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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61화 (61/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61화

‘뭔가 있어. 뭔가가…….’

타깃이 평범한 소년이 아니라는 것쯤은 발루두크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도청기 같은 물건을 이용해 반역자를 드러내는 데 공을 세웠다고 했어. 또한 요리사로 위장한 첩자의 독살을 막아낸 것까지도.’

이 정도면 데칸 왕국을 위기에서 구한 영웅이나 다름없는 셈.

발루두크가 지크 맥러플린을 죽이려는 것도 이해는 됐다.

다만.

‘마법사잖아? 어떻게 소울 버스트가 내장된 마나 건을 맞고도 멀쩡할 수 있지? 극독의 선구자도 한 방에 죽여 버렸는데?’

지크가 살아남은 이유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적중당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에 더더욱.

‘뭔가 느낌이 안 좋아. 뭔가 있어.’

조금만 더 신중하게 일을 진행해야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지크를 조금 더 조사해 보는 편이 좋겠다.

그 당시 옆에 있던 소녀의 정체까지도.

‘일단 타깃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을 조사해 봐야겠어.’

그러려면 아무래도 가족을 먼저 조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맥러플린 가문에 추방당한 형제가 있다고 했지?’

씨익 웃은 에스카가 부하에게 연결되는 통신구를 집어 들었다.

* * *

대륙에는 수많은 용병단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용병단이 있는가 하면, 난생처음 들어보는 용병단도 셀 수 없이 존재했다.

지크 일행이 가려는 곳은 당연하게도 인지도가 있는 용병단.

그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는 황금독수리 용병단에 들어갈 참이다.

“여기예요?”

“응. 여기가 텐진에서 유일한 황금독수리 용병단 지부야. 변방이라 다른 지부에 비해 사람은 없겠지만.”

끄덕거린 지크가 앞장서서 문을 열었다.

피터의 말대로 내부는 한산했다.

그래서인지 안내원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반긴다.

“어떻게 오셨어요? 의뢰 맡기시려고?”

“아니요. 용병단에 입단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입단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안내원이 정색한다.

마치 재미없는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얼굴.

그만큼 16살밖에 안 되는 소년이 입단하기에는 용병이란 직업이 거칠기 그지없었다.

“누가 입단하실 건데요?”

“저희 셋 다요.”

“그쪽에 있는 여자분도 입단한다고요?”

“네.”

아까보다 더 놀란 얼굴의 안내원.

그도 당연했다.

이곳 판게아 대륙에서 여성이 용병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의 힘듦을 떠나서 타고난 근력의 차이 때문이었다.

검술을 익힌 여성이 드문 것과 같은 이치.

마찬가지로 귀족이 용병이 되는 경우도 전무하다.

돈과 목숨을 맞바꾸는 천한 직업이라 여길뿐더러 심부름꾼 정도로 여기는 게 귀족들의 인식이었으니.

때문에 용병은 대부분이 평민 남성이었다.

그러니 안내원이 놀랄 수밖에.

“정말 입단하겠다고요? 지원 병과는요?”

“전쟁에 출전하는 전투 마법사단에 들어가고 싶습니다만.”

“마법사단? 마법사였어요? 누가요?”

“저희 셋 다요.”

안내원은 이내 긍정하는 표정이 되었다.

마법사라면 이해가 된다.

가끔 여성 마법사가 용병으로 뛰는 경우도 없지 않으니.

하지만 불신의 빛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마법사가 셋이나 입단하는 경우는 안내원으로서도 처음 보기에.

“일단 성함부터 알려주세요.”

“저는 지크, 여기는 피터, 메리입니다.”

“평민이신가요?”

“예.”

귀족이 용병으로 입단한다고 하면 미친놈처럼 쳐다볼 게 뻔하다.

이것저것 이유를 물어보며 귀찮게 할 테고.

평민으로 입을 맞추는 게 입단하기엔 편하다.

후계자 시험 규정상 신분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기도 하고.

“마법사단에 입단하신다고 하셨죠? 서클은 어떻게 되세요?”

“저와 피터는 6서클. 메리는 5서클입니다.”

“예?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똑똑히 들었음에도 안내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각자의 나이에 달성하기엔 믿기지 않는 성취였기에.

“정말로 두 분이 6서클이고 여자분은 5서클이라는 거죠?”

“그렇다니까요.”

“거짓으로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자격 검증 시험에서 탈락하면 입단이 거부될 수도 있어요.”

“거짓말 아닌데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네?

안내원은 그런 눈초리였다.

어차피 검증하면 들킬 거짓말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뭐, 알겠어요. 자격 검증 시험을 치러서 성공하면 용병패를 지급해드릴 거예요. 5서클 이상이라는 게 확인되면 최상위인 골드패를 받을 수 있을 거고요.”

“예.”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시험관님을 불러올게요.”

뭔가를 기록하던 안내원이 양피지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윽고 건장한 남성 한 명을 달고서 내려온다.

“황금독수리 용병단 시험관 오스본이네. 전투 마법사단에 입단하고 싶다고?”

“예.”

“이리 따라오게.”

오스본은 앞장서서 걸으면서 안내원이 건네준 양피지를 살펴봤다.

그러다 갑자기 멈춰 선다.

“뭐? 5서클, 6서클?”

고개를 돌린 오스본의 얼굴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뒤늦게 안내원의 기록을 본 모양.

“여기 적힌 서클이 거짓으로 한 말은 아니겠지?”

“그럼요.”

“누구에게 마법을 배웠는가?”

“스스로 터득했습니다만.”

“마법을 독학했다? 올해 들은 소리 중 가장 어처구니없는 소리군.”

지크의 대답에 헛웃음을 치던 오스본은 아무렴 어떠냐는 얼굴이 됐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곧 있으면 밝혀질 일이기에.

끼이익-

오스본이 문을 열자 훈련장으로 보이는 공간이 나왔다.

“여기가 심사를 위해 마련한 간이 훈련장이네. 이곳에서 각자 가능한 서클 중 최고의 마법 하나씩만 보여준다면 용병패를 주겠네.”

“그러니까 6서클 마법을 보여달란 말씀이시죠?”

“그렇지. 혹시나 내가 용병이라고 마법을 모를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이래 봬도 수십 군데의 전장을 굴러먹다 왔거든. 6서클 마법 종류쯤은 눈에 꿰고 있으니 속일 생각은 마.”

“속일 생각 없어요.”

“뭐, 그러시겠지. 준비되면 보여줘 보게.”

오스본은 별로 기대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네까짓 게 6서클 마법을?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

그야 서른은 넘어야 6서클을 찍는 게 일반적이었으니 못 믿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오스본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지크는 평범한 재능의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을.

‘뭘 보여줄까. 6서클 중 적당한 마법이면 되겠지.’

지크가 지팡이도 없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 모습을 본 오스본의 입가에 조소가 걸렸다.

마법사가 지팡이도 없이 마법을 발동시키려 하다니.

‘허세가 하늘을 찌르는군.’

타깃에 대한 명중률은 물론 마력의 순환을 도와 캐스팅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주는 게 지팡이의 역할.

특히 캐스팅 시간이 긴 6서클 마법의 경우 지팡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한데 아무리 시범이라 해도 지팡이 없이 마법을 발현시키려 하니 건방져 보일 수밖에.

‘마법사로서 자세부터가 글러 먹었군.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마법이 성공하더라도 탈락을…… 헛?’

지크를 보던 오스본이 별안간 헛숨을 들이켰다.

눈은 개구리처럼 튀어나올 듯 커져 있다.

아닌 게 아니라 1분은 걸릴 거라 예상했던 캐스팅 시간이 고작 1초도 걸리지 않았으니까.

“6서클 마법 워터 웨이브입니다. 이 정도면 합격입니까?”

지크의 손아귀에서 소용돌이치는 물결을 봤음에도 오스본은 대답이 없었다.

워터 웨이브가 6서클 마법이라는 건 자신도 눈이 있어서 보면 안다.

오스본을 경악하게 만든 건 가공할만한 캐스팅 속도다.

‘워터 웨이브를 이렇게 빨리 발현시켰다고? 지팡이도 없이……?’

무영창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속도에 입을 벌리던 오스본이 이내 정신을 차렸다.

“하, 합격이네. 취소시켜도 좋아.”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지크가 손아귀의 물결을 소멸시켰다.

이어서 피터와 메리도 자신이 시전할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을 선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크와 달리 지팡이를 들고서 시범을 보였다.

그런데도 지크보다 늦은 10초 내외의 캐스팅 시간이 걸렸다.

‘이, 이거 너무 비교되잖아?’

피터와 메리도 엄청난 재능이었지만 지크에 비해 임팩트가 적었다.

하물며 지크는 나이도 더 어리지 않은가?

오스본은 귀신에라도 홀린 듯 지크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끝난 거죠?”

“응? 아, 그, 그렇네. 자격 검증은 끝났네. 두말할 것 없이 모두 합격이야.”

오스본이 그리 말하며 준비해 왔던 용병패에 각자의 이름을 적었다.

“하나씩 받게. 골드 용병패네. 그게 있으면 누구도 자네들을 얕보지 않을 거야. 용병단 중에서도 상급 용병에게만 주어지는 패니까.”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이걸로 다 된 건가요?”

“그래. 황금독수리 용병단에 온 걸 환영하네.”

지크 일행이 용병이 된 순간이었다.

* * *

용병이 하는 일은 여러 가지다.

토벌 의뢰를 받고 몬스터를 처리하거나, 상단 호위, 주요 인사 경호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도적질 빼곤 뭐든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단가가 센 일이라면 모름지기 영지전이다.

남의 땅을 빼앗으려는 귀족 간의 전쟁에서 용병의 활용도는 높았다.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는 값싼 인력이 바로 용병.

병사를 키우는 비용보다 싸게 먹혔으니 수요와 공급이 원활했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만큼 승리했을 때의 보상도 압도적이었고.

용병 업계에 한탕주의가 만연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지전에 나서는 용병 중에 오래 살아남은 용병은 드물지. 한탕하고 나서 용병 짓을 그만두거나, 한탕 더 하려고 욕심부리다가 목숨을 잃거나, 둘 중 하나니까.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전투 마법사단장 크리스가 진중한 얼굴로 좌중을 둘러봤다.

열댓 명의 용병 마법사가 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칼 밥 먹는 용병과 다르게 마법사는 후방에서 지원할 수 있다. 앞에서 방패막이가 되는 다른 용병들보다야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작지.”

사단장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지크의 어깨를 두들긴다.

“알겠나? 영지전에 나선다고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어. 우리는 안전하게 뒤에서 마법을 쓰다가 안 될 것 같으면 내빼면 그만이야. 황금독수리 용병단의 전투 마법사단이 여태껏 해체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고.”

‘겁먹은 적 없는데…….’

무심한 지크의 표정이 아무래도 얼어 있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그러니 다들 여기 있는 세 사람에게 잘해주도록 해라. 앞으로 여러 차례 전쟁도 치르고 쭉 함께해야 하는 동지이니만큼 이것저것 알려주면서 좀 친해지라고. 알겠나?”

“예. 알겠슴다.”

“걱정 마십쇼.”

사단장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용병 단원들의 시선이 지크 일행에게 모였다.

정확히는 메리에게.

“메리라고 했지? 몇 살이야?”

“평민이야? 서클은?”

“모르는 마법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 내가 진짜 잘 가르쳐줄게.”

“술 좋아해?”

구름처럼 모여든 단원들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갑작스러운 관심에 메리로선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옆으로 밀려난 지크와 피터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해는 됐다.

아무렴, 남자가 대부분인 용병들로선 엘프 다음으로 보기 힘든 게 여자라는 종족이었으니.

더구나 메리는 수많은 귀족 영애들을 보아온 피터도 인정할 만큼 돋보이는 외모이지 않은가?

“지크. 이거 우리는 완전히 관심 밖인데?”

“뭐, 상관 있나요? 단원들에게 잘 보이려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럼 뭐하러 들어온 건데?”

“그야…….”

‘스킬 복제하러 들어왔죠.’

지크는 웃으며 단원들을 바라봤다.

그의 눈엔 개개인이 마법 복주머니로 보일 따름이었다.

그때 몇몇이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면서 메리를 힐끔거린다.

눈빛에는 음흉함이 담겨 있다.

“어때?”

“큭큭, 좋은 생각인걸?”

“오늘 밤 당장 시행하자고.”

“흐흐, 이거 생각만 해도 불끈거리는걸?”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지크가 발걸음을 옮겼다.

수군거리는 무리를 향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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