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66화 (666/687)

666화

“아. 뱀 먹이는 좀 사가야겠는데.”

에안두르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머리카락에 깃든 뱀들은 딱히 먹이를 먹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전 괜찮슴니다?”

“아. 너 말고 여기 얘.”

이한은 소매를 걷어서 팔에 감긴 새끼 바실리스크의 꼬리를 보여주었다.

바실리스크는 에안두르데한테 불만 섞인 쉿쉿 소리를 내며 꼬리를 위협적으로 흔들었다.

‘왜 저런 걸 키우는 걸까?’

에안두르데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이한에게는 사안(邪眼)이 없어서 저런 걸 데리고 다니는 건가?

특이하고 희귀한 짐승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으신 건 아닐 테고...

“기다리고 있어. 금방 사가지고 나올 테니까.”

“저도 구경하고 싶슴니다.”

“먹으면 안 되는데.”

에안두르데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가슴팍을 두드렸다. 이한과 더르규는 남몰래 시선을 교환했다.

‘여차하면 말려야 한다.’

‘알고 있다, 이한.’

플라허 시에 위치한 <만귀잠잠의 마구간>은 공간 확장 마법을 사용해 건물 안에 목장 크기 만한 부지를 확보하고 있었다.

당연히 규모에 걸맞게 말만 다루지 않았다. 제국의 여러 희귀 동물들과 몬스터들도 취급했다.

이한은 나무를 거칠게 대충 짜서 만든 듯한 마구간 내부를 둘러보았다.

-날아다니는 놈.

-걸어다니는 놈.

-기어다니는 놈.

...

각각의 목장으로 연결된 문 위에 달린, 악필로 휘갈긴 팻말만 봐도 주인 성격 짐작이 갔다.

‘음. 여기 주인 성격은 에인로가드 교수님들처럼 친절과 멀겠군.’

“말을 사려고 하는데...”

“저쪽가서 직접 보시우.”

“예.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갈색 말하고 검은색 말하고 어느 놈이 더 튼튼한 놈인지.”

“둘 다 튼튼하우.”

“아니. 그래도 둘 중 더 튼튼한 놈이 있을 거 아닙니까.”

“놈놈 거리지 마쇼.”

“예?”

“놈놈 거리지 말라고. 들으니까.”

“뭘 들어요? 말이? 말이 뭘 들어요? 미친 겁니까?”

주변에 있던 손님들은 씩 웃더니 슬슬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한도 불길함을 느끼고 에안두르데를 데리고 비켜섰다.

꽝!

불운한 손님 한 명이 마구간 밖으로 날아갔다. 주인장은 침을 퉷 뱉더니 돌아왔다.

더르규는 경악해서 중얼거렸다.

“북부에서도 저렇게 장사하는 사람은 드문데!”

“그러게 말이야.”

“이한. 여기 단골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대체 왜지?”

“실력이 뛰어나서 아닌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그렇지.”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군.’

자기는 팻말에 ‘날아다니는 놈’이라고 써놨으면서 손님이 말한테 놈놈 거리니까 화를 내다니.

에인로가드 교수들처럼 어이없는 사람이었다.

“뭐, 개인적으로 친하진 않겠지. 그런 사람은 없을...”

끼이익-

“번개걸음 님! 어서 오십시오!”

주인은 방금까지 씩씩대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번개걸음 교수를 반겼다.

가죽 재킷을 걸치고 비행 기수용 고글을 쓴 번개걸음 교수가 손을 흔들었다.

“잘 지냈나, 해골파괴자.”

“번개걸음 님! 부끄럽습니다. 옛 별명이라니요.”

“아. 미안하군.”

둘은 매우 친해보였다. 교수가 주인과 악수하는 걸 본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번개걸음 교수의 눈썰미는 매우 날카로웠다.

“워다나즈. 초이. 거기서 뭐하고 있냐?”

“애완동물 먹이를 좀 사려고 왔습니다.”

“위로 올라가시우.”

해골파괴자, 아니, 마구간 주인은 하품하며 뒤쪽 계단을 손짓했다.

애완동물들이 좋아하는 먹이들은 저쪽에 정리해놨던 것이다.

그러나 번개걸음 교수는 말리며 물었다.

이한의 애완동물이라면 평범한 애완동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무슨 애완동물?”

“어, 음, 여기서 말해도 됩니까?”

주인은 다시 한 번 하품하더니 말했다.

“여긴 온갖 희귀한 동물들이 오고 가는 곳이우. 다들 놀라지 않을 테니까 말해도 되우.”

“바실리스크인데요.”

콰당탕탕!

이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님들이 재빨리 마구간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번개걸음 교수는 힐난하듯이 주인을 쳐다보았다.

“에인로가드 학생을 얕봐도 정도가 있지.”

“아. 아니! 저도 에인로가드 학생한테 몇 번 동물을 팔았습니다만, 그 중 어느 누구도 바실리스크를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주인은 매우 억울했다.

아무리 희귀한 동물들을 데리고 다녀도 그렇지 바실리스크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         *         *

손님도 다 나갔겠다, 주인은 오늘 장사 끝났다고 팻말을 건 뒤 마구간을 소개해줬다.

“이 고기는 하급 임프의 고기요.”

“무슨 효과가 있습니까?”

“맛있지! 바실리스크한테 먹여주면 좋아할 거요.”

“......”

“이 고기는 켈피의 고기군.”

“어떤 효과가...?”

“맛있지! 바실리스크한테 먹여주면 좋아할 거요.”

이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옆에서 에안두르데가 입맛을 다시는 게 보여서 한 덩이 챙겼다.

‘나중에 구워줘야겠군.’

잘게 자른 생고기를 바실리스크한테 조금씩 먹여주면서, 이한은 목장을 둘러보고 있는 번개걸음 교수에게 물었다.

“에인로가드에 이런 동물들을 데리고 갈 수는 없습니까?”

“정식으로는 불가능하지. 교장 선생님께서 싫어하시니까.”

해골 교장은 학생들이 밖에서 갖고 온 재물로 학교생활을 쉽게 풀어가려는 걸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아티팩트도 뺏는데 동물이라고 될 리 없었다.

“그러면 비공식으로는...?”

“가능하겠지.”

번개걸음 교수는 씩 웃었다.

이미 이한의 선배들은 다양한 목적의 외부 동물들을 몰래 반입하고 있었다.

격구용으로 쓰려고, 연구에 도움을 받으려고, 그냥 귀여워서...

번개걸음 교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불가살이 같은 거대한 놈만 아니라면 학교에 뭘 데리고 와도 괜찮았다.

“그런데 넌 이미 폰리그가 있지 않냐? 다른 탈것 데리고 오면 폰리그가 질투할 텐데.”

“저보다는 이제 다른 친구들 때문에 여쭤봤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무슨 일로 플라허 시에 오셨습니까? 혹시 결투 클럽을 도시려고?”

“내가 배그렉 교수도 아니고 왜 결투 클럽에 가겠냐?”

“......”

교수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스승의 기행에 이한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나도 같이 출입금지 당했다는 건 말하지 말아야겠군.’

“내가 플라허 시에 온 이유는 말이다... 흠.”

말하던 번개걸음 교수는 이한을 훑어보더니 물었다.

“혹시 방학에 일 하나 같이 해볼 생각 있냐? 보수는 꽤 괜찮지만, 하기 싫으면 거절해도 된다.”

“아니, 보수가 괜찮은데 거절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이한의 질문에 번개걸음 교수는 미친놈 보듯이 제자를 쳐다보았다.

“보통 학생들은 방학에 휴식을 취하고 놀고 싶어하지...”

“편견입니다. 저하고 제 친구들은 다 일하는 거 좋아합니다.”

“......”

더르규는 울적한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아닌데!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너무 위험한 일이면 좀 그런데요.”

“위험한 일은 아니다. 다만 좀 귀찮을 수는 있지. 산을 돌아다니면서 야영을 해야 하는 일이라. 유니콘을 찾아야 하거든.”

번개걸음 교수는 낡은 의뢰서 하나를 내밀었다.

사람을 찾습니다!

에인로가드 교수, 벤도졸

비통 산맥에서 유니콘을 찾다가 실종되었음!

생사불문으로 현상금 지급함

-오수 고나달테스

“......”

“......”

“교수님도 실종됨니까?”

후배의 순진한 질문에 번개걸음 교수가 친절히 대답해줬다.

“오히려 학생보다 더 자주 실종되는 편이다. 학생보다 겁이 없고 위험한 곳에 많이 가거든.”

“과연. 교수님을 찾으러 가시는 거군요.”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기초 탈 것 훈련> 강의를 맡은 원래 교수는 벤도졸 교수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벤도졸 교수가 유니콘을 찾아서 돌아다니다가 실종된 탓에 번개걸음 교수가 급히 대타로 참가한 것이다.

작년에야 강의 때문에 바빠서 못 찾았다지만, 겨울방학에는 여유가 좀 생겼으니 이렇게 수색하러 나서는 것도...

“교수님이라니 무슨 소리냐?”

“예? 여기 교수님 찾는 의뢰서잖습니까.”

“아!”

번개걸음 교수는 이한의 오해에 호탕하게 웃었다.

“내가 설명을 적게 했구나! 말했잖느냐. 유니콘을 찾아야 한다고. 2주 전에 비통 산맥에서 유니콘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난 유니콘을 만나려고 온 거다.”

“그럼 이 의뢰서는 왜 주신 겁니까?”

“지도가 잘 나와 있으니까.”

“......”

이한은 낡은 의뢰서를 다시 확인했다.

해골 교장이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비통 산맥의 지도가 생각보다 잘 나와 있었다.

제국의 지도는 공짜가 아니었고, 비통 산맥처럼 험하고 외진 곳의 지도는 탐험가들이 만든 지도를 돈 주고 사야 했다. 개인이 만든 이상 실수로 따라오는 오차는 덤이었다.

그런 점에서 해골 교장이 만든 지도는 믿을 만했다.

“교수님은 안 찾으십니까?”

“벤도졸 교수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알아서 잘 돌아올 걸. 내가 찾으러 가면 오히려 화를 낼 거다.”

이한은 매우 못 믿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번개걸음 교수는 억울함을 담아 항변했다.

“정말이다. 벤도졸 교수를 네가 몰라서 그러는 거다.”

“버두스 교수님도 아마 벤도졸 교수님이 실종되신 것에 대해 비슷하게 이야기하실 것 같습니다만...”

“그건 다르지! 비교해도 하필 왜 버두스 교수하고 비교하는 거냐?”

번개걸음 교수는 툴툴대더니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그래서 갈 거냐, 안 갈 거냐?”

“가겠습니다. 유니콘을 찾으면 되는 거죠?”

“유니콘도 찾고, 동시에 유니콘 찾으러 온 다른 놈들도 겸사겸사 찾아서...”

“협력합니까?”

“협력 같은 소리 하고 있군. 두들겨 팬 다음 산맥에서 쫓아내야지.”

“......”

이한이 아까와 비슷한 눈빛을 보내자 번개걸음 교수는 다시 해명해야 했다.

“그 놈들은 밀렵꾼이다. 유니콘을 죽여서 시체를 얻으려는 밀렵꾼!”

제국법으로 유니콘은 사냥이 금지된 생물이었다.

번개걸음 교수가 지금 비통 산맥으로 가는 데에는 유니콘을 만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유니콘을 다른 밀렵꾼들한테서 지키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이다.

“과연. 교수님. 믿고 있었습니다.”

“우레걸음이 가끔 네 욕하는 거 알고 있냐?”

*         *         *

유니콘을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에 친구들은 대번에 흥분해서 수락했다.

각자 필요한 준비를 챙겨서 도시 외곽에서 모인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번개걸음 교수를 기다렸다.

“교수님은? 언제 오시지?”

“곧 오실...”

저 멀리서 살벌한 소리와 함께 와이번 무리가 쿵쿵대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깜짝 놀란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습격이다! 와이번의 습격!”

“아, 아니야! 위에 사람이 타고 있어!”

“습격이다! 와이번 도적단의 습격!”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자 와이번 위에 타고 있던 사냥꾼과 순찰자들이 크게 소리쳤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저희는 도적이 아닙니다!”

“저는 황무지 별잡이 소속이고 여기 이 친구는 탐험가...”

“번개걸음 님과 제국의 유니콘을 지키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겁니다! 이 와이번은 그 목적을 위해 빌린 거구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인들이 성난 표정으로 토마토와 달걀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사냥꾼과 순찰자들은 기겁해서 와이번 날개 뒤로 숨었다.

“야 이 미친놈들아! 와이번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 놈들이 어딨어!”

“여, 여기 깃발이 걸려 있지 않습니까!”

“깃발 달았다고 대형 몬스터를 여기까지 끌고 와? 정신 나간 놈들! 네놈 그림자 순찰대 소속이지!”

“황무지 별잡이 소속...!”

이한과 친구들은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못 본 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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