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65화 (665/687)

665화

“지금 친구가 크게 다칠지도 모르는데 샌드위치 같은 소리를 하고 있나!!”

“예?!”

깜짝 놀란 가이난도는 샌드위치를 떨어뜨릴 뻔했다.

“샌드위치 먹으면 안 되나요? 주... 주먹밥이 나았나?”

“지금 장난하나!!”

가이난도의 뻔뻔한 태도에 팔가는 더 분노했다.

자신의 잘못도 모르고 저렇게 빈정거리다니.

“지금 친구가...!”

-승자는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위험에 처했는데 먹을 걸 찾아? 네놈이 그러고도 에인로가드 학생이냐!”

팔가는 흥분해서 뒤의 결투장에서 일어난 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들이 대화하는 사이 결투가 끝나버린 것이다.

이한은 관중석으로 돌아와서 의아해했다.

“너희 뭘 했길래 선배님이 저렇게 화내시는 거냐?”

“샌, 샌드위치 먹으려고 하니까 화내셨어. 샌드위치와 원수 사이신가봐.”

‘그게 말이 되나?’

가이난도의 말에 이한은 불신의 시선을 던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이난도가 무언가 더 실수를 저질렀을 것 같았다.

팔가한테 샌드위치를 갖고 오라고 시켰다거나...

“선배님. 무슨 일로 화를 내시는 겁니까?”

“잘 왔다. 후배! 저 놈들이 네가 셈텐 백작과 싸우는데 걱정이라고는 조금도 안 하고 샌드위치나 먹고 앉아 있지 않나! 우정이라고는 모르는 쓰레기 같은 놈들!”

팔가의 비난에 친구들은 숙연해졌다.

생각해보니 그들이 이한의 결투에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았다.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해서 느긋하게 있었는데, 이한 입장에서는 섭섭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미안해. 이한.”

“앞으로는 제대로 응원하겠습니다.”

“아니. 괜찮다. 어차피 이겼는데 뭘.”

이한은 시큰둥했다.

친구들이 응원한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는가.

볼라디 교수의 공격이 우정 어린 응원으로 막아지진 않았다.

“셈텐 백작은 정말 강한 결투가다.”

“아. 네. 그렇더군요. 운이 좋았습니다.”

“...잠깐. 너 왜 여기 있냐?”

팔가는 그제야 이한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투장에 내려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결투 끝나서 올라왔습니다만...”

“...뭐? 누가 이겼는데?”

“제가 이겼습니다.”

“?!??!?”

이한의 대답에 팔가는 황망한 표정으로 결투장을 쳐다보았다.

결투 클럽의 회원들이 백작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백작은 후련한 표정으로 이한을 칭찬하는 중이었다.

-대체 어떻게?

-마력이 정말 많더군.

-그것 말고는요?

-마력이 정말 많았네.

-...아니, 백작 각하. 마력 이야기는 이해했습니다.

-마력이 정말 많았다니까!

-마력이 많아봤자 아직 소년인데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이런 아둔한 사람들 같으니!

“어떻게!?”

“특성으로 아티팩트 막고 마법 연사한 다음에 자세 무너졌을 때 치고 들어갔습니다만...”

볼라디 교수는 유령처럼 둘의 뒤로 다가왔다.

“<번개 망토 부여>가 늦었군.”

“예. 저도 아차 싶더군요.”

‘또 시작이시군!’

팔가는 자신의 일도 아닌데 갑자기 분했다.

후배가 백작을 이긴 건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

사실 팔가 본인도 아직 어떻게 이긴 건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어쨌든 그렇게 대단한 일을 세웠으면 칭찬을 해줘야지, 자신을 박살낸 것처럼 지적을 하려고 하다니.

“교수님. 이건 정말 잘했...!”

“나머지는 괜찮았다.”

“?!”

볼라디 교수의 지적은 그걸로 끝났다.

팔가는 후배가 백작을 이겼다고 했을 때보다 더 놀랐다.

“끝입니까!?”

“끝이다.”

볼라디 교수와 이한은 팔가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팔가는 갑자기 멋쩍어졌다.

“그, 그게. 그러니까...”

“배그렉 가문의 볼라디 님.”

결투 클럽의 입회인이 다가왔다.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부터 저희 플라허 시 결투 클럽에는 그만 방문해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소.”

볼라디 교수는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팔가는 깜짝 놀라 항변했다.

“교수님께서 뭘 잘못하셨기에 출입을 금지하는 겁니까?”

“잘못하신 건 없습니다. 다만 결투 클럽 회원분들 중 어느 누구도 저 분을 상대할 수 없기에 그만 방문해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무슨 소리십니까! 아직 남은 회원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입회인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다른 분들은 어제 다 패배하셨습니다.”

“......”

팔가는 경악의 눈빛으로 교수를 쳐다보았다.

‘이 미친 사람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러나 볼라디 교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심지어 후배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한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저렇게 이기시니까 출입금지를 당하지.’

숲에 나무가 많다고 한 번에 다 벌목하면 그 다음부터는 나무를 구할 수 없었다.

조금씩 캐가면서 숲도 생각해주는 게 결국 나무꾼을 위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예?”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부터 저희 플라허 시 결투 클럽에는 그만 방문해주셨으면 합니다.”

“...예!?”

이한은 깜짝 놀랐다.

어째서!?

“무, 무언가 착오가 있었던 거 아닙니까? 어제 다른 분들을 패배시킨 건 배그렉 교수님이십니다.”

“교수님의 제자시잖습니까.”

“제자면 훨씬 약하지 않습니까!”

말도 안 되는 연좌제에 이한은 격분했다.

그 논리면 해골 교장 제자인 이한은 제국 전역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야 했다.

“셈텐 백작을 이기신 이상 결투 클럽 회원분들 중 어느 누구도 이한 님을 이기실 수 없을 겁니다.”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운이 좋아서 이긴 건데!”

이한은 진심으로 말했다.

셈텐 백작이 아티팩트 위주의 전법에 익숙한 사람이라서 쉽게 카운터를 친 거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치열한 난전이 펼쳐졌을 것이다.

볼라디 교수를 출입금지시키는 건 이한도 납득할 수 있었지만 이한을 출입금지시키는 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팔가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항의했다.

“셈텐 백작께서는 이제까지 열 명 넘게 이겼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백작께서 출입금지당하진 않았잖습니까.”

입회인은 무표정한 얼굴에 눈썹만 위로 치켜세우며 대답했다.

“셈텐 백작께서는 결투 시작 후 10초도 안 되어서 클럽의 챔피언을 압도적으로 이기신 적이 없습니다.”

“......”

팔가는 무심코 이한을 쳐다보았다.

너 대체 어떤 식으로 이긴 거냐?

그러나 이한은 에인로가드 학생답게 뻔뻔했다.

굴하지 않고 단호하게 항변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겁니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그냥 단체로 다 출입금지를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입회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까 백작이 패배하는 걸 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운이 좋아서 이겼다’라고 말할 수 없을 터였다.

그런데 이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뻔뻔하게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제국 대귀족 가문이라고 해도 이건 좀 심한 횡포 아닌가!

“크윽. 너무하는군.”

결국 이한이 먼저 포기하고 물러섰다.

아직도 분한 눈빛이었다.

보다 못한 팔가가 위로했다.

“진정해라. 후배. 물론 스승보다 제자가 약한 건 사실이지만, 배그렉 교수님의 제자라고 하면 아무래도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

“선배님도 배그렉 교수님한테 배우신 적 있으니까 사실상 제자 아닙니까?”

“아, 아니. 난 아니지. 왜 그러냐...”

후배의 기세에 주눅이 든 팔가가 재빨리 부정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왠지 배그렉 교수 밑으로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함이 치솟은 것이다.

“우킴 가문의 팔가 님.”

“예?”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부터 저희 플라허 시 결투 클럽에는 그만 방문해주셨으면 합니다.”

“......”

팔가는 정말로 억울했다.

옆에서 후배가 ‘저도 똑같이 당했습니다’라고 눈빛을 보냈지만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진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         *         *

“새 학기 때 보자.”

“예.”

이한과 친구들은 팔가를 배웅해줬다. 선배의 어깨가 어쩐지 좁아보였다.

볼라디 교수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떠날 준비를 했다. 더르규는 별 생각 없이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교수님?”

“묻지 마. 이 자식아.”

“???”

이한이 화를 내자 더르규는 당황했다.

“왜, 왜?”

“관심 있는 줄 알고 데리고 가시면 네가 책임질 거냐?”

“아무리 그래도 그러실 리가...”

“지하 투기장. 혹시 관심있나?”

“없습니다.”

“없어요!”

“아닙니다! 교수님! 몸조심하세요!”

비교적 안전한 결투가 아닌 진짜 목숨 걸고 싸우는 투기장에 간다는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재빨리 입을 모아 외쳤다.

볼라디 교수는 이한을 쳐다보았다. 이한은 즉시 대답했다.

“저도 없습니다!”

“다행이군. 투기장은 데리고 갈 수 없다.”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몰래 따라오지 마라.”

“예.”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예... 저도 진지하게 하는 대답입니다...”

볼라디 교수는 이한이 못 미더웠는지, 지하 투기장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강조해서 설명했다.

이한이 아무리 위험에 미친 제자라 하더라도 이번에는 절대 데리고 갈 수 없다고!

교수를 배웅하고 나자 이한은 아까 결투보다 몇 배는 피곤해진 기분이었다.

“...끝, 끝났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피곤해...”

에안두르데는 선배들의 모습에 저택에 돌아가자고 손을 흔들었다.

귀찮은 쇼핑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자. 그럼 에안두르데한테 필요한 거 사러 가자.”

“......”

에안두르데는 원망 섞인 눈빛으로 요네르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요네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잠깐. 요네르. 좀 시간이 늦었어.”

“!”

이한의 말에 후배는 다시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니까 각자 흩어져서 에안두르데한테 필요한 물건을 확인해놓자.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

에안두르데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도망칠 수 없나 힐끗거렸다.

“참. 더르규. 넌 나하고 같이 다니자.”

“어째서지, 이한? 방어구 가게는 안 가나?”

“아니. 후배 도망칠까봐. 2인 1조로 감시하자고.”

“...!”

에안두르데는 경악했다.

이 선배는 자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것인가?!

*         *         *

친구들이 흩어져서 노는 동안 이한, 더르규, 에안두르데도 일단 구경을 시작했다.

“흠. 폰리그한테 뭔가 사다주고 싶긴 한데.”

“교장 선생님이 외부에서 갖고 오는 물건들은 다 압수하시잖아?”

“그렇긴 하지.”

더르규는 친구가 말을 참 아낀다고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설령 갖고 가지 못하더라도 친구의 진심은 말에게 전달될 것이다.

“밀수해서 갖고 들어갈 방법을 슬슬 고민해봐야겠군.”

“......”

더르규는 경악했다.

“밀, 밀수를 생각하고 있었나?”

“어? 당연하지. 더르규 넌 생각 안 하고 있었어?”

“안 하고 있었는데... 그,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아무도 안 했을 것 같은데.”

“모라디도 생각하고 있던데. 살코도 편지에 밀수 방법 생각해봤냐고 묻더라.”

더르규는 다시 한 번 경악했다.

‘내... 내가 이상한 건가?!’

“흠. 밖의 마을에 보관한 다음 외출 시에 갖고 오는 게 가장 무난하긴 할 텐데, 몇 주가 걸릴지 모른다는 게 걸리는군... 교장 선생님이 날 은근히 감시하신단 말이지.”

‘나 같아도 감시할 것 같다.’

더르규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옆에 있는 친구가 이번 학년 모든 사건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에안두르데. 저 말은 어때?”

“맛있어보임니다.”

“저 새는 어때?”

“맛있어보임니다.”

“저 뱀은 어때?”

“맛있ㅇ...”

“맛있다는 표현 말고 뭐 다른 건 없니?”

“살코기가 부드럼다...?”

“동물들은 나중에 보여줘야겠군.”

이한은 제국의 희귀한 동물들을 다루는 마구간은 조금 나중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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