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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84화 (584/687)

584화

순간 당황한 이한이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연습 많이 했습니다.”

“콜록. 그러니까...”

“암흑 원소 스켈레톤 전사고.”

“콜록, 콜록. 그게...”

“고대 사령술로 불러냈고, 무용까지 가능한데...”

“뭐? 그건 좀 흥미롭군.”

기침하다가 스켈레톤 무용수란 말을 들은 모르툼 교수는 기침도 잊고 흥미를 보였다.

흑마법사가 직접 세세한 명령을 내려야 하는 고대 사령술로 스켈레톤 무용수를 구현해 내다니.

얼마나 많은 재능과 노력이 들어갔을지 궁금했다.

“아차. 내 정신 좀 보게. 그래도 안 된다.”

“아니 어째서입니까?”

“콜록. 네 언데드 소환수 보면 라파드엘이 주눅들고 실망할 테니까.”

“......”

너무나도 타당한 말에 이한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하긴 라파드엘이 모처럼 흑마법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데 그걸 꺾어서 좋을 게 없었으니까.

학생 숫자가 적은 흑마법 학파의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라파드엘처럼 학년의 끝까지 버틴 학생은 좀 배려해주는 게 맞았다.

“그리고 넌 어차피 만점이지 않느냐. 콜록. 자, 이제 가서 다음 시험 준비나 해라.”

허무한 마음으로 이한은 흑암관을 걸어 나왔다.

‘시험이 이래도 되나?’

*         *         *

밀레이 교수의 소환 마법 시험이 시작되기 전.

강의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듣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흑마법 학파와는 긴장감의 차원이 달랐다.

누가 더 뛰어난 성적을 낼지, 팽팽한 긴장감이 맴도는 것이다.

투탄타 가문의 살코 또한 이런 경쟁에서 물러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투탄타. 많이 준비했나보군.”

“흥. 부여 마법 공부하느라 그리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그런 것치고는 책이 너덜너덜한데?”

“원래 낡은 책이었다.”

살코는 다른 탑 경쟁자들의 견제에 빈틈을 드러내지 않고 공부하지 않은 척을 하려 노력했다.

원래 진짜 경쟁은 시험 전부터 시작되는 법.

강한 자는 발톱을 숨길 줄 알아야했다.

‘난 많이 준비했는데.’

닐리아는 살코의 말에 살짝 당황했다.

별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자 조금 혼란스러웠다.

혹시 나만 공부 많이 했나?

‘이랬는데 나만 성적 낮게 나오면 좀 그런데...!’

“후. 나도 딱히 공부를 많이 하진 않았지.”

“나도 어제 저녁에 격구하고 그냥 잤지.”

“실은 나도 그렇다.”

살코의 위장은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소환 마법을 듣는 학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누가 더 평소의 마음가짐으로 시험을 보나’를 경쟁하기 시작했다.

“이 소환 마법 마도서를 봐. 완전히 새 것 같지?”

“그건 이번 학기 내용 다루는 마도서가 아니잖아.”

“이런. 내 시약 주머니가 떨어졌네. 하나도 사용 안 해서 너무 무거웠나보군?”

“새로 채웠나본데? 시약 주머니 입구에 가루가 묻어있어.”

팽팽한 대결.

서로 쳐다보며 힐끗거리던 학생들은 뒤에 새로 등장한 학생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기초 소환 마법 마도서가 완전히 새것처럼 깔끔했던 것이다.

대체 누가?

“어? 다들 왜 그래?”

가이난도는 친구들의 시선에 의아해했다.

“...아무것도 아냐. 가이난도. 하하. 공부 안 했나보군.”

“황자. 그래도 공부는 좀 해야지.”

“뭐? 아닌데? 많이 했는데??”

가이난도는 당황해서 변명했지만 친구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이런 든든한 녀석 같으니!

뒤늦게 들어온 이한은 강의실을 떠도는 훈훈한 분위기에 신기해했다.

“시험 전인데 왜 이렇게 웃고 떠드는 거지?”

“이한! 저 자식들이 나보고 공부 안 했다고 음해를...”

이한은 가이난도의 책을 한 번 보고 시약 주머니를 한 번 본 다음 말했다.

“안 했으니까 그런 소리를 듣지.”

“어, 어떻게...?! 마법이야?! 마법인가!?”

딱!

한 대 맞은 가이난도가 들킨 걸 깨닫고 변명했다.

“흑마법 준비하느라 그랬어!”

딱!

“?!”

“너 아까 언데드 계의 생물 문제 뭐라고 대답했냐?”

“어? 그거? 모래문어.”

“......”

이한은 순간 당황했다.

당연히 스켈레톤이라고 할 줄 알고 때린 거였는데...

“대체 왜 모래문어를?”

“생물이라서?”

“...그건 그렇지. 하지만 언데드 계에서 모래문어가 발견된 적이 없잖아.”

“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고 없는 건 아니잖아. 언젠간 발견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

은근히 논리적인 허점을 찌르는 가이난도의 모습에 이한은 놀랐다.

“하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긴 한데.”

“앗. 그러면 맞은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이한은 친구한테 ‘귀납 논증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듣던 가이난도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비명을 질렀다.

“자리에.”

밀레이 교수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창문이 닫히고 커텐이 움직였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의자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학생들은 강제로 착석했다.

“다들 공부는 많이 했는지 궁금하군요.”

“예! 교수님.”

“보통 자신의 공부량을 과신하는 학생들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신감은 좋지만 과신은 금물이죠.”

가이난도는 그 말을 듣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이한은 다시 한 대 때렸다.

“올해 동안 공부한 학생들은 알고 있겠지만 소환 마법은 기본적으로 선인들의 경험을 따라서 움직입니다.”

밀레이 교수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환 마법은 기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존재들을 어떻게 현실 차원으로 끌어들이느냐를 깊게 다뤘다.

당연히 그 과정은 얼마든지 위험해질 수 있는 과정이었고, 소환 마법사들은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여러 안전장치들을 고안해냈다.

학생들이 다른 차원으로 영혼을 진입시킬 때 밀레이 교수의 마법진을 통하는 것도 그런 고안 중 하나였다.

수십 개에 달하는 연계 마법으로 다른 차원의 위협적인 존재들에게 영혼을 지키는 것이다.

그 중에는 영혼 보호, 영혼 흔적 감소, 친화력 강화 등 직접적인 보호 마법도 있었지만 차원의 좌표를 고정시키고 익숙한 경로로 움직이게 하는 마법도 있었다.

먼저 탐사해 본 영역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만큼 그 영역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안전한 길로만 가면 진정한 지혜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마법사들이 모르는 지혜는 언제나 위험한 영역 저 너머에 있었다.

‘불길한데.’

이한은 밀레이 교수의 말을 듣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소환 마법 학파 학생들은 감명 받은 표정으로 메모해가면서 듣고 있었지만 이한은 저런 말에 잘 속지 않았다.

볼라디 교수도 ‘현존하는 마법 전투의 한계 너머를 탐색하자’같은 식으로 말하고 이한을 패지 않았던가.

저 너머로 가자고 하는 교수들의 말은 보통 좋게 끝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래서 오늘 시험은 안전장치를 풀고 불확실의 영역을 탐색해볼 겁니다.”

“!”

밀레이 교수의 말뜻을 알아차린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웅성거리던 학생들 중 누군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물었다.

“교수님.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물론 불확실의 영역이라고 해서 완전히 모든 걸 여러분들에게 맡기지는 않을 겁니다. 어느 정도는 통제를 해줘야겠죠.”

밀레이 교수가 지팡이를 다시 휘두르자 분필이 칠판 위를 거닐며 그림을 그려댔다.

새로운 차원 관문과, 그 관문을 관통하는...

‘뜰채?’

‘낚싯대?’

‘만능 골렘 팔?’

희한한 아티팩트의 모양에 학생들은 수군거렸다.

골렘의 팔 같기도 하고, 어부들이 쓰는 낚싯대나 뜰채 같기도 한 게 영 이상했던 것이다.

“이해했습니다. 교수님. 직접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티팩트만 들여보내는 거군요.”

살코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다른 학생들은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나도 그 생각 했는데!”

“맞아. 아티팩트만 넣으면 훨씬 안전하지.”

밀레이 교수는 쓸데없는 경쟁으로 불타는 학생들을 단안경 너머로 노려보았다.

학생들은 머쓱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저런 방식이라면...’

이한은 생각에 잠겼다.

기존에는 마법사들이 직접 다른 차원에 접촉해서 들어갔다면, 저건 아티팩트만 다른 차원에 쑥 집어넣는 형식이었다.

물론 전자보다는 훨씬 불편하고 까다롭겠지만 안전성으로 비교하면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한처럼 다른 차원 가면 여러모로 푸대접 받는 사람에게는 특히 솔깃한 이야기였다.

“교수님, 혹시 그거 정령계에서도 쓸 수 있습니까?”

“이한 학생. 정령 상대로 이런 식으로 계약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섬세하고 예민한 존재들이라 이렇게 납치해서 데리고 오면...”

“아, 아니. 그냥 물어본 건데요. 이걸로 계약할 생각 없었습니다.”

속마음을 들킨 이한은 당황했다.

어떻게 알았지?

“자, 그러면...”

밀레이 교수는 시간을 힐끗 확인했다.

“시험 끝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다른 차원의 신비한 존재들을 찾아내서 끌고 오도록...”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학생들은 일어나서 아티팩트를 하나씩 집어들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탁자 위에는 밀레이 교수가 준비한 마법진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기필코 뭔가 보여주겠다.’

자꾸 그냥 넘어가는 교수들 때문에 시험에 대한 불만족 상태인 이한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

이제까지 배운 것들을 전부 활용해서라도 무언가 보여주고 말겠다!

*         *         *

“으응. 그래그래. 고마워.”

닐리아는 정령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학생들이 일단 아티팩트부터 쑤셔 넣고 다른 차원을 휘젓는 동안, 재치 있는 학생들은 가능한 방법들을 동원해서 차원의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닐리아처럼 정령과 친화력이 높은 사람은 정령의 도움을 받았다.

직접적인 정보는 없더라도 정령들끼리 수소문으로 대략적인 확인이 가능했다.

“돌이여, 위와 아래 중 하나를 골라주십시오.”

제한적인 예지 마법을 시전하는 사람.

“끄응. 시야 확보가 안 되는군. 차원을 통과하면서 부서져버리는데.”

추가적인 부여 마법을 걸어서 시야를 확보하는 사람.

“들어가라. 그래. 잠시 기다렸다가, 음. 부서졌군. 다음. 들어가라.”

스켈레톤 전사들을 마법진 앞에 줄세운 다음 하나씩 밀어 넣는 사람...

“?!”

“????”

옆에 있던 학생들은 이미 자기 시험도 잊은 채 이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소환수라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 소모품처럼 막 써도 되나?

“음. 그래. 좀 더 오른쪽이 낫나?”

참새 정령과 다람쥐 정령은 이한의 양쪽 어깨에서 스켈레톤을 어디로 보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소환된 스켈레톤 전사들이 전부 사라졌다.

이한은 시약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새 뼛가루들을 꺼냈다.

“다시, 일어나라...”

“워, 워다나즈. 그런 식으로 하면 소환수들이 화내지 않아?”

“내 스켈레톤들은 괜찮아.”

고대 사령술로 부리는 스켈레톤 전사들은 딱히 다른 차원의 존재가 아닌 이한의 마력으로 오롯이 구성된 인형 같은 존재였다.

다른 소환수들처럼 함부로 다룬다 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었다.

물론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경악스러운 대답이었다.

“...?!!”

“아니... 워다나즈 스켈레톤은 좀 달라.”

닐리아는 재빨리 친구를 위해 나섰다.

이대로 가면 오해가 커질 것 같았다.

“저건 계약한 게 아니라 직접 불러 온 거거든!”

“아, 그래? 흑마법은 저런 것도 가능한 거야?”

“오해할 뻔했네.”

닐리아의 설명에 친구들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마터면 워다나즈를 오해할 뻔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이한은 진짜 스켈레톤 전사, 고나달테스를 소환했다.

“고나달테스. 대충 안전한 구역을 찾은 거 같다. 네가 들어가서 다른 스켈레톤 전사들을 이끌어줘야 해. 할 수 있지?”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닐리아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것도 조립한 스켈레톤한테 이름을 붙인 거지?”

“만약 닐리아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저렇게 대화하는 모습 때문에 오해했을 거야. 하하!”

“...그, 그렇지! 저것도 그냥 조립한 스켈레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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