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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40화 (40/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40화

“메리! 궁정에서 여기까지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 옆에는?”

“아아, 오기 전에 말씀드렸죠? 제 약혼자가 될 사람이에요.”

“맥러플린 공작가의 사공자, 지크 맥러플린이라고 합니다.”

메리의 소개에 지크가 예의를 갖추며 인사했다.

그 모습을 보는 루이스 백작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사위로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한다는 듯.

“반갑네! 우리 딸이 신랑감을 데려온다기에 내 얼마나 기다렸는지. 허허허! 얼른 안으로 들지!”

루이스 백작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서글서글한 것이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

그래서인지 편하게 대할 법도 했지만, 지크는 다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아저씨 봐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네?’

메리에 이어 백작까지도 뭔가를 숨기고 있다.

딱딱한 그 눈빛을 읽었는지 백작이 호탕하게 소리쳤다.

“허헛, 장인어른 앞이라고 긴장했나 보군!”

“예에,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서요.”

“내 특별히 요리사를 시켜 맛있는 음식을 잔뜩 준비했으니 먹으면서 긴장을 풀어보게. 하하!”

“감사합니다, 백작님.”

테이블에 앉자마자 주방장이 요리를 내오기 시작했다.

이걸 셋이서 어떻게 다 먹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음식이 풀코스로 턱턱 올려진다.

확실히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지만 마음 편히 먹을 수 없었다.

믿지 못할 상대가 주는 음식은 쳐다도 보는 게 아니었으니까.

“왜 그러나? 음식이 입에 안 맞나?”

“아닙니다. 배가 조금 불편해서요. 원체 소식주의자이기도 하고.”

“나이가 몇이지?”

“올해로 15살 됐습니다.”

“허헛, 그 나이 때는 잘 먹어야 크는 법이지. 메리도 얼른 들거라.”

“……예에, 아버지.”

메리가 앞에 있던 고기를 집어 먹기 시작하자 지크도 눈치를 보다가 포크로 집었다.

‘같은 편인 메리도 먹으니까 독은 없겠지?’

설마 약 같은 걸 타 놨겠나?

같은 접시에 담긴 음식인데.

그런 생각으로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야금야금 씹어 목울대를 넘긴 순간.

[소량의 해로운 독 성분이 체내로 유입되었습니다.]

[저항력이 독 성분에 100% 저항합니다.]

처음 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독?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독이 들어 있었다고?’

어이가 없었지만, 다행히도 소량이었다.

높은 저항력 덕분인지 독에 저항하기도 했고.

‘백작 새끼가 음식에 대체 뭘 탄 거야?’

피어오르려던 적의를 꾹 눌러 참은 지크가 빙그레 웃으며 백작을 바라봤다.

“고기가 참 맛있네요.”

“허허헛, 입에 맞다니 다행이군! 많이 드시게! 많이!”

재차 독을 권유하는 백작이 얄미웠지만, 지크는 꾹 눌러 참고 고기를 다시 집었다.

독을 제외하면 음식 맛은 꽤 훌륭했으니까.

‘어차피 독에 저항하기도 하고.’

먹을 때마다 떠오르는 메시지는 자신이 독에 완벽히 저항한다는 걸 확실히 인식시켜줬다.

‘저항력이라는 스탯이 이럴 때 좋다니까.’

전생에서 헌터로 활동할 때도 저항력 스탯 덕을 본 적이 있었다.

하급이긴 하지만 괴수의 독에 어느 정도 저항했었으니까.

‘하지만 저항력은 이것 말고도 여러 효능이 많지.’

냉기에 대한 저항력, 열기에 대한 저항력, 독에 대한 저항력 등등.

속성에 관련한 저항뿐만 아니라 괴수가 거는 상태 이상까지도 어느 정도 저항을 한다.

이토록 다방면에 걸쳐서 관여하는 꿀스탯이 바로 저항력이었다.

‘저항력이 낮으면 아무리 강한 헌터라도 골로 가기 일쑤지.’

헌터들이 저항력을 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도 그 이유.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게임처럼 레벨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원하는 스탯을 올릴 수는 없었기에.

그런 면에서 지크는 운이 좋다.

모든 스탯이 골고루 엄청나게 올라 있으니까.

‘무슨 독인진 몰라도 밥이나 먹자고.’

달그락- 달그락-

야무지게 먹는 지크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던 루이스 백작이 말문을 열었다.

“그래, 둘이 궁정 마법사단에서 만났다고?”

“그렇습니다.”

“맥러플린 가문의 가주가 궁정 마법사단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자제가 입단했다는 소식은 처음 들었구만. 허허.”

“낙하산으로 들어온 건데요, 뭘.”

“뭐? 하하하!”

사실대로 말한 지크였지만 루이스 백작은 그걸 농담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농담하는 걸 보니 이제 좀 긴장이 풀렸나 보군.”

“다 백작님 덕분입니다.”

“백작은 무슨. 이제 정식으로 약혼도 할 사인데 장인어른이라 하게.”

“그건 좀 이른 게 아닌지…….”

“하핫, 나도 농담 좀 해본걸세. 하하핫!”

연신 웃음을 짓는 루이스 백작은 누가 봐도 유쾌하고 성격 좋은 사람이었다.

어디까지나 지크의 눈엔 아니었지만.

‘옆에 있는 메리도 표정이 좋지 않네.’

독의 효과가 퍼졌기 때문인가?

어쨌든 같은 편도 독을 먹이는 백작이 지크의 눈엔 악마로 보일 따름이었다.

“메리. 표정이 왜 그러느냐? 어디 아픈 것이냐?”

“아, 아닙니다. 아버지.”

“배가 안 좋으면 먼저 일어나거라. 남자끼리 할 말이 있어서 말이지.”

“예? 아아, 네. 그럼…….”

눈치를 보던 메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딸이 밖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루이스 백작이 입을 열었다.

“메리에게 들었네만 궁정 마법사단에서도 실력이 출중하다고?”

“그 정도는 아닙니다.”

“허허, 겸양 떨 것 없네.”

“정말입니다. 다른 선배 마법사분들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죠.”

“현재 어느 정도의 성취까지 올랐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4서클밖에 안 됩니다.”

“농담은 하지 말고. 자네가 마법사단의 실세였던 가웬을 꺾었다는 이야기는 메리에게 들어서 알고 있네.”

‘무영창 이야기는 안 꺼내는 걸 보니 그건 못 들었나 보네?’

지크는 굳이 무영창을 꺼낼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믿지도 않을 테고.

백작은 그보다는 다른 부분을 더 궁금해하고 있었다.

“가웬 발도르를 꺾었으니 사실상 마법사단의 실세는 자네라고 봐도 되겠지?”

“으음…… 글쎄요?”

“얼렁뚱땅 넘어가지 말고 확실히 대답해 보게. 내겐 중요한 문제야. 사위 될 사람의 비전이 어떤지 정도는 정확히 파악해야 하지 않은가.”

자꾸만 대답을 요구하는 게 껄끄러웠지만 받아주기로 한 지크였다.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맞습니다. 가웬을 꺾은 이후로 마법사단에서의 입지가 꽤 높아졌죠.”

“허허, 대단하군. 대단해! 그 나이에 마법사단을 휘어잡다니!”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던 루이스가 눈을 빛냈다.

잠깐이지만 그 눈빛이 뱀처럼 보였다.

“내 딸에게 들었지? 우리 가문의 가보를 주겠다고. 이리 따라와 보게.”

그 말과 함께 루이스가 먼저 일어나자 지크도 얼결에 일어났다.

선뜻 가보를 준다는 말에 거절하기도 그렇고 일단은 따라갔다.

무슨 꿍꿍이인지도 알아봐야 했으니.

철컥-

백작이 방문한 곳은 서재였다.

책장에서 책 하나를 꺼내자 드르륵 비밀 통로가 열린다.

“가보는 이 안에 있네. 따라오게.”

통로는 횃불이 밝혀져 있어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잘 보였고.

‘지하로 가는 건가?’

백작의 꽁무니를 쫓아가면서도 지크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어디서 어떤 함정이 나타날지 모른다.

계단을 다 내려오자 통로가 조금씩 넓어졌다.

문제는 앞으로 가면 갈수록 어둠이 짙어진다는 것.

걸어가는 통로에는 횃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거 어디까지 걸어가는 거야? 꽤 깊숙이 들어가는 거 같은데?’

앞에서 들리는 걸음 소리에 의지하며 묵묵히 따라가던 지크는.

“잠깐 멈춰보게.”

“예?”

백작의 말에 걸음을 멈춘 순간.

쿠웅!

위에서 뚝 떨어진 무언가에 놀라고 말았다.

‘이게 뭐야? 철창?’

새장처럼 만들어진 철창이 어느새 지크를 가두고 있었다.

“백작님?”

“흐흐흐, 가보에 눈이 멀어 무턱대고 따라오다니. 마법 실력만 좋지, 머리는 영 별로구나?”

본색을 드러낸 루이스가 어둠 속에서 사악한 미소를 드러냈다.

“백작님!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자신이 무슨 처지에 처한 줄도 모르다니. 병신 같은 놈. 그러게 여자는 항상 조심해야 하니라. 인생 교훈으로 여기고 그 안에서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반성하고 후회하거라. 흐흐흐!”

그 말을 끝으로 백작의 모습이 사라졌다.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된 지크는 이내 당황한 연기를 거두었다.

‘어쩐지 밥 먹으면서 내내 거짓말만 하더니 날 여기에 가두는 게 목적이었구만.’

아마 백작이라는 말도 거짓이리라.

형상 변형 마법의 흔적이 백작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으니까.

그 사실을 메리도 알고 있었는지 식사 내내 백작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아마 진짜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었던 거겠지.’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어쨌든 보기 좋게 갇혀버렸다.

아니, 갇혀주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거다.

-지크. 구속구와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감옥이다.

‘그러네. 하지만 나한텐 아무 문제 없지. 마법사라면 몰라도.’

마법만 쓸 수 있다면 곤란했겠지만, 지크는 여유로웠다.

이딴 문짝쯤은 힘으로 부숴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때였다.

[약혼자 행세를 하며 브라이언트 가문의 가주 만나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600이 증가합니다.]

[근력 101이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지력 99가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순발력 102가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체력 103이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회복력 97이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저항력 98이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가주 만나기 퀘스트를 클리어하자, 지크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 * *

‘아버지…….’

메리는 방에서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이스 백작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거대한 초상화를 하염없이 보던 메리가 고개를 홱 돌렸다.

인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여기 있었구나.”

“……지크는요?”

“보다시피 지하 감옥에 가둬두고 오는 길이지.”

“예?”

“그 녀석은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안 그래도 마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독까지 먹었으니. 흐흐흐.”

그 말에 메리의 눈이 커졌다.

“주, 죽인다는 소린 없었잖아요!”

“직접 죽이지 않는다고 했지. 봐라, 난 건들지도 않았잖느냐?”

루이스 백작이 기분 좋게 웃었지만, 그 웃음소리도 듣기 싫다는 듯 메리가 인상을 썼다.

“이, 이제 시키는 대로 했으니 아버지를 풀어주세요.”

“무슨 소리냐? 네 아버지라면 여기 있지 않느냐?”

루이스가 팔을 벌려 보이자 메리의 얼굴에 혐오감이 떠올랐다.

“장난할 기분 아니에요.”

“싹수없는 년 같으니.”

순간 루이스 백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형상 변형 마법이 사라지고 난 자리엔 초상화와는 다른 얼굴이 있었다.

서글서글한 루이스 백작의 인상과는 달리 음침하고 어두운 낯빛이었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효심만큼은 대단하구나. 그래서 너를 고른 것이지만. 흐흐.”

“시키는 대로 마법사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원을 데려왔어요. 그러니 약속대로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

“흐흐, 내가 알려줄 성싶으냐?”

기대와 다른 대답에 메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건 약속이 다르잖아요! 분명 이번 일을 끝내면 풀어준다고…….”

“내가 언제 그랬지? 난 어디까지나 내 말을 잘 들으면 풀어준다고 했다. 그것이 이번 일만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아…….”

메리는 뒤늦게 자신이 속았음을 자각했다.

아마도 이 남자는 평생 자신과 아버지를 놓아줄 생각이 없으리라.

메리의 눈망울에 물기가 차올랐다.

“이…… 거짓말쟁이.”

“누가 누구더러 거짓말쟁이라는지 모르겠구나. 그 알량한 혓바닥으로 지크라는 제물을 데려와 놓고선.”

“…….”

“넌 내가 허락하기까진 아버지를 볼 수 없다. 내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해. 아직 이용 가치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진 마라. 내 말을 잘 따르면 한 번쯤 만나게 해줄지도 모르지. 큭큭.”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메리가 주저앉았다.

얼굴엔 절망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살아계시긴 한 거예요? 설마 이미…….”

“이년이 날 뭐로 보고. 그런 걸론 거짓말하지 않는다. 네 아비는 잘 지내고 있으니 신경 쓸 것 없다.”

“……지크는 이제 어떡하실 거죠?”

“말했잖느냐. 감옥에 갇혀 있다가 어느 순간 굶어 뒈지고 말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넌 나와 함께 다음 작전을 실행해야 하지만.”

다음 작전이고 뭐고 메리에겐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자의 모든 말이 거짓이었다.

마법사단에서 가장 강한 단원을 유인해 오면 죽이지 않는다는 말도.

이 일만 끝내면 아버지를 풀어준다는 말도.

메리의 심경 변화를 깨달았는지 남자가 눈매를 좁히며 경고했다.

“행여나 녀석을 풀어줄 생각은 말거라. 그놈이 도망가기라도 하는 날엔, 네년은 평생 아비를 볼 수 없을 테니까.”

“흑, 흐윽, 흑…….”

완전히 코를 꿰이고 말았다는 생각 때문인지 메리가 서글프게 울었다.

“그만 짜고 일어나거라. 아버지를 구하려면 일해야지? 앞으로 할 일이 많다.”

“무슨 일인데?”

순간 들린 목소리에 남자의 머리가 삐죽 섰다.

황급히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남자의 두 눈에 경악이 차올랐다.

그의 시선엔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다름 아닌 지크였다.

“네, 네놈이 어떻게……?”

“어떻게 구속 장치가 있는 감옥에서 나왔냐고? 궁금하면 한 번 내려가 봐. 감옥이 어떻게 됐는지.”

“이, 이익…….”

여유로운 표정에 단단히 열받았는지 남자가 즉각 행동에 나섰다.

“Lett aitsch tizuo cesi(쏟아지는 가시)!”

어둠 속에서 뻗어 나온 칼날이 지크를 덮쳤다.

기습적으로 이뤄진 공격.

남자는 그 공격에 맞고 지크가 갈기갈기 찢어지리라 예상했지만.

“아닛?!”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어둠의 칼날에 상처가 나기는커녕 지크의 몸에 흡수되듯 사라져 버렸으니까.

“제대로 짚었네. 그레고르처럼 악마어를 쓰는 걸 보면.”

“어떻게…….”

“어떻게고 자시고.”

웃음기를 거둔 지크가 남자를 향해 손을 겨누며 한마디를 더했다.

“방출.”

“크아아악!”

암기처럼 튀어나온 칼날이 사지에 박혔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의 위쪽으로 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몇 대 좀 맞자.”

죽음의 그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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