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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1화 (1/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화

내 이름은 최강준.

강해 보이는 이름과 달리, 나는 최강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

“사, 살려줘!”

“도망쳐!”

“끄아아악!”

도시 곳곳에 불길이 끊이지 않는다.

죽음의 용군단이 세상을 휘젓고 있다.

그 모습을 나는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게이트 사태 이후로 최강의 괴수라 칭해지는 용군단을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이딴 허접한 스탯으로 말이지.’

내 눈이 향한 곳은 상태창이었다.

빌어먹게도 도움 하나 되지 않는.

[이름 : 최강준]

[꼬리표 : F급 헌터, 고아, 무력자, 28살]

[근력 : 18 / 지력 : 13]

[순발력 : 16 / 체력 : 15]

[회복력 : 10 / 저항력 : 10]

성인 남자의 평균 스탯이 10인 걸 감안하면 참으로 볼품없다.

헌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기본 스킬 : 통역, 해석, 룬 흡수]

[1차 각성 스킬 : 마력 흡수 (1성)]

[2차 각성 스킬 : ???]

[3차 각성 스킬 : ???]

[4차 각성 스킬 : ???]

[5차 각성 스킬 : ???]

[6차 각성 스킬 : ???]

[7차 각성 스킬 : ???]

[1차 각성 스킬 : 마력 흡수]

-성취도 : ★☆☆☆☆☆☆☆☆ (1성)

-유형 : 액티브

-숙련도 : 0/100

-효과 : 감지한 마력을 흡수하여 스탯을 랜덤하게 증가시킵니다. 신체에 닿은 마력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쿨타임 : 없음

-특이사항 : 하루에 1개만 스탯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스킬의 On/Off가 가능하며 원하는 범위만 흡수할 수도 있습니다. 성취도 9성 달성 시, 2차 각성 스킬이 개방됩니다.

‘마력을 흡수하라니. 뭐 이런 쓰레기 스킬이…….’

다시 봐도 어처구니가 없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왜 쓰레기 스킬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쓰레기가 맞다.

이렇게 헌터가 판치는 세상에도 마력이란 건 본 적이 없으니까.

아닐 거라고?

내가 못 찾은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놈이 있다면 반박해 주고 싶다.

‘그럼 네가 찾아봐. 새끼야, 라고…….’

죽을 위기를 겪고 각성한 지도 어언 8년.

이미 모든 가능성을 찾아봤다.

상급 게이트에도 들어가 보고, 수준에 맞지 않는 보스급 괴수도 만나봤으며, 범상치 않은 아이템도 접해봤다.

그때마다 가까이 가서 마력 흡수 스킬을 써봤지만 돌아온 메시지는 매번 같았다.

[마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

…………

[마력이…….]

‘누가 시스템을 설계했는지 몰라도 완전 개 쓰레기 스킬이라니까?’

처음 각성하고 기뻐서 방방 뛰었던 게 무색할 지경.

8년 차 헌터인데도 스킬의 성취도가 1성에 머물러 있는 게 이 때문이었다.

‘뭘, 쓸 수 있어야 숙련도를 올리고 성취도를 올릴 거 아니야?’

한숨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다.

당장 세상이 멸망하게 생겼으니까.

콰콰쾅-!

콰쾅-!

던전 브레이크가 터져 게이트에서 용군단이 쏟아져 나온 지도 벌써 열흘째.

고작 그 시간 동안 세상은 멸망 직전에 이르렀다.

날고 기는 헌터들이 나서서 용군단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

한 마리 한 마리가 A급 헌터에 준하는 용군단 수만 마리를 막을 저력이라곤 지구상에 없었다.

일인 군단이라 불리는 SSS급 헌터조차 상대되지 않는다.

보스로 추정되는 저 빌딩만 한 용에게는.

“크롸아아아아아아-!”

멀리서 브레스 한 방으로 도시 하나를 괴멸시키는 보스 용을 바라보며, 강준은 고개를 돌렸다.

‘여유롭게 감상하고 있을 틈은 없어. 곧 이쪽으로 올 거야.’

강준의 시선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여기 있으면 안 되겠어요. 이동하죠.”

“알겠습니다, 헌터님.”

“헌터님 말에 따르겠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서둘러 옥상을 내려와 보스에게서 멀어졌다.

F급 헌터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을 도와주는 것뿐.

용군단과의 맞대결은 불가능하다.

헌터 장비를 쓸 수 있는 걸 제외하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몸이니까.

“꺄아아악!”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사, 살려줘! 커억!”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에 잠시 걸음이 멈칫했지만, 애써 무시하고 사람들과 골목길을 달렸다.

‘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용군단은 A급 헌터도 겨우 상대하는 괴수라고.’

헌터 장비 덕분에 일반인보다 조금 강하긴 하지만 그래 봐야 스킬도 쓰지 못하는 신세.

그런 주제에 이 지옥에서 열흘이나 살아남다니.

내가 생각해도 운이 좋은 편이다.

‘아니, 이게 어딜 봐서 운이 좋은 거야? 병신이 따로 없지.’

각국 정상급의 헌터들이 모조리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무력하게 지켜만 봐야 했다.

시민들이 용군단에게 죽어 나가는데도 애써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사람들을 구조하는 일뿐.

그래도 나름 헌터인 게 믿음직해 보였는지 시민들이 곧잘 따라주었다.

함께 생존을 위해 버텨왔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인 듯싶다.

“크르르르-”

‘젠장! 젠장……!’

골목을 돌자마자 용군단 한 마리와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

“뒤로! 뒤로 도망가요!”

“헌터님은요?”

“제 걱정은 말고, 얼른!”

“죄송해요, 헌터님!”

사람들이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 두려움보단 뿌듯한 감정이 올라왔다.

‘적어도 내가 구조한 사람들은 지켜냈다.’

하지만 그런 만족감도 잠시.

‘X발, 이제 난 죽겠네.’

A급도 이기기 힘들다는 용군단 한 마리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그토록 버텼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자포자기하기보단 가지고 있던 검병을 꽉 틀어쥐었다.

불구덩이가 눈앞에 있다고 물러설 순 없다.

뒤에 있을 시민들이 도망갈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줘야 한다.

“크롸아아아-!”

“어디 한번 덤벼보라고!”

검을 세우며 대응하기도 전에, 괴수의 손톱이 번쩍하며 내 몸을 관통했다.

아니, 관통당할 뻔했다.

어째서인지 심장에 닿기 직전, 괴수의 움직임이 멈춰 버렸으니까.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시간이라도 멈춘 듯 움직이지 않는 괴수를 바라보던 나는 당황했다.

괴수만이 아니다.

내 몸도 멈췄다.

세상이 아예 멈췄다.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나타난 건 그때였다.

[죽음의 순간에 접어들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조건? 무슨 조건을 말하는 거야?’

시스템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말만 주르륵 내뱉을 뿐.

[오류가 있는 각성자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능력과 환경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판별해 특전을 내립니다.]

‘특전이라고? 이게 무슨?’

각성자는 헌터를 칭한다.

그런 헌터들 중에 특전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특전 ‘환생자’를 받았습니다.]

[환생하여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환생 시 ‘인류의 구원자’ 특전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바로 환생하시겠습니까? Y/N]

[Yes를 선택하면 환생을, No를 선택하면 시간 정지가 해제됩니다.]

‘환생……?’

선택권을 주는 시스템이었지만 이 상황에 누가 No를 선택하겠는가?

시간 정지가 풀리면 곧바로 죽게 생겼는데.

‘이건…… 못 먹어도 고지! Yes를 선택한다!’

속으로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지, 몸이 빛무리에 휘감겼다.

[Yes를 선택하셨습니다.]

[가진 능력을 분석해 최적의 장소를 찾았습니다.]

[환생을 시작합니다.]

* * *

끔뻑끔뻑.

눈꺼풀을 깜빡여 본다.

꼼지락꼼지락.

손가락을 움직여 본다.

이리저리 눈알도 굴려보고 나서야 확신이 들었다.

‘환생했어. 아기로 환생했다고!’

마지막에 자신이 본 메시지는 결코 헛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환생할 기회를 얻었고 이렇게 아기로서 태어났다.

‘안개가 낀 듯 흐릿해서 앞은 안 보이지만…… 아기가 된 것만은 확실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꼼지락거리는 손발이 제 몸이 맞음을 확인해 주었다.

믿기진 않지만 다시 한번 용군단에 맞설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환생이라는 기회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지만 오히려 그게 더 낫겠지. 이번에 각성할 때는 전보다 나은 스킬이 걸릴 수도 있으니까.’

뭐가 걸리든 마력 흡수라는 쓰레기 스킬만 아니면 된다.

그것만 아니면 압도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자신에겐 미래 정보라는 귀중한 자산이 있으니까.

‘멀쩡한 몸으로 환생했으니까 아마 과거 시점으로 돌아간 거겠지?’

30년.

아니, 20년 전으로만 돌아왔어도 망가진 미래를 돌릴 수 있다.

미래 정보를 토대로 예언자 행세를 한다면, 내로라하는 SSS급 헌터들을 규합하여 인류 멸망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할 수 있어. 과거 시점으로의 회귀에 환생까지 한 거라면.’

이제는 몇 년 전으로 돌아왔을지가 관건이다.

어느 나라,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는지도 궁금했고.

하지만 갓난아기라 그런지 아직 보이지도 않고 잘 들리지도 않는다.

‘뭐, 차차 알아가면 되겠지.’

느긋하게 여겼지만,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청각이 발달했는지 말소리가 막 들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

“@#^#@#$!@#!@#@!”

‘뭐라는 거야? 영어도 아니고.’

누군가 대화하고 있는데 알아먹질 못하겠다.

‘어느 나라 언어인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말은 아니야.’

기왕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좋았으련만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죽지 않고 환생한 게 어디야?’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서의 시작에 강준은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각성자가 되어 인류 멸망을 막아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눈앞에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청력이 회복되었습니다.]

[기본 패시브 스킬인 ‘통역’이 발동됩니다.]

“여보, 우리 지크 너무 예쁘지 않아요?”

“하하하, 말해 뭐하겠소?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게 너무나 사랑스럽구려.”

“사내아이인데도 어쩜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까. 후후후.”

“앗, 지크가 눈을 떴구려. 우리가 잠을 깨운 건 아닌지 모르겠군.”

“기다려봐, 지크야. 배고프지? 엄마가 맘마 갖다줄게.”

통 알아먹을 수 없던 목소리가 자동으로 통역되어 머릿속에 울린다.

‘이게 무슨?’

강준은 자신의 이름이 지크라는 걸 깨달았지만 그보다는 갑작스레 떠오른 시스템창에 더 놀라는 중이었다.

‘시스템이 이미…… 존재하고 있어?’

그 말은 날 때부터 각성했다는 뜻.

믿기지 않았지만 의심하지 말라는 듯 시스템 메시지가 후루룩 올라온다.

[시력이 회복되었습니다.]

[스탯이 각성자의 수준에 맞춰 초기화됩니다.]

[달라진 환경으로 인해 꼬리표가 초기화됩니다.]

[새로운 꼬리표가 등록되었습니다.]

‘이게 뭐야?’

상태창을 본 강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름 : 지크 맥러플린]

[꼬리표 : 판게아 대륙 환생자, 데칸 왕국 최고의 마법 명가, 공작가 막내, 사공자, 서자, 갓 태어난 귀여운 아기]

[근력 : 1 / 지력 : 1]

[순발력 : 1 / 체력 : 1]

[회복력 : 1 / 저항력 : 1]

[기본 스킬 : 통역, 해석, 룬 흡수]

[1차 각성 스킬 : 마력 흡수 (1성)]

[2차 각성 스킬 : ???]

[3차 각성 스킬 : ???]

[4차 각성 스킬 : ???]

[5차 각성 스킬 : ???]

[6차 각성 스킬 : ???]

[7차 각성 스킬 : ???]

‘마력 흡수 스킬이 그대로 있잖아?’

날 때부터 각성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기존의 시스템이 환생한 몸으로 그대로 넘어온 것이었다.

‘……그, 그럼 평생 마력 흡수라는 쓰레기 스킬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망했다.

그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대로라면 성장도 제대로 못 하게 생겼으니까.

하지만 그보다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특전 ‘인류의 구원자’를 받았습니다.]

[새로운 차원으로 환생한 당신은 인류를 구원할 자격을 부여받았습니다.]

[마법과 오러가 가득한 판게아 대륙에서 힘을 키우십시오.]

[인류를 구원할 힘을 가지게 되면 원래 차원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곳은 자신이 알던 지구가 아닌, 판타지 세계였다.

원래 세계도 아니고 여기서 힘을 키우라니.

‘마력 흡수도 쓸 수 없는 판국에 어떻게 힘을 키워? 이럴 거면 스킬이라도 다른 걸로 바꿔주던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 마법과 오러……?’

강준은 환생하기 직전에 들었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시스템이 그랬지. 가진 능력을 분석해 최적의 장소를 찾았다고. 그 말은 설마……?’

뒤늦게 알게 됐다.

자신이 마력이 넘치는 곳으로 환생해 버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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