이면 모를까, 페가수스처럼 그리폰이 싫어하는 짐승이라면...

“어떻게 됩니까?”

“페가수스가 죽거나 그리폰이 죽거나 하겠지. 너는... 너는 안 죽을 것 같고.”

“......”

이한은 말없이 페가수스를 쳐다보았다.

눈부시게 새하얀 털에, 부드러운 날개. 선한 눈빛을 가진 페가수스는 이한의 가치를 안다는 듯이 천천히 끔벅였다.

마치 빨리 와서 자신을 타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 정말 방법이 없습니까?”

“있으면 말해줬겠지. 너야말로 왜 그러는 거냐? 그리폰이 널 선택한 게 얼마나 행운인데!”

“교수님께서 억지로 엮어준 거 아닙니까!”

“녀석이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빨리 그리폰이나 데려와라.”

이한은 투덜거리며 폰리그를 데리고 오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페가수스가 자신을 두고 어디가냐는 듯이 구슬픈 울음소리를 냈다.

“......”

그 울음소리에 이한의 발걸음이 멈추자 새끼 바실리스크가 쉿쉿 소리를 내뱉으며 위협했다.

“야. 위협하지 마.”

바실리스크는 꼬리를 으쓱거리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이한이 폰리그의 저주를 잠깐 풀고 데리고 오자, 친구들 중 진도가 빠른 몇몇은 벌써 페가수스들과 친해져 있었다.

폰리그는 그 모습을 보고 매우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냈다.

“...페가수스를 그렇게 싫어할 필요가 있나?”

슬쩍 질문을 던지자 폰리그는 앞발로 진흙을 쳐서 날렸다. 애꿎은 가이난도의 뒤통수에 진흙이 적중했다.

“누구야!? 앙라고 너지. 이 자식?!”

“용케 눈치챘군. 그래. 네 케이크를 가져간 건 바로 나다. 그러게 일주일 내내 케이크 자랑을 하지 말았어야지!”

“뭔 개소리야! 진흙 이야기거든!”

친구들이 떠드는 동안 이한은 씁쓸한 표정으로 폰리그를 쳐다보았다.

페가수스들을 위협하듯이 으르렁대는 걸 보니 화해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큭.’

평소 만나는 생명체마다 두려움, 공포, 굴복 이 세 반응만을 보여줬던 만큼 페가수스의 반응은 귀중하기 그지없었다.

이한이 해온 일들을 인정하고 명예를 존중해주는 생명체라니.

저런 생명체를 만날 일이 또 있을까?

폰리그는 이한을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페가수스한테 관심이 있는지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저 페가수스들을 봐라! 비쩍 말라서 누굴 태우지도 못하겠군!”

폰리그는 이한의 말에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비해 네 모습은 정말 하늘의 제왕 그 자체지. 페가수스하고는 비교도 안 돼.”

폰리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속도는 너무 빨라져서 주변에 바람이 불 정도였다.

“그래그래. 네가 최고다.”

“참. 워다나즈. 폰리그 오면 페가수스들이 겁먹을 수 있으니까 너는 저쪽으로 따로 돌아라.”

“......”

솔직한 번개걸음 교수의 말에 이한은 상처받았다.

‘너무한 거 아닌가?’

“이것 봐! 날고 있어!”

닐리아가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페가수스와 가장 빨리 친해진 만큼 날아오르는 순서도 가장 빨랐다. 번개걸음 교수가 외쳤다.

“침착하게 허리를 세우도록! 겁먹은 티는 내지 말고! 페가수스가 난폭한 녀석은 아니지만, 네가 자꾸 겁을 내면 경멸할 수도 있다! 네가 녀석을 타고 다닐 자격이 있다고 설득해라!”

“넷, 넵!”

“그 다음에는 깃발을 따라 길을 돌아라! 낙마하지 않고 돌아오면 합격이다!”

닐리아는 땅에 박힌 깃발들과 그 위에 빛으로 그려진 하늘의 길들을 쳐다보았다.

길은 하늘을 따라 쭉 뻗어져나갔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땅 가까이 내려가 진흙 늪 위에 있기도 했다.

닐리아는 순간 긴장해서 페가수스를 쳐다보았다.

과연 이 고고한 생물이 닐리아를 믿고 늪 위를 통과해줄까?

“야. 야. 야. 성질 죽이라고. 야! 그쪽은 길 아니야!”

“......”

긴장하던 닐리아는 저 멀리 낯익은 친구가 사자의 하반신과 독수리의 상반신을 가진 맹수를 타고 있는 걸 보자 순식간에 긴장이 풀렸다.

이한은 그리폰의 머리통을 지팡이로 때려가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페가수스 그만 보라고. 길 따라 가. 그만 으르렁대! 쟤는 내 친구야! 길이나 따라가!”

‘...힘내.’

닐리아는 고생하는 워다나즈를 보자 자신은 매우 운이 좋다는 걸 실감했다.

“고마워. 정말로.”

-?

페가수스는 다크 엘프 주인이 갑자기 감사를 표하자 기분 좋게 푸르륵댔다.

참으로 선량한 주인이었다.

*         *         *

번개걸음 교수의 시험은 그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1학년 학생들은 어느 탑이고 가릴 것 없이 페가수스에 대해서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그러니까 그 페가수스가 분명히 날 더 좋아했다니까? 둘라크 오니까 고개 돌리는 거 봤지?”

“그건 그냥 피곤해서 돌린 거였지! 어디서 음해를!”

“어떻게 페가수스를 키울 방법 없나? 정말 멋지던데.”

“내가 아는 선배 기사가 한 분 있는데, 그 분께서는 직접 산맥에 올라가서 페가수스 새끼를 데리고 나왔다고 하더라고.”

“오...! 그런 방법이?”

“잠깐. 그런 방법으로 데리고 나와도 되나?”

“안 되지.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숙소는 박살나고 페가수스는 사라져있었대.”

“야...”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던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은 옆에 있는 이한을 보고 물었다.

아무래도 학년 수석인 만큼 이런 부분에서도 박학다식했기 때문이었다.

“워다나즈. 어떻게 생각하지? 페가수스를 우리가 키울 방법이 없을까?”

“혹시 겨울방학에 같이 하나 잡으러 가지 않겠나?”

이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난 그리폰이 있어서.”

“페가수스도 있으면 좋잖아?”

“그리폰이 페가수스 냄새를 맡으면 주인을 물어버린다는군.”

“......”

“......”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질색했다.

그리폰이 탈것으로 꼽히는 짐승들 중에서 손꼽히게 난폭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페가수스와는 비교도 안 되는 사나움이었다.

“그리폰이 사납긴 하다던데.”

“그래도 그리폰도 멋있지 않아? 그리폰을 구할 방법은 없나?”

“페가수스보다 더 힘들걸. 아까 말한 것처럼 그리폰 새끼를 데리고 나왔으면 숙소가 박살나는 게 아니라 주변이 피바다가 되어 있었을 거야.”

“아냐. 그걸 감안해도 그리폰은 가치가 있어. 내가 아는 선배 기사가 한 분 있는데, 그 분이 그리폰 칭찬을 그렇게 하시더라.”

“뭐? 그리폰을 갖고 계셔??”

“아니. 전장에서 그리폰한테 팔이 날아가신 적 있대.”

눈치 없는 친구들이 이한의 복장을 자꾸 뒤집으려고 시도하자, 더르규는 눈치를 보며 말을 걸었다.

“이한.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다들 그리폰이 얼마나 까다로운 짐승인지 모르고 저런 소리를 하는 거니꺄.

“걱정 안 해도 된다. 더르규. 난 다른 시험 생각하고 있었어.”

“아. 그래?”

이한의 말에 더르규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제 곧 저녁부터 잉걸델 교수의 기말고사가 시작되는 만큼, 이한이 집중해주는 건 좋은 징조였다.

“그래. 물론 그리폰이 아까 페가수스한테 돌진하려고 해서 간신히 말렸지만 난 별로 신경 쓰지 않아.”

“......”

“......”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잖아...’

더르규와 지젤은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이번 번개걸음 교수의 시험에서 이한이 유독 고생하긴 했다.

평소에는 말을 잘 듣던 그리폰이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지 자꾸 페가수스한테 으르렁대며 시비를 걸어댔던 것이다.

이한이 지팡이로 때리고 목줄을 잡아당겨도 아랑곳하지 않고 페가수스를 노려보는 게 보통 고집이 아니었었다.

“야. 워다나즈. 만점 받은 시험은 잊어버리고 다음 시험에 집중해.”

“네 말이 맞다. 모라디. 부끄럽군.”

이한은 보기 드물게 순순히 인정했다.

어찌되었든 간에 끝난 시험에 집착할 이유는 없었다.

아직 페가수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긴 했지만...

“간이 산장은 만들어놨겠지?”

“세 군데. 식량도 나눠서 숨겨놨어.”

“나도 두 군데 만들어서 숨겨놨다.”

이한과 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의미심장한 시선을 교환했다.

잉걸델 교수의 기말고사는 원래 추운 겨울 산맥에서 맨몸으로 하룻밤 야영하며 버티는 것이었지만, 노련한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시험을 좀 다른 의미로 해석했다.

-최대한 들키지 않게 산맥에 많은 물자를 숨겨놓는 시험이구나!

물론 잉걸델 교수는 그런 말을 한 마디도 한 적 없었지만 이한과 친구들은 알아서 이해했다.

“어디서 시작할지는 아직 정보 없나?”

“없어. 교수님께서 단서 하나 안 주시더라.”

“어디에서 시작하던 방향 잡고 빠르게 움직이자. 이거, 최근에 만든 산맥 지도다. 빠진 부분이 많긴 한데 나온 부분들만 봐도 도움이 될 거야.”

“고맙...?”

지도를 받아서 보던 지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도에 쓰여 있는 글씨체가 아무리 봐도 이상했던 것이다.

양 동굴

위엄! 접금 근지!

마치 거인이 그린 것마냥 크고 삐뚤빼뚤했다.

‘어디서 구한 거야?’

척척척-

“...?”

“아니, 저 자식들은 왜 또?”

백양목 기사단의 어린 견습기사들이 걸어오자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질색했다.

저번 시험 때도 그랬지만 외부인들이 와서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이미 학생들은 나름대로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변경을 해봤자...

“교수님. 저 기사들은 왜 온 겁니까?”

“혹시 백양목 기사단은 시간이 남아돕니까? 왜 자꾸 에인로가드에 오는 건데? 마법 배우고 싶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말에 견습기사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 자식들이 도와주러 왔는데!”

“너희들이 겪을 시험 도와주러 온 사람한테 그게 할 소리냐! 저번에 악수하면서 서로 인사한 건 잊어버린 거냐!”

“???”

견습기사들의 말에 학생들은 당황했다.

“도와주러 왔다니?”

“내가 설명하겠습니다.”

잉걸델 교수는 다들 진정하라는 듯이 검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학생들끼리 흩어져서 산맥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만큼, 인원을 조금 더 붙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그냥 저희끼리 조를 합치겠습니다!”

“워다나즈! 우리와 같이 하자! 뭐? 같이 하겠다고! 그래! 좋았어!”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항의는 무시하고 잉걸델 교수는 말을 이었다.

“밖에 나가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일들이 많아질 겁니다. 특히 마법사라면 혼자 다닐 일이 적지 않습니까.”

‘음. 볼라디 교수한테 들려주고 싶군.’

이한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들었다.

볼라디 교수도 저렇게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마법사로서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는 방법도 익히십시오. 이상!”

잉걸델 교수는 난폭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한 번 정한 규칙을 항의로 바꿀 만큼 무른 사람도 아니었다.

학생들은 투덜거리며 견습기사들을 쳐다보았다.

견습기사들은 매우 심술 가득한 얼굴로 학생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사실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였지.”

“꺼져!”

“아. 왜 이래. 엥게! 우리 방학 때 같이 숙소에서 열심히 훈련했잖아!”

“너 같은 놈은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한과 지젤, 더르규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견습기사들도 셋에게는 화를 내지 않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초이. 저번에 만나고 또 만나는군.”

“반갑다. 모라디. 저번에 워다나즈하고 같이 반마법주의자들을 토벌했다면서? 혹시 워다나즈를 가문의 이름으로 기사단에 추천할 건가?”

‘하하.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워다나즈 가문 출신을 어떻게 기사단에 추천하겠어?’

“정신나갔냐 미친새끼야?”

속마음이 무심코 반대로 튀어나와버린 지젤의 말을 듣고 있던 이한은 작게 속삭였다.

“야. 속으로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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