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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32화 (32/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32화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라서일까?

지크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죠? 저더러 궁정 마법사단에 들어오라고요?”

“그래. 궁정 마법사단에 꼭 필요한 인재 같아서 말이지.”

“……제가요?”

이름에서 알다시피 궁정 마법사단은 오직 마법사들로만 꾸려진 집단.

그것도 왕국에서 내로라하는 마법사들이 모두 모이는, 최정예 중의 최정예만 모아놓은 집단이다.

그런 집단에 서클도 만들지 못한 자신을 끼워 넣으려 하다니.

지크가 얼빠진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드래고니안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집어넣으려는 달프레드가 더 이상하면 이상했지.

지크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서클이 없습니다.”

“알고 있느니라.”

“마력을 느끼지도 못하고요.”

“그 또한 알고 있느니라.”

‘그런데 왜 이러시는 건데요?’

연장자인 탓에 차마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자칫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그러나 달프레드는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는 듯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가 무슨 심정인지는 나도 잘 안다. 마법사단에 비 마법사를 집어넣으려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겠지.”

“정확하십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너는 대단한 마법사야.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불세출의 천재라고 봐야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서클이 없다니까?’

할 말을 꾹 참고서 쳐다보자 달프레드가 허허 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군. 그렇다면 설명해 주마. 우선 숨을 크게 들이마셔 보거라.”

달프레드가 먼저 가슴을 벌리며 심호흡을 하자, 지크가 얼떨결에 따라 했다.

“지금 네가 마신 게 뭐지?”

“공기입니다.”

“그래. 정답이다. 너무도 당연한 정답이지. 하지만 너는 평소에 공기를 마신다고 속으로 굳이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 그렇지?”

“생각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일이니까요.”

“바로 그거다. 네가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달프레드가 보충 설명을 이어나갔다.

“드래고니안의 재능을 지닌 네 몸은 지금 마나를 공기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주 당연하게 호흡하고 받아들이고 있단 말이지. 머리와는 다르게 말이야.”

“그런데 왜 서클을 만들지 못하는 거죠?”

“너는 공기를 가지고 뭔가를 만들 수 있겠느냐? 네 마음대로 공기를 조절할 수 있겠냔 말이다.”

“아니요.”

“네 몸도 그런 상태일 게다. 너무도 당연해서 오히려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지 잊어먹은 지경에 이른 거지. 실제로는 마나에 완전히 통달한 상태인데 말이다.”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라 마나를 느끼는 법을 잊어먹은 거다?

공기처럼 너무도 당연해서?

“……그러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하지만, 저에게 대마법사의 잠재력이 있다, 뭐 이런 말씀이신가요?”

“대마법사는 무슨. 12인의 선구자는 될 정도로 이름을 날리는 존재가 바로 드래고니안이란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전설적인 재능이지.”

‘서클도 없는 내가 졸지에 전설이 되어버리다니…….’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는지, 달프레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너는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숨 쉬듯이 당연한 일이라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본능적으로 상대의 술식을 간파하고 마법을 파훼할 수 있었겠느냐?”

“으음…….”

지크는 고민스러웠다.

이대로 설득에 넘어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이거 원. 시스템 때문이라고 밝힐 수도 없고…….’

까딱하다간 궁정 마법사단에 입단하게 생겼다.

이대로 있는 게 훨씬 편한데 멋모르는 마법사끼리 부대끼며 생활하라고?

귀찮은 짓은 사양이었기에 지크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잘 이해가 안 되나 보군. 그럴 만도 하지. 너도 본능적으로 마법을 없앴을 뿐이니.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좋은 스승 밑에서 배운다면 마법을 금방 익힐 수 있을 게다. 아니, 익힌다기보단 깨닫는다는 표현이 더 알맞겠군.”

자신을 흡사 기억을 잃은 대마법사처럼 취급하는 달프레드였다.

“으음, 알겠습니다. 제가 엄청난 재능을 타고났다는 거.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게 또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

“왜 굳이 저를 마법사단에 넣으려는 건가요?”

“장차 세상에 이름을 날릴 뛰어난 인재이니까.”

“서클도 익히지 못한 절 넣으면 다른 마법사들의 반발이 심할 텐데요? 낙하산이라고 비난하는 건 당연하고요.”

“그 점은 염려 말거라. 내가 아무리 은퇴했다지만 궁정 마법사단을 쥐어 잡을 영향력은 가지고 있거든.”

‘그야 알고 있죠. 국왕이랑도 친구 먹는 사이인데.’

속말을 감춘 지크는 내심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긁지 않은 복권으로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 마법을 가르쳐줄 테니 궁정 마법사단에 입단하라고 한다.

‘그냥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숙련도나 쌓는 게 더 좋은데…….’

귀찮은 걸 떠나서 입단할 이유도 의욕도 없었기에 지크는 완곡히 거절 의사를 표하려고 했다.

카르볼이 나서지 않았다면.

-지크. 제안을 받아들여라.

‘뭐? 이런 귀찮은 제안을 뭐하러 받아들여?’

-받아들여다오. 부탁이다.

굳이 카르볼의 의견을 들을 필요는 없었지만, 지크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고집부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왜? 이유가 뭔데?’

-그건…….

카르볼의 목소리를 지크는 가만히 경청했다.

이유나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물었던 거지만 결국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카르볼이 댄 이유는 나름대로 합리적이었으니까.

“알겠어요.”

“응? 뭐가 말이냐?”

“궁정 마법사단에 입단하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

“후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부탁 한 가지 좀 들어주세요.”

지크의 대답에 놀라던 달프레드의 눈이 이내 초승달을 그렸다.

“알았다. 그리하지.”

* * *

“오랜만이군. 이렇게 모이는 것도.”

“난 싫어. 이런 칙칙한 곳은 질색이란 말이야.”

“하긴, 너는 이곳에 들어올 때마다 투덜거렸지.”

어둠이 짙게 깔린 비밀의 공간.

대륙을 뒤흔들만한 수준의 강자들이 하나둘 모였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마법에 통달한 9서클의 대마법사, 12인의 선구자.

그것이 세간에서 부르는 별칭이었지만 정작 자리에 모인 사람은 채 절반도 되지 않았다.

“불참이 왜 이렇게 많아?”

“몰라. 다들 바쁜가 보지.”

“바쁜 일을 제쳐두고라도 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만큼 중대한 문제가 터졌는데.”

“크흘흘, 가장 중요한 사람이 빠졌으니 참석할 리가 있겠느냐?”

뒤늦게 밀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흑색의 로브를 차려입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발루두크 영감은 지각하는 것도 예전 그대로네?”

“네놈이 어른을 대하는 태도 또한 그대로구나.”

“내 태도가 어때서? 이 정도면 많이 대우해 준 거라고.”

“싸가지 없는 녀석. 테이블에 발이나 치우고 얘기하거라.”

발루두크의 언급에도 청년은 발을 내리지 않았다.

콧방귀만 끼어댈 뿐.

“난 이인자 말은 안 들어.”

“아무렴 어련하실까.”

“그나저나 느긋한 얼굴이군. 발루두크. 지금 중대한 일로 모였다는 걸 모르는 건가?”

“맞아. 나 지금 바쁘다고. 해결할 일 있으면 빨리빨리 끝내 버리자고.”

사람들의 반발에도 발루두크는 여전히 태평한 얼굴이었다.

“오랜만에 회의도 하고 이렇게 얼굴도 보니 좋지 않느냐? 크흘흘.”

“농담 들을 기분 아니다. 지금 당신 때문에 바쁜 시간을 쪼개서 모인 사람들이 안 보이나?”

“거 농담 한 번 했다고 정색하기는. 재미없는 녀석 같으니.”

“시답잖은 이야기는 됐고, 무슨 대책이라도 있나? 이 사태를 어떻게 바로 잡을 거지?”

발루두크는 그 정도는 생각했다는 듯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말거라. 대책이야 있으니.”

“어떻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거지? 잘못하면 우리까지 노출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러게. 영감이 심어놓은 그 마탑주도 붙잡혔고, 병신 같은 데칸의 삼왕자도 걸리고 말았어. 그 때문에 첩자들을 입국시켰다는 게 알려지기까지 했지.”

“그래! 그쪽 국왕이 반역을 저지른 아들을 가만히 둘 리는 없잖아? 삼왕자가 정보를 털어놓는 건 시간문제라고!”

“크흘흘, 이거 원, 나에 대한 믿음이 이렇게 없어서야.”

한 차례 웃어 보인 발루두크가 걱정 말라는 듯 미소 지었다.

“내가 그렇게 허술하게 일 처리를 했겠느냐? 정보가 샐 염려는 하지도 말거라. 삼왕자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국왕은 몇 명의 첩자가 들어왔는지도 파악 못 했을뿐더러, 진정한 목표 또한 모르고 있다. 걱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느니라.”

“그럼 데칸의 마탑주는? 지금 이 시각에도 지하 감옥에 갇혀서 심문받고 있는 거 아니야?”

“그 녀석이 실질적인 행동대장이었으니 알고 있는 정보가 많을 텐데?”

동료들의 반발에도 발루두크의 여유로운 미소는 꺼지지 않았다.

“마나의 서약이 걸려 있으니 그 또한 문제없느니라.”

“서클을 포기해서라도 비밀을 발설하면 어떡하려고?”

“크흘흘, 당연히 그럴 때를 대비해서 녀석 모르게 금제를 걸어놨지. 마탑주가 정보를 털어놓는 일은 없을 거다. 행여나 그걸 입 밖으로 발설하는 순간.”

발루두크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섬뜩한 눈빛만이 남았다.

“놈은 그 자리에서 절명할 것이니라.”

* * *

왕궁에서 마련한 침실로 돌아오자마자 지크가 카르볼에게 따지듯 물었다.

‘아까 했던 말 정말이야? 그레고르가 쓴 마법이 고대에 썼던 마법이라는 거?’

-그럼 정말이지. 내가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느냐? 금화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달프레드의 제안을 수락하기 전.

카르볼은 지크에게 궁정 마법사단에 들어가기를 부탁했다.

그레고르가 고대의 마법을 쓰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녀석이 너한테 썼던 마법은 악마어로 발동되는 고대의 마법이다. 서클의 진기와 생명력을 대가로 사용해서 구속구의 영향을 받지 않지.

‘외부의 마나를 쓰지 않는다고?’

-그렇다. 오직 내부의 힘으로만 술식을 작동하지.

‘그래서 차단이 되지 않았구나.’

당시 그레고르가 마법을 쓸 때 지크는 마력 흡수 스킬을 사용 중이었다.

그런데도 마법을 쓰는 걸 보고 살짝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마법 흡수 스킬이 발동되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3천 년 전에도 악마어를 이용한 마법이 있었다. 리치 드래곤들이 주로 쓰는 마법으로, 내 디스펠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있지.

‘네 말대로 지금은 실전되어 사라진 고대의 마법 같아. 마법 서고의 책을 전부 읽어본 나도 악마어를 이용한 마법이 있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어.’

-그렇다면 그 인간이 고대의 마법을 어디서 익힌 거라 생각하느냐?

‘아무래도 녀석의 주인이었던 발루두크가 가르친 거겠지.’

-그렇다. 그래서 내가 너에게 궁정 마법사단에 입단할 것을 부탁한 것이다. 발루두크라는 인간을 만나보고 싶어서.

보통 사람은 12인의 선구자는커녕 9서클의 대마법사도 만나기가 어렵다.

위치를 알아낼 방법도 전무하고.

하지만 왕국을 대표하는 궁정 마법사단이라면 언젠가 기회가 닿을지 모른다.

더구나 궁정 마법사단에서 이름을 날린다면 그 확률은 더더욱 높아질 것이다.

카르볼이 입단을 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고대의 마법을 쓰는 인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디서 어떻게 배우고 알게 됐는지, 꼭 한번 알아보고 싶었다. 어쩌면 다른 드래곤들의 생사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자신의 종족과 관계된 일이었기에 카르볼은 염치 불고하고 지크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크는 그 부탁을 긴 고민 없이 들어주었고.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고맙다, 지크. 내 말대로 궁정 마법사단에 입단하기로 해줘서.

‘고마울 것 없어. 어차피 우리는 한배를 탄 몸이잖아. 그리고 내가 전에 약속했잖아. 세상을 보여주겠다고.’

-고…… 맙다. 정말. 너를 따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지크의 말에 감동했는지 카르볼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카르볼과 다르게 지크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했다.

정말로 고마워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돌발 퀘스트 : 궁정 마법사단에 입단하기】

└달프레드 비그스란드가 궁정 마법사단에 입단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제안을 수락하고 궁정 마법사단에서 입단식을 치르십시오.

<조건>

└궁정 마법사단 입단

<보상>

└랜덤으로 스탯 450 증가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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