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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12화 (12/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2화

생뚱맞은 소리에 지크의 뇌가 잠시 정지했다.

“예? 마도 수련이요?”

마도 수련은 피터처럼 재능 있는 마법사들을 마탑에서 일하게 해 견문을 넓히는 훈련 방식.

현대로 치면 일찌감치 유학을 떠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건 재능 있는 마법사에게만 해당하잖아.’

자신에게 자격이 없다는 건 여기 있는 두 사람은 물론이고 마탑에서도 모르지 않을 텐데 어째서?

“그럼 후계자 시험은요?”

“마도 수련을 가서 서클을 만드는 것이 너의 후계자 시험이란다. 후계자 자격을 얻으려면 적어도 서클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건 그렇지만…….”

“이미 피터와 이야기를 나눴다. 마탑에서도 피터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하더구나.”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내가 마탑에 힘 좀 썼다. 부디 원하는 바를 이루길 형이 응원하마.”

‘첫째 형이?’

의도가 궁금하다는 듯 쳐다보자 피터가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냉랭했던 표정을 풀며.

“별로 마음에 안 드니? 마탑에 이렇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말이다. 좀 섭섭하구나.”

“그냥…… 이해가 안 돼서 그럽니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너 때문에 추천한 것도 있지만 가문의 위신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 말이지. 그러니 특별한 기회라 여기고 좋게 생각해라.”

‘좋게 생각하라고?’

지크로선 갑작스러운 통보가 좋을 리 없었다.

난데없이 마탑을 가라니?

‘마도 수련은 8년을 채우는 게 보통이잖아.’

아무리 후계자 시험이라도 그렇게 긴 시간을 허비할 순 없다.

“아버지. 정말 저를 그곳으로 보내실 겁니까?”

“으음…… 갑자기 떠나라고 해서 미안하다만, 이미 피터가 마탑주와 이야기를 나눴고 허락까지 받아낸 터라 나로서도 별수 없구나. 거절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

“…….”

지크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피터가 쓸데없이 입김을 불어 넣은 바람에 예정에도 없던 마탑행을 가게 생겼다.

“이렇게 된 김에 마탑의 초청에 응하고 견문을 넓혀보려무나. 그동안 마력석을 가져갔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지 않았느냐?”

“그렇긴 합니다만…….”

“그곳에서 지내다 보면 나름대로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마탑에는 네가 좋아하는 마도서들이 즐비하니 그곳에서 공부해도 좋고 말이다. 그리고 굳이 8년이나 있을 필요는 없다. 서클을 만들어낸다면 시험에 합격한 것이니 곧바로 돌아와도 좋다. 반대로 차도가 없으면 마탑에서 일찍이 돌려보낼지도 모르고.”

솔직한 말로 지크는 가기 싫었다.

다른 것보다 귀찮았다.

이곳에서 편하게 숙련도를 쌓아 강해질 수 있는데 뭐하러 밖을 나돈단 말인가?

‘마탑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는데 저놈의 첫째 형님 때문에. 하아…….’

-필요 없으면 거절하면 되지 않느냐?

카르볼이 끼어들었지만 그렇게 간단히 말할 문제가 아니었다.

데칸 왕국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마탑의 초청을 거절한다?

아무리 마법 명가라도 눈 밖에 나기에 십상이다.

그렇다고 보란 듯이 서클을 만들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나? 안 간다고 하면 아버지의 입장만 곤란해질 테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마탑에 적응해도 나쁘진 않으리라.

여기보단 흡수할 수 있는 재료들도 많을 테고.

‘이후에 각성할 스킬이 뭔지는 몰라도 여기보단 마탑이 더 환경적으로 낫겠지.’

정 아니다 싶으면 마탑에서도 돌려보낼 테니 너무 비관적으로 볼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알겠어요. 아버지 뜻대로 할게요.”

“잘 결정했구나.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준비한 뒤 오후에 출발하도록 하여라. 텔레포트 게이트까지만 가면 되니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네 형이 같이 가줄 테니 가는 길은 걱정하지 말고.”

“형이요?”

지크가 피터를 돌아봤다.

짧은 시간 자신에게 보낸 눈빛들을 생각하면 썩 믿음직스럽진 않다.

오히려 불안하다.

“걱정 마라. 가는 길까진 안전하게 데려다줄 테니.”

“…….”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결정된 마탑행에, 지크가 내심 한숨을 쉬었다.

* * *

‘찜찜하니까 이건 챙겨야겠어.’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지크는 옷장에서 옷가지들을 꺼냈다.

여벌의 옷을 챙기기도 해야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옷장에 숨겨 놓은 드래곤의 유품 때문이었다.

‘카르볼. 이것 좀 챙겨간다?’

-이미 내 보금자리를 들러 챙겨와 놓고는 새삼스레 왜 허락을 받는 것이냐?

‘그래야 내 양심의 가책이 나아지니까?’

엄연히 주인이 옆에서 두 눈 부릅뜨고 있는데 허락은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주인이 쓸 일은 없다 하여도.

‘언젠가는 써먹을 날이 올 줄 알았는데 그게 오늘일 줄이야…….’

지크는 남몰래 드래곤의 유적에 들러 몇 가지 물건을 챙겨왔었다.

카르볼이 남겨놓은 유산과도 같은 그것들을 석실에 마냥 썩혀두기엔 아까웠으니까.

물론 석실에 있던 물건 전부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부피가 작은 몇 가지만 추려서 챙겼을 뿐.

‘남은 물건들은 석실에 잘 있겠지?’

-유적지에 남은 마력 때문에 웬만한 대마법사도 접근하기 어려울 테니 도둑이 들 걱정은 하지 말거라.

‘그래놓고 도둑 들었잖아. 나한테.’

-크흠, 그건 네가 특별해서 그런 것이니라. 신의 후예가 아니더냐.

‘뭐, 내가 특별하긴 하지.’

15살의 나이에 그 누가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겠는가?

12인의 선구자라는 마법의 천재들도 놀라워할 재능이다.

‘이게 다 시스템 덕분이지.’

그렇다고 신의 후예라는 말에 동조하는 건 아니다.

지구가 멸망하도록 방치한 신이 고깝지 않다면 거짓말이었으니까.

‘후우, 마탑으로 가기 전에 수련이나 좀 더 하자.’

한숨을 쉰 지크가 방 안에서 숙련도를 쌓기 시작했다.

* * *

“형님! 피터 형님!”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피터의 걸음이 멈칫했다.

고개를 돌리니 삼공자인 알렉스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피터의 반응은 냉랭했다.

지난 8년간 가족과의 교류도 없이 지낸 그에게 알렉스는 남보다 못한 사이나 다름없었다.

그에 반해 알렉스는 진짜 형으로 생각하는지 헤실헤실 웃어댔지만.

“형님과 얘기 좀 나누고 싶어서요.”

“바쁘다. 너랑 할 얘기 없다.”

“그러지 마시고 잠깐 시간 좀 내주십시오.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럽니다, 헤헤.”

양해를 구하고자 웃는 모습이 피터의 눈엔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보였다.

“좋아. 잠깐 시간 내어 주지. 궁금한 게 무엇이냐?”

“지크 말입니다. 마도 수련이 형님의 입김 덕분이라고 하셨는데…… 왜 지크를 추천했는지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별 이유 아니다. 서클도 없는 주제에 집안에 틀어박혀서 가문의 위신을 떨어트리는 꼬락서니가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크 그 새끼 진짜 꼴 보기 싫어요.”

갑자기 튀어나온 알렉스의 본심에 피터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막내와 사이가 좋지 않나 보군.”

“예. 루나도 그렇고 저희 중에 지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 둘째 형님은 아닌 것 같지만.”

“러셀이?”

“예, 먼저 가서 말 붙이는 걸 보면 지크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러셀은 둘째로서 동생 중에 그나마 친분이 있는 편.

하지만 들어보니 그 얄팍한 친분도 굳이 유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재능도 없는 서출 장애인이랑 친하게 지내다니. 그렇게 안 보였는데 러셀 그놈도 참 한심하군. 가족 간에도 적자생존의 법칙은 적용되거늘.”

“그렇죠? 저도 형님의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합니다.”

“…….”

피터는 가만히 알렉스를 쳐다봤다.

아까부터 꼬리를 살랑거리는 모양새가 뭔가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러십니까? 제 얼굴에 뭐가 묻…….”

“네 의도가 무엇이냐?”

“예?”

“나한테 말을 거는 이유가 뭐지?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냐?”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당황한 알렉스가 하하 웃으며 손을 저었다.

“이유는요, 무슨. 전 그저 피터 형님과 친해지고 싶어서…….”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예?”

“난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제일 싫다. 그다음으로 싫어하는 건 재능도 없어서 가문의 위신을 더럽히는 놈이고.”

“…….”

“내가 볼 때 너는 둘 다 해당하는 것 같은데.”

“아, 아닙니다! 저는 그런……!”

“내가 허락한 시간은 여기까지다. 바쁘니까 이제 말 걸지 마라. 가뜩이나 언짢은데 기분 더럽게 만들지 말고.”

차갑게 말한 피터가 먼저 자리를 떴다.

알렉스는 그런 피터를 부들거리는 눈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 * *

[시전된 마법 ‘라이트닝 핸즈’를 흡수합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30 증가하였습니다.]

[스킬 ‘마법 흡수’의 성취도가 9성에 도달하였습니다.]

[마법 흡수의 범위가 50m▶60m로 상향되었습니다.]

[4차 스킬을 각성하였습니다.]

‘오오.’

지크가 자신의 방에서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3년의 노력 끝에 드디어 4차 스킬을 각성하게 되었다.

‘이번엔 뭐가 나올까?’

정보창을 연 지크의 눈이 크게 뜨였다.

[4차 각성 스킬 : 마법 흡수의 달인]

-성취도 : ★☆☆☆☆☆☆☆☆ (1성)

-유형 : 패시브

-숙련도 : 0/100

-효과 : 흡수할 수 있는 마법의 개수가 2개로 증가합니다. 흡수한 마법은 각자 차원의 틈새에 [저장]되어 원할 때 [방출]할 수 있습니다. 저장한 마법마다 10분의 쿨타임을 가집니다.

-쿨타임 : 없음

-특이사항 : 마법 흡수를 사용하면 숙련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성취도 9성 달성 시, 5차 각성 스킬이 개방됩니다.

‘이번에도 패시브 스킬이잖아?’

설명을 보니 마법 흡수를 강화해 주는 방식.

그런데 그 강화가 생각보다 좋아 보인다.

‘흡수하는 마법의 개수가 2개로 증가한다고? 게다가 쿨타임도 각자 따로 계산되고?’

그 말은 한 번 흡수하던 걸 두 번 흡수할 수 있다는 소리.

흡수하는 저장 칸이 늘어난다는 뜻과도 같았다.

‘설마 9성을 찍으면 마법 10개를 흡수하고 사용할 수 있는 건가?’

그렇게 되면 스킬의 이름처럼 그야말로 마법 흡수의 달인이 되어버린다.

자신을 향한 마법 10개를 흡수해 버리고 그대로 되돌려준다?

그렇게 된다면 상대가 드래곤이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

이미 드래곤 한 마리를 이겨놓긴 했지만.

-혹시 내 욕했느냐? 귀가 간지러워서 말이다.

‘영혼이 뭔 귀가 간지러워? 기분 탓이겠지.’

-흠, 그런가? 그런데 멍하니 뭘 하는 게냐? 슬슬 가야 할 때가 됐느니라.

‘알아, 알아.’

영혼인 카르볼의 눈에도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 모양.

숙련도도 채웠겠다, 지크가 방에서 빠져나왔다.

가져가야 할 짐은 이미 시종에게 맡겨놓은 상태였다.

물론 카르볼의 유산은 빼고.

복도를 걷는데 마침 시종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

“지크 도련님. 떠날 시간입니다.”

“아버지랑 첫째 형님은?”

“전부 밖에 나와 계십니다.”

“이크, 빨리 가야겠네.”

서둘러 밖으로 나가자 아버지, 어머니, 큰어머니, 형제자매 등.

모든 가족이 지크를 배웅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조심히 잘 다녀오거라. 통신구를 줄 테니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하는 거 잊지 말고.”

“염려 마세요. 아버지.”

“우리 아들, 마탑에 가서도 자주 연락해야 한다?”

“그럴게요. 걱정 마세요, 어머니.”

큰어머니인 크리스티나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첩의 자식이라고 무시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부모와의 이별을 촌극이라도 되는 양 찌푸리며 보던 피터가 냉랭히 고개를 돌렸다.

“빨리 가자. 탑주님이 기다리신다.”

“예. 그럼 다녀올게요.”

“몸조심하고!”

“잘 다녀와, 지크!”

부모님과 러셀의 작별을 끝으로, 피터와 지크가 마동차에 올랐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이랴!”

레이커를 필두로 한 호위기사단이 마동차를 에워싸며 움직였다.

부르르르릉-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막내아들의 뒷모습을, 부모님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마탑으로 가는 내내 지크는 마음이 불편했다.

‘한마디를 안 하네, 한마디를.’

함께 마동차에 오르긴 했지만, 분위기가 썩 좋진 않았다.

냉랭한 눈으로 쏘아볼 때부터 짐작했지만 하루가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피터는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

‘그래서 이쪽도 입을 다물고 있지만.’

살기 어린 눈빛은 물론이고 자신을 마도 수련이란 명목하에 쫓아냈는데 좋게 볼 수야 있겠는가?

‘아마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날 가문에서 치워 버리려는 거겠지. 때마침 후계자 시험이라는 좋은 구실도 있었으니.’

대화는 해보지 않았지만, 굳이 안 해도 알 수 있다.

딱 봐도 자신을 천민처럼 깔아보는 게 느껴지는데.

‘몇 년이 걸릴지 몰라도 내가 돌아올 때는 이미 가문에서의 입지를 다져놓은 상태겠지. 그럼 후계자 시험이고 뭐고 상관없을 거야.’

후계자 시험은 그저 후계자 후보의 자격을 입증하는 과정일 뿐.

서클을 만들고 시험에 통과한다 해도 후계자로 뽑힐 가능성은 낮다.

다른 형제들도 저마다 후계자 시험을 통과한다면 말이다.

‘그렇게 되면 나도 더 이상 아버지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을지도.’

마법 서고에 틀어박혀 수련하는 생활도 더는 못할지 모른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되도록 가문으로 빨리 귀환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마탑주가 허락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빌어먹을. 진짜 8년이나 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보통 마도 수련은 개도식이 끝나는 12세 때부터 20세까지 8년을 시행하는 것이 정석.

하지만 지크는 마탑의 초청을 받아 특별히 15세의 늦은 나이에도 마도 수련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문제는 첫째 형이 나를 무슨 의도로 추천했냐는 거지. 마탑에서는 또 무슨 의도로 수락했고.’

재능도 없는 자신에게 대가 없는 호의를 제공한다?

내키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제라드로선 마탑의 호의를 거절할 힘도 명분도 없었다.

지크 또한 마찬가지였고.

‘완전히 외통수네. 꼼짝없이 마탑에서 일하게 생겼어.’

서클도 없는 자신에게 무슨 일을 시킬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의 길을 걸을 생각은 없다.

그러고 싶어도 못 한다.

이미 자신의 단전에는 오러 마스터 급의 오러가 쌓여 있었으니.

시스템상 서클을 만들지도 못하고.

‘마탑에서도 개인 공간은 주겠지. 그럼 계속해서 숙련도를 쌓을 수 있어.’

이번 4차 각성으로 다수의 마법을 흡수할 수 있게 됐으니 전보다 빠르게 숙련도를 올릴 수 있으리라.

문제는 집만 한 공간이 없다는 거지만.

‘이놈의 마도 수련만 아니면…… 후.’

징집당하는 병사처럼 속으로 한숨 쉬는 그때, 피터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지크,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고 창문을 연 채로 말했으니까.

“이봐, 레이커.”

“예, 일공자 도련님.”

“이 속도면 도착까지 얼마나 걸리지?”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겁니다.”

“더 속도를 낼 수 없어? 사흘로 단축해 봐.”

“그, 그건…….”

호위기사단장 레이커 반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일주일 걸리는 길을 절반으로 줄이라니.

휴식 시간 없이 움직이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 그건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습니다. 너무 강행군입니다.”

“왜? 가는 길에 지름길도 있지 않아?”

“지름길이라면…… 마수의 숲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현재 목적지인 텔레포트 게이트까지 가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조금 시간이 걸려도 빙 돌아서 가는 길과 마수의 숲을 가로지르는 길.

하지만 마수의 숲은 악명높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출몰하는 몬스터 수준이 오러 마스터도 두려워할 정도였으니까.

괜히 지나갔다간 죽을지도 모른다.

“마수의 숲은 오러 마스터라 해도 접근하기 꺼리는 곳입니다. 온갖 흉포한 몬스터들로 가득한 곳이기에 아무리 정예인 저희라 해도 감당하기가…….”

“쯧, 마수의 숲도 돌파하지 못한다니. 이래 가지고 가문 최고의 호위 기사라 할 수 있겠어?”

“…….”

침묵을 지킨 레이커지만 속으론 자존심이 많이 상하리라.

자신의 입으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걸로 모자라 면박이나 받고 있으니.

그렇다고 말대꾸하기엔 일공자라는 위치가 너무나 높다.

“됐고, 통신구나 줘봐. 아버지께 연락하게.”

“여기 있습니다.”

맡겨놓은 통신구를 받아든 피터가 아버지에게 연락하기 위해 세 번 두들겼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통신구가 먹통이다.

“고장인가?”

피터가 중얼거리던 그때, 지크의 눈에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3시 방향 60m 지점에서 마력이 감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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