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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5화 (5/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5화

“빌어먹을.”

삼공자로 태어난 알렉스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일공자처럼 대마법사의 재능을 지니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이공자처럼 서클의 성취가 높지도 않았다.

올해로 그가 이룬 서클은 고작해야 2서클.

12살에 1서클을 달고 14살이 될 때까지 수련한 것치곤 적은 성과였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도 자신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그런데, 왜! 지크, 그 천한 새끼한테만 관심을 주는 거냐고!’

아닌 척했지만, 아버지 제라드가 지크를 아끼는 것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

위계 서열 중간에서 눈치를 보느라 바빴기에 그 정도의 눈치는 가지고 있는 알렉스였다.

‘어릴 적부터 재능을 개화시킨다며 마력석을 쥐여주며 온갖 신경은 다 쓰더니 이번엔 뭐? 드래곤의 유적에 보내겠다고?’

사실 칼리파 산맥에 드래곤의 유적이 있는 줄은 지크가 말하기 전까진 그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 고급 정보를 지크, 그 새끼는 알고 있었다고?’

자기 말론 고대 서적을 읽었느니 룬문자를 해석했느니 지껄였지만, 알렉스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전부 아버지와 짜 맞춘 대본이라는 것을.

‘아마 아버지가 사전에 정보를 주고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거겠지. 드래곤의 유적에 보낼 명분을 만들려고.’

그게 아니고서야 굳이 형제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요구를 했겠는가?

‘뭐? 룬문자를 읽어? 재능도 없는 첩의 자식 주제에 어디서 감히…….’

서자 따위가 기어오르는 걸 이대로 참을 수만은 없었다.

알렉스는 곧장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 저 알렉스입니다.”

“들어오너라.”

집무실에 앉아 있던 제라드는 자신에겐 관심도 없는지 서류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로 왔느냐?”

“아, 그게, 지크 말입니다.”

지크를 거론하자 제라드의 고개가 그제야 들렸다.

“지크가 왜?”

“그…… 드래곤의 유적에 보내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그게…… 저희 형제들도 가보지 못한 곳을 막내가 먼저 가는 건 불합리한 게 아닌가 싶어서…….”

“불합리?”

탁-

제라드가 쓰고 있던 안경을 내려놓았다.

“너는 막내가 어디 놀러라도 가는 줄 알고 있는 것이냐?”

“그, 그런 게 아니옵고…….”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대마법사도 가지 못하는 험지에 발을 들이는 것이니라. 그런데 너는 차별이라도 받는다는 듯한 말투로구나.”

“…….”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알렉스는 차마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렇게 가고 싶다면 너도 따라가거라. 드래곤의 유적에 가서 마나의 광풍을 맞고 서클이 부서지고 싶다면 그리하거라. 죽든 말든 내 상관하지 않을 테니.”

“죄,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쯧쯧, 재능도 개화하지 못한 동생을 챙겨줄 생각을 해야지, 오히려 질투를 해? 부끄러운 줄 알거라.”

괜히 따지러 왔다가 쓴소리만 들은 알렉스는 돌아서자마자 얼굴을 구겼다.

‘빌어먹을! 서클도 만들지 못하는 막내아들이 뭐가 예쁘다고……!’

지크에 대한 분노만 키우며 돌아가는 길에, 알렉스는 형제 한 명을 마주쳤다.

한 살 형이자 이공자인 러셀이었다.

“형님.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어, 알렉스. 마법 서고에 보고 싶은 책이 있어 가는 길이다.”

“혹시 지크가 봤다던 고대 서적을 보고 싶은 것입니까?”

러셀은 숨김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막내가 룬문자를 해석했다기에 호기심이 생겨서 말이지…….”

“형님, 그거 다 거짓부렁입니다. 모르시겠습니까?”

“응? 거짓?”

“이리 순진해서야. 가까이 좀 와보십시오.”

알렉스가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지극히 주관적인 자신의 음모론을.

“뭐? 아버지와 지크가 연극?”

“쉿, 조용히 하십시오. 누가 듣겠습니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다. 아버지와 지크가 그런 연기를 할 리가 있겠느냐?”

“연기가 아니고서야 서클도 만들지 못하는 막내가 어떻게 룬문자를 해석했겠습니까? 아버지가 미리 알려주지 않고서야.”

“재능이 있다면 해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재능이 있는 녀석이 서클 하나 못 만든답니까? 앞뒤가 안 맞지 않습니까, 앞뒤가.”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러셀이 침묵을 지켰다.

“방금 아버지를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아버지를? 왜?”

“막내를 편애하는 것에 대해 따지려고요. 그런데 뭐라는지 아십니까?”

러셀이 고개를 젓자 알렉스가 한숨을 쉬었다.

“막내를 무슨 불치병에 걸린 사람 취급하며 감싸는 거 아니겠습니까? 기가 막혀서 진짜.”

“아버지께서……?”

믿기지 않았지만, 러셀이 진위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아버지가 막내를 저토록 편애하는데 이대로 두고만 보실 겁니까?”

“으음…… 편애하는 게 보이긴 한다만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 아니더냐? 이해해줘야지.”

“형님은 화도 안 나십니까?”

“화? 화낼 이유가 뭐가 있지?”

태평스러운 말에 알렉스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휴, 한심하기는. 이러다간 막내한테 우리 몫까지 다 빼앗길 수 있다는 걸 정녕 모르나?’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아버지가 막내의 재능을 깨우려는 이유가 3년 후에 있을 후계자 경쟁에 입찰시키기 위해서라는 걸 왜 모른단 말인가?

물론 가문을 이을 후계자는 마도 수련을 나간 일공자가 유력하다.

하지만 후계자 시험은 나이 상관없이 공평하게 이뤄지는 게 가문의 관례.

시험에만 통과한다면 막내도 후계자로 발탁될 수 있다.

‘역시 둘째 형님이랑은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 차기 가주로 유력한 첫째 형님하고만 가깝게 지내야지.’

그런 줄도 모르고 마냥 천진난만한 러셀을 알렉스는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후, 먼저 가겠습니다, 형님.”

“어어, 그래.”

그렇게 떠나는 알렉스의 모습에, 러셀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 * *

가문의 이공자로 태어난 둘째, 러셀 맥러플린.

그는 태어날 때부터 비교를 당해야 했다.

첫째인 피터 맥러플린이 엄청난 마법적 재능을 타고났기에.

‘피터 형님은 벌써 5서클이 되었지. 마탑에서 초청이 올 정도도 역대급 재능을 보이고 계시고.’

자기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도 엄청난 재능을 자랑한다.

그런 반면 자신은 어떠한가?

고작해야 3서클이지 않은가?

16살에 이 정도면 뛰어난 편이지만 일공자에 비하면 평범한 축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밑의 동생들에 비하면 나은 편인가?’

특히 막내인 지크를 보면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양심에 찔린다.

아예 서클을 못 만드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것에 불평해서야 되겠는가?

만에 하나 지크가 들으면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안 그래도 재능 없이 태어난 것이 억울할 텐데.

그런 탓에 러셀은 막내를 항상 안쓰럽게 생각했다.

밑의 동생들인 알렉스나 루나의 생각은 다른 듯했지만.

‘알렉스. 남을 시기하는 네 성격을 아버지도 알고 계실 거다. 그래서 더 지크에게 애정을 쏟는 걸지도.’

알렉스를 잠시 바라보던 러셀은 몸을 돌렸다.

그렇다고 마냥 지크가 불쌍해 보이는 건 아니었다.

룬문자를 해석했다는 걸 보면 마법 명가 자식다운 재능은 가진 모양.

부디 이번 기회에 유적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건 그렇고 나도 룬문자를 읽을 수 있을까?’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기에 기대가 됐다.

마법 서고에 도착하자마자 구슬에 손을 얹었다.

-러셀 맥러플린. 확인되었습니다.

쿠그그긍.

문이 열리자마자 러셀은 귀여운 막냇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들리던 소문대로 책을 읽고 있었다.

“어? 둘째 형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아, 안에 있었구나? 여기 고대 서적이 있다기에 좀 빌리러 왔어. 룬문자 사전도.”

“그거라면 여기 있습니다.”

지크가 책을 찾아주자 러셀은 웃으며 받아들었다.

“고마워. 그런데 여기서 뭐 해? 조금 있으면 유적으로 출발해야 하잖아.”

“잠깐 짬이 나서 책 좀 읽고 있었습니다.”

“되게 열심이네. 후후, 유적에서 좋은 성과 있길 바래. 안전하게 다녀오고.”

“감사합니다, 형님.”

쿵.

웃으며 서고에서 나온 러셀은 닫혀 있는 문을 돌아봤다.

‘어린데 예의도 바르고 참 귀엽단 말이야?’

이렇게 착한 동생인데 형제끼리 반목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3년 후에 후계자 시험이 있을 예정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친형제끼리 이러면 안 되지.’

통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 빌린 서적조차도.

샤락.

걸어가면서 조금 읽어봤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룬문자 사전이 옆에 있었는데도.

확실히 마법적 재능이 있어야 이해된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그런데 룬문자는 해석하면서 마나 친화력은 왜 그 모양이지?’

이해가 안 되면서도 동생의 처지를 안쓰럽게 여기던 차에, 우연히 외투를 입고 나오던 아버지를 만났다.

“러셀이구나. 어디 가는 길이냐?”

“안 그래도 아버지를 찾아뵈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나를?”

의아해하던 아버지를 향해 러셀이 책을 들어 보였다.

“지크가 읽었다던 고대 서적입니다. 잠깐 봤는데 통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이거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한동안 자리를 비울 예정이라서.”

“아, 어디 나가십니까?”

“네 동생이 첫 외출을 앞두고 있지 않느냐.”

그 말 한마디에 러셀은 느꼈다.

아버지가 생각보다 더 지크를 아끼고 사랑하신다는 것을.

원래 멀쩡한 손가락보다 아픈 손가락이 더 신경 쓰이는 법 아니겠는가?

“그럼 이만 가마.”

“예. 살펴 가십시오. 아버지.”

러셀은 아버지를 이해했다.

그런 것에 괜히 질투심을 느끼지도 않았고.

날 때부터 첫째 형과 비교당해 왔는데 이제 와서 간에 기별이나 가겠는가?

아버지가 관심을 가지니 러셀도 자연스레 지크에게 눈길이 갔다.

서클은 없지만, 룬문자도 읽을 줄 아는 뛰어난 동생이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동생들과의 시간을 갖지 못했어.’

러셀은 미소를 지었다.

지크가 여정에서 돌아오면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여기며.

* * *

[마력을 3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을 3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을 3 흡수하였습니다.]

[스킬 ‘마력의 주인’의 성취도가 2성에 도달하였습니다.]

[마력 감지 및 흡수 범위가 15m▶20m로 상향되었습니다.]

[마력 흡수로 올릴 수 있는 스탯량이 하루 2개▶3개로 상향되었습니다.]

[3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0/300]

떠오른 메시지에 지크는 소리 없는 함성을 질렀다.

‘역시! 성취도를 올리니 하루 스탯량이 증가했어!’

잠깐 짬이 나서 마법 서고의 책을 보고 있었더니 숙련도가 올랐다.

그리고 어김없이 하루 스탯량이 올랐다.

성취도를 올릴 때마다 하나씩 오르는 모양.

이대로라면 9성을 찍었을 때 하루 10개의 스탯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좋았어. 이 정도면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

마음 같아선 드래곤의 유적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곳에서 9성을 찍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

마법 서고의 마력은 한 번 소모되면 아주 느리게 차올랐기 때문에 숙련도를 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루빨리 드래곤의 유적에 가서 대량의 마나를 취해야 해.’

개도식까지 기다린 이유가 이거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확실히 알려야 아버지께서 허락해 주실 테니까.

“도련님? 여기 계십니까?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어어, 갈게. 헬렌!”

밖으로 나가보니 많은 사람이 있었다.

전담 유모 헬렌과 야영을 도와줄 시종들.

그리고 갑옷 차림의 가문 전속 호위 기사 또한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지크 도련님. 이번 여정에 함께하게 될 호위기사단장 레이커 반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호위에 목숨을 바칠 정예 기사들입니다.”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레이커 경. 그리고 기사단 여러분. 모쪼록 잘 부탁드려요.”

공작가 도련님답지 않게 허물없는 말투 때문일까?

레이커의 눈빛에 잠시지만 이채가 흘렀다.

“지크.”

그때 가주, 제라드가 배웅을 나왔다.

“떠날 준비는 됐느냐?”

“예, 아버지. 무사히 다녀오겠습니다.”

“그럼 가자꾸나.”

제라드가 외투를 챙겨 들고 마동차에 올랐다.

‘응?’

지크로선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왜 타십니까?”

“이번 여정엔 나도 함께한다.”

“예? 왜요?”

어이없어서 반문했더니 제라드가 무슨 소리냐는 듯 돌아본다.

“호위를 붙여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

“걱정 말거라. 내가 안전하게 유적에 데려다주마.”

8서클 대마법사가 직접 호위한다니.

안전은 보장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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