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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44화 (644/687)

644화

자세히 보니 평범한 아티팩트도 아니었다.

착용자에게 별다른 부작용도 없이 저만한 근력을 즉시 부여하다니. 게다가 여관주인은 마법사나 경험 많은 모험가 같지도 않았다.

근력을 조금 올려주고 부작용이 있는 아티팩트도 만들기 힘들고 귀한데, 저런 아티팩트는...

‘대체 누가 만든 거지?’

랫포드는 아티팩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보면 볼수록 비범한 아티팩트였다.

랫포드가 워다나즈처럼 멀리서 마력을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그 패턴과 잔향을 구분할 수 있지는 않지만, 저 아티팩트가 얼마나 정교한지는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멀리서 보더라도 걸작은 그 아우라를 뿜어내는 법.

‘...아니, 그런데 그걸 대체 왜 여관주인이 갖고 있는 거야!?’

“컥... 컥. 이... 이...”

“잘못했냐, 안 잘못했냐!”

“이 자식이 날 죽이려고 한다! 도와라!”

“!”

켁켁대며 동료를 부르는 드워프 여행객의 외침에 랫포드는 긴장했다.

‘동료가 있구나!’

아니나 다를까 2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른 드워프 하나가 곡괭이를 들고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밖에서 걸어오던 드워프 동료도 마시던 맥주를 집어던지더니 몽둥이를 들고 뛰어 들어왔다.

“수염에 맹세코, 내 동료를 내려놓지 못할까! 이 괴물 놈아!”

“이렇게 행패부리고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것 같냐?!”

“닥쳐, 우리는 노을철 광산의 광부다! 우릴 막을 순 없을걸!”

여관주인은 드워프 여행객을 붙잡고 다른 동료 둘과 대치했다.

셋은 무리겠다 싶은 여관주인은 다시 점원에게 외쳤다.

“국자, 국자 갖고 와라!”

“??”

랫포드는 이쯤되자 드워프 여행객들을 막기보다는 대체 여관주인이 뭘 더 갖고 나올지가 궁금해졌다.

“국자로 될까요!? 솥뚜껑도 갖고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갖고 나와라!”

제압당한 드워프 여행객이 켁켁대며 말했다.

“막... 막아!”

“뭐, 뭘?”

“국자랑 솥뚜껑을 막아...!”

“???”

동료들은 뭔 개소린가 싶었다.

국자와 솥뚜껑을 갖고 나오는 걸 왜 막는단 말인가.

“지금 움직이면 못 막잖아!”

“그, 그래도 막아야...”

그 때 비쩍 마른 점원이 튀어나왔다. 점원은 한 손에는 국자, 한 손에는 솥뚜껑을 들고 있었다.

벌벌 떨며 드워프들을 노려보는 모습에 드워프들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꼬마 인간아! 그걸로 되겠냐!”

“주방에 들어가서 일 끝날 때까지 숨어 있어라!”

“워, 워, 워다나즈 가문의 국자여!”

점원은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워다나즈 가문이 하사해준 아티팩트를 자신이 쓰게 될 줄이야!

기왕이면 이 무시무시한 물건은 여관주인이 쓰길 원했는데...

쾅!

드워프 셋이 여관 밖으로 튕겨나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셋을 후려갈겨서 날려버린 것 같았다.

“!!!!!”

랫포드는 경악했다.

‘평범한 아티팩트가 아니다!’

그냥 적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여관 안에 있는, 적대심을 갖고 있는 적을 알아서 감지한 다음 추방하다니!

드워프들은 충격에 비틀거리며 땅을 굴렀다. 튼튼하고 잘 갖춰 입은 드워프였지만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이... 이 미친 여관주인 놈이 대체 뭔... 아티팩트를... 커헉.”

“야 이 우라질 드워프 놈들아!”

뒤늦게 소란을 들은 옆 잡화점 주인이 분노해서 달려왔다.

평생 싸움이라고는 한 번도 안 했을 것 같은 잡화점 주인이 달려오자 세 드워프는 누운 상태에서도 어이없어했다.

지금 무슨 배짱으로 그들한테 달려온단 말인가?

“빗자루 받아라!”

잡화점 주인은 들고 있던 빗자루를 무슨 지팡이마냥 그들에게 겨눴다.

그 모습에 세 드워프는 갑자기 불길해졌다.

설마...

설마 잡화점 주인도??

“워다나즈 가문의 빗자루여!”

쾅!!!

세 드워프는 포박 마법을 맞고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이들을 경비대 감옥으로 끌고 갔다.

소란은 끝났다.

여관주인은 손님들에게 사과하며 맥주를 한 잔씩 돌렸다.

“손님.”

“!”

랫포드는 갑자기 여관주인이 자신을 부르자 당황했다.

“예?”

‘내가 마법사인 게 들켰나?’

“놀라신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소문은 내지 말아주십시오.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면 여행객이 끊기거든요.”

“......”

“부디...”

여관주인의 표정은 간절함 그 자체였다. 랫포드는 거기에 압도되어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런데 방금 그 아티팩트는 대체 어디서...?”

“...후. 궁금해 하시는 것도 당연하겠죠. 이건 워다나즈 가문에서 하사해주신 보물입니다.”

“워다나즈 가문! ...잠깐, 그런데 왜 모자, 국자, 솥뚜껑...?”

“거기에도 사연이 있습니다.”

여관주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여관주인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 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여기 여관 이름도 <구름 위의 조각배>가 아니었다.

-...귀하는 <용암 화산의 조랑말> 여관을 훌륭하게 운영했으니, 워다나즈 가문의 이름으로 상을 내리고자 하오.

-감, 감사합니다. 악마... 감독관... 관리관... 총관... 님.

“악마요?”

“...제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악마가 아니라 감독관, 그러니까 총관. 악마 같이 생겼다,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여관주인은 재빨리 수습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티팩트를 주려고 하는데, 어떻소?

-괜, 괜, 괜찮습니다!

여관주인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아티팩트를 받고 싶지 않아했다.

사실, 다른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멋모르는 사람들이나 ‘와, 아티팩트를 받으면 천금의 가격으로 팔 수 있지 않습니까’라고 떠들겠지만 이 마을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먼저 워다나즈 가문이 하사한 물건을 멋대로 팔았다가는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몰랐다.

대마법사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워다나즈 가문의 아티팩트는 솔직히 편리하기보다는 두려운 존재였다.

잘못 사용하다가 악마라도 소환된다면 어떡한단 말인가.

-왜 거절하는 것이오?

-아, 아, 아티팩트는 여관을 운영하는 제가 쓰기 어렵습니다. 왕관이나 홀을 여관주인인 제가 어떻게 쓰겠습니까?

-과연! 보고 드리겠소.

악마는 사라지더니 얼마 후 다시 돌아왔다.

-여관에 가서 귀하가 쓰는 물건에 걸어드리라고 하셨소. 그러면 괜찮겠지?

-......

거절해야 했지만 하필 그 날이 골렘이 아니라 악마가 담당하는 날이라 여관주인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워다나즈 가문은 주기적으로 영지의 사람들에게 포상으로 아티팩트를 선물해줬다.

물론 평소 자주 쓰는 물건에 걸어주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된 겁니다.”

“와. 정말 워다나즈 가문은 대단합니다. 이런 아티팩트를 영지민들에게 주기적으로 선물하다니!”

랫포드는 감탄했다.

역시 이한의 가문답게 워다나즈 가문은 제국 대귀족 가문들 중에서 손꼽힐 만큼 훌륭했다.

게다가 아티팩트의 겉모습을 신경 쓰지 않고 영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자기 속도 모르고 저러는 여행객의 모습에 여관주인은 속으로 울컥했다.

가끔씩 악마가 내려오는 걸 봐야 저런 소리를 안 하지!

“...언제나 은혜에 감사드릴 뿐이지요. 하하... 마을 사람들이 아티팩트들을 갖고 있다는 걸 알면 여행객들이 겁을 먹을 수 있으니, 부디 이건 소문내지 말아주십시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꼭 지키겠습니다. 그보다 저한테 이런 걸 말해주셔도 됩니까? 아티팩트는 보물인데...”

“뒤지고 싶은 놈이면 훔쳐가겠지요.”

여관주인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리고 뒤늦게 자기가 너무 심드렁하게 말했다는 걸 깨닫고 수습했다.

“농담입니다. 농담. 하하.”

“아. 예.”

“그런데 손님께서는 무슨 이유로 오셨는지...?”

“먼 친척 분께서 편지를 보내셨는데, 한 번 찾아와서 일을 도와달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열쇠공 길드 소속 직공입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앗. 열쇠공 길드라니! 혹시 일 하나만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무슨...?”

“어떤 정신 나간 손님이 여덟 마리 말 마차를 마구간에 놓고 그냥 가버렸지 뭡니까! 이걸 팔아버릴 수도 없고, 보관을 해놔야 하는데 혹시 몰라서 자물쇠를 하나 해서 달려고 합니다.”

“아까 드워프 손님도 그렇고, 여행객들이 많다보니 참 이상한 손님들이 많군요! 걱정 마십시오. 일을 다 하고 시간이 되면 들리겠습니다.”

랫포드는 참 이상한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며 여관을 빠져나왔다.

*         *         *

“형님. 몸조심하세요.”

아르실은 이한을 포옹하며 등을 두드려줬다.

위험을 너무 무릅쓰는 동생이라 언제나 걱정이었다.

“제가 위험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위험이 저한테 자꾸 찾아오는... 그리고 가장 최근의 위험은 형님이 데려가신 거잖아요.”

아르실은 못 들은 척 포옹을 끝냈다.

“어디로 가실 건가요? 제국 남쪽이요? 바다 건너편 군도? 아. 거기 왕국 사람들하고 약속이 있다고... 거기 왕국은 제국하고 사이가 안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아, 왕족하고 친해졌다고요? 정말 교장 선생님 제외하고는 다 친해지실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거?”

아르실은 동생의 말에 웃었다.

그리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무덤의 악보를 잘 간직하렴. 이한. 네 마법에 도움이 될 거란다.”

“!”

말을 마친 아르실은 싱긋 미소지었다.

그런 뒤 정문을 지나 밖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방금까지 있던 정령들이 아르실을 따라 전부 사라지자 갑자기 저택이 조용해졌다.

요네르는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정말 독특하신 분이셨어.”

“맞아. 신기하기도 했고.”

“난 죽을 뻔했다구.”

가이난도는 투덜댔다.

이한의 둘째 형이 이 정도라면 첫째 형은 얼마나 사악하고 괴팍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엄살은.”

“엄살꾼?”

“그래. 엄살꾼. 잘 말했어.”

“교장 선생님을 봤다니까?! 야. 그리고 후배 넌 선배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에안두르데의 말에 가이난도는 발끈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안두르데는 귓등으로 흘렸다. 이미 에안두르데 안에서 가이난도의 위치는 정해진 것이다.

“이한. 우리 가문 저택 가자. 응? 거긴 놀 것도 많아.”

“나중에. 아직 안 온 친구들 있어서 보고 가야 해.”

“그럼 다 오면 가는 거지?”

“아니.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의뢰는 깨고 가려고. 가이난도. 이거 받아. 여기 근처가 사람이 없어서 약초 캐기가 좋더라.”

“...난 연금술 못 하는데...”

“약초 보고 캐기만 하면 돼. 다 캐와. 보수 나눠줄 테니까.”

알뜰하게 마을 갔을 때 인근 모험가 길드에서 의뢰까지 확인하고 온 이한이었다.

시간 오래 걸리는 건 무리겠지만 비교적 쉬운, 채집 관련 의뢰들은 가장 쉬운 용돈벌이였다.

“난 돈보다 추억이 좋은데...”

가이난도는 책에서 본 문구를 중얼거렸다. 이한과 요네르는 천하의 머저리를 보듯이 가이난도를 쳐다보았다.

“돈 버는 것도 추억이지. 가이난도.”

“돈 버는 추억이 얼마나 좋겠어. 가이난도.”

‘진짜 개짜증나.’

“제작 의뢰가 없어서 아쉽더라고. 그런 게 쏠쏠한데.”

아티팩트 제작까지 가지 않아도, 각종 시약이나 재료에 마법 처리를 하는 일들이 꽤 쏠쏠했다.

아직 서클이 낮은 마법사들이 연구 자금을 모을 때 가장 자주 하는 일들이 저런 일들이었다.

친구들이 떠들며 이야기하는 사이 정문의 문이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랫포드는 골렘을 타고 나타났다.

“저 왔습니다! 워다나즈 님.”

“랫포드!”

“이야, 정말 감탄했습니다. 영지 순찰을 골렘이 하다니! 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

이한은 랫포드의 칭찬에 쑥스러워했다.

그걸 본 친구들은 얼마 전까지 누가 순찰을 돌았는지는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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