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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10화 (610/687)

610화

사실 제국의 수도에서 에인로가드의 부름을 거절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역사 깊은 수도의 사람들은 학습능력이 있었다. 감히 거절한 이들이 어떤 꼴을 당하는지 소문으로 들려오는데 대담하게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불운한 사람은 있는 법.

수도로 올라온 지 얼마 안 되는 이들은 이런 소문을 듣지 못했기에 알량한 자신의 힘만을 믿고 오만하게 구는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설마 아무리 대마법사라 하더라도 황제 폐하가 머무르시는 수도에서 무슨 짓을 하지는 못하리라!

...하지만 그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면, 해골 교장은 얼마든지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올해는 그런 머저리들이 좀 적었으면 좋겠구나.”

“동감입니다.”

해골 교장은 수도 중앙 구역의 저택에 멈춰 섰다. 꽤 권세 있는 귀족 가문의 저택이 분명했다.

“주인님께서는 오늘 약속이 없으십니다만...”

“에인로가드의 편지가 분명 도착했을 터. 그 편지가 곧 약속이다. 문을 열어라.”

해골 교장은 단호한 태도로 문지기에게 명령했다.

그 명령은 곧 힘이 되어 문지기를 옆으로 밀치고 저택의 정문을 열어재꼈다.

“주, 주인님! 대마법사가 오셨습니다! 대마법사가 오셨습니다!”

넘어진 문지기는 꺽꺽대며 소리쳤다. 마치 오랫동안 죽음을 두려워하던 사람이 저승사자의 방문을 실제로 본 것 같았다.

해골 교장은 문지기를 막을 수도 있었지만 조용히 기다렸다.

“제가 막을까요?”

“내버려둬라. 저택 안에 공포가 퍼져야 이야기가 편할 때도 있다.”

“......”

학생 초대하러 온 사람 맞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안색이 새파랗게 변한 중년 귀족 한 명이 안에서 뛰쳐나왔다.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공포를 호소하는 모습이 애처로울 정도였다.

“고, 고나달테스 각하!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절대로 에인로가드의 제안을 무시하거나, 각하의 명예를 무시해서 거절한 게 아닙니다.”

“그렇겠지. 자네가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할 리가 없지 않나. 나는 자네를 믿네.”

해골 교장은 상냥하게 접근했다.

보아하니 건방진 놈이라기보다는 겁먹은 놈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이런 놈들은 상냥한 접근이 필요했다.

“하지만 제 자식은 너무 고귀하고 귀족다운 성품을 갖고 있습니다. 마탑이나 마법학교의 하찮은 놈들과 어울리기에는 지나치게 고귀한 핏줄이지요!”

“하하. 그렇군. 그렇군.”

“......”

이한은 상대 귀족이 마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에 뛰어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해골 교장 앞에서 저런 말은 ‘제 자식을 특별히 괴롭혀주십시오 헤헤’와 똑같았다.

“자네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겠네. 마탑이나 마법학교는 아무래도 무식한 기사들이나 천박한 평민들과 어울릴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거로군?”

“흑흑. 예. 정신 나간 사제들도요.”

귀족은 울먹이면서 한 마디를 추가했다. 이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확실히 마법사의 세계는 신분이나 가문이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극단적인 경우에 속하는 에인로가드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보통 마탑에만 들어가도 평민 출신 마법사 밑에서 일하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전통 있는 귀족 가문 출신들 중에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런 이들은 가문에서 따로 초빙한 가정교사 밑에서 마법을 배우곤 했다.

“원래는 발드로가드도 고민해봤습니다만...”

“!”

이한은 해골 교장의 손끝이 분노로 살짝 떨리는 걸 목격했다. 매우 위험한 징조였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이한은 다급히 질문했다.

“발드로가드는 왜 선택하지 않으셨습니까?”

“흑흑. 하급귀족 놈들도 돈만 내면 들어온다잖나.”

“그, 그렇군요.”

해골 교장은 상대가 실컷 울고 떠들기를 기다렸다.

상대가 적당히 다 쏟아낸 것 같자 해골 교장은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로 설득을 시작했다.

“자네가 오해하고 있는 게 있네. 설마 에인로가드가 귀족과 평민을 뒤섞어놓겠나? 응?”

“그... 그런 게 아닙니까?”

“절대로! 나를 보게. 고대의 가장 순수하고 고귀한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일세. 이런 내가 귀족과 평민을 뒤섞어놓겠나?”

‘대신 싸움을 붙이시긴 하죠...’

해골 교장은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던 이한을 불렀다.

“말해봐라. 제자야. 에인로가드의 진정한 생활에 대해서.”

“제자분이셨습니까??”

“그래. 자네 같은 사람에게 에인로가드의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데리고 왔네.”

이한은 장단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에인로가드의 학생들은 서로 엄격히 구분됩니다. 평민 학생들은 감히 귀족 학생들의 그림자도 쳐다보지 못하지요. 아름다운 옛 전통을 가장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 곳이 에인로가드입니다.”

“오...”

귀족은 그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이 타락해가는 세태에, 에인로가드 안이 아니라 밖에서 배운다면 무식한 기사들이나 천박한 평민들과 부딪칠 일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 그렇군. 정신 나간 사제들도 부딪칠 거고.”

“그에 비해 에인로가드의 학생들은 모두 다 철저하게 규칙을 지킵니다. 예의가 없는 이들은 다 징벌방에 가죠.”

“과연...!”

이한은 해골 교장과 시선을 교환했다. 해골 교장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손뼉도 두 손이 맞아야 치는 법.

해골 교장이 설득하는 것보다 어린 학생이 직접 말하는 게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물론 대부분 거짓말이긴 하지만...

“고나달테스 각하. 어쩌면 제가 지레 겁을 먹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 있네. 요즘처럼 법도가 흐려지고 귀족의 이름이 약해져가는 시대에 자네처럼 고귀한 사람이 버티기가 얼마나 힘들겠나. 하지만 이쯤이면 내 진심을 이해해줬으리라 믿네.”

“예! 에인로가드로 자식을 보내겠습니다.”

“그래그래. 잘 생각했네.”

해골 교장은 귀족을 달래고 안으로 들여보냈다.

정문을 걸어 나오면서 해골 교장은 중얼거렸다.

“저 가문 놈은 검은 거북이 탑 마구간의 퇴비를 관리하게 해야겠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         *         *

“이 녀석은 검술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검술에 전념하게 하면 검술 길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에인로가드에서도 검술은 갈고 닦을 수 있네. 제자야. 보여드려라. 취미로 닦은 검술이 이 정도일세.”

“세, 세상에!”

마법을 배우게 할지 검술에 전념해야 할지 고민하던 검술 길드에서 한 명.

“마법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기도 시간이 줄어들고 신앙심이 약해질까봐 걱정입니다.”

“저는 에인로가드의 신실한 환경 덕분에 신성 마법을 여럿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신앙에 방해가 될까봐 마법을 고민하던 신전에서 한 명.

해골 교장은 백발백중의 솜씨를 보여주는 제자의 모습에 보기 드문 따뜻한 눈빛을 꺼내들었다.

“네 실력이 정말 훌륭하다! 조우린 전하도 입학시키겠구나!”

“무서운 농담 하지 마십시오.”

“나도 말하고 나서 조금 후회했다. 하하. 생각보다 빨리 끝나겠군. 다 네 공이다.”

해골 교장은 시간을 확인했다.

수도는 제국에서 인구가 밀집한 곳인 만큼 입학을 거부하는 놈들의 숫자도 제일 많았다.

여기의 입학 절차를 끝내면 제국의 나머지 구역들은 한결 수월한 편이었다.

“다음은 용병단 놈들이군. 길드하우스 위치를 보니 불법적인 놈들 같은데... 음... 불법적인 놈들 맞군.”

해골 교장은 가볍게 예지 마법을 사용해서 상대의 신분을 확인했다.

‘용병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범죄자와 아직 안 들킨 범죄자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제국의 용병들은 언제나 불법의 유혹에 시달렸다.

용병단이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그 뒤로는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불법적인 놈들이면 역시 힘으로 제압하시는 겁니까?”

“아니. 오히려 불법적인 놈들이 더 설득하기 쉽지. 찔리는 게 많아서 겁도 많거든.”

해골 교장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대답했다.

수도에는 선량한 시민들만 있지 않았다. 음험한 범죄자들도 그림자 속에서 우글거렸다.

이런 이들은 겁먹은 탓에 가끔씩 에인로가드의 제안을 거절하곤 했지만...

해골 교장이 방문하면 바로 반성하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 도착했군. 여기다.”

수도 외곽의 슬럼가를 지나 낡아빠진 여관 옆의 용병단 건물 앞에 도착하기까지 이한과 해골 교장은 매우 눈에 띄었다.

사람 하나 죽어나가도 모를 법한 음침한 골목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둘이 걸어오는 걸 보고 눈빛을 반짝이거나 단검을 꽉 붙잡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골목 안쪽에서 똑같은 문양을 하고 있는 길드원들이 달려오더니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두들겨 패고 머리채를 잡아채 안으로 끌어당겼다.

-이런 미친 새끼 같으니. 네놈이 저 분이 누구신지 알고!

-우릴 같이 죽이려는 거냐! 눈깔 치우지 못해!?

“아직 기억력 좋은 놈들이 있었군.”

해골 교장이 흐뭇하다는 듯이 말하자 이한은 뜨악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어디서 오셨소?”

“화살머리 용병단의 일원인가? 네놈들의 단장에게 고나달테스가 왔다고 전해라.”

“그런 놈은 모르오.”

문앞을 지키던 용병은 잇새로 침을 찍 뱉고 고나달테스를 노려보았다.

아무리 호화롭게 차려입은 귀족이라 하더라도 호위 없는 두 명 상대로 겁먹지는 않겠다는 태도였다.

“그래. 네놈은 모르겠지. 그래서 전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싫소. 그럴 기분이 아니오.”

용병은 거만하게 턱을 들었다.

뇌물을 바치거나 비위를 맞추라는 태도였다.

해골 교장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기분을 맞춰줘야겠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골 교장이 찬 검이 스스로 검집에서 빠져나오더니 용병의 팔다리를 쏜살같이 찔러버렸다.

“크아악!!”

칼날이 빠져나오는 순간 팔다리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용병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바닥에 얼어붙어 비명을 질러댔다.

“쉽게 설득된다고 하셨...”

“유독 더 멍청한 놈들이 있는 법이지. 기분이 안 좋다고 하니 안의 놈들도 기분을 맞춰줘야겠다. 가라!”

날아다니는 검이 용병단 건물 안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그러자 살벌한 비명이 안에서 터져 나왔다.

*         *         *

화살머리 용병단은 수도에 온지 채 일 년이 안 되는 이들이었지만 적극적인 사업 확장으로 나름 주변에 이름을 알리던 이들이었다.

특히 용병단의 단장인 우그다는 그 전투 실력만큼이나 밀수, 납치, 매매 등에도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 밑의 용병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내가 데리고 있는 어린 놈을 에인로가드로 보내라니. 이게 뭔 소리냐?”

“그, 마탑 같은 곳에 보내라는 거 아닙니까?”

“어린 놈이 누가 있어? 여기 어린 놈이 있나?”

“단장님도 참. 저번에 그 비싼 돈 주고 산 어린 놈 있잖습니까.”

“그 놈을 보내라고?! 그 놈을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는데, 감히?!”

“맞다, 맞아!”

“미친 마법사 잡놈들. 진짜 도둑놈들은 이 놈들이로군!”

“하지만 마법사와 원한을 져서 좋을 게 없지 않습니까?”

“상관없다. 편지는 찢어버려라! 저깟 놈 하나 때문에 마법사 놈들이 찾아오기라도 하겠나?”

우그다는 거칠게 명령을 내렸다.

탐욕스러운 마법사 놈들이 소문을 듣고 편지를 보낸 모양인데, 거절해봤자 무슨 일이 있겠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그다는 자신이 어느 마법사를 상대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마법사도 마법사 나름이었던 것이다.

푹!

허공에서 검이 날아들었다. 주인 없는 검이 쾌속하게 허공에 선을 그리자 용병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습, 습격이다!! 습격!”

“검이 날아다닌다...! 마법사가... 컥!”

“기분은 좀 좋아졌나, 다들?”

해골 교장은 용병들을 발로 걷어차서 구석으로 치워버리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영문을 모르는 용병들은 팔다리를 붙잡고 신음했다.

“마, 마법사 놈...! 우리와 무슨 원한이 있다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이 팔을 한 번 더 관통했다. 용병의 눈이 뒤집혔다.

“원한이라니. 말조심해라. 너희들의 기분을 풀어주고 있지 않느냐.”

“그게 대체 무슨 소...”

보다 못한 이한이 물구슬을 날려서 용병을 기절시켰다.

나름의 자비였지만 용병들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괴... 괴물...!”

“...솔직히 교장 선생님에 비하면 저는 되게 관대하게 제압하고 있지 않습니까?”

“모르는 놈들 눈에 마법사면 다 똑같이 보이겠지 뭘.”

해골 교장은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도망가는 용병의 팔다리에 바람구멍을 만들어줬다.

시원한 바람구멍이 용병들의 기분을 좀 좋게 만들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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