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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69화 (669/687)

669화

허공에서 방전 현상이 일어나고 번개가 이빨을 드러내자 밀렵꾼들은 깜짝 놀랐다.

지금 밀렵꾼들이 위장한 모습은 부상자였다.

산맥을 돌아다니다가 몬스터에게 습격당해 다친 부상자!

위험한 곳인 만큼 언제나 잘 통하는 위장이었다. 특히 상대가 경험 적고 어린 마법사들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왜 마법이 이쪽을 노리는 거 같지?

콰직!

번개가 내리꽂히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던 밀렵꾼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던졌다.

방금 번개는 정확하게 밀렵꾼을 노리고 있었다. 피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직격했을 것이다.

‘미, 미친 놈!’

“마, 마법사 님! 왜 이러십 으악!”

번개는 일격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작정하고 준비를 해놨는지 번개가 빗줄기처럼 내리꽂혔다.

중상을 입은 것처럼 피 묻은 붕대를 둘둘 감고 있던 밀렵꾼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다가는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느꼈다.

“으윽!”

“도망쳐!”

“정신 나간 마법사 새끼...!”

밀렵꾼들은 허둥지둥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그 모습을 이한은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밀렵꾼 맞겠지?’

갑자기 행동이 빨라지는 걸 보니 밀렵꾼 같긴 했다.

다친 사람이라면 저렇게 반응하기 힘들었을 테니까.

물론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잠재력을 발휘한 걸 수도 있었지만...

‘음. 밀렵꾼일 거다.’

에인로가드를 고작 1년 남짓 다녔지만 그 사이 이한이 만난 이상한 외부인들이 너무 많았다.

악신숭배자, 반마법주의자, 억지로 황제하는 드래곤, 아니 드래곤은 아니고...

하여간 닳고 닳은 교활한 악마나 마법범죄자 등을 상대하면서 이한이 느낀 것은 하나였다.

이상하다 싶으면 먼저 공격하자!

상대보다 경험도 부족하고 전투력도 부족한 이한이 선공마저 뺏기면 정말로 답이 없어졌다.

뒷감당은 나중에 생각하고 수상하다 싶으면 먼저 쏘는 게 맞았다.

실제로 지금 비통 산맥에 밀렵꾼들이 그렇게 많이 들어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상대가 정말 사냥꾼일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밀렵꾼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한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다짐했다.

“무슨 일이야?!”

친구들이 놀라서 달려 나왔다.

천막 안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마법과 고함 소리를 듣고 튀어나온 것이다.

“밀렵꾼들이 접근하길래 마법으로 견제했지. 다 도망갔으니 걱정할 거 없다.”

“역시 이한이야!”

가이난도는 기뻐했지만 닐리아는 의아해했다.

밀렵꾼들은 대부분 끈질기고 집요한데다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거침이 없는 놈들이었다.

이렇게 어설프게 접근하다니?

“그냥 다가왔어?”

“응.”

이한은 뻔뻔하게 대답했다.

닐리아는 이한이 어떤 부분을 생략했는지는 꿈에도 모른 채 심각한 얼굴로 고민했다.

“다행히 막았지만, 밀렵꾼들이 더 올 수도 있겠어.”

“저렇게 마법을 날렸는데??”

가이난도는 야영지 바깥 바닥을 가리켰다. 이한의 마법 때문에 흙이 새카맣게 타들어가 있었다.

“밀렵꾼들은 다 겁이 없어. 그리고 자기가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더더욱 그럴 걸. 다들 일어나! 잠에서 깨있는 게 낫겠다.”

학생들은 각자 위치로 올라가 야영지 주변을 확인했다. 마침 저 멀리서 탐험가 서리걸음이 돌아오고 있는 게 보였다.

“학생들, 모두 괜찮으셨습니까?”

“밀렵꾼들이 한 무리 접근했어요.”

“밀렵꾼들이 확실히 많습니다.”

서리걸음도 주변에서 밀렵꾼들의 흔적을 여럿 발견했는지 학생들에게 긴장을 풀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없는 사이 접근했던 밀렵꾼들에 대해 듣고는 어이없어했다.

“별로 경험 없는 풋내기 놈들인가 봅니다. 사실, 조금만 경험이 있어도 마법사들이 만든 야영지에 정면으로 걸어오는 놈들은 드물죠.”

“저희가 아직 학년이 낮아서 얕본 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더더욱 경험이 없는 놈들입니다. 에인로가드 학생을 학년 낮다고 무시하다니.”

“헤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         *         *

졸지에 자기 패거리가 경험 없는 신참 밀렵꾼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새, 줄반은 돌아온 부하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야, 이 지렁이처럼 멍청한 놈들! 어떻게 화살통보다 어린 놈들 하나 못 속이고 들킨단 말이냐!”

“그 놈들이 듣지도 않고 마법을 갈겼단 말입니다!”

“헛소리! 제국 마법사가 이야기도 듣지 않고 부상자를 공격할까? 네놈들의 연기가 형편없었던 거다. 그래, 그래서 마법이 날아왔을 때 어떻게 했지? 멀쩡한 거 보니 도망친 게 맞군!”

“두, 두목. 마법을 그냥 맞으면...”

“차라리 맞으란 말이다, 이 머저리들아! 맞았으면 놈들도 속았을 거다. 그걸 피했으니 놈들도 안 거고!”

줄반의 말에 부하들은 그제야 깨닫고 분한 표정을 지었다.

훨씬 어린 마법사 놈과의 배짱 승부에서 질 줄이야.

“따라와라. 네놈들에게 맡기느니 내가 직접 해야겠다.”

“두, 두목. 우리가 실수했단 건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놈들도 경계할 텐데...”

부하들의 말에 줄반은 한탄하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된 게 머리를 쓸 줄 아는 놈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식으로 핑계를 대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멍청한 새끼들. 따라와라! 내가 직접 보여주마.”

줄반은 아까 참가하지 않은 부하들을 대거 동원했다.

그리고는 몇몇에게는 실제로 상처를 입혔다.

“크악!”

“으윽!”

“참아라. 상처를 보여줘야 하니까. 마법이 날아오면 맞아라! 피하는 놈이 있으면 내가 죽여 버린다.”

확실히 줄반은 같은 계략을 쓰더라도 차원이 달랐다. 부하들도 그걸 느꼈는지 사기가 돌아왔다.

난폭하고 사나운 두목을 따르는 건 결국 그 두목이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줄반의 지시에 부하들은 이번에도 한몫 챙길 생각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두목의 뒤를 쫓았다.

“살,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통곡저(慟哭猪)가 저흴 공격했습니다!”

이들은 횃불을 들고 야영지 정문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아까와는 달리 완전한 무방비였다. 야영지에서 공격이 쏟아지면 순식간에 절반 이상이 전멸할 정도로.

꽤 숫자가 많은 이들이 어떤 방어도 없이 피를 뚝뚝 흘리면서 걸어오자, 정문 쪽을 감시하고 있던 서리걸음도 당황했다.

‘정말 부상자인가?’

밀렵꾼들은 저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속임수를 쓰더라도 몇 명 적게 보내서 간을 보고, 접근하더라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언제라도 도망칠 기색이 느껴져야 했다.

그런데 지금 접근하고 있는 자들은 숫자도 많은데다가 도망칠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없었고 실제로 부상까지 보였다.

노련한 서리걸음이라 하더라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줄반이 노린 게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노련하고 경험이 많을수록 혼란스러울 터.’

줄반은 눈짓했다. 밀렵꾼들이 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다들 멈춰라!”

“살, 살려주십시오. 동료 부상이 깊습...”

그 때 반대쪽에서 보초를 서던 이한이 서리걸음 옆으로 뒤늦게 뛰어올라왔다.

서리걸음은 이한을 보고 말하려고 했다.

“지금 저 자들이 부상자인지 아닌지 확인이...”

“번쩍여라!”

“!!!!”

서리걸음도 놀라고 줄반도 놀랐다.

묻지도, 듣지도 않고 바로 마법부터 갈길 줄이야.

줄반은 직감으로 확신했다.

지금 저 마법사 놈이 아까 부하들을 허세로 속인 놈이라고!

‘내가 당할 것 같으냐?’

줄반은 피곤하고 지친 얼굴로 눈을 깜박이며 날아드는 번개를 노려보려고 애썼다.

끝까지 버티면 상대 마법사가 분명히 마법을 꺾을 것...

콰직!

“!!!”

“줄, 줄반!!!”

두목이 번개를 정통으로 얻어맞자 밀렵꾼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평소 장비를 갖춘 상태라면 모를까, 방금처럼 무방비한 상태로 벼락 마법을 그대로 맞으면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줄반은 다리가 풀려서 비틀거렸다. 눈빛에는 믿을 수 없다는 경악감이 가득했다.

“말도 안...”

“번쩍여라!”

마법사는 무자비하게 번개 마법을 한 방 더 날려서 줄반을 쓰러뜨렸다.

밀렵꾼들은 두목이 쓰러지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반응이 늦어졌다.

“밀렵꾼이다! 쳐라!”

이한의 외침에 친구들은 일단 각자 위치로 올라가서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여러 공격 마법과 저주가 폭풍처럼 날아들었다.

요네르와 시아나는 앞쪽으로 충격 물약을 던졌다. 쇼크웨이브에 직격당한 밀렵꾼들은 균형 감각이 마비되어서 비틀거렸다.

가이난도와 랫포드는 저주와 환상 마법으로 밀렵꾼들에게 추가타를 먹였다. 근육이 뻣뻣해지고 갑자기 차오르는 공포심에 밀렵꾼들은 더더욱 무너져 내렸다.

닐리아는 화살을 조준해서 가장 멀리 도망치는 놈을 꿰뚫어버리려고 했다. 그 때 더르규가 물었다.

“이한! 저 자들이 밀렵꾼인 건 어떻게 안 거지?”

‘그러게?’

화살을 쏘려던 닐리아는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닐리아도 저 자들이 밀렵꾼인지 아닌지 헷갈렸던 것이다.

“알았다!”

서리걸음이 이한 대신 탄성을 내뱉었다.

“상처 자국! 상처 자국으로 알아본 거구나! 정말 대단하군요!”

“상처 자국이라니요?”

“놈들은 통곡저한테 당했다고 했지요! 그 커다란 멧돼지 놈한테 당하면 저런 식의 상처가 생기지 않습니다! 저건 칼로 억지로 만든 상처!”

서리걸음의 말에 더르규와 닐리아는 그제야 친구의 혜안을 깨달았다.

그 짧은 순간에 상처가 이상하단 걸 깨닫고 반격을 날리다니.

방금 있었던 일이 퍽 인상깊었는지 서리걸음이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워다나즈. 원래 학생들을 돌봐줘야 하는데 면목이 없을 정도군요. 탐험가라면 으레 갖고 있을 고정관념을 밀렵꾼 놈들이 역으로 이용할 줄이야!”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이한은 상처고 뭐고 그냥 접근하는 수상한 놈들은 다 공격한 거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나중에 서리걸음 님 없을 때 말해야겠군.’

서리걸음 앞에서는 아직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         *         *

“밀렵꾼 놈들은 붙잡아도 골치군요.”

포박이 끝난 밀렵꾼들을 보며 서리걸음은 골치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 산맥 초입의 밀렵꾼들과 달리 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놈들은 장비 좀 뺏는다고 순순히 돌아갈 놈들이 아니었다.

“가둬놓으시면 안 됩니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놈들이니 말입니다. 감시 인원을 붙여야 하는데, 유니콘을 찾아야 하는 입장에서...”

“헤, 풀어만 주시면 다시는 산맥에 발을 디디지 않겠습니다요.”

밀렵꾼들은 눈치를 보며 말을 걸었지만 서리걸음은 무시했다.

“그럼 마구간에 가두시죠?”

“마구간에 가둔다고 될 일이... 아.”

서리걸음은 멈칫했다.

지금 이 야영지에 뭐가 있었는지 뒤늦게 떠올린 것이다.

“...괜찮습니까? 만약 그 친구가 야성이 폭발해서 덤벼들기라도 하면...”

“폰리그가 식탐이 좀 강해도 먹지 말란 걸 몰래 먹을 녀석은 아닙니다. 믿어주십시오.”

“으음.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에서 오고 가는 대화에 밀렵꾼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잘하면 도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마법사들의 숫자가 열 명도 안 되는 만큼, 마구간에 있다 보면 슬쩍 포박을 풀고 밖으로 도망칠 수 있을지도...

“이쪽으로 들어가라.”

“감, 감사합니다.”

“음. 그래.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이한은 마구간 문을 열고 밀렵꾼들을 밀어 넣었다.

밀렵꾼들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다가 멈칫했다.

무언가 뜨거운 숨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르릉.

폰리그는 모처럼 넉넉하게 지어준 마구간에 웬 잡놈들이 우르르 들어오자 매우 심기 불편한 소리를 냈다.

부리가 딱딱 부딪치고 발톱이 마구간 바닥을 긁었다.

“......”

“...!!!”

마구간 안에서 밀렵꾼들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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