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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58화 (58/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58화

‘왔군.’

지크는 350m에서 느껴지는 기척을 확인하며 눈을 떴다.

‘정확히 11명이네. 후속 인원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아까 감시하던 녀석이 친구들을 불러온 듯하다.

‘이 많은 인원을 대화나 하려고 부른 건 아닐 테고…….’

좋지 않은 의도로 데려왔다는 건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일.

‘아마도 인근에 횡행하는 도적단일 가능성이 크지. 노리는 건 내 스태프일 테고.’

이대로 잠자코 있을 순 없다.

“메리.”

“어? 안 자고 있으셨어요?”

“다가오지 말고 조용히 들어. 인근에 도적단이 우리를 노리러 온 거 같아.”

지크의 말에 아는 척하려던 메리가 움찔 몸을 멈췄다.

“지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의심 사니까 쳐다보진 말고.”

“아…….”

“일단 놈들이 가까이 접근하도록 모른 척하고 있어. 행여나 공격이 있을지 모르니 방어 마법 같은 거 준비해두고. 놈들이야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아, 알겠어요, 공자님.”

언질을 받은 메리가 아까보다 긴장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그것도 잠시, 이내 불침번을 서는 듯 연기하자 도적단으로 짐작되는 무리가 다시금 움직였다.

지크도 자는 척을 하며 놈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그때.

【돌발 퀘스트 : 도적단 처치 후 배후 찾기】

└약탈과 살인을 일삼는 인근의 도적단이 당신과 일행을 노리고 있습니다.

└도적들을 모두 죽이고 마법사를 생포해 배후를 밝혀내십시오.

<조건>

└도적 처치 0/10명

└마법사 생포 0/1명

└마법사의 배후 밝히기

<보상>

└5차 스킬 숙련도 3,000 증가

예고에 없던 돌발 퀘스트가 나타났다.

‘호오, 도적단 중에 마법사가 있었어?’

자신을 습격하려는 놈들이 도적단이라는 건 예측했지만 마법사가 한 명 끼어 있을 줄이야.

좋은 정보를 얻었다.

‘역시 하늘은 내 편이라니까. 아니, 시스템이 내 편인가? 뭐, 그 말이 그 말이지만.’

퀘스트는 마법사를 생포해서 배후를 파악하기를 원했다.

그 말은 마법사 동료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

미소 지은 지크는 점점 다가오는 무리의 기척을 느끼며 기다렸다.

미리 언질을 받은 메리 또한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불침번을 서고 있었고.

이윽고 거리가 가까워지자 낙엽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

이쯤 되자 메리도 계속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무슨 소리지?”

긴장하며 고개를 돌린 그때.

“으윽!”

패럴라이즈가 적중하며 메리의 몸이 경직됐다.

털썩.

그대로 마네킹처럼 쓰러진 메리를 보며, 다가오던 무리가 낄낄거렸다.

“잡았다, 잡았어!”

“역시, 마법사님이셔.”

“와아, 엘런 말대로 진짜 졸라게 예쁜데?”

“괴롭히는 맛이 있겠어? 으흐흐흐.”

짐승처럼 침 흘리는 도적단을 뒤로하고, 마법사 데이브는 다시금 마력을 모았다.

패럴라이즈로 여자는 제압했지만, 남자가 아직 남았다.

‘깨기 전에 죽여야 한다.’

때마침, 소란을 들은 지크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물론 연기였지만 데이브는 그 사실을 몰랐다.

“라이트닝 스피어(Lightning spear).”

지직거리며 지팡이 끝에서 발생한 전광이 벼락처럼 튀어 나가 지크의 머리에 명중했다.

지크로선 발걸음 소리에 일어났다가 벼락 맞아 뒈진 꼴.

대응할 시간이라곤 없었기에 새카맣게 타죽는 게 정상이었다.

그러나.

‘뭐, 뭐야?’

상대는 데이브의 예상과 달리 멀쩡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아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잖아.”

능청 떠는 지크를 사람들이 경악하는 얼굴로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있는 모두가 전격 마법에 적중당하는 걸 지켜봤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걸어 다니다니?

사람들의 반응을 보던 지크가 속으로 웃었다.

‘역시 방심을 유도하는 데는 어리숙한 연기가 최고지.’

상황이 이상해졌음을 깨달은 도적단이 지크를 경계했다.

“모두 무기 들어!”

스릉- 스릉-

“쳐!”

데이브의 명령에 도적들이 소리 없이 달려 나갔다.

뭐가 어떻게 됐든 일단은 시간을 벌어야 한다.

다음 주문을 준비하기 위해선.

“판단은 좋네.”

마법사의 판단에 칭찬을 보낸 지크가 메리의 앞을 막아섰다.

“넌 뒤로 물러나 있어. 이 새끼들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아, 네.”

저마다 흉흉한 무기를 들고서 달려오는 열 명의 도적이 무섭지도 않은지, 지크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믿고 있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배리어.’

터엉-!

달려오던 도적 무리가 하나같이 반투명한 벽에 머리를 박고 넘어졌다.

이윽고.

“크윽, 뭐야?”

“배리어?”

“이까짓 거 부숴 버려!”

까앙- 깡-!

카앙-!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병장기로 열심히 두들겨 댄다.

하지만 지크의 마력이 담긴 배리어는 웬만한 철벽보다도 단단한 법.

평민들의 곡괭이질에 쉽게 깨질 리가 없다.

“이런 마법이었구만? 꽤 쓸 만한데?”

느긋하게 감상하던 지크가 아공간에서 지팡이를 꺼냈다.

그리곤 보란 듯이 검으로 변형시키며 중얼거렸다.

“도적질이나 하는 가축들은 마법을 쓸 가치도 없지.”

배리어를 해제하기 무섭게.

푹!

지크의 검이 가장 앞에 있던 도적의 목을 꿰뚫었다.

“……!!!”

일행들이 놀랐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푹! 서걱! 푹푹!

섬뜩한 소리가 사방을 뒤흔들었다.

“끄아악!”

“아악!”

“끄허헉!”

도적들이 허수아비처럼 픽픽 쓰러졌다.

지크의 깃털 검이 지나갈 때마다 피를 뿌리며 죽어갔다.

[도적 처치 3/10명]

[도적 처치 4/10명]

[도적 처치 5/10명]

……………

………

순식간에 절반의 시체가 만들어졌다.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 도적도 있었고,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지 어리둥절해하는 도적도 있었다.

뭐가 됐든 전부 죽는다는 데엔 변함이 없었다.

푹푹! 푹!

스걱-!

지크의 깃털 검이 사지를 자르고, 심장을 파고든다.

한 치의 망설임도, 자비도 없는 깔끔한 검격.

감탄이 나올 법한 움직임이었지만 데이브에게 그럴 새라곤 없었다.

‘X발, 뭐야!!!’

당황하기 바빴으니까.

시간을 벌 작정으로 내세운 도적들이 옷깃 하나 건들지 못하고 우후죽순으로 쓰러진다.

이럴진대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상대의 몸놀림이 마법사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빨랐다.

허공에서 지팡이를 꺼내고, 그것이 검으로 변할 때부터 이상함을 눈치챘어야 했다.

‘X됐다. 아니, 이런 생각 하고 있을 틈도 없어.’

데이브는 완성된 주문이라도 놈에게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최상위의 5서클 전격 마법이, 상대를 향해 뱀처럼 쏘아졌다.

연쇄적인 전광의 사슬이 피아 구분 없이 모조리 태워버리겠지만 아무렴 좋았다.

당장은 이 위기를 잠재우는 게 우선이었으니.

하지만.

“어……?”

어느새 도적들을 모두 처리한 남자가 눈앞에서 마법을 받아냈다.

아니, 흡수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었다.

“어, 어떻게……?”

“동료들을 내세워서 준비한 게 고작 이거야? 체인 라이트닝?”

지크가 검을 지팡이로 변환시키자 그 끝에서 파직파직 전기가 흘렀다.

조금 전에 데이브가 쏘아냈던 체인 라이트닝이었다.

“이걸로 아군이고 뭐고 싹 다 죽이려 한 거냐고. 응?”

“그, 그건…… 끄아아아악!”

지팡이 끝을 갖다 대자 데이브의 몸이 부르르 흔들렸다.

숨이 끊어지려던 찰나.

따스한 빛이 데이브의 전신을 부드럽게 감쌌다.

고통이 줄어들고 타들어 가던 피부가 빠르게 재생되는 걸 보며, 데이브는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짝-!

“어이, 정신 차려. 아직 안 죽었지?”

“아…….”

“엄한 사람을 습격해 놓고 쉽게 죽어선 안 되지.”

그 말에 데이브는 공포를 느꼈다.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자신의 미천한 힘으론 눈앞의 남자를 감당할 수 없음을.

“사, 살려주십시오. 시키는 건 뭐든 하겠습니다!”

“의외로 태세 전환이 빠르네? 그럼 말해봐. 너희들의 정체는 뭔지. 우리를 습격한 목적은 뭔지.”

“저, 저흰 이 근방에서 활동하는 이름 없는 도적단입니다. 지팡이가 탐나서 습격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네가 도적단이라고?”

“예…….”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짜악-!

지크는 그대로 데이브의 귀싸대기를 후려갈겼다.

“이 새끼가 누구 앞에서 거짓말이야? 이름 없는 도적단이 마법도 쓸 줄 아냐? 네가 도적단 소속이야? 응?”

“죄, 죄송합니다. 시, 실은 이놈들만 도적단이고 저는 소속이 따로 있습니다.”

“소속 이름은?”

“켈브리지 조합이라고 합니다만…….”

지크는 이번에는 뺨을 올려붙이지 않았다.

상대가 진실을 말하고 있었기에.

“조합원이 도적단이랑 뭐 하고 있던 거야?”

“모, 목적은 도적단과 같습니다. 상단을 습격해 제물을 빼앗고 여자를 취하는……. 단지 도적단을 이용하면 좀 더 쉽게 일 처리를 할 수 있기에 수익을 벌고자 이런 일을…….”

지크의 살기 어린 눈빛에 쫄았는지 데이브는 줄곧 진실만을 이야기했다.

“켈브리지 조합의 목적과 구성원은?”

“목적이랄 것은 딱히 없습니다. 그저 켈브리지 지방 출신의 마법사들이 모여서 조합을 이룬 것인데, 저마다 다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마법사로 이뤄진 조합이라. 몇 명이나 있는데?”

“저까지 12명입니다.”

“설마 12인의 선구자를 따라 한 건 아니겠지?”

“…….”

“이거 웃긴 새끼들이네?”

지크가 비웃는 찰나.

[도적 처치 10/10명 완료!]

[마법사 생포 1/1명 완료!]

[마법사의 배후 밝히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5차 스킬 숙련도 3,000이 증가합니다.]

[스킬 ‘마법 복제’의 성취도가 5성에 도달하였습니다.]

[습득할 수 있는 마법의 개수가 4개▶5개로 상향되었습니다.]

[6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730/10,000]

비웃음은 이내 웃음이 되었다.

보상이 들어왔기 때문.

하지만 지크는 몰랐다.

【메인 퀘스트 : 켈브리지 조합원 처치】

└켈브리지 조합에 12인의 마법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악명 높은 그들을 일부 죽이고 조합원 배지를 획득하십시오.

<조건>

└켈브리지 조합원 처치 0/3명

└켈브리지 조합원 배지 획득

<보상>

└스킬 ‘영혼 베기’ 획득

새로운 퀘스트가 떠오를 줄은.

“야.”

“예?”

“그 조합원들이랑 연락하지?”

“그, 그렇긴 합니다만…….”

“지금 당장 연락해.”

그 말에 데이브는 바보 같은 표정이 되었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여, 연락해서 뭐라고 말하죠?”

“새로운 조합원 둘을 데려간다고.”

지크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웃음이 걸렸다.

* * *

데칸 왕국 아래에 있는 켈브리지 지방.

유독 재능 있는 마법사가 배출된다는 이곳은 지방 중에서도 나름 유명한 축에 속했다.

하지만, 그것이 꼭 긍정적인 의미만은 아니었다.

퍽- 퍽-!

“끄윽, 사, 살려주십시오. 도, 돈은 어떻게든…….”

“저 새끼 매달아.”

“예.”

켈브리지 조합에서 서열 1위 데롤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것이 서열 6위 아론이 옆에서 수발을 드는 이유.

꽈악.

밧줄로 남자를 매달아 놓은 아론이 데롤을 바라봤다.

“준비됐습니다.”

데롤은 무서운 눈빛으로 피투성이가 된 남자를 노려봤다.

“우리 켈브리지 조합에서 돈을 빌려 가놓고 갚질 않는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겠지?”

“아, 압니다! 유명한 켈브리지 조합의 명성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니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 달이 지나면 반드시…… 허어억!”

어느새 남자의 옆구리에 칼이 박혔다.

뽑자마자 피가 새어 나오는 걸 보며 데롤이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칼이란 건 참 재밌어.”

스걱-!

“찌르고 베는 손맛이 아주 직관적이란 말이지.”

푹-!

“그에 비해 마법은…… 정말 지루해.”

서걱-!

“내가 마법에 재능만 없었어도 오러 유저가 됐을 텐데 말이야.”

데롤의 칼은 거침이 없었다.

마치 도살당하는 돼지의 죽음을 즐기듯, 고통을 느낄 만한 부분만 골라서 찌르고 벴다.

“사, 살……려.”

“빚은 탕감해 주마. 목숨으로.”

푹-!

“꺼흐으으…….”

끝내 심장에 칼을 박아넣자, 남자가 눈을 부릅뜨더니 축 늘어졌다.

반면 데롤의 얼굴엔 환희로 가득 찼다.

“이 새끼가 빌려 간 돈이 얼마지?”

“200골드입니다.”

“뭐, 200골드로 이 정도 즐거움을 살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셈인가? 크흐흣.”

웃음 지은 데롤이 피를 닦으며 물러났다.

“정리해.”

“예.”

아론이 묵묵히 뒤처리하는 사이, 느닷없이 통신구에 빛이 들어왔다.

12인의 조합원이 사용하는 통신구였다.

아론은 데롤 대신 통신을 받았다.

“누구냐?”

-아론 님? 저, 접니다. 데이브. 곁에 데롤 님 계십니까?

“데롤 님은 지금 바쁘시다. 나중에 연락하도록.”

-그, 급한 일이라 그럽니다.

“급한 일?”

그 소리를 들은 데롤이 고개를 돌렸다.

“줘봐.”

통신구를 받아들고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데이브. 나 데롤이다.”

-아, 안녕하십니까. 그간 잘 지내셨…….

“인사치레는 집어치우고. 급한 일이란 게 뭐지?”

잠시 침묵하던 통신구에서 느닷없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저, 저 좀 도와주십시오! 데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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