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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93화 (593/687)

593화

“세상의 종말이다!”

“저 괴물이 에인로가드를 부수고 교장 선생님을 짓밟을 거야!”

학생들은 공포에 차서 비명을 지르는 김에 평소에 생각했던 작은 소망도 살짝 끼워 넣었다.

이한은 친구들을 진정시켰다.

“진정해! 그냥 양일 뿐이야!”

“......”

“......”

평소라면 이한의 말을 믿고 진정했을 친구들이었다.

실제로 지금도 진정할 뻔했다.

산맥파괴양이 산봉우리 하나를 박살내고 지형을 바꾸지만 않았으면.

“...지금 어떻게 진정해!!”

“저게 어떻게 양이야! 미쳤어, 워다나즈?!”

‘진짜 양인데...’

이한은 친구들의 외침에 속으로 생각했다.

산맥파괴양은 덩치가 크고 한 번 박으면 주변 지형을 초토화시켜서 그렇지, 친해지면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니었다.

성질이 나쁜 녀석이었다면 산맥파괴양이 아니라 산맥파괴버두스나 산맥파괴고나달테스 같은 이름이 붙었을 테니까.

“날 믿어라. 순한 녀석이니까.”

“워다나즈... 우리가 미궁 안 들어가려고 해서 이러는 거야?”

“제발 용서해줘!”

“...됐고 지시에나 따라라.”

이한은 친구들 설득을 포기하고 그냥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게 빠를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나온 거지? 아.’

산맥파괴양은 보통 산맥 고지대를 선호했기에 아래로 잘 내려오지 않았다.

아래로 잘 내려오는 녀석이었다면 산맥파괴양이 아니라 학교파괴양쯤 되었으리라.

그런 녀석이 이렇게 날뛰는 이유는?

‘거인들 때문이구나...!’

목동 역할을 하는 거인들이 양을 안 돌봐주니 그 중 한 마리가 폭주해서 탈출한 게 분명했다.

“랫포드. 애들 데리고 있다가 양이 이쪽으로 오면 바로 내려가라. 난 저 녀석 좀 달래고 올 테니까.”

“안 됩니다!!!”

랫포드는 바로 이한에게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물론 검술로 단련된 이한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들 말리십시오! 빨리!”

“안 돼, 워다나즈! 진짜 미궁에 들어갈 테니까 그만 화내!”

“우리가 잘못했다니까! 미궁에 두 번이라도 들어갈 테니까!”

네 명이 양팔 양다리 하나씩 붙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한은 꼿꼿하게 자세를 유지했다.

“...애들아. 그러니까...”

“아무리 록 드레이크를 쓰러뜨린 적이 있어도 그렇지 저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게...”

“워다나즈, 네가 미친놈이란 건 알아! 하지만 지팡이로 흥한 마법사는 그 지팡이 때문에 죽는 법이야! 너무 위험하다고!”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냐?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 괴물 자식이 또 봉우리 하나 날렸어! 보라고!”

“...애들아. 잠깐만 들어봐라.”

이한이 진지하게 말하자 매달려 있던 친구들이 시선을 돌렸다.

“너희들한테 고백할 게 있다.”

“???”

“대신 이걸 듣고 놀라거나 날 미친 사람처럼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이한의 말에 친구들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워다나즈.. 난 네가 제국 금지 마법을 다 익혔다고 해도 안 놀랄 건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워다나즈 넌 이미 충분히... 놀라운 녀석이야... 더 이상 놀랄 수가 없어.”

친구들의 반응에 이한의 상처가 아주 조금 더 깊어졌다.

“그래... 고맙다. 너희들의 반응이 든든하다. 저 양은 사실 내가 돌보던 양이야.”

“......”

“......”

친구들은 침묵했다.

그리고 다 같이 동시에 말했다.

“워다나즈 넌 진짜 미친놈이야.”

*         *         *

흰 호랑이 탑의 클트란과 가토노는 비명을 지르며 내달렸다.

뒤에서 대륙을 파괴하기 위해 악마들이 불러온 괴수가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대체 왜 저러는 건데? 대체 우리가 뭘 잘못 건드린 거지?”

“들고 있던 거 하나씩! 옆으로 던져!”

클트란은 오늘 열심히 수집한 열매를 옆으로 던졌다.

환상 마법 시험 때문은 아니고 간식으로 먹으려고 챙긴 열매였다.

그러나 괴물은 열매 때문에 화난 게 아니라는 듯이 멈추지 않고 쫓아왔다.

“다음은?”

“덫, 덫으로 잡은 토끼인데...”

“던져!”

“하지만 토끼라고! 새도 아니야! 이 귀한 걸...”

“그... 그래도 던져!”

파파파팟!

그러는 사이 저 앞에서 이한이 뛰어왔다.

강화 마법을 몇 개 걸었는지 움직이는 속도 자체가 남달랐다.

“워다나즈!!”

“멈춰!”

이한은 멀리서 손을 뻗으며 괴수에게 외쳤다.

눈물을 글썽이며 워다나즈를 부르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당황했다.

“...?!”

“????”

저게 대체 뭐하는 짓이지?

만약 다른 친구였다면 두려움에 질려서 실수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워다나즈는 마도명가의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자라온 피도 눈물도 없는 대마법사의 재목이었다. 저런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체 저걸로 어떻게 괴수를 막...

끼기기기기긱!

달려오던 괴수는 갑자기 멈춰섰다. 주변 나무들이 날아가고 바위들이 으깨졌지만 어떻게든 괴수는 동작을 멈추는 데에 성공했다.

“그래. 잘했다.”

“언... 언령?!!”

클트란은 자신도 모르게 마법의 전설적인 고위 영역을 떠올렸다.

“아니야 미친놈아.”

“언, 언령이 아니면 대체...”

이한은 클트란의 말을 무시하고 산맥파괴양에게 다가갔다.

다른 양들은 양털을 잘 깎아줬는데 한 마리만 실수로 빠졌었는지, 털이 불어나서 덩치가 두 배는 되어보였다.

그게 매우 답답했는지 산맥파괴양은 으르렁대며 발굽으로 바닥을 연신 쳐댔다.

“그래. 곧 잘라줄게.”

“목, 목을?”

클트란의 말에 산맥파괴양이 침을 뱉었다. 클트란은 그대로 나뒹굴었다.

“야. 흉악한 소리 하지 마. 애가 겁먹잖아.”

“......”

두 흰 호랑이 탑 학생은 순간 무슨 소리인지 듣고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뇌가 이해하길 거부한 것이다.

“아, 아니. 저 괴물이 겁을 먹는다고?”

산맥파괴양이 다시 침을 뱉었다. 이번에는 가토노가 나뒹굴었다.

“너희 왜 자꾸 그러냐? 애가 화내겠다.”

이한은 무례한 소리를 거듭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정색했다.

산맥파괴양 앞에서 목을 자른다니, 괴물이라느니 같은 소리를 하다니.

양이 얼마나 상처를 받겠는가.

“아니...”

“야...”

“우리는 죽을 뻔...”

“저기 뒤를 보라고...”

둘은 너무나도 억울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 뒤를 보면 산이 절반쯤 깎여져있고 둘이 조금만 늦게 뛰었다면 그대로 죽었을 텐데...

왜 양만 챙겨줘!

“워다나즈 넌 우리보다 저 양이 더 중요해???”

이한은 말도 안 되는 유치한 질문에 경악해서 쳐다보았다.

산맥파괴양도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경멸의 눈빛을 던졌다.

가토노는 그나마 사람으로서의 수치심이 아주 조금 남아있었기에 친구를 말렸다.

“야. 그만해. 워다나즈가 유모도 아니고 그런 창피한 질문을.”

“뭘 그만해! 할 수 있지! 워다나즈! 저 양이 더 중...”

퉷퉷퉷퉷퉷퉷!

“악! 아악! 아아아악!”

산맥파괴양은 클트란에게 단단히 화가 났는지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 때까지 침을 뱉어댔다.

*         *         *

털을 다 잘라낸 이한은 양을 동굴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왔다.

산 아래에서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대체 저 괴물은 뭐였어, 워다나즈?”

“저기 고지대에 사는 양. 덩치만 크지 친해지면 그렇게 사납지는 않아.”

“대체 왜 그런 괴... 양을 키우는 건데?”

“너희한테 판 옷들 중에 저 양털로 만든 옷들도 꽤 있는데.”

“......”

“......”

어쩐지 양털치고는 너무 튼튼하고 따뜻하더라!

옷의 비밀을 깨달은 학생들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높은 산봉우리를 쳐다보았다.

에인로가드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정말로 치열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어쩌면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닐지도 몰랐다.

저런 양 정도는 친해져야 하는 걸지도...

“워다나즈. 고맙다.”

“맞아. 감사부터 했어야 했는데.”

“그리고 네 미궁을 안 들어가려고 해서 미안해.”

‘내가 거인들을 데리고 가서 내려왔다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군.’

친구들이 반성한 표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이한은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하하.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것치고는 미궁을 너무 살벌하게 만들던데...’

“난 두 번 들어갈게.”

가토노의 말에 감명 받은 클트란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안 들어간다고 하면 안 됐는데.”

“에이. 한 번만 들어가도 돼. 괜히 무리하지 마라.”

“아냐! 생각해보니까 남의 미궁을 통과하는 게 시험인데, 횟수를 줄이려고 했던 게 문제지. 이런 식으로 도망쳐봤자 마법 실력은 늘지 않을 거야.”

“아니 웬일로 멀쩡한 소리를?”

‘괜찮다니까.’

“...야...”

“아. 미안하다.”

이한은 친구들에게 사과했다.

실수로 속마음이 먼저 나왔던 것이다.

“워다나즈. 난 세 번 들어갈게.”

“나도 반성의 뜻으로...”

산 아래 모인 환상 마법 학파 학생들은 진심 어린 태도로 이한에게 사과했다.

평소 받은 것들을 생각하면 미궁이 좀 무섭다고 해서 발을 빼면 안 됐던 것이다.

이한은 품위 있는 태도로 사과를 받아들였다.

“다들 고맙다.”

*         *         *

“음. 워다나즈.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에 만든 미궁은 좀 심했던 것 같아.”

키르민 교수는 이한의 헛간에 들어갔다가 거품 물고 쓰러져 나오는 학생들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생각해보니 워다나즈의 미궁은 마지막에 들어가게 했어야 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전부 다 시작부터 쓰러졌으니, 남은 평가는 키르민 교수가 알아서 하게 생겼다.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좀 많이 심했어.”

키르민 교수도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가는 또 워다나즈가 힘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말!

“...죄송합니다. 쿠 교수님.”

이한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좌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지.”

“그런데 운이 없어서 그렇지, 그렇게 심하지는 않지 않았습니까? 운만 좋았다면 다들 통과할 수도 있었...”

“자. 워다나즈.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하자.”

키르민 교수는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이한에게 설명했다.

간이 미궁을 만들 때 너무 지독하게 만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가?

*         *         *

“이한이 기운 없어 보이지 않아?”

“그렇게 시험을 많이 보면 기운이 있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그런 게 아니라 좀 더 다른 이유로...”

“아. 환상 마법 듣는 친구들을 전멸시켜서 그래.”

“뭐? 그건 듣는 놈들이 못한 거잖아.”

가이난도의 말에 환상 마법 학파 학생들이 발끈했다.

“네가 들어가 보기나 했냐?!”

“미궁 들어가서 기절한 놈들이 바보지! 내 말이 틀렸어?!”

“이건 가이난도 말이 맞긴 해.”

“확실히...”

환상 마법을 듣지 않는 학생들은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분통이 터진 환상 마법 학파 학생들은 손발을 휘저어가며 설명에 나섰다.

“그러니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방향감각이 사라지고 앞에 교장 선생님이 나타나는데...”

“그거 갖고 한나절이나 기절을 했다고?”

“그게 끝이 아니라니까! 아, 진짜 들어가 보라고! 따라 나와! 시험이고 뭐고 구경시켜줄 테니까!”

“시험 끝나서 헛간 다 해체했는데?”

“...워다나즈! 한 번만 다시 만들자! 한 번만!!”

“아냐. 생각해보니 너무 과격한 미궁이었어.”

이한은 반성의 태도로 말했다.

키르민 교수와의 대화가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것이다.

‘교장 선생님처럼 생긴 해골 환상은 굳이 배치하지 않았어도 됐었는데.’

이건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지독한 함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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