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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9화 (9/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9화

레이커 반은 당돌한 도련님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마터면 면전에 대고 웃을 뻔했으니까.

‘오러를…… 가르쳐 달라고?’

마법사는 절대로 오러를 익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나로 발현되는 힘이라는 점에선 마법과 동일하지만 뜯어보면 그 구조부터가 다르다.

상반되는 성질을 지녔다고 할까?

‘그렇기에 두 가지 힘을 혼용해서 쓸 순 없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마법을 익히는 게 백배 천배 유리하다.

사회적 인식도 그렇거니와 같은 성취의 오러 유저와 마법사가 싸우면 후자가 이긴다는 게 정론이었으니.

‘나도 재능만 있었으면 마법사가 되었을 거야. 하지만 재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택했지.’

그런데 마법 명가의 도련님이 마법도 아닌 오러를 익히겠다고?

농담이라면 확실히 먹힐 만했다.

“농담이시죠?”

“아니요, 진담인데요.”

“……제가 알기로 지크 도련님은 마법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신다 들었습니다만?”

“그럼 그것도 들으셨겠네요? 12년 노력했는데도 재능에 눈을 뜨지 못했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개도식이 며칠 전에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드래곤의 유적에 가신 이유도 체질을 바꿔보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왜 굳이 오러를 익히겠다고…….”

“아,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었나 보네요. 익히려는 게 아니라 그냥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궁금해서 알려달라는 거예요.”

“아…….”

레이커는 비로소 납득했다.

마법사들의 탐구심이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으니.

‘하긴 바보가 아닌 이상 마법 대신 오러를 익힐 이유가 없지.’

그래도 눈앞의 도련님이 특이하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12년이 넘도록 마법 명가의 호위 기사로 일해봤지만, 오러를 가르쳐달라는 도련님은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

“알겠습니다. 원리가 궁금하다면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레이커 경.”

“별말씀을…….”

꼬박꼬박 경이란 호칭을 붙이며 고맙다는 말을 서슴없이 해대는 도련님도 처음이다.

모름지기 마법 명가의 자제라면 오러를 익힌 기사들을 열등하게 보기 일쑤였으니까.

‘하여간 여러모로 특이한 도련님이란 말이야?’

피식 웃은 레이커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는 사실에 놀라 정색하고 말았다.

다행히 옆의 도련님은 못 본 듯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휴, 실수할 뻔했네.’

재능은 없다 해도 현재 호위하는 분은 공작가의 사공자.

일정 선은 유지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흠흠, 지금 가르쳐드릴까요?”

“그래 주시면 좋죠.”

부득이하게 오러를 가르치게 된 레이커의 눈빛이 열의에 휩싸였다.

* * *

“……그것이 전신의 혈로가 통하는 단전에 오러를 쌓는 이유입니다.”

“그렇군요. 확실히 서클처럼 심장에 쌓으면 무리가 가겠네요. 서로 성질도 다르거니와 통로 역할을 할 공간이 나오지 않으니. 흠…….”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자 레이커가 조금은 놀란 눈초리로 쳐다본다.

“벌써 이해하셨습니까?”

“네. 그런데요? 뭐가 잘못됐나요?”

“아, 아닙니다. 도련님 나이엔 조금 어려운 개념인데 이해했다는 게 신기해서…….”

‘당연히 이해해야지. 정신연령은 이미 성인인데.’

전생의 나이부터 따지면 지크는 현재 불혹이 넘는다.

이해하지 못할 나이는 지났다.

그게 아니더라도 700이 넘는 지력 스탯이 두뇌 회전을 활발히 만들어주고 있었지만.

‘어쨌거나 흥미로운 원리야. 마나를 오러로 변형시켜 축적한다니.’

오러는 마나를 변형시킨 또 다른 에너지였다.

마법의 기초가 되는 마력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성질이 다르다면 오러를 익힐 수 있겠어.’

마력 흡수 스킬 때문에 서클은 만들 수 없지만, 오러는 단전에 축적할 수 있다.

마법사는 될 수 없어도 오러 유저가 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

‘아마 오러 유저가 된다고 말하면 아버지가 펄쩍펄쩍 뛰시겠지? 형제들도 손가락질할 테고.’

마법 명가의 자식이 오러 유저를 희망한다는 것부터가 가문의 놀림감이 되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하지만 더 강해지기 위해선 오러를 익혀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오러는 마력 흡수의 영향을 받지 않아. 익힌다면 시스템과 별개로 강해질 수 있어.’

레이커로부터 이론적인 방법은 습득했으니 이제부터 배워두면 좋을 듯싶다.

물론 다른 사람에겐 비밀로 하고.

‘일단 야영에 앞서 아버지한테 연락 좀 해둘까?’

지크는 주머니에서 통신구를 꺼냈다.

몇 번 써봐서 사용법은 이미 알고 있다.

마력석으로 구동되는 데다 술식도 새겨져 있기에 일반인도 쓸 수 있었고.

톡톡톡-

세 번 두들기자 통신구에서 빛이 발하며 연결된다.

“아버지. 저예요.”

-지크? 무슨 일 있느냐?

“아니요. 그냥 안부차 연락드렸어요. 이제 내려가려고요.”

-내려온다고? 벌써?

“네. 내일쯤 도착할 거 같아요. 그러니 그때 뵐게요.”

통화를 마친 지크는 레이커로부터 배운 오러를 만들어보기 위해 드래곤을 불렀다.

‘금룡아. 물어볼 게 있는데.’

-크윽, 본좌를 그런 촌스러운 이름으로 부르지 말거라!

‘내가 지금 오러를 익혀볼까 하거든? 그런데 마력 흡수를 거두면 어떻게 되는 거야? 네 마력이 뿜어져 나와 다른 호위 기사들의 단전이 위험해지나?’

-내 말을 무시하다니…….

‘응? 대답해야지?’

치욕스러운 듯 신음을 흘리던 금룡이가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딱히 위험하진 않다. 내 마력이 미치는 범위는 목걸이를 걸고 있는 너뿐이다.

‘네 마력이 위험하지 않다고? 말이 안 되는데? 유적지에서는 마법사와 호위 기사들이 마력의 파동에 접근도 못 할 정도였잖아.’

-그거야 대지에 잔류 된 마력 때문에 그랬을 뿐, 영혼의 마력만 놓고 본다면 너희 인간에게 해가 될 일은 없다.

‘정말이지? 아니면 바로 정신 붕괴 들어간다?’

-저, 정말이다. 흡수를 그만둬보면 알지 않겠느냐.

당황하는 걸 보면 거짓은 아닌 모양.

잠시 고민하던 지크는 반신반의로 마력 흡수 스킬을 해제해 봤다.

그리고 곧장 창문을 열어 주변 반응을 살폈다.

“왜 그러십니까? 도련님?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아니에요.”

고개를 갸웃하는 레이커를 뒤로하고 지크가 마동차의 창문을 닫았다.

탁.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네?’

-거 보거라. 내가 뭐 하러 거짓말하겠느냐?

‘네가 거짓말할 이유야 차고도 넘치지.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손에서 벗어나려고 온갖 궁리를 하고 있을 거 아냐?’

-크흠, 그럴 리가 있겠느냐.

거짓말이라는 게 티가 확 난다.

참으로 자존심만 세고 거짓말에는 서툰 드래곤이다.

‘자, 그럼 이제 오러를 운용해 볼까?’

-그런데 너 정도 되는 실력자가 오러는 뭐하러 배우는 것이냐? 마법을 익힌 것만으로도 충분하거늘.

‘왜긴. 더 강해지려고 그러지.’

-지금보다 더? 웬만한 오러 익스퍼트도 상대가 안 될 텐데 욕심도 많구나.

‘내가 그 정도라고?’

-석실의 문을 순수한 힘으로 밀지 않았더냐. 그건 인간으로선 불가능한 일이다. 오러 익스퍼트 상급 정도 되는 실력자가 오러를 운용해야 가능한 일이지. 물론 그 안에서 오러를 사용했다면 단전이 진탕됐겠지만.

들어보니 아무래도 A급 헌터라 생각했던 수준이 이 세계에선 오러 익스퍼트 상급은 되는 모양이다.

‘흠. 그 말은 마력과 오러는 다른 성질의 힘이라는 거네? 유적의 마력의 영향은 있을 수 있어도?’

-그렇다.

성질이 다르다면 서클과 달리 오러를 만들어도 몸에 이상이 생기진 않을 거다.

충분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내가 오러 만드는 동안 허튼짓하기만 해봐.’

-안 한다, 안 해. 아니, 하고 싶어도 못 한다. 어차피 마력석도 없어서 마법을 쓸 수 없지 않느냐.

‘그 말은 마력석만 있으면 시도했을 거라는 뜻?’

-흠흠…….

헛기침만 하며 대답을 회피하는 게 정말로 그럴 생각이었나 보다.

뭐, 공격한다 해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마법 흡수 스킬을 켜두고 있으니.

‘그럼 어디…….’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했다.

레이커에게 배운 대로 오러를 운용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들였다.

확실히 재능은 있는지 스킬을 꺼두었는데도 마나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 마나구나.’

좀 더 집중하여 마나를 컨트롤해 봤다.

마나 감응력 또한 수준급인지 자신의 의지대로 마나가 움직여준다.

‘마나를 단전으로 이끌어 온도에 맞게 그 성질을 변환시키면…….’

오러가 된다.

바로 이렇게.

[새로운 스탯을 획득하였습니다.]

[최초로 새로운 스탯 각성에 성공하였습니다.]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새로운 꼬리표가 등록되었습니다.]

‘뭐? 새로운 스탯?’

난데없는 메시지에 지크가 깜짝 놀라 운용을 중단했다.

스탯은 물론 스킬과 꼬리표까지 추가되다니?

지크는 서둘러 상태창을 열어봤다.

[이름 : 지크 맥러플린]

[꼬리표 : 판게아 대륙 환생자, 데칸 왕국 최고의 마법 명가, 공작가 막내, 사공자, 서자, 마나 친화력 제로, 마법에 무재능, 노력가, 책벌레, 12살, A급 헌터, 오러 비기너 하급]

[근력 : 736 / 지력 : 726]

[순발력 : 747 / 체력 : 735]

[회복력 : 743 / 저항력 : 740]

[기력 : 1]

[기본 스킬 : 통역, 해석, 룬 흡수, 오러 운용]

[1차 각성 스킬 : 마력 흡수 (9성)]

[2차 각성 스킬 : 마력의 주인 (9성)]

[3차 각성 스킬 : 마법 흡수 (1성)]

[4차 각성 스킬 : ???]

[5차 각성 스킬 : ???]

[6차 각성 스킬 : ???]

[7차 각성 스킬 : ???]

상태창을 보니 ‘기력’이라는 새로운 스탯이 추가되어 있었다.

‘오러 비기너 하급이라는 꼬리표도 추가됐어.’

게다가 기본 스킬 또한.

[기본 스킬 : 오러 운용]

-효과 : 오러의 개념과 운용법을 깨우칩니다. 흡수한 마력을 기력으로 변환할 수 있으며, 기력을 이용한 신체 강화를 자연적으로 터득합니다.

-특이사항 : 하루에 10개만 기력을 올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력은 오러를 말하는 거구나.’

개념과 운용법을 깨우칠 수 있다더니 오러가 기력이라는 이치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나저나 흡수한 마력을 기력으로 변환한다고?’

놀란 지크가 마력 흡수 스킬을 켜봤다.

그러자 드래곤의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마력을 102 흡수하였습니다.]

[흡수한 마력을 기력으로 변환합니다.]

[기력 1이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메시지를 본 지크의 눈이 커졌다.

정말로 기력 스탯이 오르고 말았다.

‘좋은데? 이러면 하루 스탯량을 채웠다고 마력 흡수를 끌 필요가 없겠어.’

기력 때문에라도 마력 흡수를 계속 켜둬야겠다.

아쉬운 점이라면 하루 획득량에 제한이 있다는 거지만.

‘어디 내친김에 바로 쌓아볼까?’

지크는 돌아오는 길에 마동차에 앉아서 드래곤의 마력을 흡수했다.

마력이 들어오는 족족 기력으로 변환시켰다.

그러자 금세 메시지가 나타난다.

[하루에 올릴 수 있는 기력량에 도달하였습니다.]

[더 이상 기력을 올릴 수 없습니다.]

‘쓰여 있는 대로 하루에 10까지만 올릴 수 있네.’

아쉬웠지만 이것만 해도 어디인가?

기력, 즉, 오러를 이토록 쉽게 쌓을 수 있는데.

이 속도라면 몇 달 내로 다른 스탯을 따라잡을 수 있다.

따라잡기뿐이랴?

압도적으로 뛰어넘을지 모른다.

‘마력이야 금룡이가 있으니까 부족할 일도 없고. 흐흐.’

-뭘 중얼거리는진 몰라도 음흉한 목소리로다. 참으로 음흉해!

목소리를 무시한 지크는 미소를 지으며 남은 여정을 편한 마음으로 보냈다.

* * *

‘지크가 벌써 도착한다고?’

제라드는 솔직한 말로 성과가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드래곤의 유적에서 헤어질 때 보던 지크는 마력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하는 얼굴이었으니까.

자신도 다가가기 어려워하던 유적의 중심부를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며 손까지 흔들지 않았던가?

‘그런 막내아들이 벌써 귀가한다?’

아버지로서 당연히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뭔가 진전이 있기에 이토록 일찍 귀가하는 것일 테니까.

그게 아니고서야 빨리 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애초에 마력을 깨닫겠다고 마법 서고에서 진득하게 죽치던 막내아들인데.

‘분명 체질에 변화가 있는 걸 테야. 그렇지 않았으면 될 때까지 유적에 있었겠지.’

이유는 묻지 않았지만 분명 그 때문이리라.

그런 생각 때문인지 제라드는 기다리는 동안 연신 싱글벙글하였다.

발을 쭉 뻗고 잘 수 있을 정도로 모처럼 편안한 밤을 보냈다.

지크를 만나기 전까지는.

“지크!”

“아버지. 저 돌아왔어요.”

“고생했구나! 오는 길은 힘들지 않았느냐?”

“예, 여기 있는 분들 덕분에 안전하고 편하게 올 수 있었어요.”

“며칠은 있을 줄 알았거늘. 왜 이렇게 일찍 내려온 것이냐? 설마, 마력을 느끼는데 차도가 있었느냐?”

한껏 기대하는 물음이었지만 지크는 고개를 저음으로써 기대를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아니요. 전혀 안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고 일찍 왔어요.”

“뭐……?”

예상과는 다른 대답에 제라드는 잠시 벙찔 수밖에 없었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더냐?”

“네. 전혀요.”

“…….”

드래곤의 유적은 대마법사도 접근하기 두려워하는 장소.

그런 곳에 가면 뭔가 차도가 있을까 싶어 보내봤더니 기대했던 결과는 얻을 수 없었다.

‘이런……. 정녕 내 아들은 마법사의 재능이 없단 말인가?’

그런데 신은 왜 룬문자를 해석하는 재능을 내려주셨단 말인가?

왜 대마법사에게만 있는 재능을 내려서 자신을 이토록 기대하게 만든단 말인가?

착잡하고 복잡한 심경에 제라드는 눈앞에 지크가 있는 것도 잊고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때였다.

‘응?’

온몸을 저릿하게 만드는, 범접할 수 없는 마력이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그 진원지는 믿기 어렵게도 지크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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