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89화 (589/687)

589화

“어려운 일이오. 사실, 불로 태워보려고 했었는데...”

니기소르가 진지하게 말하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

“불로 태우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맞아. 차라리 다른 고문이 나을 것 같은데.”

흥미로운 의견이로군!

“어?”

오리퓰라스의 감탄에 학생들은 살짝 흔들렸다.

제국 법무관으로 131년간 근무하고 있는 악마의 의견이라면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었다.

“물에 빠뜨려보는 건?”

영리한 의견이로군!

“거꾸로 매달아보는 건?”

예의바른 의견이로군!

오리퓰라스의 응원 덕분에 학생들은 창의적인 방안들을 거침없이 꺼내놓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한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다 좋은데, 무고한 사람한테 저런 걸 해도 되나?”

“워다나즈의 말이 맞아. 결국 구분할 방법이 없다면 의미 없는 방법이 될 거야.”

이야기를 듣던 가이난도가 손을 들고 말했다.

“둘 다 물에 빠뜨리면 가짜가 말할지도 몰라!”

“어휴, 황자 녀석. 저걸 말이라고... 어, 괜찮나?”

“퍽이나 괜찮겠다.”

이한은 솔깃해하는 흰 호랑이 탑 학생의 등짝을 한 대 갈겼다.

*         *         *

“학생들을 속이라는 겁니까?”

-그래. 여기 있는 제국의 선량한 시민들과 힘을 합쳐서 너희들의 수상함을 숨기도록 해라.

데스 나이트는 끌고 온 범죄자들에게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알려줬다.

제국의 선량한 시민과 섞여 학생들을 속이는 것.

그것이 오늘 범죄자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

“?????”

물론 끌려온 범죄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한 소리였다.

그것 때문에 이 먼 거리를 납치해서 끌고 왔단 말인가??

옆에 있던 선량한 시민들도 당황했는지 질문을 던졌다.

“아, 아니 진짜 범죄자를 잡아온 겁니까? 그래도 되는 겁니까?”

-하하. 당연히 됩니다. 오늘 일어난 모든 행동들은 제국법 하에 허가받은 일들입니다.

“이게 무슨 헛소리냐! 고작 그거 때문에 끌고 왔다고?!”

-네놈은 학습 능력이 없느냐?

데스 나이트는 새파랗게 어린 용병 놈의 투정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웃으며 손짓했다.

그러자 뒷문이 열리더니 데스 나이트들이 방금 소리친 용병을 끌고 갔다.

“안 돼! 안... 크악! 크아아악!”

뒷문 쪽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가 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돌아온 용병은 완전히 안색이 창백해져 벌벌 떨며 중얼거렸다.

“잘못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다들 최선을 다하도록. 잘 속이는 놈은 정상참작을 해주지만 들키는 놈은 가중처벌하겠다.

데스 나이트들의 말에 범죄자들은 침을 삼켰다.

해야 하는 일은 가볍고 우스워보였지만 그걸 실패했을 때 일어나는 일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실패할 경우 어떻게 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래도 차라리 다행일 수 있다.’

공포와 당황이 사라지자, 용병이나 모험가 일로 잔뼈가 굵은 범죄자들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두려움과 별개로 이번 일이 최악은 아니었다.

흑마법사의 실험체가 되는 것보다는 어리숙한 학생들을 속이는 게 훨씬 낫지 않겠는가.

-자. 여기서 대기. 저기 너머에 학생들이 있으니, 괜한 소리 지껄이지 말고.

데스 나이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편에서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로 태우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물에 빠뜨려보는 건?

“......”

범죄자들의 얼굴이 납빛으로 변했다.

마법사들에 대한 무시무시한 소문들이 갑자기 다시 떠올랐다.

*         *         *

너무 초조해하지 말게. 마법사여. 사실, 저번 시험보다는 훨씬 안전한 시험이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로지네 교수는 팔짱을 끼고 시선을 던졌다.

“또 쉬운 시험은 아니니까요.”

그것도 맞는 말일세.

오리퓰라스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아까는 학생들이 내놓는 방법을 응원해줬지만, 사실 그 방법들은 매우 한정적이고 쓰기 힘들었다.

저런 고문에 가까운 심문법은 용의자가 누군지 확실하게 알았을 때나 쓸 수 있지 정보가 없을 때는 함부로 쓸 수 없었다.

멀쩡한 제국 시민한테 ‘어르신!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물에 좀 빠져주십시오!’라고 외쳤다가는 아무리 에인로가드 학생이라도 뺨을 한 대 맞을 수 있었다.

“자, 시험 시작!”

가이난도가 긴장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그러자 반대 쪽 문에서 두 명의 제국 시민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마법사 님. 저는 일레이나스 시에서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우발입니다.”

“안녕핫비니까. 마범사 님. 저는 깊은 오솔길 마을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킬베덱입니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오리퓰라스는 혀를 찼다.

킬베덱의 실수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자신의 정체를 어설프게 바꾸기보다는 과감하게 진실을 던진 건 좋았지만, 긴장해서 말을 더듬었다.

다행히 학생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고서점, 잡화점. 고서점, 잡화점...”

신중하게 생각하던 가이난도가 로지네 교수에게 말을 던졌다.

“우발 씨가 수상한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어, 책을 파는 사람들은 다 뒤틀리고 사악한 영혼을 갖고 있지 않나요?”

“......”

“......”

우발과 로지네 교수는 동시에 할 말을 잃었다. 교수는 눈빛으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허허.

킬베덱은 함정인가 싶어서 조심스럽게 변호에 나섰다.

“저, 책을 파는 분들이 그런 분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분들 많습니다.”

“오... 경쟁 상대를 변호... 범죄자라면 안 할 짓인데...”

“아, 아니.”

우발은 당황했다.

‘더 적극적으로 변호해야 하나?’

슥슥-

가이난도는 탐정 같은 자세로 앉아 탐정 같은 얼굴로 진지하게 메모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오리퓰라스가 질문을 던졌다.

마법을 써보는 건 어떤가?

“쉿. 오리퓰라스 씨. 제 추리를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으응... 알겠네.

“그리고 둘 다 물에 빠뜨리는 건 생각해보니까 좀 잔인한 것 같아요.”

그렇지!

오리퓰라스는 눈앞의 소년에게 살짝 높은 점수를 줬다.

“그래서 저는 대화를 할 거에요. 대화를 하다 보면 허점이 드러날 테니까!”

그냥 마법을 쓰는 게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상대방보다 경험이 압도적으로 부족한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가진 무기는 마법밖에 없었다.

창의적인 마법 사용으로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상대의 수상함을 미리 파악하는 것.

그게 오늘 시험의 목표였다.

“경쟁 상대를 변호해주신 킬베덱 씨.”

‘함정인가??’

킬베덱은 긴장하면서 대답했다.

“네.”

“무슨 잡화점을 운영하시나요?”

“어... 이것저것, 들어오는 대로 다 팝니다. 작은 마을이라 물건을 가릴 수가 없거든요.”

“제국 잡지도 파나요?”

“예, 가끔씩...?”

“토베리즈 시리즈도 파나요?”

“어, 네. 마을에서 보는 분이 계셔서요.”

“한 권 당 얼마죠?”

“동, 동화 다섯 개... 아닙니까?”

“으흠.”

가이난도는 메모에 ‘킬베덱, +50점’을 적어놓았다.

“자. 사악한 고서점을 운영하시는 우발 씨.”

“사악한 고서점이 아니라...”

“고서점에 대해 말해주세요.”

“제 고서점은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에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서쪽 바다에 퍼지는 일몰과 낙조를 볼 수 있는데, 그 때 돌아오는 뱃사람들의 노래가 신전의 종소리들과 같이 퍼지면...”

가이난도는 메모에 ‘우발, -50점.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함’을 적어놓았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고 물었다.

“잠깐. 우발 씨. 일레이나스 시는 발드로가드가 근처에 있는 도시 아닌가요?”

“맞습니다. 허허.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자주 놀러오지요.”

“......”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슥!

가이난도의 깃펜이 미친듯이 움직였다.

우발, -5000점(발드로가드 첩자!)

*         *         *

“기다리는 동안 목이 마르실 것 같아서 차를 좀 끓였습니다.”

시아나 사제가 찻주전자와 찻잔을 갖고 들어왔다.

대기하고 있던 우발과 킬베덱은 사제복을 입은 학생의 선의에 감동했다.

“이거 고맙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사제님.”

우발과 달리 몇 배로 긴장해야 하는 킬베덱은 특히 더 마음이 푸근해졌다.

이 지옥 같고 흉흉한 마법학교에도 여전히 한 줄기 빛은 있었다. 그건 바로 신을 섬기는 사제들이었다.

킬베덱은 마을에 있을 때 신전을 조금 더 자주 가볼 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찻잔을 홀짝였다.

“다 드셨나요?”

“예.” “네.”

“자. 그러면 누가 범죄자에요?”

시아나 사제는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물었다.

너무나도 달라진 태도에 두 사람은 당황해서 눈만 깜박였다.

어...

어라?

“빨리 말해요. 우발 씨. 대답해보세요. 대답 안 하면 범인이에요.”

“난, 난 아닙니다.”

“다음. 킬베덱 씨.”

“난... 그르르르륵.”

킬베덱의 혓바닥이 입천장에 그대로 붙어버렸다. 마치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몸이 변해버린 것 같았다.

그걸 본 시아나 사제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폴짝폴짝 뛰며 외쳤다.

“속았죠! 속았다고요!”

“저, 시아나 학생...?”

로지네 교수가 충격받은 목소리로 묻자 시아나 사제는 한 번 더 뛴 다음 착지하고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죄송해요. 교수님. 너무 흥분했네요.”

어... 사제 맞나?

오리퓰라스의 질문에 시아나 사제는 가볍게 넘어갔다.

“역시 악마답게 사제를 부정하시는군요?”

아니 그런 게 아니...

“교수님. 저는 거짓말 금지의 물약을 미리 찻주전자에 담아왔어요. 심한 떫은맛이 나는 물약이라 차로 위장하지 않으면 속일 수 없었으니까요.”

“...훌륭해요! 시아나 학생.”

뒤늦게 정신을 차린 로지네 교수가 외치자 시아나는 매우 뿌듯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그 뒤로도 남은 문제들을 다 해결한 시아나 학생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험장을 나갔다.

그제야 오리퓰라스가 입을 열었다.

어, 마법사여. 사제가 저래도 되나? 내가 아는 사제들과는 조금 다른데?

“저는 학생들의 변화를 언제나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저건 변화 수준이 아니라... 격변... 아니...

오리퓰라스는 매우 당황했다.

사제들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속임수를 쓰고 그걸 또 신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내가 너무 옛날에 소환된 악마라 변화에 뒤쳐졌단 말인가?’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바트렉이 찻주전자를 들고 들어왔다.

혹시 자백 계통의 물약을 넣은 거면 좋은 생각이지만, 이미 전 학생이 사용해서 안 통할 걸세.

“젠장! 워다나즈 녀석이죠!?”

*         *         *

온갖 다양한 방법들로 손님들과 범죄자들이 지칠 대로 지치고 나자(범죄자 한 명은 불에 달군 쇠막대로 공격당했다), 마지막으로 이한의 차례가 찾아왔다.

방금 불에 달군 쇠막대로 지져진 범죄자 때문에 기분이 유쾌해진 오리퓰라스가 말했다.

기대되는 학생이지만, 차례가 마지막이라 힘들겠군.

로지네 교수는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지칠수록 진실을 찾아내기 힘들어졌다.

감정을 파악하는 마법도 두 명 모두 지쳐있으면 긴장감 때문인지 단순 피로 때문인지 구분이 어려웠고, 예지 마법을 쓰려고 해도 서로 실수가 잦아져서 정보가 오염되면 정확도가 떨어졌다.

게다가 먼저 들어 온 학생들이 시도한 수많은 방법들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범죄자들도 매우 절박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들어와요!”

이한이 걸어오자 두 명의 사람이 반대쪽에서 들어왔다.

그걸 본 이한이 즉시 손가락을 뻗었다.

“저 사람 범죄자 아닙니까?”

놀랍군! 대체 어떻게!?

오리퓰라스와 로지네 교수 모두 다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들어오자마자 알아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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