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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6화 (6/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6화

‘이야, 승차감 죽이네. 마차랑은 비교가 안 돼.’

마차를 타보진 않았지만 모르긴 몰라도 마동차보단 엉덩이가 아플 거다.

마력석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마동차는 현실의 자동차와 비슷한 승차감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외관까지 닮은 건 아니다.

생김새는 마차와 같으나 말이 없다.

말 없는 마차라고나 할까?

마차가 말없이 움직이니 새롭게 보이긴 한다.

뭐,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긴 했지만.

“저어, 아버지.”

“왜 그러느냐?”

“바쁜 일 없으세요?”

“다 미뤄두고 왔으니 신경 쓰지 말거라.”

‘어떻게 신경 쓰지 않아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8서클인 아버지가 호위해 주는데.’

호위라 해봤자 같은 마동차에 타는 것뿐이지만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

데칸 왕국에서 이름난 대마법사인 아버지가 곁에서 밀착 마크해 주는데.

‘할 일도 캔슬하고 따라오시는데 어떻게 부담이 안 되겠어요?’

속말을 삼키며 불편함을 감추기 위해 창밖을 바라봤지만, 따라 나온 아버지의 심정이야 이해는 한다.

어릴 적부터 애지중지하던 막내아들이 위험천만한 곳에 간다는데 가만히 있을 아버지가 어디 있겠는가?

‘이게 아버지의 사랑인가?’

재능이 없는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렇게 직접 호위까지 해주시다니.

“고마워요. 아버지.”

생각지도 못한 감사 표현에 제라드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크흐음,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러나 기분은 좋았는지 이내 뿌듯한 미소를 짓는 아버지였다.

* * *

드래곤의 유적이 있는 칼리파 산맥엔 몬스터가 출몰하지 않는다.

3천 년 전, 마법의 종주라 할 수 있는 드래곤들이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이곳에서 싸우다 죽었다.

드래곤의 시체는 세월이 흘러 사라졌지만 싸움의 흔적은 남았다.

그래서인지 드래곤을 두려워하는 몬스터들은 이 근처를 얼씬도 하지 않는다.

작은 마을 하나조차 없어서 상인들의 발길도 끊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도적이 나타날 일도 없었고.

그렇기에 유적까지 가는 여정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시종들 덕분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삼시세끼를 차려 먹을 수 있었고, 호위 기사도 충분해 야영할 때 걱정 없이 잠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8서클 대마법사가 온 감각을 곤두세우며 지키고 있었으니 걱정할 일이 어디 있을까?

‘하여간 아버지도 참. 잠 좀 주무시라니까.’

눈을 비비며 일어났더니 아버지가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토록 말렸는데 밤새 경계한다고 잠도 안 주무신 모양이다.

‘기사들한테 맡기라고 하셔도 마법적인 기운을 감지해야 한다더니 결국 안 주무셨구나.’

보통 암살자라 하면 단검을 든 도적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세계에선 마법사가 암살에 제격이다.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데다 원거리 마법 폭격을 가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타깃 제거에 안성맞춤.

그렇기에 마력을 미리 감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고 이곳에서 그 역할을 할 사람은 마법사인 아버지뿐이었다.

‘물론 나도 가능하지만.’

마력 흡수는 On/Off가 가능한 스킬이지만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은 좋으나 싫으나 항상 발동된다.

지크가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

그러나 마법에 문외한인 주제에 마력을 감지한다고 털어놓을 순 없었기에 아버지에게 맡겨야만 했다.

‘뭐, 나보단 아버지가 더 넓은 범위를 감지할 수 있겠지. 나는 아직 20m의 범위밖에 읽을 수 없으니까.’

하루빨리 9성을 찍고 싶은 생각에 시종이 차려준 수프를 먹고 바로 출발했다.

그렇게 드래곤의 유적에 도착하기까진 더도 말고 이틀이 걸렸다.

“여기구나. 드래곤들이 싸웠다는 현장이.”

유적이라 해봤자 거창한 건 없었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대지.

그곳에서 남아 있는 거라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대지와 메마른 나무들, 그리고 음습한 공기뿐이었다.

‘여기가 대마법사들도 꺼리는 장소라고? 그럼 아버지도?’

지크는 곧바로 아버지의 얼굴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도 대마법사라 그런지 얼굴에 두려움이 엿보인다.

“느껴지느냐?”

“예? 뭐가요?”

“안 느껴지나 보구나. 난 벌써 마력의 파동 때문에 온몸이 저릿한데 말이다.”

‘마력의 파동?’

지크는 고개를 돌려 유적지를 바라봤지만 느껴지는 거라곤 황폐함뿐이었다.

마력이고 나발이고 시스템도 감지해내지 못했다.

‘감지 범위가 차이 나서 그런가?’

역시 8서클이라 그런지 아버지가 더 넓은 범위의 마력을 느낀다.

그때 제라드가 생각지도 못한 작별을 고했다.

“내가 함께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듯싶구나. 난 이만 돌아가야겠다.”

“예? 가신다고요?”

“막상 일정을 미뤄두고 왔지만 이렇게 저버리기엔 중요한 일정이라 무시할 수 없겠구나.”

“아, 그렇다면 가보셔야죠. 저도 여기에 얼마나 더 머무를지 모르니까요.”

“너무 오래 있지는 말거라. 효과가 없다면 그만하고 돌아와도 돼.”

“알겠어요. 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 아버지.”

“그래. 가기 전에 이것 먼저 받아라.”

아버지가 내민 것은 구슬 모양의 통신구였다.

마력석과 함께 술식이 새겨져 있어 원할 때 마나를 전파처럼 흘려 통신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물건이었다.

현대의 전화기처럼 말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통신구로 연락하거라. 좌표 지정을 했으니 네가 있는 곳으로 곧장 텔레포트 하마.”

“이러실 필요까진 없는데… 감사합니다.”

“일단 유적지 안으로 좀 더 들어가 보거라. 네가 안전한지 확인한 다음에 가도록 하마.”

끄덕인 지크는 긴장한 얼굴로 유적지의 중심부를 향해 걸어갔다.

저벅저벅.

[전방 20m 지점에서 마력이 감지되었습니다.]

[‘마력 흡수’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지금 바로 사용하시겠습니까? Y/N]

‘오, 정말 마력이 있었네.’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가까이 가니 느껴졌다.

살 떨리게 만드는 마나의 기운이.

‘마나가 느껴지는 걸 보면 재능이 있는 몸은 맞아. 하지만.’

그 사실을 아버지가 알아선 곤란하다.

앞으로 계속해서 마력 흡수를 하려면.

‘스킬도 지금 켜면 안 돼. 마력을 빨아들이면 아버지가 알아차릴 거야.’

중심부에 우뚝 선 지크가 씨익 미소 지으며 제라드를 돌아봤다.

양팔을 휘적거리며 아무 이상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자, 제라드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몸에는 이상 없는 모양이군. 후우, 이거 웃을 일이 아닌가? 마나 친화력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니.”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중얼거린 제라드가 소리쳤다.

“안전을 확인했으니 난 이만 가마!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마! 무슨 일 생기면 통신구로 연락하고!”

“네, 아버지!”

제라드가 가는 걸 확인한 지크가 그제야 스킬을 켜봤다.

[마력을 18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을 17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을 19 흡수하였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18 증가하였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17 증가하였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19 증가하였습니다.]

[3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54/300]

스킬을 켜두니 감지한 범위의 마력이 들어온다.

그것도 급속도로.

‘와아. 이거 엄청난데? 벌써 숙련도가 반까지 차버렸잖아?’

마법 서고에서 혼자 숙련도를 채울 때랑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하루 만에 9성에 도달할지도 모르겠다.

‘마력을 흡수하니 살 떨리던 느낌도 사라졌어.’

지크는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변의 마력을 모조리 흡수하기 시작했다.

* * *

‘괜찮으신 걸까?’

호위 임무의 책임자로 따라온 레이커 반은 참선하듯 앉아 있는 사공자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저렇게 가부좌로 있은 지 30분이 지났기에 하는 걱정이었다.

‘웬만한 일반인은 지금쯤이면 자세가 무너져야 할 텐데.’

어떻게 된 일인지 지크 도련님은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다.

마법은커녕 오러조차 배우지 못한 일반인과도 같은 분이.

‘마나는 느껴지는 건가? 궁금한데 물어볼 수도 없고.’

혹시 모르니 가까이 오지 말라는 도련님의 명령이 있었기에 30m 떨어진 곳에서 이렇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호위 업무에 소홀히 하는 건 아니다.

주변에 누군가 나타나면 즉시 반응하기 위해 자신을 비롯한 호위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괜찮으신 거겠지? 저렇게 놔둬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그때, 지크의 눈이 슬며시 떠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커 경.”

“예, 도련님!”

“장소를 좀 옮겨볼까 하거든요? 따라오실래요? 물론 가까이 오면 위험할 수 있으니 거리를 두고서요.”

“아, 네. 그리하겠습니다.”

‘어디로 이동하려는 거지?’

레이커가 고개를 갸웃하며 지크를 따라갔다.

* * *

레이커를 비롯한 호위 기사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며, 지크가 미소 지었다.

‘한자리에서만 마력을 얻는 건 비효율적이야. 보니까 자리마다 흡수되는 마력량이 다르단 말이지?’

6성을 찍은 현재, 이 넓은 유적지에서 지크가 흡수할 수 있는 범위는 고작해야 반경 40m.

그렇기에 자리를 옮길 때마다 마력 흡수량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는 9성까지 찍는 데 너무 오래 걸려. 더 빠르게 찍어야 한다.’

이미 하루 스탯량은 채웠으니 지금으로선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 게 최우선.

조금이라도 빠르게 올리려면 수맥 찾듯이 움직여야 한다.

[마력을 32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을 33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을 37 흡수하였습니다.]

………………

…………

[마력을 48 흡수하였습니다.]

‘오오, 이쪽으로 가니까 마력량이 확 뛰었는데?’

예상대로 유적지의 위치마다 마력이 느껴지는 양이 다른 모양.

지크는 시스템을 주시하며 더 큰 마력이 이끄는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스킬 ‘마력의 주인’의 성취도가 7성에 도달하였습니다.]

[마력 감지 및 흡수 범위가 40m▶45m로 상향되었습니다.]

[마력 흡수로 올릴 수 있는 스탯량이 하루 7개▶8개로 상향되었습니다.]

[8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0/100,000]

그 와중에 성취도가 올랐지만, 지크의 눈은 메시지가 아닌 나무를 향해 있었다.

‘여기, 이 나무에서 강한 마력이 느껴져.’

유적지엔 수십 그루의 나무가 있었는데 외관상 다른 나무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 나무에서만 유독 강한 마력이 느껴진다.

게다가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구멍이 있기도 했고.

“도련님!”

“네?”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하겠습니다! 마력의 파동 때문에 단전의 오러가 흔들리고 있어요! 더 접근하면 저희도 위험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다들 거기서 기다리세요. 전 여기 한번 들어가 볼 테니까요.”

“예? 어딜 가신다고요?”

“여기요.”

지크가 나무 구멍을 가리키자 레이커가 놀란 눈을 떴다.

“거기 들어가기엔 위험…….”

“걱정 마세요. 무슨 일 없을 거예요.”

그리 말한 지크가 나무 구멍으로 들어갔다.

“도, 도련님!”

호위기사단장의 새된 비명을 뒤로한 채.

* * *

구멍 안에는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있었다.

“여기에 이런 공간이 있을 줄이야.”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 인위적인 동굴처럼 누군가 파놓은 듯한 공간이었다.

지크는 보물이라도 발견한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들어온 사람은 자신이 최초일 테니까.

‘아마 다른 마법사들은 마력의 기운이 강대해서 발견하지 못했겠지.’

발견했더라도 이렇게 마력이 강하다면 접근조차 어려우리라.

[마력을 62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을 63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을 64 흡수하였습니다.]

………………

…………

[마력을 75 흡수하였습니다.]

‘이거 봐. 흡수량이 장난 아니잖아.’

마력 흡수가 아니었다면 지크도 이곳에 들어올 엄두를 못 냈을 거다.

‘그럼 들어가 볼까?’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천천히 움직였다.

뭐가 나올지 몰라 위험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믿었다.

이래 봬도 A급 헌터이지 않은가?

그것도 마력 흡수가 가능한.

[마력을 86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을 87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을 88 흡수하였습니다.]

………………

…………

[마력을 105 흡수하였습니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마력이 짙어진다.

‘대체 이곳에 뭐가 있길래 이렇게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거야?’

궁금해하며 걷던 지크는 곧이어 그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건?’

커다란 철제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룬문자로 적혀 있는 정체 모를 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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