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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52화 (52/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52화

‘뭐야?’

지크가 마력의 접근을 느낀 건 60m 지점에서였다.

그것의 목적지는 분명했다.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잖아?’

뭔지 몰라도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이쪽으로 빠르게 날아오고 있다.

적어도 3초 이내에 닿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눈치챈 건 자신뿐인 것 같다.

극독의 선구자도, 메리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지 표정 변화가 없다.

“메리!!!”

“네……? 꺄악!?”

다급한 상황이라 설명은 뒤로하고 범위 내에 있던 메리부터 끌어당겨 등을 돌렸다.

지크의 돌발행동에 의아해하던 녹스는 고개를 돌리다가 뒤늦게 상황을 눈치챘다.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불과 코앞에 있었기에.

번쩍!

“커어억! 커어어어어어어헉!”

번갯불에 지져지듯 수십 차례 몸을 떨던 녹스가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흰자위를 드러낸 눈으로 게거품을 물던 녹스는 이윽고 움직임을 멈췄다.

죽은 것이다.

어디선가 날아온 마법에 맞고서.

다행히 메리는 방패가 되어준 지크 덕분에 안전할 수 있었지만.

‘뭐야, 이 위력은?’

아무리 기습적이었다곤 하나 극독의 선구자나 되는 존재가 실드를 전개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 그런 것 따윈 상관없다는 듯, 한 방에 죽일 정도의 위력이라니?

지크가 놀람을 감추고 눈앞에 뜬 메시지부터 바라봤다.

[시전된 마법 ‘소울 버스트’를 흡수합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120 증가하였습니다.]

[8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29,240/100,000]

[마법 ‘소울 버스트’를 차원의 틈새에 저장하였습니다.]

[저장한 마법 1/8]

[제한 시간 내에 마법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 00:09:56]

‘소울 버스트? 뭐 하는 마법이지?’

-체내의 마나를 모두 태워 버리는 9서클 마법이다. 일반인에겐 효과가 없지만, 마법사에겐 독약과도 같은 마법이지.

카르볼의 대답에 지크는 상념에 잠겼다.

9서클 마법이라…….

숙련도의 상승률만 봐도 얼마나 강한 마법인지는 알겠다.

‘근데 이 마법, 원래 이렇게 사거리가 길어? 대체 어디서 날아온 거지?’

-원거리 범위 마법이긴 하지만 사거리가 이 정도로 긴 마법은 아니다. 누군가 마법을 응용해서 저격용으로 사용한 듯하군.

지크는 주변을 살피기보다 눈을 감고 집중했다.

반경 280m 내에 우리 말고 다른 인간은 없었다.

‘그럼 그 이상의 범위에서 저격했단 말이야? 그것도 마법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저격 실력.

만약 이런 마법에 당한다면 어떤 마법사든 대처하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으리라.

‘대체 어떤 새끼야?’

지크가 허망한 눈으로 죽어버린 극독의 선구자를 바라봤다.

* * *

철커덕- 푸쉬이이이-

탄피가 들어간 자리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흡사 바주카포만 한 크기의 저격총을 어깨에 걸친 사내가 자리를 이동했다.

그러면서 한 손으론 톡톡톡 통신구를 두들긴다.

이윽고 들리는 노인의 목소리.

-어떻게 됐지?

“타깃은 처리했습니다.”

-확실하겠지?

“그럼요. 눈을 뒤집고 쓰러지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제아무리 극독의 선구자라도 제가 개발한 마나 건에 살아남을 리 없다는 건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말은 똑바로 해야지. 연구의 전반적인 비용과 실험체를 대준 게 누군데 개발자 행세를 하는 것이냐?

“제, 제가 마나 건을 개발한 건 맞지 않습니까?”

-너는 아이디어만 제공했을 뿐, 나 아니었으면 마나 건을 실제로 만져나 봤겠느냐? 그러니 내가 개발했다고 봐야지.

‘노친네가 억지 부리기는…….’

불만이 솟구쳤지만 사내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목격자는 없겠지? 500m 밖에서 저격했을 테니 말이야.

“어, 그게…… 목격자라고 해야 할지 생존자라고 해야 할지…….”

-생존자?

통화 속 노인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말해 보거라.

“그…… 타깃 옆에 1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소년과 소녀가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마나 건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더라고요.”

-소울 버스트가 장착된 마나 건을 맞고도 멀쩡했다고?

“예…… 아무래도 마법을 배우지 않은 평민들 같습니다. 녹스가 독약 제조를 위해 평민을 조수로 부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멀쩡했던 게 아닐지…….”

-어쨌거나 목격자 겸 생존자가 있다는 말이로군. 그것도 둘씩이나.

“그, 그렇긴 합니다만 걱정 마십시오. 평민 따위가 목격한다고 계획이 틀어지기라도 하겠습니까?”

-…….

통화 속 노인은 대꾸하지 않았다.

평민이라도 목격자를 남겨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남자도 노인의 철두철미한 성격을 모르지 않는지라 입이 바싹 마를 수밖에 없었다.

“괘, 괜찮을 겁니다, 발루두크 님.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찝찝하군. 깔끔하게 처리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 그래도 제일 중요한 타깃은 완벽히 처리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아니면 누가 이리 쉽게 암살하겠습니까?”

-확실히. 저격 실력만은 알아줘야겠군, 에스카.

“과찬이십니다. 하핫! 그…… 말이 나와서 말인데, 타깃을 처리했으니 약속하신 대로 저에게도 자리를 주시는 겁니까? 선구자 자리가 하나 남으니 주신다고…….”

-내가 언제 준다고 그랬지? 생각해 본다고 말했을 뿐.

“…….”

-그리고 아무리 공석이 됐다 해도 그 자리에 냉큼 와서 앉는 것은 좋은 그림이 아니지 않느냐? 행여나 녹스를 죽인 범인으로 의심당할 수도 있고.

“새,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하하…….”

-그러니까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거라. 네가 마지막 12인에 들만한 위치인지도 회의를 거쳐야 하니.

“예,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럼 이만 끊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한 에스카는 통신이 끊어지기 무섭게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X발…… 비위 맞추기 힘드네.”

내키진 않았지만 그래도 에스카의 눈빛엔 일말의 기대가 어려 있었다.

정말로 선구자의 자리를 주진 않을까 하는.

“이명은 뭐로 지을까? 혁신의 선구자? 기술의 선구자?”

중얼거린 그의 입가엔 어느새 은은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 *

통신을 끊은 발루두크가 실없는 웃음을 지었다.

“멍청한 놈. 상대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감출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거늘. 선구자 자리 하나에 이렇게 침을 흘려서야. 이거 대놓고 이용해달라는 꼴이 아니더냐?”

에스카의 저격 실력이야 자신도 인정하지만 보다시피 노련미가 없다.

선구자로 삼기엔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다.

“뭐, 단순해서 이용하기는 좋다만. 크흘흘.”

조소를 흘려대며 웃는 것도 잠시.

발루두크의 표정에 다시금 그늘이 졌다.

‘녹스의 죽음을 확인한 목격자가 있다니. 일이 귀찮게 됐군.’

발루두크가 첩자를 이용해 녹스를 탈옥시킨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녀석은 선구자의 자리에 있었던 만큼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으니까.

이건 자신만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다른 선구자들도 동의한 사안이었다.

녹스를 죽여서 후환을 없애자고 서로 간에 합의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목격자 없이 깔끔하게 뒤처리하려 했건만…… 후환을 남겨? 멍청한 놈 같으니.’

일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모른다.

‘목격자를 남긴 주제에 선구자 자리까지 넘봐?’

발루두크로선 괘씸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한동안 세상이 시끄러워지겠군. 데칸의 국왕이 이 사실을 숨기지 않을 테니.’

요리사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국왕은 죽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아마 잠시 후면 암살 위협을 받았다고 세상에 공표할 터.

그리고 그 정체가 12인의 선구자 중 한 명이라는 게 밝혀진다면…….

‘다음 계획을 진행하기에 힘들어진다.’

더불어 녹스의 죽음까지 밝혀진다면 필연적으로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공들였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이 사실을 그분께서 알게 된다면?

‘제길…… 보고하러 가기가 두렵군.’

발루두크의 그늘이 더욱 짙어졌다.

‘그건 그렇고 목격자가 평민이라…….’

정말로 평민이었다면 마나 건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았다.

조금 전까지 감옥에 있던 녹스가 평민을 데리고 다닐 리가 없지 않은가?

‘독약을 만들던 평민들은 모두 뒤처리가 끝났다. 살아남은 놈들은 없어.’

그렇다고 상대가 오러 유저일 리도 없다.

오러 유저로 이루어진 왕실의 근위대는 전부 건장한 청년들이었으니.

‘허허, 의문이로고. 그렇다고 마법사는 아닐 게 아닌가?’

고개만 갸웃거리게 만드는 상황에, 발루두크는 연신 상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 * *

여러 가신이 모여 있는 왕실의 대전.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던 쉐인 2세가 근엄하게 신하들을 내려다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앞에서 무릎 꿇고 있는 15살의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맥러플린 가문의 사공자, 지크 맥러플린은 들으라.”

“예, 전하.”

“그대는 나비 브로치를 제공해 반역자 색출에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왕국의 첩자들을 드러냄은 물론, 짐의 독살을 막은 생명의 은인이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비록 배후인 녹스 베노마이어는 산 채로 붙잡지 못했으나, 왕실의 중대한 위협을 해결하는 데 크나큰 공헌을 한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잠시 뜸을 들이던 국왕이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왕실의 보물 중 하나를 너에게 내어주도록 하마.”

그 말에 지켜보던 가신들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왕실의 보물 창고는 국왕 말고는 그 누구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으니까.

심지어 왕자들조차도.

그래서인지 가신들은 힐끔거리며 한쪽을 쳐다봤다.

그곳엔 차후 왕위를 이어받을 후보들이 서 있었다.

일왕자 알렉산드르 필립 드 데칸.

이왕자 아르놀드 필립 드 데칸이 그들이었다.

원래 삼왕자인 조 필립 드 데칸 역시 있었지만, 반역을 저질러 추방당한 상태.

그런 혼란한 상황에 자신들도 가보지 못한 왕가의 보물 창고를 공작가의 서자에게 허락하다니.

왕족으로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 왕자가 얼굴을 씰룩이며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심기가 불편한 표정.

그러든 말든 알 바 아니라는 듯 지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왕실의 보물을 하나 준다고? 주면 나야 땡큐지.’

거절할 생각이 없던 지크가 고개를 숙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내친김에 지금 바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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