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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85화 (585/687)

585화

진짜 스켈레톤 전사 고나달테스가 미지의 차원으로 넘어가 혈투를 벌이는 동안, 강의실은 슬슬 혼돈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아아아악! 뭐야! 뭐야 이거!”

“셀라모디르. 단단히 화가 났군요. 자극하지 않게 주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물범처럼 생긴 셀라모디르가 강의실 책상을 날리고 자기를 불러 온 학생의 뺨에 물싸다귀를 날리자 밀레이 교수는 지팡이를 휘둘러 개입했다.

씩씩대는 셀라모디르에게 밀레이 교수는 물범의 언어로 해명에 나섰다.

“■■ ■■■■ ■■■...”

해명을 들은 셀라모디르는 앞발을 휘둘렀다.

이한은 그 모습에서 ‘오늘만 봐주는 거니까 앞으로 조심해!’라는 강한 메시지를 느꼈다.

곧 셀라모디르는 자기 차원으로 돌아갔다.

밀레이 교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이렇듯 불확실한 차원의 존재를 불러온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다들 긴장하는 게 좋겠군요.”

“......”

“...워, 워다나즈. 봤어?”

닐리아는 긴장해서 이한의 망토자락을 잡아당겼다.

방금 나타난 셀라모디르가 앞지느러미로 뺨을 갈긴 게 워낙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한은 대답하지 못했다.

마법진 밖으로 절반쯤 고개를 내밀고, 빠져나오지 못하고 낑낑대는 지옥유황견을 상대하느라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러싸라! 놈이 나오지 못하게 밀어 넣어!”

이한은 스켈레톤 전사들과 함께 지옥유황견을 공격했다.

다행히 마법진의 크기가 제한되어 있어서 통과하진 못했지만 저렇게 몸을 비틀다보면 혹시라도 통과할 수도 있었다.

통과하기 전에 퇴치해야 한다!

연신 두들겨 맞던 지옥유황견은 자신을 억지로 끌고 온 마법사를 저주하며 결국 차원 너머로 물러났다.

“고생했다. 고나달테스. 하지만 다른 걸 좀 더 찾아보자. 저걸 제출할 수는 없으니까.”

스켈레톤 전사를 칭찬한 이한은 뒤늦게 친구를 알아차렸다.

“무슨 일이야, 닐리아?”

“아아무것도 아닌데?”

“??”

*         *         *

다른 학생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동안에도 끈질기게 소환수들을 보내며 차원 낚시를 하는 이한을 보며, 밀레이 교수는 말했다.

“지옥유황견이면 충분할 텐데, 왜 계속 찾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더 괜찮은 놈을 찾아서 확보하겠습니다.”

“?”

밀레이 교수는 이미 만점을 확보한 학생의 말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충분할 텐데 무슨 소리를 하는...”

“아닙니다! 좀 더 괜찮은...”

“워다나즈. 진정해.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맞아! 더 강한 놈을 데리고 오면 우리도 위험하잖아!”

이한의 친구들이 달려들어서 이한을 말렸다.

아까 지옥유황견만 해도 위험해보였는데 저것보다 더 괜찮은 놈을 강의실로 데리고 나왔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웠다.

그들도 같이 있지 않은가!

“아직 더 찾아야 한다니까!”

노교수는 눈썹을 살짝 위로 휘어 올리더니 지팡이를 휘둘러 이한의 마법진을 지워버렸다.

“이한 학생. 만점. 자. 다음.”

친구들은 진땀을 흘리며 붙잡은 팔을 놓았다.

닐리아는 눈치를 보며(방금 이한의 왼쪽 다리를 밧줄로 잡아당겼었다) 물었다.

“만점이니까 괜찮잖아?”

“혹시라도 아직 발견 안 된 놈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지.”

이한은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그 모습에 닐리아는 갑자기 미안해졌다.

자신이나 친구들이 너무 스스로의 안전만 생각해서 친구의 재능을 막아버린 것일까?

친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는데...

“찾으면 겸사겸사 교수님 이름도 붙여서 아부하려고 했는데...”

“야.”

닐리아는 정색했다.

방금 미안해했는데 이 자식이?

*         *         *

“그러니까 요네르. 소환 마법 학파 애들이 정말 성격이 못됐다니까.”

“으... 으응.”

요네르는 소환 마법 시험에서 만점 받고 와서 투덜대는 친구를 복잡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누군가 이 친구를 말려야 하는 게 아닐까?

“이한. 변환 마법 공부를 하는 게 낫지 않겠어?”

“아. 그렇지.”

투덜대던 친구의 정신은 곧바로 시험으로 돌아왔다.

요네르는 이 편리한 반응에 감탄했다.

‘앞으로 무슨 일 생기면 시험 이야기해야지.’

“팔 변신이 생각보다 힘들더라.”

이한은 아까보다 한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마법과 달리 이한 같은 경우는 변신 마법을 쓸 때 난이도가 한결 높아졌다.

당장 머리카락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마법만 해도 이한은 친구들보다 몇 배의 노력과 집중, 그리고 마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 와중에 불도 나고...

그런 점에서 변환 마법의 기말고사 시험인 한쪽 팔 변신은 생각보다 만만한 시험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한이 가장 많이 연습하고 있는 강의 중 하나가 바로 이거였다.

“내가 좀 봐줄까?”

“그래? 그래주면 고맙고. 모양 이상하면 바로 말해줘.”

이한은 지팡이를 들지 않은 다른 팔을 표범의 앞발로 변신시켰다.

아무래도 그리폰이나 바실리스크보다는 샤르칸이 가장 괜찮아보였던 것이다.

꾸준히 연습해온 덕분에 저번처럼 팔이 수십 가지 모양으로 뒤죽박죽 변화하는 대신 나름 표범의 앞발 형태를 유지했다.

그걸 본 요네르는 안도하며 감탄했다.

“저번보다 훨씬 괜찮아졌어!”

이한은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노력한 보람이 있었다.

처음에 계속 팔이 왔다 갔다 할 때에는 ‘이거 괜찮나’싶을 정도로 막막했는데, 결국 이렇게 성과가...

“완벽한 드레이크의 앞발이야.”

“?”

이한은 멈칫했다.

“표범인데?”

“응?”

요네르는 이한의 말에 오히려 더 당황했다.

비늘, 발톱, 굴곡진 관절 등등.

아무리 봐도 용종(龍種) 계열 몬스터의 앞발이었다.

“표범은... 아니지 않아?”

요네르는 요즘 친구의 상태를 배려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가지 시험만 보는 학생들도 시험이 되면 예민해지는데, 이한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리 철인이라도 시험 기간에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장 방금 소환 마법 만점 반응만 봐도 친구가 좀 힘들다는 걸 짐작 가능했다.

“표범이잖아? 잠깐.”

이한은 변한 팔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놀라서 외쳤다.

“아니, 표범이 아니잖아?!”

맨 처음 연습할 때는 분명 표범의 팔이었는데, 어느새 전혀 다른 무언가의 팔로 바뀌어 있었다.

뭐 이런?!

요네르는 침착하게 설명에 나섰다.

“원래 몬스터의 겉모습은 그 몬스터가 품고 있는 마력을 견디고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지잖아? 이한 네 마력을 견디기에는 평범한 표범의 팔로는 좀 힘든 거 아닐까...”

몬스터의 외형적 특징과 마력은 상당히 연관성이 깊었다.

강한 마력을 가지고, 또 유지하는 몬스터는 그걸 위해 걸맞은 외형적 특징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이론은 변신 마법에도 적용이 됐다.

보통 마법사가 수준이 맞지 않는 너무 강대한 몬스터로 변신하려고 할 때 생기는 문제점으로 주로 나왔지만, 역으로도 성립은 하리라.

“아니 표범 정도면 꽤 강하지 않나?? 게다가 이건 평범한 표범의 앞발이 아니라 나름 샤르칸이라고 몬스터...”

“근데 안 되니까...”

“......”

이한은 요네르의 말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지금이라도 드레이크로 가야 하나?”

“워다나즈! 워다나즈! 들었어!?”

안뜰 앞에 앉아 있던 둘을 향해 푸른 용의 탑 학생 한 명이 달려왔다.

같이 변환 마법을 듣는 학생이었다.

“뭘?”

“르지 교수님 시험 말이야. 친구가 미리 가서 확인해놓으려고 했었거든.”

‘아차!’

친구의 말에 이한은 자신이 안일했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욘라모 교수는 기말고사 내용이 팔 하나를 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걸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강의실에 찾아갔는데 ‘사실 기말고사 내용은 사악한 변환 저주에서 살아남는 겁니다’라고 할 수도 있었으니까.

당연히 에인로가드 학생이라면 시험 장소를 미리 확인하고 시험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미리 준비해야 했다.

“젠장. 내가 이런 실수를...!”

이한이 진심으로 분해하자 푸른 용의 탑 학생이 당황해서 말했다.

“아... 아니. 워다나즈 너는 그럴 시간도 없잖아. 물리적으로 무리지...”

“그래서? 무슨 일인데?”

요네르는 주제가 산으로 갈 것 같자 다시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렸다.

“팔을 변신시키는 시험이 아닌 것 같던데? 지금 보고 온 녀석들 사이에서 소문이 파다해.”

“역시 교수님을 믿으면 안 됐군!”

1초도 의심하지 않고 바로 받아들이는 이한의 모습에 요네르는 살짝 마음이 아팠다.

분명 올해 초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말해봐. 어땠길래 그래?”

“그러니까 그게...”

친구는 듣고 온 소문을 설명했다.

이번 욘라모 교수의 시험은 3층 옥숲 강의실에서 진행되었다.

평소 3층에는 자주 가지 않지만 그래도 3층 정도면 1학년 학생들도 제법 발을 들이는 곳.

3층 지리에 익숙한 학생들은 옥숲 강의실 근처를 확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는데...

“완전히 밀림이 됐더라고. 강의실 문이 하나도 안 보였어.”

“밀림이??”

“응. 갔던 애들 말로는 길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돌아나왔다던데.”

“난 뭔지 알 것 같군.”

이한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 모습에 푸른 용의 탑 학생은 눈빛을 빛냈다.

언제나 냉철하고 이성적인 학년 수석이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도 확실한 예상을 내놓으리라.

“뭔데, 워다나즈?”

“아마 변신 마법에 힌트가 있을 거다. 이번 학기 동안 배운 변신 마법을 활용해서 밀림 속의 길을 찾아 강의실로 들어가야 하는 거겠지.”

“과연...!”

학생은 확실히 그럴듯하다고 느꼈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러나 옆에서 듣던 요네르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가?’

욘라모 교수가 저런 식으로 시험 전부터 공을 들여 학생들을 시험하는 스타일이었는지 헷갈렸던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긴 했지만 지금 이한은 피곤해서 그런지 판단력이 살짝 무뎌진 상태.

이런 걸 고민하게 해도 되나?

“좋아. 이걸 다들 알려줘야겠다. 고마워. 워다나즈!”

친구가 돌아가고 나자 이한은 매우 고민했다.

“지금 수준의 변신 마법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이한. 혹시 좀 자고 나오지 않을래? 잠 얼마나 잤어?”

“한 3...”

“3시간? 좀 그런데.”

“3일 전쯤...”

“야.”

*         *         *

예지 마법 교수, 파셀레트 크라어 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학년 기말고사 때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교수가 누구냐는 말에는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그 중 크라어 교수는 절대 빠지지 않았다.

단순히 시험 준비 때문이 아니었다. 내년 신입생들을 찾는 대마법을 같이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제국 전역에 퍼진, 자질을 갖고 있는 신입생의 위치를 파악하는 마법이라니.

고나달테스라는 대마법사와 에인로가드라는 막대한 마력을 가진 영지를 사용해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밖의 예지 마법사들이 이 마법을 안다면 놀라서 미쳐버릴 정도로.

크라어 교수, 크라어 교수!

“으아아지금준비하고있습니다!”

졸던 파셀레트 교수는 재빨리 인격을 하나 불러와서 일어났다.

연말에 해골 교장 앞에서 졸았다가는 좋은 꼴을 보기 힘들었다.

한 가지 말해줄 게 있네. 현장에서 위치를 추가적으로 확인하는 마법은 자네가 준비 안 해도 될 것 같아.

“?”

파셀레트 교수는 기뻐하기보다는 당황했다.

신입생을 찾는 마법의 방식은 일단 제국 전역에 퍼진 위치를 대략적으로 확인한 다음, 그 주변에 가서 다시 한 번 상세한 위치를 예지하는 방식이었다.

전자도 전자지만 후자도 막대한 마력이 소모되는 만큼 미리 대가를 지불하는 식으로 사전에 준비를 해놔야 했다.

물론 여기에는 예지 마법의 정수라고 불릴 만큼 복잡한 과정이 들어갔고.

“정말이십니까?”

그럼. 현장에서 그냥 마력 사용해서 찾겠네.

“......”

왜 그렇게 쳐다보지?

“교장 선생님. 혹시 범죄를 저지르실 거면 그냥 제가 더...”

......

해골 교장은 교수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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