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4화
‘지금쯤 갈프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겠군.’
시간을 확인한 그레고르가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손님을 기다렸다.
다름 아닌 제라드를.
‘제라드는 꿈에도 모르겠지. 내가 부른 이유가 공작가 밖으로 유인하기 위한 일이었음을.’
갈프가 수월하게 일 처리를 하기 위해선 제라드를 밖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야심한 시각에 할 말이 있다며 약속을 잡은 거였고.
‘공녀와 약혼자를 죽인 것은 물론 사공자도 문제없이 납치했겠지. 사냥개들의 실력이야 이미 검증이 끝났으니.’
한 명 한 명 마나의 서약도 걸어놨기에 배신할 건덕지도 없다.
계획에 차질이 생길 일은 없다는 뜻.
‘드디어 제라드의 절망적인 얼굴을 볼 수 있겠구나. 후후후.’
딸을 잃은 녀석의 표정이 어떨지 벌써 기대가 됐다.
그렇다고 면전에 대고 내가 배후라고 밝힐 생각은 없었지만.
‘제라드가 오면 쓸데없는 이야기로 적당히 시간을 끌어야겠군. 그러면 갈프가 문제없이 일을 끝낼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문제는 이미 발생했다는 걸 그레고르는 몰랐다.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된 거지? 연락 올 시간은 이미 지났는데?’
의아해하던 그레고르는 불현듯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잘못되지 않고서는 이렇게 연락이 안 될 리가 없다.
불안감이 확신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장 만나기 싫던 사람을 만나고야 말았으니까.
“당신이 왜 여기에……?”
“허허, 당신이라니. 아무리 의절했다지만 스승에 대한 예우도 없는 게냐?”
약속 장소에 나온 사람은 제라드가 아닌 옛 스승, 달프레드였다.
그 사실이 몹시 불편했던 그레고르는 대놓고 눈살을 찌푸렸다.
“저를 야박하게 내쳐놓고 이제 와서 스승 대우를 바라는 겁니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 흑마법을 배우면 안 된다는 이쪽 세계의 불문율을 어긴 건 너였으니.”
“…….”
그레고르는 더는 할 말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제라드가 아닌 달프레드가 왔는지는 모르지만, 더 있어 봐야 좋을 것이 없다.
기분만 언짢아질 뿐.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그레고르의 뒤로, 달프레드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순간 그레고르의 걸음이 멈췄다.
“네가 흑마법을 배웠다는 걸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비록 내 손으로 널 내쳤지만, 앞으로의 마법사 경력에 해가 될까 봐서였지.”
“…….”
“네가 어떻게 마탑주가 되었는지는 모른다. 제라드에게 왜 그렇게 질투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선을 넘어도 좋다는 뜻은 아니란다.”
달프레드는 옛 제자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하고 있었다.
“선을 넘지 말아라. 그랬다간…….”
달프레드의 눈빛이 주름 밑에서 서늘하게 빛났다.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난데없는 협박에 그레고르는 코웃음만 칠 따름이었다.
“흥, 옛 스승이라는 사람이 제자를 찾아와 협박이나 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구만.”
“협박이라고 느끼는 걸 보면 켕기는 게 있긴 한가 보구나?”
달프레드가 찔러봤지만 그레고르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자리를 피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마음대로 생각하쇼. 더는 대화할 가치도 못 느끼겠으니까.”
그리 말한 그레고르가 고개를 돌렸다.
걸음을 옮기는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 *
“후우, 괜히 기분만 잡쳤군. 상대해 주지 말고 바로 자리를 떴어야 하는 건데.”
잠시 걸음을 멈춘 그레고르가 한숨을 내뱉었다.
파면당한 그로선 옛 스승과의 재회가 그리 달가울 리가 없었다.
‘빌어먹을. 내가 누구 때문에 흑마법을 배웠는데.’
과거에는 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마법에 열정을 가지고 배웠던 그레고르.
그런 제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가르쳤던 달프레드.
누가 봐도 바람직해 보이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 바로 그들이었다.
제라드라는 사제가 들어오기 전까진.
‘제라드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되지도 않았어.’
제라드가 딱히 한 일이라곤 없다.
그레고르와 성격적으로 마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문제라면 자신에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승과 제라드의 사이를 질투하기 시작했으니까.
‘성취가 더 빠르다는 이유로 제라드만 아끼는데 누가 질투하지 않을 수 있겠어?’
흑마법에 손을 댄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라드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흑마법을 배운 것을 지금 와서 후회하진 않는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나를 마탑주로 만들어줄 줄이야.’
애초에 흑마법에 관심이 있던 그레고르는 제라드를 따라잡겠다는 핑계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그 결과가 파문으로 이어질 줄은 자신도 몰랐지만.
‘따지고 보면 내 잘못이 크지. 업계의 불문율을 어긴 건 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12년을 함께한 제자를 썩은 나뭇가지 잘라내듯 내쳐?’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그레고르의 머릿속엔 아직도 생생하다.
벌레 보듯 눈살을 찌푸리던 달프레드의 표정이.
‘한 번 실수한 것 가지고 매몰차게 내치다니. 자신의 명예가 그렇게나 중요했나?’
이기적이다.
진정한 스승이라면 제자의 못난 부분도 감싸줘야 하는 거 아닌가?
스승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내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라드라는 뛰어난 제자가 있으니까 나는 필요 없다 이거겠지. 나중에 궁정 마법사 경력에도 문제 생길까 봐 일찍이 싹을 잘라버린 거고. 빌어먹을 늙은이.’
뒤틀린 마음은 모든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절망이 어느 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법.
흑마법의 사용으로 오갈 곳이 없던 그레고르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었다.
어둠의 손이라 불리는 발루두크가 그랬다.
‘발루두크 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거야.’
그레고르가 스승을 버리고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도 이 때문.
자신을 구원한 구세주에게 충성하는 거야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아무리 적대국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발루두크와 손을 잡게 된 데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자신을 벌레 보듯 쳐다본 달프레드를 몰락시켜 준다고 약속하셨으니.
달프레드가 아닌 제라드의 자식들을 노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끼던 제자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스승으로서 어떤 마음이 들까?’
제라드는 그저 달프레드에게 복수하기 위한 초석일 뿐이었다.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다.
‘그건 그렇고 갈프, 이 새끼는 왜 아직도 연락이 안 되는 거지?’
반응이 없는 통신구를 바라보던 그레고르는 문득 달프레드의 말을 떠올렸다.
‘뜬금없이 찾아와서 나한테 선을 넘지 말라는 협박이나 하다니. 뭔가 알고 있는 건가?’
갈프와 연락이 안 되는 데다가 약속 장소엔 제라드가 아닌 달프레드가 대신 나왔다.
그리고 경고 비슷한 말까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한 그레고르가 아공간에 숨겨뒀던 통신구를 꺼냈다.
급할 때만 이용하는 주인과의 통신구였다.
표면을 두드리고 기다리자 이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레고르? 무슨 일이더냐?
“발루두크 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문제?
“사냥개와 연락이 안 됩니다. 제라드는 약속 장소에 나오지도 않았고요.”
-눈치를 챈 게로구먼.
“예? 그럴 리가요.”
그레고르는 부정했지만 발루두크는 확신하는 목소리였다.
-사냥개들은 이미 잡혔을 것이다. 네가 사주한 일임을 알아차렸겠지.
‘설마 그 노인네가 그래서 그런 말을?’
달프레드의 의미심장한 말을 상기한 그레고르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어떡하죠?”
-일단 놈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리거라. 어차피 더 할 수 있는 일도 없지 않느냐? 크흘흘.
“으음…… 알겠습니다.”
별로 소득 있는 대화는 아니었다.
뭔가 화끈한 지시를 내리길 원했던 그레고르였기에.
하지만 그는 몰랐다.
대화를 도청하던 누군가에겐 엄청난 소득이었음을.
* * *
‘이럴 수가…….’
점멸하는 나비 브로치의 불빛을 보며 달프레드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레고르의 뒤에 12인의 선구자가 있었다니…….’
달프레드가 그레고르를 만난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나비 브로치에 마나 패턴을 인식시켜서 대화를 도청하려는 목적이었다.
혼자서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한 낚시질.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난 정보가 얻어걸리고 말았다.
‘배후에 누군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어둠의 손, 발루두크였다니…….’
세간에선 마법의 위상을 드높인 최고의 마법사 열두 명을 뽑았다.
그것이 12인의 선구자.
그중 어둠의 손이라 불리는 발루두크는 선구자 중 서열 2위에 속해 있는 엄청난 인물이었다.
‘문제는 발루두크가 데칸 왕국 소속이 아니라는 거지.’
발루두크는 적대국이라 할 수 있는 알비츠 왕국 소속.
그런 적과 내통하고 있었으니 달프레드가 놀라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를 어쩐다? 발루두크가 연관되어 있다면 아무리 나라도 힘들다.’
12인의 선구자는 모두가 9서클이다.
하지만 같은 9서클이라도 그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인 법.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라 불리는 존재가 바로 12인의 선구자들이었기에 달프레드로선 발루두크를 만만히 볼 수 없었다.
그들의 눈에 자신은 이제 갓 9서클이 된 햇병아리나 다름없었으니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제라드에게 알려줘야 해.’
어쩌면 제라드가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연락했지만 이미 늦은 모양이었다.
맥러플린 공작가에 한바탕 피바람이 불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기다려라.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가마.”
텔레포트를 시전한 달프레드가 제라드를 만났다.
“스승님.”
“제라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보거라.”
“간밤에 암살자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6서클 마법사 여섯 명이었는데 시종으로 위장한 바람에 미처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너무 안일했던 탓이죠.”
“암살자가?”
제라드는 굳은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태껏 제자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가족들은? 다치지 않았느냐?”
“가족들은 무사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호위 기사와 시종들이 피해를 봤습니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괜찮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냈으니까요.”
“그레고르더냐?”
단번에 정답을 맞히자 제라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너한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 그 녀석 말고 누가 있겠느냐? 게다가 이것을 들었느니라.”
“이건……?”
달프레드가 내민 것은 제라드가 건네줬던 나비 모양의 브로치였다.
“들어보거라. 무슨 녹음이 담겨 있는지.”
제라드는 곧장 버튼을 눌러보았다.
흘러나오는 대화에 제라드의 동공이 서서히 확장됐다.
녹음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달프레드가 말했다.
“너한테 사용법을 익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귀중한 정보도 얻지 못했을 테니.”
“이, 이게 정말로 그레고르와 발루두크의 대화입니까?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닙니까?”
“아닐 거다. 그 물건의 성능이 확실하다면.”
“발루두크는 적국인 알비츠 왕국의 9서클 마법사가 아닙니까? 12인의 선구자라 불리는 당대 최강의 마법사 중 한 명이고요.”
“잘 아는군.”
“그런 놈이 여태 그레고르의 뒤를 봐주고 있던 겁니까? 저희 가문을 습격하라 지시한 것도 그 녀석이고요?”
“그것까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이 연관되어 있다는 거야.”
“반역이라는 소리군요.”
달프레드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적국과 내통하고 있으니 반역이 아니면 뭐겠는가?
“그레고르, 그놈이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걸까요? 무슨 억하심정으로 저한테 이렇게까지…….”
“못난 열등감인 게지.”
“하아…….”
열등감 하나 때문에 사람을 이 정도로 궁지에 몰다니.
한때 같은 스승 아래서 배웠던 정도 없단 말인가?
답답하다 못해 한숨을 쉬지만, 제라드가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었다.
“지금 바로 녀석에게 가겠습니다.”
“가서 어쩌려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쳐봐야죠.”
“놈이 순순히 만나줄 것 같으냐? 암살자와 연락이 안 되니 자신의 범행이 들통났다고 여길 텐데?”
“…….”
“그리고 만에 하나 발루두크가 끼어든다면 어쩔 게냐? 우리 둘이 합쳐도 발루두크는 이길 수가 없어.”
“그러면 어떡합니까? 가문을 건든 파렴치한 놈을 이대로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제라드가 평소답지 않게 흥분했지만 달프레드는 개의치 않았다.
도리어 이성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일단 그레고르가 또 노릴 수 있으니 가족들을 모두 피신시키거라. 이왕이면 안전한 궁정으로 오는 게 좋겠지.”
“궁정이라……. 확실히 다른 곳보단 안전하겠군요.”
궁정에 드나들 수 있는 건 왕의 가족과 궁정 마법사단에 속한 가문뿐.
아무리 그레고르가 막장이더라도 궁정까진 침입하지 못할 거다.
“그런 다음에는요?”
“국왕 전하께 진상을 알리고 도움을 청해야지. 반역자를 찾았으니 말이야.”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지만 제라드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전하께서 믿어주실까요?”
“믿어주시겠지. 이걸 들려드린다면.”
달프레드가 들어 보인 것은 나비 모양의 브로치였다.
* * *
“왕궁이요?”
별안간 왕궁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소식에, 지크가 놀라 되물었다.
“왜요?”
“간밤에 습격한 암살자들 때문에 한동안 왕궁에서 지내기로 했단다. 너희 아버지가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고 판단하신 모양이야.”
데이나는 그리 말하며 지크의 몸을 살펴봤다.
“정말로 괜찮은 거니?”
“괜찮다니까요.”
“암살자들을 네가 잡았다며? 대체 왜 그랬니?”
‘왜긴요. 퀘스트 때문이죠.’
속말을 눌러 담은 지크가 능청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이럴 땐 어떻게 제압했냐고 묻는 게 먼저 아니에요?”
“그런 건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네 안전이지.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잖니.”
걱정이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자 지크는 내심 환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에서는 자신을 걱정해 주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자신 있어서 나선 거예요. 그리고 누님이랑 매형이 위험에 처했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요?”
“루나와 테오가 그 말을 들으면 정말 기뻐하겠구나.”
‘과연 그럴까요? 구해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가버린 사람들인데.’
아무래도 데이나는 그들이 자신에게 시비 걸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조심하거라. 나한테는 너밖에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제 몸 하나 지킬 힘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어떻게 그런 힘이 있는지, 데이나는 끝까지 묻지 않았다.
“일을 사주한 범인은 밝혀졌어요?”
“글쎄다. 너희 아버지는 아는 것 같은데 아직 때가 아니라고만 말하니…….”
‘사실 저도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어요. 확인차 물어본 거였지.’
지크는 암살자들이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눈치로 보나 정황으로 보나 마탑주가 유력한 상황.
아버지도 그 사실을 숨기는 걸 보면 예상이 거의 맞을 거다.
‘왕궁이라…… 거기선 마법을 흡수할 수 있을까?’
오직 스킬의 숙련도를 쌓는 데만 관심을 가지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지크에게 다가왔다.
루나와 테오였다.
“안녕하세요, 작은어머니.”
“루나구나. 몸은 괜찮니?”
“괜찮아요. 다친 곳도 없는걸요.”
“그렇게 말해도 많이 놀랐겠구나. 그런 일을 겪었으니.”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지크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예의 바르게 구는 루나의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지크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나 보구나. 자리를 피해주마.”
데이나가 눈치껏 빠지자 세 사람 간에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테오였다.
“저기, 지크.”
“무슨 일이세요?”
“어, 그게 말이다.”
우물쭈물하던 테오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