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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67화 (667/687)

667화

토마토와 달걀을 던진 상인들은 씩씩대며 흩어졌다.

그제야 한숨 돌린 사냥꾼들은 토마토와 달걀을 치운 뒤 황무지 별잡이 소속 순찰자한테 물었다.

“왜 쫓아내지 않은 거요? 황무지 별잡이 소속이라면 얼마든지 위협할 수 있었을 텐데...”

“제국의 사람들을 지키는 황무지 별잡이가 시민들을 위협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아!”

각자의 지방에서 올라온 사냥꾼들은 거칠고 사나운 사람들이었지만, 방금 황무지 별잡이 순찰자가 보여준 용기와 인내에는 모두 감탄했다.

화살을 쏘는 용기보다 화살이 있음에도 참는 용기가 더 대단한 법 아니겠는가.

“역시 황무지 별잡이군.”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하하.”

이한은 옆에 있던 닐리아의 표정이 침울해지고 긴 귀가 시무룩하게 가라앉는 걸 볼 수 있었다.

“닐리아. 사람들한테 다시 토마토하고 달걀 던지라고 선동해볼까?”

“...아, 아니. 됐어.”

친구의 말에 현혹될 뻔한 닐리아는 정신을 차렸다.

이제 곧 같이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인데 황무지 별잡이라고 싫어할 수는 없었다.

“혹시 에인로가드 학생들이십니까?”

토마토와 달걀을 전부 다 치운 무리는 이한 일행을 그제야 발견했다.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황무지 별잡이의 순찰자, 므랑세라고 합니다.”

엘프 순찰자는 키가 크고 외모가 훤칠했으며 순찰자 복장은 사치스럽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단정했다.

산적이나 야만인으로 오해받기 쉬운 그림자 순찰대와는 많이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한은 닐리아의 표정이 더욱 더 침통해지는 걸 보고 요네르에게 속삭였다.

“닐리아는 괜히 데리고 왔나...?”

“...괜, 괜찮을 거야. 극복해야지.”

“명성 높은 에인로가드의 학생들이 도와준다니 기쁠 뿐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할 말입니다.”

“여긴 탐험가 서리걸음입니다. 번개걸음 교수님의 먼 친척이죠.”

젊은 드워프 탐험가가 모자를 벗으며 인사했다.

“뒤의 사냥꾼들은...”

“우리 이름은 말하지 마시오.”

사냥꾼 무리들은 질색하며 말렸다. 므랑세는 웃으며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저 분들의 전통이 있다 보니.”

번개걸음 교수가 부른, 일명 이름 없는 사냥꾼들은 각 지방 산맥 깊숙한 곳에서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실력은 당연히 뛰어났지만 이들에게는 번개걸음 교수도 다 파악하지 못한 수십 가지 전통과 미신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의 거처와 이름을 숨기는 것이었다.

“이름을 밝히고 다니면 악마와 괴수가 쫓아오기 쉬워지지.”

사냥꾼의 말에 이한은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제가 알기로 일반적인 이름은 크게 의미가 없는 걸로 압니다. 진명이란 건 영혼에서 나오는...”

“하여간 마법사란!”

“하나같이 무모하고 겁이 없지. 전통을 무시한단 말이야.”

“......”

친구가 구박당하는 걸 본 닐리아는 대신 사과했다.

“내가 미안. 사냥꾼들이 다 좀 완고한 편이야. 전통에 대한 고집도 강하고.”

“그림자 순찰대는 그냥 막 쓰지 않았나?”

“...우리도 전통 있거든??”

“왜 화를 내고 그래?”

“화, 화낸 게 아니라... 하여간 전통 있어. 있다고.”

닐리아는 괜히 찔려서 화를 냈다가 후회했다.

무슨 전통이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다 모였나?”

번개걸음 교수가 멀리서 걸어왔다. 교수는 와이번들이 모여 있는 걸 보고 의아해했다.

“도시 앞에 이걸 이렇게 묶어놔도 되나? 사람들이 욕 안 했냐?”

“달걀하고 토마토를 날렸습니다.”

“저런. 플라허 시 사람들은 인심도 좋네. 다른 지역이었다면 돌을 날렸을 텐데. 다들 와이번 위에 올라가라.”

이한과 친구들은 와이번 위에 올라갈 준비를 했다. 타본 적 있는 친구들도 있었고 훈련받은 와이번이었기에 별로 어렵지 않았다.

“워다나즈.”

“예. 압니다. 와이번이 오해할 수 있으니, 와이번하고 눈 맞추고 깜박이면서 적의가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한의 말에 뒤에 있던 사냥꾼 몇몇이 머리에 대고 손가락을 빙빙 돌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서리걸음 탐험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소년은 진짜 와이번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번개걸음 교수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이오?”

“제 명예를 걸고 정말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타고 있는 와이번에는 태우지 말아주시오. 내 산에는 와이번을 위협할 수 있는 맹수를 와이번 위에 태우지 말라는 전통이 있소.”

“그건 맹수잖습니까.”

사냥꾼들이 바로 질색하자 서리걸음은 난처해졌다.

한동안 같이 다녀야 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거부감을 표하다니.

“걱정할 거 없다. 여기 워다나즈는 다른 걸 타고 갈 테니까. 워다나즈. 저기 뒤를 봐라.”

이한은 고개를 돌렸다.

변신 저주가 풀린 그리폰이 서운함과 배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이한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한은 와이번 안장에 걸린 계단에서 슬그머니 발을 뺐다.

“오해다.”

“그래. 오해는 가면서 풀어라.”

“너 주려고 먹을 것도 사놨어. 폰리그.”

원래 후배 구워주려고 했던 고기를 꺼내들자 에안두르데가 툴툴댔다.

사납게 노려보던 그리폰의 눈빛이 조금 풀리더니 이한에게 다가가 머리를 비벼댔다.

그걸 본 사냥꾼 몇몇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저 소년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주시오.”

“또 무슨 전통입니까?”

“그냥 두려워서요. 안전한 게 증명되기 전까지는 다가가지 않겠소.”

“......”

서리걸음은 ‘와이번 좀 위협하고 그리폰 좀 길들일 수 있지 경험 많은 분들께서 왜 그러십니까’라고 말하려다가 포기했다.

자기가 생각해도 좀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         *         *

번개걸음 교수의 와이번은 옆에서 날아오는 그리폰을 매우 떨떠름하고 꺼림칙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제법 괜찮지?”

교수의 질문에 이한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모은 사람들 말이다.”

유니콘을 찾는 건 생각보다 까다롭고 힘든 일이었다.

넓고 험준한 산맥 속에서 숨어 돌아다니는 한 마리의 생물을 찾는다니. 어떻게 보면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비슷했다.

더 최악인 것은 이 바늘이 스스로 생각하고 마법을 써가며 도망친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번개걸음 교수는 이름 없는 사냥꾼들부터 시작해서 탐험가 서리걸음, 황무지 별잡이 순찰자인 므랑세, 옛날에는 모험가였던 해골파괴자까지 데리고 왔다.

‘대체 뭘 하다가 별명이 해골파괴자가 된 거지?’

이한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물어야 할 게 많았다.

“저희는 뭘 해야 합니까?”

“너희한테는 야영지를 맡기고 싶구나.”

번개걸음 교수는 고글을 고쳐 쓰며 말했다.

비통 산맥의 넓이를 생각해보면 무작위로 뒤질 수 없었다. 체계적으로 영역을 좁혀나가야 했다.

먼저 야영지를 준비한다.

이 야영지는 해당 영역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 뒤 사냥꾼들과 순찰자들이 각 방향으로 흩어져서 유니콘의 흔적을 찾는다.

찾을 경우 혼자서 접근하지 말고 야영지로 유도해야 했다. 유니콘은 지능이 뛰어나고 경계심이 많아 괜히 접근해봤자 도망만 쳤다.

즉...

“사냥꾼이나 순찰자들에게 필요한 마법들. 그리고 유니콘을 진정시킬 수 있는 마법들을 준비해야겠군요.”

“혹시 5년차 모험가냐? 맞아. 제대로 맞췄구나.”

번개걸음 교수는 학생들한테 유니콘 추적을 직접적으로 맡길 생각이 없었다.

그건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에인로가드 출신 마법사들은 제국 기준으로 봐도 매우 다재다능한 인재들.

이들에게는 마법이 필요한 일을 맡기는 게 맞았다.

번개걸음 교수는 자신이 설명 안 해도 준비해야 되는 마법을 알아서 잘 말하는 이한을 보고 감탄했다.

교수들이 괜히 다 제자로 데려오고 싶어하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

“밀렵꾼들과의 싸움도 대비할까요?”

“...이제부터 10년차 모험가 해라.”

“하하. 그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그림자 순찰대를 불렀으면 좀 더 나았을 텐데...”

번개걸음 교수의 말에 이한은 의아해했다.

그럼 그림자 순찰대를 고용하면 되지, 왜 굳이 황무지 별잡이를 고용해서 닐리아를 좌절하게 만드신단 말인가?

“안 부르신 이유가 있습니까?”

“유니콘 보면 눈 돌아가서 잡겠다고 할까봐 조금 조심스러웠지.”

이한은 방금 들은 말은 절대 비밀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창공의 바람 소리가 시끄러웠지만 혹시라도 대화를 계속하면 닐리아가 들을까봐 이한은 화제를 돌렸다.

“벤도졸 교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아, 유니콘. 유니콘은 정말 아름다운 동물이지. 난 제국의 서쪽 해안부터 동쪽 지하도시까지 그렇게 많이도 돌아다녔지만 유니콘을 본 적은 두 번 반 밖에 없다.”

“유니콘이 아니라 벤도졸 교수님... 잠깐, 왜 두 번이 아니라 두 번하고도 반입니까?”

“한 번은 너무 취해 있어서 그게 유니콘이었는지 코뿔소였는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선단 말이지. 그보다 벤도졸 교수라고? 난 또 뭐라고. 벤도졸 교수는 왜 묻는 거냐?”

당연히 이한이 유니콘에 대해 묻는 줄 알고 대답했던 번개걸음 교수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올해 돌아오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 제가 강의를 들을 수도 있고요.”

“글쎄... 내가 다른 교수에 대해 험담을 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벤도졸 교수의 강의를 듣는 건 좀 말리고 싶은데.”

“?!”

이한은 놀랐다.

번개걸음 교수가 다른 교수에 대해 험담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란 게 아니었다(번개걸음 교수는 우레걸음 교수 험담하는 게 취미긴 했다).

벤도졸 교수의 강의를 듣는 걸 말리고 싶어한다니.

“버두스 교수님이나 배그렉 교수님 강의보다 더 위험합니까?”

‘이 녀석, 정말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는군!’

한참 고민하던 번개걸음 교수는 천천히 대답했다.

“셋은 각자 방향성이 좀 다르지. 벤도졸 교수는 분명 제국의 동물들과 몬스터들에 대해 박식하고 뛰어난 교수지만, 동물을 너무 아낀다.”

“좋은 것 아닙니까?”

“학생보다 아끼니까 문제지. 만약 벤도졸 교수가 작년에 탈 것 훈련 강의를 했다면 말을 타는 대신 너희가 말을 업고 뛰었어야 했을 거다.”

“......”

이한은 순간 번개걸음 교수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교수는 매우 진지했다.

“아, 아니. 아무리 말을 아껴도 그렇지 저희가 말을 업고 뛰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러니까 괴짜지. 지금도 벤도졸 교수의 강의를 듣고 싶으냐?”

‘정말 무시무시하군.’

이한은 그리폰을 쳐다보았다.

만약 벤도졸 교수가 작년 강의를 맡았다면 이한은 이 그리폰을 업고 모든 과제를 통과해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음. 찾기만 하고 교수님 강의는 포기해야겠습니다.”

“너무 욕심 부리는 거 아니냐? 유니콘 하나도 찾기 힘들 텐데 교수까지 같이 찾으려 하다니... 하긴, 교수는 좀 더 찾기 쉽겠다만.”

번개걸음 교수는 그렇게 교수들한테 시달리고서도 충성심을 유지하는 이한을 보고 신기해했다.

물론 이한 입장에서는 현상금을 노리고 하는 일이었다.

현상금이 없다면 처음 보는 교수를 뭐하러 찾겠는가?

“비통 산맥이다. 모두 내려가자. 여기서부터 훑기 시작한다!”

“저거 밀렵꾼 놈들 아닙니까?”

이한이 아래를 가리키자 번개걸음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찾았다! 산맥 입구부터 있군. 소문이 퍼졌나보다. 경고 사격 준비!”

이한은 바로 번개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그리폰 위라는 점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파지지지지직!

허공에서 번개가 날아오기 시작하자 밀렵꾼들은 비명을 지르며 항복을 외쳤다.

-항복! 항복! 마법사 님! 항복하겠습니다!

번개걸음 교수는 제자를 보며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마법 잘 썼다. 그런데 방금 말한 경고 사격 준비는 뒤의 사냥꾼들한테 한 말이란다.”

“......”

뒤를 보니 사냥꾼들이 경악의 눈빛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친구들은 재빨리 대답했다.

“아뇨. 저희는 저렇게 못해요.”

‘배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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