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31화 (631/687)

631화

“농담... 은 아니신 거죠?”

“난 에인로가드 관련해서 농담하지 않아.”

“그러고 보니 교장 선생님께서 부자라고 들었어요.”

“황금이 많으시긴 하지. 그런데 터는 건 추천하지 않아. 잡히면 바로 감옥에 갈 테니까.”

“어, 잡히면 밖의 감옥에 보내요?!”

“아니. 학교 안의 지하 감옥. 징벌방이라고 있어. 훔치다 잡히면 가고, 성적이 안 좋아도 가지.”

“......”

카르레는 이 선배가 정말로 자신을 놀리는 게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선배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어느 누가 봐도 저런 얼굴로 한 말이 거짓말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마법을 배우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어. 부자가 되기 위해 도둑질보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를 수도 있고.”

“더 큰 도둑질?”

“그것도 더 좋은 방법일 수 있겠지. 하여간 요점은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잠깐 정도는 인내하란 거야. 두 걸음 전진하기 위해서는 한 걸음 물러날 수 있어야 하지.”

카르레는 고민에 잠겼다.

욕심을 버리고 신앙심을 키우라는 다른 사제들의 현실성 없는 조언과 달리 이 선배의 조언은 매우 현실적인 게 마음에 들었다.

정말 에인로가드가 어떤 곳인지는 아직도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들어가기 위해서라면 잠깐 참을 수 있었다.

“좋아요! 참아보겠어요. 주교님한테 가서 말씀드리면 될까요?”

“그래. 잘 생각했다. 사실 훔치더라도 들키지 말라는 조언을 해줄까 싶었는데, 네 실력에 그건 무리 같아서.”

“...?!”

카르레는 경악했다.

아무리 귀족의 아우라를 풍겨내고 있는 선배라 하더라도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었던 것이다.

“뭐... 뭐... 뭐라고요? 제가 잘못 들은 거죠? 선배님??”

“제대로 들은 것 맞는데. 주교님이 알고 계시잖아. 그럼 들킨 거지. 도둑질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선배님께서 뭘 아신다고! 제가 그냥 안 숨긴 거거든요?! 얼마든지 숨길 수 있었...”

분통이 터진 카르레가 방방 뛰며 억지를 부리는 사이, 이한은 천천히 주먹을 들더니 손바닥을 폈다.

그 손바닥 위에는 카르레의 은화 주머니가 들려있었다.

아까 앉으라고 할 때 슬쩍한 물건이었다.

“못 알아차렸지? 도둑질은 이렇게 하는 거다.”

“?!?!?!?!”

“내 친구한테 배운 기술에 마법을 합쳤지. 이렇게 깔끔하게 훔칠 수 있다.”

강화 마법과 예지 마법을 미리 건 뒤 움직이면 같은 소매치기라 하더라도 훨씬 더 교묘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었다.

랫포드가 가르쳐 준 기술은 마법과 결합해 에인로가드 밖에서도 이렇게 꽃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카르레는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

도둑으로서의 자부심이 완전히 박살난 탓에 마음속은 분함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경외심도 샘솟아 올랐다.

배워보고 싶다!

후배를 제대로 설득했다고 생각한 이한은 주머니를 돌려주며 말했다.

“자신감 있다는 건 알겠는데, 정말 뛰어난 수준에 오르기 전까지는 과신하지 마. 네가 잘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완벽히 이해했어요. 선배님.”

카르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한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결심이 반짝였다.

“결심했습니다. 선배님의 주머니를 훔칠 정도로 실력을 쌓기 전에는 밖에서 아무것도 훔치지 않기로! 두고 보세요!”

“그래. 참고로 내 이름은 가이난도다.”

“네! 가이난도 선배님!”

이한은 카르레한테 ‘1학년은 선배들 못 만나’라고 말해주려다가 말았다.

괜히 설득 잘 했는데 의욕 꺾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언젠가 가짜 이름인 걸 알게 되면 교훈도 얻을 수 있겠지.’

선배를 믿지 말라는 교훈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한 교훈이었다.

이한은 후배한테 중요한 교훈을 줬다는 사실에 뿌듯해했다.

“그런데 선배님.”

“음?”

“선배님 혹시 귀족 가문이 아니라 도둑 길드 출신이신가요?”

카르레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처음에는 조각상 같은 외모만 보고 귀족 출신인가 했는데, 아무리 봐도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냄새가 풍겼던 것이다.

*         *         *

“주교님. 반성했어요. 앞으로 도둑질을 하지 않고 마법에 전념하겠습니다!”

“...!”

이네스 주교는 정말 놀랐다. 해골 교장을 보며 물었다.

“투덜거리면서 해낸다는 게 이런 소리셨습니까?”

“그렇지. 내가 뭐라고 했나.”

“?”

옆에서 대화를 듣던 이한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셨길래?”

“투덜거리면서 다 해내는 게 네 취미라고 했지.”

“......”

이한은 아까 휘두르려던 의자를 지금이라도 다시 휘두를까 고민했다.

카르레가 꾸벅 인사하고 나가자 주교는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고나달테스 님이 아니라 워다나즈 님한테 한 말입니다만.”

“나도 아네.”

주교는 그냥 해골 교장을 무시하기로 했다. 다시 이한을 보며 말했다.

“카르레를 저렇게 설득할 수 있을 줄이야.”

“음. 주교님. 사실 제가 카르레를 완전히 개심시킨 건 아닙니다.”

이한은 주교가 오해할까봐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이 늙은 주교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한 번에 변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감사해하는 건 카르레에게 마법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어주신 것에 대해서입니다.”

주교는 카르레가 한순간에 개심하길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도둑질에만 몰두하지 않고 여러 것들을 경험하며 관심을 늘려나가길 원했다.

그리고 그게 마법이라면 정말로 안심이 되리라.

방금 본 카르레의 결심은 진짜였다. 자잘한 도둑질은 끊고 마법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히 느껴졌던 것이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겠습니다. 카르레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1학년은 2학년 못 만나네.”

주교와 이한은 단체로 못 들은 척을 했다. 둘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했다.

작별 인사를 하고 신전 밖으로 나오면서 해골 교장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설득한 거냐? 보아하니 고집이 좀 있어 보이던데?”

“음. 훔치고 싶으면 에인로가드에서 훔쳐라, 너는 아직 밖에서 훔칠 실력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설득했습니다.”

“......”

해골 교장은 이한을 쓰레기 보듯이 쳐다보았다.

*         *         *

...저번 편지는 잘 받았어. 워다나즈. 그리고 혹시 요네르랑 이야기하면서 실수로 편지 내용 겹치는 거 말했어. 미안! 정말 어쩌다보니 나왔어. 이거 때문에 편지 안 보내는 건 아니지? 진짜 미안해!

북부 산맥에 방문했다는 이야기 들었어. 순찰대 사냥꾼들한테 잘 말해줘서 고마워. 사냥꾼들이 그러는데 네가 모라디하고 친하다던데. 헛소문이 진짜 어떻게 퍼지는 건지 모르겠어.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야. 그런데 진짜 편지 안 보내는 건 아니지?

메이킨 가문의 저택은 정말 편해. 여기서 쓰이는 식탁보가 내 원래 숙소 이불보다 고급일 거라고. 하녀들이 옷을갈아입혀주는 게 여전히 적응되지 않긴 하지만... 혹시 저번에 말한 것 때문에 편지 안 보내는 건 아니지?

참. 요네르의 언니 분을 만났어. 내 생각이지만, 한동안 피하는 게 좋을 거 같더라. 참. 편지 보낼 거지?...

‘...바로 답장 써줘야겠다.’

이한은 삐뚤빼뚤한 닐리아의 편지를 보자 괜히 미안해졌다.

...너 또한 좋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것이라 믿겠다. 워다나즈. 나는 요즘 길드의 뛰어난 장인들과 함께 오벨리스크를 깎고 다듬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마법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날 기쁘게 하더군.

나는 언젠가 제국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을 세워보고 싶다. 그 건축물을 세울 때 네가 한몫 거든다면 나로서는 기쁠 것 같다...

‘살코. 위대한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서는 투자자를 구해야 한다.’

이한은 친구의 꿈을 듣자 바로 머릿속에 계산부터 들어갔다.

누군가는 현실적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은수도에서귀족들의행사가있었습니다저는이런일화가떠올랐습니다칠십칠년전제국재상발단테가말하기를...

“?”

이한은 잘못 봤나 싶어 편지 주인을 확인했다.

누가 보낸 거지?

설마 그 사이에 아덴아르트가 또 보냈을 리는 없을 테고, 이렇게 편지로 말이 많은 친구가 더 있었...

-제국의 핏줄, 아덴아르트가

“......”

아덴아르트가 더 보낸 게 맞았다.

‘혹시 심심한가?’

...거기서먹은부야베스는정말뛰어난맛이었습니다언젠가워다나즈한테도대접하고싶습니다저번편지가도착했는데아직답장이오지않아서조금의아합니다아마무슨일이있는거겠지요?제친구들은편지를보내지않습니다섭섭하진않습니다워다나즈가보내줘서다행입니다...

‘추종자들한테 연락해서 바로 편지 보내라고 해야겠군.’

추종자들의 생각은 보나마나 뻔했다. 아마 무례하게 편지를 먼저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는 게 분명했다.

이대로 내버려뒀다가는 편지 폭탄이 날아오리라!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라.”

“예.”

마차가 멈추고 해골 교장이 밖으로 훌쩍 떠났지만, 이한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알시클은 하품을 하며 물었다.

“워다나즈 너는 이제 가문의 저택으로 가는 거지?”

“예. 인사드린 뒤 올 수 있는 친구들을 초대하고 나면 저는 제 일을 하려고 합니다.”

“네 일이라면 마법 연구?”

“아뇨. 의뢰 받을 겁니다.”

“모험가 의뢰? 왜? 마법에 필요한 시약이 있어?”

“돈이 되니까요?”

“...그, 그렇구나.”

알시클은 질겁했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직접적인 이유였다.

‘아. 아닌가? 마법 연구에 필요한 돈을 모으려는 건가?’

하긴 생각해보니 워다나즈 같은 녀석이라면 같은 2학년이라 하더라도 목표로 하는 마법 연구나 실험의 규모가 차원이 다를 터였다.

그러면 당연히 들어가는 비용도 자릿수가 다를 터.

지금부터 열심히 모으는 것도 이해가 갔다.

“...열심히 해! 응원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골 교장이 돌아왔다.

태연하게 돌아온 해골 교장은 옆에 웬 사람 크기 만한 꾸러미를 하나 들고 있었다.

“그게 뭡니까? 꼭 사람 같은 꾸러미인데.”

“사람 맞다.”

해골 교장은 마차 구석에 꾸러미를 던졌다. 그러자 꾸러미 안에서 꽁꽁 묶인 낯익은 귀족이 튀어나왔다. 이한도 만난 적 있는 사람이었다.

“이... 이칼도렌 공작!”

“뭐!? 누구!?”

알시클은 들고 있던 정어리 통조림을 놓칠 만큼 깜짝 놀랐다.

해골 교장이 사람을 종종 납치하곤 했지만 제국의 공작을 납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칼도렌 공작은 발버둥치며 해골 교장을 쳐다보았다.

“으으읍! 으으읍!”

“고나달테스 님. 워다나즈의 말이 정말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국 공작을 이렇게 멋대로 납치하시면 안 됩니다!”

“걱정 마라. 어차피 저 놈도 약점 많아서 못 나불댈 테니까.”

“하지만...”

“잘 생각해봐라. 펭에린. 내가 사람을 한두번 납치했느냐? 그런 내가 아무 믿을 구석 없이 무모하게 공작을 데리고 왔을까?”

‘맞는 말이다!’

알시클은 묘하게 설득됐다.

확실히 고나달테스 각하가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었다.

“자. 워다나즈. 이거 받아라. 이번 여행 동안 고생 많았다.”

해골 교장은 묵직한 금화 주머니를 던졌다.

이한이 올해 피땀 흘려 벌고 모은 것보다 많은 금화가 가득 차있었다.

“...!”

“그 정도면 넉넉하게 넣었다.”

“교장 선생님!”

“왜?”

“혹시 마차에 더 데리고 올 공작 없습니까?”

이한의 질문에 해골 교장은 알시클을 보며 말했다.

“...가끔 내 제자지만 나도 좀 소름끼칠 때가 있는 거 아느냐?”

‘다 누구한테 배웠겠습니까.’

알시클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